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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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을 결코 진흙탕으로 만들지 않는다."

옮긴이 서문에서 "삶을 건조하게 축약하면 부족함 없이 귀하게 자란 아가씨가 영락을 거듭하다 결국 늙어서 고독사 하는 인생이 될 것이다."라고 했듯이, 유년시절을 유복하게 보낸 흔적이 글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여성들이 요리를 하게 되는 경험은, 보통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요리하는 모습을 곁눈질 하면서 보다가 주방에 조금씩 참여하면서 어머니의 요리를 습득 하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리 마리는 어렸을 때부터 말과 말을 관리하는 마부가 따로 있을 정도이니, 미식가이긴 하나 요리를 함에 있어서는 시종일관 서투른 느낌이 든다. p. 174에서 '나만의 크로켓 요리'라고 한 것이 정육점에서 크로켓을 사와 집에 있는 소스로 조리는 것이 전부다.

이렇게 철없는(!) 그녀임에도 그녀를 행복하게 하는 음식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p. 19의 <오이무침과 그 외 요리에 관한 의견>에 나열되어 있는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 리스트를 쭉 훑으면 일본요리 특유의 달고 짠 내음이 훅 풍기는 것 같다.

그렇게 그녀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또 글을 써서 벌고, 또 맛있는 음식을 먹는 단순한 삶을 살았다. 그 단순함이 읽는 내내 부러웠는데, 한편으로는 그것이 그녀가 이혼 두번을 하면서 스스로 쟁취해 냈기에 그녀의 단순한 삶은 더 찬란하게 빛이 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글은 자서전이자, 일기이기도 하다. 2019년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지금, 서점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하나 둘 다이어리를 내놓고 있다. 한동안 내가 나에 대해 쓰는 글은, 가십거리가 크게 있지 않은 이상 쓰는 것이 귀찮기만 했을 뿐이었다. 모리마리가 쓴 [홍차와 장미의 나날]을 읽는 동안, 다시 일기를 쓰고 싶어졌다. 별거 아닌것 같아도 내 일기를 나중에 누군가 읽어준다면, 내 삶의 하잘 것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던 부분도 나름 '사금처럼 잘게 빛난'다고 보아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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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한/일 각본집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정미은 옮김 / 플레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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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중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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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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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움받을 용기>로 유명한 기시미 이치로의 신간이다. 아들러를 대중화 시킨 사람이라고 들어서 궁금했다. 그가 낸 신간 <마흔에게>는 이십대인 나에게도 유효할지 의구심을 품으며 읽기 시작했다.

 

2. 그는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병원에서 내내 원고를 썼다고 했다. 자기 자신도 아팠지만, 그 부모의 병간호를 내내 했던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화된 일본에서 주변사람들이 모두가 병들고 늙고 간호하는 게 일상화된 것 같다. 안 그래도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질색하는 일본인들이 자기 자신이 케어의 대상이 된다면 죽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런 그들에게 저자는 산다는 것 자체로 도움이 됩니다라고 한다.

 

간호받는 동안 간호해주는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병실에 있는 자신은 간호사나 의사에게 상담을 해줘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꼈다고 했다. 타인에게 공헌한다는 것이 존재가치를 갖게 한다고 한다.

 

이 책은 고령화되고 아프고 피로한 일본인들에게 바치는 위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 부모님이 병들고 아프실 때, 아니면 주변에 아픈 사람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살아있는 것 자체로, 존재하는 것 자체로 당신은 충분히 나에게 의미있는 사람이라고. 병이 그들의 자존감을 좀먹지 않도록.

 

3. 타인과의 경쟁보다 어제의 자신보다 잘 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을 갖자고 한다. 말은 쉽지만 생각보다 그게 쉽지는 않다. 나의 가치가 상대평가로 매겨지는 사회에게 계속 있다 보니 나의 가치는 타인과의 관계를 상정하지 않고서야 매기기 쉽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100점을 10명과 같이 받는 것 보다, 80점의 단독 1등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어제의 나보다 잘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좀 더 홀가분해질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아직 그런 마음을 가지는 건 쉽진 않을 것 같다.

 

4.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일찍 고도성장을 겪고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일본인들 답게 이제 행복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경쟁보다 행복을 논하는 사회 분위기는 좋지만, 그만큼 체념의 분위기도 짙어졌다. 살아있는 것 자체로 존재가치가 있다는 말은 내게도 위로가 되지만, 아직은 체념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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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 오지은의 유럽 기차 여행기
오지은 지음 / 이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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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촛대를 보는 여행도 있다

아무렴 어때, 즐거우면 된거다

오지은의 이번 책은 굉장히 얇았지만 도서관에서만 빌려보다가 이번엔 굳이 교보에서 사왔다. 그녀의 책 한권쯤은 소장하고 싶었다. 그녀가 말하는 '작은마음' 만큼의 두께인지는 모르겠으나, 작지만 섬세한 여행기였다. 이런 여행기는 흔하지 않다. 정말로.

정세랑 소설가가 추천사에 오지은을 '공기채집가'라고 했는데, 이것만큼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나는 거기에 더해 '마음 채집가'라고 부르고 싶다. 찰나의 마음을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한다.

p. 126
...이런 곳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뿌듯함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알쏭달쏭함이 한께 떠올랐다.

저번달에 다녀왔던 나의 일본여행중의 묘한 감정이 저것이었구나 싶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잘 쓰는 것 이상,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내면에 반짝반짝한 무언가가. 섬세한 오지은씨가 한국에서도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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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듀어 - 몸에서 마음까지, 인간의 한계를 깨는 위대한 질문
알렉스 허친슨 지음, 서유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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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인듀어>....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좋은 책인데, 서문부터 마라톤, 운동, 트레이닝... 내가 제일 싫어하고 관심없고 못하는 것들을 열렬히 사랑하고 좋아하고 열심히하는 사람들에대해 주욱 나열해놓은 책이었다. 무리카미하루키가 매일 10키로씩 뛰고 <달리기를말할때내가하고싶은이야기> 라는 책을 쓸 정도로 유명한 달리기 광인데, 그에게 나대신 읽으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한참을 끙끙 대충 읽다가 인간의 한계를 계속 도전하고 깨부수려다가 목숨을 잃는 많은 스포츠맨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프리다이빙이니, 숨 오래참기니 등등. 특히 산소 파트 읽을때 혀를 끌끌 찼는데,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어쨌든 마음을 관장하는 뇌 또한 몸의 일부가 아닌가." 몸의 문제와 마음의 문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마음이 아프면 몸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고, 몸이 아프면 마음을 돌아보자.

그리고 이 두꺼운 책이 주는 교훈은 매애앤 마지막 문장이 직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인간의 한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에게 믿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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