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 인생의 진짜 목표를 찾고 사랑하는 법
하노 벡.알로이스 프린츠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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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경제학자가 행복에 대해 논한다?
원래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성공한 사람들이 쓴 자서전식 자기계발서 말고도 시중에는 자기계발서 쓰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작가들이 있다. 읽는 순간에는 ‘그래, 난 열심히 살지 않았어.. ’하며 찔리다가도 덮으면 머리에 남는 것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책들. 요즘은 ‘퐈이팅!!!!’하는 자기계발서보다도, 워낙 삶이 팍팍해서인지 ‘행복론’을 논하는 책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주로 스님이 쓰시는 행복론 책을 많이 본 것 같다.

사실 100페이지 정도까지는 그저 그랬다. 수치에 대해 글쎄... 하면서도 계속 수치를 들먹이는 걸 보니 경제학자로서의 ‘습’은 어쩔 수 없나보다 혀를 끌끌 차며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의 진가가 나오는 것은 아마 100페이지 전반부터이지 않나 싶다. 좀더 행복해질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는데, 그게 꽤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다.

“타인의 행복이 위험하면 개인의 행복 추구 역시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p. 62

이 구절은 요즘 들어 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버스를 타고 주로 통학하는데, 버스기사아저씨가 뭐 때문에 화가 나셨는지 난폭운전을 할 때나, 지나치게 피로해 보일 때, 조마조마한 적이 사실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교통 관련 종사자분들의 업무조건이 열악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분들의 행복여부에 따라 시민의 생사가 갈릴 수도 있다는 것은 결코 안이한 생각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인드라망’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물망처럼 연결되어있다고 한다. 나는 타인을 행복하게 하고 있는가? 불행하게는 하지 말아야 할 텐데 말이다..

“불행해지기는 어렵지 않다. 이웃이 당신보다 월등히 잘 사는 동네로 이사하면 된다. 혹은 당신보다 훨씬 부자인 친구를 사귀면 된다. 반대로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나보다 더 잘사는 친구와 이웃을 사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p. 119

팩트폭행이다.. 불행히도 나는 주위에 나보다 잘 사는 친구들이 너무나 많다. 어렸을 때는 확실히 박탈감을 많이 느꼈다. 그러나 한두 살 점점 나이를 먹다보니, ‘역시 하늘은 공평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삶에서 ‘수저’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수저’의 질(금, 은, 동, 흙 등)보다는 중요한건 내 삶을 나아가게 하는 비전, 그리고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나아가게 하는 것이 있는 한, 그것이 외제차건, 국산차건 상관없다. 언젠가는 반드시 도달하니깐 말이다. 사실 이 발췌부분은 ‘생산적 질투가 부를 창출한다’라는 의미로 쓰여있지만, 아무튼 뭐 내가 받아들인건 그렇다.

“진화는 정치적으로 올바른게 뭔지 모른다.”
p. 127

저 말은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저 책을 열람실에서 읽다가 갑자기 웃겨서 빵 터져버렸다. 우정이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파트 중 하나였다.

“소파에서 불행을 노래하고 있다면 일어나서 친구들 속으로 들어가라.”
p. 131

“너무 많은 가능성은 견디기 힘들고, 선택의 자유는 폭군처럼 우리를 괴롭힌다.”
p. 150

대학생활 말기에 일부러 여러 가지 활동을 한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 가지치기를 위해서였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들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에 비해 굉장히 얕은 정도였구나를 깨닫고 재능들이 나에게서 하나둘 떨어져나갈 때, 섭섭함과 동시에 시원함이 몰려들어왔다. 나에겐 ‘포기’가 행복의 한 단면이었다.

이 책의 유니크한 점은, ‘눈 감고 숨 쉬세요 후 하 후 하 당신은 편안해집니다..’이런 주관적인 행복을 논하는게 아니라, 명확한 행복의 기준을 보여준다는데 있다. 그리고 독일인이 쓴 책이지만 한국인도 충분히 공감 가는 실천론이 담겨있다. 하 6월.. 너무 힘들었다. 2018년 하반기가 시작되는 내일부터 깔끔하게 다시 시작하고 싶은 기분은 가득하지만, 감정의 응어리라는게 자고 일어난다고 해서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법이다.. 이 책은 그런 찌그러진 내 맘을 릴렉싱하기 위해 당분간은 침대 맡에 두고 계속 반복해서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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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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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내 방에서 침대에 앉아 책을 읽는중이다. 이런 여유를부리는 사치가 허용될수 있는것은 부모님 덕분이다. 시인이 딸에게 가정이라는 든든한 받침과 환경을 만들어주기위해 보통의 부모의 5배이상의 노력을 했을것이 상상이 가기에 책은 시종일관 이 책의 표지색처럼 슬픔으로 출렁거리는 느낌. 그럼에도불구하고 딸에 대한 사랑과, 딸의 존재로 빛이 넘실거리는 삶의 예찬.

아들은 든든한 존재고, 딸은 친구같은 느낌이라고 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시인에게 아들이 있었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겠지? 한 생명을 제대로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엄마라는 존재. 시인인 엄마는 글자 하나하나를 직조해서 오늘도 생계를 책임지겠지. 멋있는 분이다.

내 대학동기도 벌써 임신해서 슬슬 배가 불러오기시작한다. 같이 수업듣고 떡볶이먹으러다닌게 불과 엊그제같은데, 곧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단다. 내 친구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해야지 생각했다. 앞으로 아이가 줄 웃음에는 삶이 환희로 빛나겠지만, 가끔 아이때문에 흔들릴때 이 좋은 시들과 글들이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어제 <데드풀2>를 보고왔는데, 한 대사가 떠오른다.
"아이는 우리를 더 나아지게 하는 존재야."

바르게 자라는 딸과, 매일매일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날 시인분, 그리고 우리엄마, 그리고 이세상의 모든 엄마, 모두모두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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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디를 살까요 - 알면 돈 되는 신나는 부동산 잡학사전
김학렬.배용환.정지영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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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무일푼이지만 언젠간 나도 어엿한 경제활동인구(!)가 되면 투자를 할텐데, 사실 그 전에 마음속 안개를 걷힐 필요가있다. 투자는 투기인가? 투자행위는 속물의 전형인가?

21세기를 살아가는 20대 사람으로서 하이테크놀로지와 선진화된 제도를 추앙하지만, 500년 조선시대 피는 못속이나보다. 왠지 (적극적인)재산증식행위는 떳떳하지 못한것만 같으니 말이다.

그런데 책 도입부분에서는 화폐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렇기때문에 실물투자를 한다는 것. 부동산투자는 그런면에서 방어적투자라고도 볼 수 있겠다.

자신의 자산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더군다나 요즘같은 초저리 저성장시대에선 월급만받고 살다간 집한채 사기도 힘들다.
일단 경기도에 사는 나는 지금의 도시도 참 좋지만, 목돈을 마련하여 서울에 집 한채를 사는 아담한(?)소망이 있다. 저자는 서울의 모든 구가 호재란다. 일단 발품을 팔아 여기저기 다녀본 뒤에 내가 살고싶은 곳이 어딘지 확인해야한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 경매공부도 좀 하고.

남산타워에서 서울 경치를 관망하던 때가 떠오른다. 굉장히 서울이 작아보인 기억이. 그런데 막상 여기저기 다녀보면 구마다, 동마다 특색이 있다. 이 책은 구마다의 특색을 잘 정리했다는 점에서 서울 부동산 책에서는 단연 압권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주로 든 생각은, 어떤 가치를 다른 가치로 전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것 같다는 것이다. 공부는 시간을 지식과 맞바꾸는 것이다. 부동산은 현금과 현물을 맞바꾸는게 아닌가. 최소한의 시간과 돈으로 최상의 가치를 뽑아내는 것. 가성비와 효율성, 타이밍을 아는 것은 결국 인내를 요한다. 이 부동산책이 전하는 것은 결국 '인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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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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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 법전의 유명한 경구이다. 이것은 싸움이든 범죄든 민사상 손해든, 자기가 받은 피해 범위를 넘어서 복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한계규정이다. 사적 복수를 하는 자는 어떤 식으로 보복을 가해도 모자라다고 느낄 것이고, 복수를 당하는 원래의 가해자는 너무 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에 복수의 되물림은 계속 된다. 근대 국가에 들어서서 사적복수는 민사상으로도, 형사상으로도 금지된다. 대신 국가가 이 기능을 재판이라는 방식으로 대행한다.

 

<베어타운>을 끝까지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경구였다. 케빈이 죄값을 안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야의 어머니인 미라가 수사 중단 결과에 최고의 성범죄 변호사를 데려오겠다고 울분을 터뜨린 것 때문도 아니었다.

 

이제 너도 어둠을 무서워하게 될 거야. 죽을 때까지.”

 

이 현명한 아이의 복수의 방식은, 어른들도 제대로 해결 못한(해결할 마음이 없는 것에 가깝지만) 죗값을 아주 깔끔하고도 동등한 가치만큼 치르게 해주었다. 이것은 동네 아이들이 벽돌을 마야의 방에 던진 아이를 쫓아 골프채를 들고 때리려 한 마야 어머니 미라의 방식과도 비슷하고도 다르다.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던 아버지 페테르와 침묵을 종용한 베어타운의 어떤 남자들과는 달랐다. 반면, 케빈이 불을 켜고 자는 사실을 케빈의 아버지는 영원히 모를 것이며,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어둠을 무서워하기 시작한 것을 앎에도 내색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케빈 역시 영원한 어둠 속에 남겨지는 형에 처했다.

 

마야에게는 비극인 사건이었지만,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의 사회인 베어타운에서 어쩌면 이 사건과 해결과정은 베어타운에 균열을 일으키고 정화를 촉발하는 사건이다. 그리고 그 정화에 앞장서는 것은 선한인물이기 보다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의 내면의 강함이다.

 

모든 조직이 다들 자기들은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진심으로 원하는 건 오직 하나, 승리하는 문화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용서한다. 이기기만 하면 그들을 좋아한다.

 

사실 베어타운의 주민들은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다. 궁지에 내몰린 사람은 극단적인 성향을 가지기 마련이다.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 마을 사람들이 종교처럼 하키에 온 관심을 쏟는 것도 사실 알고 보면 경제, 좀 더 축약해서 말하면 이 원인이다. 그 돈이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었고, 한 여자아이의 상처에는 눈을 감게 만들었다.

 

결론에서 돈의 위력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페테르가 구단에서 끝내 추방되지 않자, ‘우리 안에 곰이 살고 있다고 운운하던 사람들은 경쟁자였던 옆 동네 구단의 스폰서가 되었다. 아이들 역시 베어타운을 버리고 헤드의 하키팀으로 이적한다. 진정한 곰들은 미련하고도 우직하게,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바르도록 베어타운에 남아 재건에 앞장선다.

 

<베어타운>을 읽으면서 선함이란 어떤 것일까를 내내 생각했다. 선함이란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찰나에 스쳐지나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자의 공감에서 나오는 강함의 두께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아맛이나, 의리를 지킬 수 있었던 보보, 더 많은 부를 축적 할 수 있었던 프락 등. 그들의 강함, 그들이 견딜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선한 길을 가도록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 이야기는 벚나무 향기를 남기며 끝이 난다. 하키타운에서 벚꽃 피는 계절은 별로 달갑지 않겠지만, 그들은 벚꽃의 계절을 거쳐 더 단단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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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 훈련된 외교관의 시각으로 풀어낸 에도시대 이야기
신상목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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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일본 역사를 읽을 때에는, 미묘한 감정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에도시대의 사회문화상을 잘 그려냈지만 비교대상이 되는 조선을 까내리는 듯한 표현들을 읽을때마다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지만 에도시대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해 준 좋은 역사책 임은 부인할 수 없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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