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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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이 일이 즐겁지 않다는 당신에게

나는 지금 당신과 내가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하면서 적는거야. 그러니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다했던 내 일, 내 작업, 내 직장, 내 노동이 더이상 즐겁지 않을 수 있다고말하기 위해서, 그 느낌은 무엇보다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겠지?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과 태도에 날카로워지고 상처받았어. 화가 나고 슬프고 억울해하다가 더 시간이 지나면서무력해졌을 거야. 더이상 상처조차 패지 않는 단단한 체념.
하지만 새해를 이런 기분으로 맞을 수는 없어서 나는 한동안 혼자서 지내봤어, 무리하게 여러 사람들과 만나거나 그들의 인정과 관심을 갈구하지 않고 최소한의 사람, 최소한의 일, 최소한의 여행과 최소한의 생각으로, 창공을 날아 이동 - P155

하는 장거리 여행자 같은 새들이 아니라 아파트 화단 어딘가에서 마주친, 아주 짧게 날아 먹이를 구하고 날갯짓을 하고금세 내려앉는 새들처럼, 무언가를 많이 얻고 멀리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야. 우리는 그렇게 최소의 방법으로 의외의나를 구해낼 수 있지. 다행히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었어. 그러니까 내가 이 일에서 완전히 마음이 떠났다기보다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버거웠다는 것이고 이 일을 이제 하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이 일을 건강하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가깝다고. 물론 당신은 정말 이 일이 즐겁지 않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당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떠나야겠지. 하지만 그렇게 결론 내리기 전에 세밀하게 마음을 조정해보는 시간을 갖길, 우리가 조용히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동안만은 다른 어떤 방해도 없이 오직 당신 자신만이 있기를 바랄게. 우리에게 또다시 주어진 일 년이라는 시간은 누구도아닌 우리만의 차지이니까.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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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주문 -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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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도한 대로상대가 전달받는다가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명료함이라는 말이다. "제 의도와 다르게"라는 말은 변명이 될 뿐이다. 나 역시 그런 변명을 하게 될 때가 없지는 않지만,
가능한 그럴 일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한다. 그래서 자기 의도를 모르고 일단 쓰기 시작하는 사람은 나중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 P54

일로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는 감정과 일을 분리하자. 일로 지적받는 것을 사적인 평가로 확대 해석하지 말자. 사적인 사이에서 깎아내리는 것을 객관적이라고 착각하지말자. 개선할 부분을 스스로 찾아내고 너무 자기 탓하지말고, 천천히라도 매일 조금씩만 나아지면 되잖아. - P157

사람은 약하다. 작정하고 남 깎아내리려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도망치는 게 가장 좋다. 강철 멘탈이라 해도 그멘탈을 그런 거 상대하는 데 쓰지 말자. 처음엔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같은 식으로 (상대의 김을 빼는식으로) 응수했는데, 내 힘 빼는 말 듣기 싫은 것처럼 남힘 빼는 말도 하기 싫다. 더 행복한 삶을 가질 수 있다, 누구나. 인간관계만 잘 다져도 내 멘탈 깎는 얘기만 안 들어도, 쓸데없는 고민하느라 울적할 필요는 없잖아.

성공이 두려운 기분

‘가면현상‘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한다. 1978년 조지아 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와 수잰 임스가 만든말로, 이 현상은 성공한 사람들이 느끼는 세 가지 유형의감정을 말한다. 첫째,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느낌, 둘째, 자신의 성취는 순전히 운이 좋은덕택이라는 생각, 셋째, 자신이 일군 성공이 그리 대단한일이 아니라는 생각. 《직장살이의 기술》을 쓴 로스 맥커먼이 가면현상에 주목한 이유는 그 자신의 이직 경험을되돌아보면서였다. 그는 ‘항공사 잡지계의 에스콰이어)’라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기내지 편집장으로 일하다가에스콰이어)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댈러스에 모든 기반을 두고 살아왔는데 뉴욕에서 큰 기회가 찾아온것이다. 기회 앞에서 맥커먼은 갈등했다. 사람들이 나를 - P205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간의 성취는 운이 8마음. 좋은 일만 이어질수록 불안해지는 마음. 열심히 노할이었는데, 그 사실이 들통나면 어쩌지?
Imposter syndrome. ‘가면현상‘을 이 책에서 접하고는 오싹해졌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아닌 데다가 심지어는 이름까지 있는 심리현상이라니,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더 나아 보이고, 나는 언제나 불안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력이 쌓이면 쌓인 만큼 안정감이 더해지기는커녕 불안이 더해진다.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간다는 신호처럼 보여서. - P206

이것 하나만 명심하려고 한다. 내가 얻는 좋은 기회는(미래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과거의 퍼포먼스의 결과다.
과거의 내가 열심히 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내가 두려워하지 않아야 미래의 내가 더 좋은 기회를 얻으리라. - P209

하고 싶은 이야기의 최소한 절반은 마음속으로 흘려보내는 편이 좋다. 살다 보면 신중한 줄 알았던 사람이 그냥말수가 적어서 그렇게 보였을 뿐이고 속 빈 강정임을 뒤늦게 알게 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주는 교훈은 바로, 말수가 적으면 중간 ‘이상‘은 간다이다. 세상만사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우리가 다 알 필요는 없답니다. - P232

알렉스 수정 김 방의 일만 하지 않습니다》는 일의 성과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매분기별로 일주일씩 쉬라는, 그야말로 한국 조직에 맞지않는 조언도 있지만, ‘심층놀이를 즐겨라‘라는 제안은 새겨들을 만하다. 심층놀이는 "일에 심리적인 보상을 제공해주면서도 일과는 전혀 다른 활동 즉, 일을 침해하지 않는 취미"로서, 암벽 등반이나 등산이 그에 해당한다. 운동 도 중요하다. 수면도.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조언은, 휴식시간을 따로 만들어서 진지하게 지켜야 한다는 데 있다. 휴가 역시 그렇다. - P239

나는 나의 마음이 건강한 상태를 가늠하기 위해, 친구들의 좋은 소식에 내가 기뻐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살피곤한다. 내가 힘들 때는, 아주 간단한 축하의 말 한마디를하기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빈정거리는 말인지 자각하지도 못하고 말을 내뱉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우리 모두 건강하고 든든한 삶을 살아야 함께 즐겁게 오래오래 어울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 자신을 잘돌보고, 나 자신이 기꺼이 모험하도록 신뢰해야 한다. 타인의 인정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퍼포먼스의 퀄리티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변덕스럽다. 그런 때 최후까지 나와 남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다. 이 결과에 내가 부끄럽지 않다는 확신, 다음에 더 나아지리라는 믿음, 그리고 수고한 오늘 하루를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건강하게 마 - P255

무리 짓겠다는 각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마음을매일 몇 번씩, 몇십 번씩 먹어야 할 때가 있다. 당신이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기를, 눈물을 닦으며 응원한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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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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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피크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을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 P136

우리가 서점에 가는 이유도 이 넓은 지구에서 내가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점은 섬처럼 외따로 떨어진 우리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책과 나를, 이 세계와 다른 세계를 연결해주는 통로, 온라인에서 책을 살 수도있고, 전자책을 다운받을 수도 있는데(심지어 더 저렴한 가격에) 왜 굳이 서점을 찾아가는 걸까. 기껏해야 몇십 평 남짓한공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빛이 비치는 서점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설 때면 드넓은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기분이다. 슬며시 서점 안을 둘러보며 주인의 취향을 가늠해볼 때면 나쁜 짓이라도 하는 듯 심장이 두근거린다. 시류에 호응하는 책들 사이에 놓인 비주류의책이 고집스러운 주인의 취향을 은근히 드러낼 때면 슬며시웃음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소중히 놓여 있는 모습을보면 취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책장에서 한 권의 책을빼내 손에 들 때면 묻어 있는 먼지조차 사랑스럽다. 맨 뒷장을 넘겨 몇 쇄를 찍은 책인지 슬쩍 확인할 때면 안도와 슬픔이 동시에 치민다. 이 좋은 책을 읽은 이들이 겨우 이것뿐이라니. 이 책을 발견한 사람은 75억 인구 중에 고작 수천 명.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들과 나는 그 순간, 작은 비밀을 나눈것 같은 관계가 된다. - P137

독서라는 행위가 주는 매력은 준비 없이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이토록 쉬운 일탈은 없다. 책을 집어들기만 하면 된다. 숨 막히게 답답한 이 세계를 잠시나마 벗어나책 안의 새로운 세상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삶이는 선택할 수 있다. 멀리 떠날 수 없을 때 나는 책 속으로 떠난다.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면 작은 서점을 찾아간다. 확고한 취향을 가진 주인이 선별한 책들을 들여다본다. 그가 조심스레 인도하는 낯선 세계 속으로 발을 디디며내가 살지 못하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을 만난다.
서점이라는 작은 공간은 이토록 커다란 세계를 품고 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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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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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반적으로 책을 내가 습득해야 할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내용이나 생각이 다운로드 되듯 나에게 그대로 옮겨지기를 바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독서를 위해서는 책을 읽는 자체가 아니라책을 읽음으로써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 그것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서에서 정말 신비로운 순간은, 책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에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을 때 책과 나 사이 어디인가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은 신비로우면서도 황홀한 경험입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길을 찾기 위해서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생각이 약간 다릅니다. 독서의 어떤 부분은 길을 잃기 위함 - P80

도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살아가고 성장하면서 정해진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초등학교를 마치면 중학교에 가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다가 조금만 벗어나서 다른 길로 가게 되면 너무나 두려워집니다. 하지만 정해진 길로 가는 사람들이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지요. 정해진 길로 가는 사람들도 불안해합니다. 그런데 독서는 길을잃는 경험도 만들어줍니다. 진정한 독서는 정해진 길 밖으로 나가게도 만들고 그래서 길 위에만 있으면 안 보이는 것들도 보게 해줍니다. 길을 일부러 헤매게도 만듭니다. 우리가 살면서 크게 흔들리면 위험하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흔들리는 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할 겁니다. 그리고 길잃는 것의 해방감이나 쾌락, 또는 생각지도 못한 이득도 얻을 수 있습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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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아무튼 시리즈 25
요조 (Yozoh) 지음 / 위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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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
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사십 년가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안심이다. 그것은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라거나 내가 이 세상에 쓸모 있는존재라고 여겨져서가 아니라 어쨌거나 백기녀와 신중택의 젊은 날 뜨거운 밤을 통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가 존재하게 되어버렸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래오래 살아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 P62

존 메설리라는 미국의 철학자가 쓴 『인생의 모든 의미」라는 책이 있다. "우리 시대의 주요 철학자,
과학자, 문필가, 신학자들이 삶의 의미에 관하여 쓰백여 가지의 이론과 성찰들을 체계적으로 분류, 요약, 정리한 최초의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어 구입하기는 했지만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아니, 솔직히말하면 그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해도 어떤 깨달음을 얻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읽고자 하는 마음이잘 들지 않는다. 삶에는 의미가 있다, 아니다 의미 같은 거 없다, 팽팽하게 대적하는 이 똑똑한 사람들의오백 쪽 넘는 주장들 앞에서 내가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말장난 같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의미와 무의미는 정말이지 뫼비우스의 띠 같다. 경계를 도무지 나눌 수가 없다. 무의미한가 싶으면 의미하고 의미한가 싶으면 무의미하다.
제하(달리는 콘치즈박사)에게 완벽하게 무의미해진공룡들이 제하(달리는 공룡박사)의 어린 시절을 증거하는 의미인 것처럼. 의미에 집착하는 의미 중독자라고 나를 설명하지만 정작 내가 아침마다 경험하는 것은 생의 무의미함인 것처럼.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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