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쓰는 삶에 대하여 -김은비

예술가의 사명은 완전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
라는 사람은 줄곧 프로필에도 썼던 것처럼 불완전하다. 그런 내가 가장 완전하고 또한 안전하게 느껴지는 때는 글쓰기를 할 때다. 어리석었던 삶의 태도나 불안정했던 마음이 어떤 한 줄이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완전해진다. 지난주에 워크숍을 하다가 나의 글쓰기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생을 걸고 - P58

할 만큼의 간절함‘이라는 말이 떠올랐는데, 나는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이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 - P59

나는 오늘도 문장을 쓰며 희망하고 절망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문장들을 모은다. 매일을현재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기에 과거형도 미래형도 아닌현재형으로 쓴다. 현재형이 아닌 시제는 우리의 초점을 흐릿하게 만든다. 매 순간 흩어져가는 나의 파편을 현재형으로 기록하며,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를 꾸준히 수집하고 싶다. 그래서한 권의 책을 만드는 역사가의 자세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나라는 인간의 역사를 묵묵히 완성해내고 싶다. 내가 만드는 책은 과거의 나를 묻는 무덤이 된다. 책을 만들 때마다, 어떤 간극속의 나를 보존하기 위한 무덤 하나를 짓는 기분이다. 책을 만듦으로써, 흐르는 시간 속으로 스러져가는 나의 존재를 가까스로붙잡아둘 것이다.

단어가 감정이 될 때 - 최유수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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