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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평점 :
알랭 드 보통. 보통이라는 이름이 기억에서 떠나지 않았다. 뉴스의 시대보다 알랭 드 보통인 사람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깊게 생각했다. 작가의 다른 책도 매력 있을 것 같아 불안이라는 책을 집었다.
알랭 드 보통과 비슷한 생각을 자주 했었다. 죽음. 죽음을 생각한다면 이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사람의 행동이 다 부질없어 보인다.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하여 포기할 수도 있고 지금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도 있다.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한때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니깐 그냥 편하게 놀고먹고만 살았다. 공부도 다 부질없는 짓이구나 하고 안 했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한다면 내 이름을 누군가 기억을 해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죽었을 때 나를 기억해줄 자식이나 능력을 인정받아 소크라테스처럼 사람들이 계속 기억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되면 누가 귀족이었는지 누가 노예였는지 구분하지 못한다. 내가 지금 부자였는지 가난했는지 예뻤는지 못생겼는지 죽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저 모두 먼지가 된다. 내 쪽에서는 죽으면 모두가 평등해진다는 사실이 안도가 된다. 누군가 내 뼈를 발견했을 때 귀족의 뼈를 발견했다며 기뻐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돈이 많으면 물건이나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높아진다. 돈이 많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이 절약된다. 고민할 것도 없이 필요한 물건을 사드리면 되니 시간이 이래저래 절약된다. 돈이 없는 사람과 돈이 있는 사람이 돈을 벌려고 똑같은 시간을 쓸 수도 있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럴 때 어디서 위안을 얻어야 할까. 누구는 최저임금을 받고 일을 한다. 누구는 연봉이 몇조다. 이런 자괴감은 어디서 위안을 받아야 할까. 돈을 많이 받는 것은 사회에서 성공하며 자아실현을 한 사람이고 보는 사회에서 어디서 위안을 얻어야 할까. 그저 책이나 예술로 승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돈을 못 벌어서 받았던 설움이나 무시당하였던 일을 이야기로 풀어써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알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관습 중 옳지 못한 것이 계속되고 있을 수도 있다. 이전 사람들은 9년 동안 학교에 다니고 연금을 받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이전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잘못된 것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전에 여자들은 사회적인 힘이 전혀 없었다. 이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누군가 이것은 잘못된다고 말을 했을 때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 잘못된 것이 있다면 사회에 고발하자. 제일 빠른 길은 신문이나 방송사에 고발하는 길이 제일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