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문장을 쓰며 희망하고 절망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문장들을 모은다. 매일을현재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기에 과거형도 미래형도 아닌현재형으로 쓴다. 현재형이 아닌 시제는 우리의 초점을 흐릿하게 만든다. 매 순간 흩어져가는 나의 파편을 현재형으로 기록하며,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를 꾸준히 수집하고 싶다. 그래서한 권의 책을 만드는 역사가의 자세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나라는 인간의 역사를 묵묵히 완성해내고 싶다. 내가 만드는 책은 과거의 나를 묻는 무덤이 된다. 책을 만들 때마다, 어떤 간극속의 나를 보존하기 위한 무덤 하나를 짓는 기분이다. 책을 만듦으로써, 흐르는 시간 속으로 스러져가는 나의 존재를 가까스로붙잡아둘 것이다.
단어가 감정이 될 때 - 최유수 -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