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미국)는 한국 정부가 (지난 4월 양국의) 합의를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이행하기를 바란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3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국 정부의 새 방침을 들은 뒤 “지난 4월의 합의는 국제수준의 과학적 근거에 따른 좋은 합의로 이행을 늦춰야 할 아무런 과학적 이유가 없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유 장관한테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발표 내용과 정부의 고시 연기 조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힌 뒤 “우리(미국)는 한국 정부의 조처에 실망했다는 사실을 나는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사실관계 및 과학에 대해 좀더 배우기를 희망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이 문제를 좀더 건설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무례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미국의 주요 쇠고기 수출업체들이 전날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에 대해 도축 당시 월령을 표시해 30개월 이상 여부를 식별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을 공동으로 표명하고 나선 것을 소개하며 “중요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사관 쪽은 수출업체들의 발표문을 기자들에게 따로 나눠주기도 했다.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을 중단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인가?
“나는 지난 4월 한-미 정부의 합의를 변경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더욱이 미국의 쇠고기 수출업체들이 (양국 정부의 합의 내용보다) 진전된 조처를 발표했다. 이 사안은 복잡하고 기술적인 문제로, 정부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양국의) 수입-수출업자 간에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수입업자들이 추가 논의를 원할 수도 있을 텐데, 양쪽의 선의가 있다면 논의에 진전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의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요청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건 수출의 일시 보류를 뜻하는가, 아니면 재협상 용의도 있다는 뜻인가?
“우리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합의 내용을 재협상해야 할 어떠한 필요성도 알고 있지 못하다. 지난 4월의 합의는 한국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에서 적용되는 것과 똑같은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는 엄격한 검역체계를 갖추고 있고, 그 덕분에 미국에선 1997년 이후 광우병이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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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하구나, 이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