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잠들어버리는 버릇이 있는 내게 일요일은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참 좋은 날이다.
어제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들과 차이나타운을 돌아 월미도 바닷 바람을 쐬고,
다시 부천으로 가서 교수님과 뜨끈한 온돌방에 앉아 회로 저녁까지 거하게 먹은 후
온 몸에 남아 도는 알콜 기운이 채 해소되기도 전에 일어나 맨 얼굴로 가면 또 혼날까 저어하여
대충 찍어바르고 아침 찬 바람을 휘적휘적 주물러가며 엄마네 집으로 가 방바닥에 앉은 게 9시 30분.
이 시각이면 정말 최고로 일찍 준비한 셈이 된다.
그래도 얼굴이 부석부석해보였는지 정곡을 찌르는 엄마의 한 마디.
"너, 어제도 술 마셨냐?"
에고..아시면서..뭘.
아버지는 일찌감치 상 앞에 만두피 미는 기계를 붙들고 씨름중이셨고
나보다 항상 먼저 도착하는 막내 동생이 아는 체를 하는 옆으로 보이는 반죽 덩어리들과
김치 냉장고에 들어가는 김치통으로 하나 가득. 그것으로도 모자라 이미 덜어 놓은 그릇 두 개에 꽉 찬 만두 속.
"이번엔 조금만 했다. 밀가루 8kg 밖에 안 했으니까 엄살 떨지말어"
윽.
만두라고는 잘 모르고 자라신 충청도 아줌마 우리 엄마는 이북 태생이신 울 아버지가 만두를 즐겨하신다는
그 이유만으로 매번 만두를 이리 만드신다. 사실, 나는 만두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만두를 만드는 날 하루 이외엔 거의 먹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니 내가 먹지도 않을 만두를 만드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게 늘 불만인 내 입을 막기 위한 엄마의 선제공격인 셈이다.
며느리 없는 게 다행이라니까. 불쌍한 올케 구제했다. 우리가..낄낄.
매번 이렇게 수다를 떨면서 만들다보면 점심 잠깐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꼬박 오후 4시까지 앉아서 만들어야
그 작업이 끝이 나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큰 동생이 일하다 말고 회사 일로 불려나가고
그나마 만두피를 제공하시던 울 아버지도 점심 약속에 불려나가시고 나니 일꾼들이 줄어들어 일은 더욱 더딜밖에.
입 큰 사람은 한 입에도 들어갈 만큼 작은 만두는 이북 만두가 아니라고 우리가 수차례 건의를 해도
울 엄마의 작은 만두 사랑은 여념이 없다.
기를 쓰고 만들어서 뒷설거지까지 끝내놓으니 5시. 어깨가 욱신거리고 허리도 아파온다.
나는 먹지도 않는 만두지만 그래도 울 아들 맛있다고 먹어주고, 울 아버지 기쁘게 드시니
그래. 그것으로 위안을 삼자.
아이고..허리야, 어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