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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구름의 꼬리가 사라질 때 - 제3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사계절 아동문고 109
문유운 지음, 서재선 그림 / 사계절 / 2023년 10월
평점 :
『도마뱀 구름의 꼬리가 사라질 때』는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으로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다섯 편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섯 작품 모두의 시공간이 불가능한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지극히 동화다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런 점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로 하여금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처음에 장편동화인 줄 알고 책을 펼쳤기 때문에 「도마뱀 구름의 꼬리가 사라질 때」를 읽었을 때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주인공 구원이의 활약상이 전개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구원이가 자신을 대신해 괴물이 된 언니를 위해 비밀의 근원을 파헤치고 시간 여행자로서의 언니를 되찾게 될 거라는 믿음을 주는 열린 결말이어서 좋았다.
「특별한 한 조각」은 학교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어금니와 대화하는 마녀 한별이와 우월한 유전자로 만들어진 윤진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물들이 서로 말을 하고 물방울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동화 속 세상을 많이 보았지만 어금니에 정착한 우주에서 온 존재라니 너무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게다가 어금니가 빠질 때가 되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매순간 갈등하는 한별이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모두가 판타지 속 주인공 같지만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어긋난 방향으로 드러나 방황하는 우리들을 닮아 있었고, 그렇게 마음을 열고 서서히 친구가 되는 과정이 좋았다.
「늑대 털이 삐쭉」의 늑대 소년 고요일은 나무꾼 학교에 다니면서 나무꾼 사냥꾼이 되어 괴물 나무를 사냥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학생회 비밀 요원인 서난초를 만나면서 귀신 나무의 본래 모습이 환한 초록 잎을 가진 나무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반쪽자리 늑대인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자존감을 갖게 된다.
「연보라색 물보라」의 주인공은 노란 빛으로 선명하게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초능력자로서의 표시는 나타났지만 자신만의 능력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쓸 수도 없어서 호기심을 가졌던 주위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 그에게 친절하게 다가온 존재는 알고 보니 괴로움을 느끼는 아이들 주변을 맴돌면서 그들의 절망을 먹는 사악한 존재였다. 위기의 순간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찾는 한 친구의 온기를 느낀다. 받은 상처를 같은 상처로 되갚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해가는 관계들 속에서 작은 친절과 다정함이 위기에 처한 순간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틈새의 클로버」에서 여누는 게임의 세계에서 캐릭터 단지를 만나 플레이를 이어간다. 여누가 숨겨진 쪽지와 장미 울타리, 우주선 등을 발견하고 궁금증을 쌓아가는 동안 우리는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게임 캐릭터 단지이고 그가 오래전 만났던 친구(세상을 떠난 여누의 엄마)를 기억해 가는 과정이 플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124쪽-126쪽)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클로버는 줄곧 여기 있었잖아. 여기 틈새에, 가만히. 기억도 그렇지 않을까? 완전히 잊은 것 같지만 사실 기억은 어딘가에 숨어 있는 거야. 네 안에, 클로버처럼.”
해리포터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 지하철 어느 플랫폼에 서 있다 보면 호그와트 마법 학교로 향하는 비밀의 문이 짠하고 나오지는 않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매서운 바람이 쌩쌩 불고 하늘이 금새 어둑어둑해지면 밤새 자고 일어난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는 것은 아닌지 괜스레 설레는 마음으로 창문을 향하던 발걸음도 느껴보았을 것이다. 끔찍하게 싫지만 정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반복되는 시험들에서 볼펜을 쥐면 자동으로 답을 향하게 되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일을 꿈꿔보기도 했을 것이다.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무수히 많은 일들을 시간을 되돌려 막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동화적 상상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은 흐르고 일상은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상상력이 때로는 사회 의식을 바꾸고 과학의 발전을 이끌며 서로를 다독이게 한다. 그런 순수한 마음과 기억을 ‘잃어버린 게 아니니까’(126쪽)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