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나눗셈, 귀신 백과사전>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귀신 백과사전 - 고전 속에 숨어 있는 우리 귀신 이야기
이현 지음, 김경희 그림, 조현설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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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계산한 죄에 따라 운명이 정해지느니라. 가장 죄가 많은 자는 지옥문, 다음으로 죄가 많은 자는 배고픈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아귀문, 그다음은 짐승으로 다시 태어나는 축생문, 그 다음은 사나운 귀신들이 사는 아수라문, 그 다음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인간문, 끝으로 죄가 전혀 없는 이는 천상문으로 들어가 영원히 극락에서 살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대왕들의 판결에 따라 다시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느니라.

- 염라국입국 안내서 중에서


사실, 겁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무서운 영화 같은 걸 보면 밤에 화장실 가기 겁이 난다든지, 방안에 얌전히 있는 의자가 사람으로 보여 기겁을 한다든지 하는 관계로 가능하면 아예 보지 않거나 꼭 봐야 할 경우 잠자기 전에 썰렁한 코미디를 보거나 신나는 이야기 한 꼭지 정도는 읽어야 겨우 가림막이 되어 잠이 오는 나로서는 그닥 좋아할 수 없는 소재지만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혼자 낄낄대다가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한 것도 여러 번이니 뭔가 따분해서 미치기 일보 직전인 사람들에게는 안성마춤인 책이다. 처음에는 너무 유치하다 싶었는데 그야말로 귀신에 관한 한 없는 게 없을 정도니 귀신만을 취급하는 시장구경을 따라나선 느낌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별왕, 대별왕, 바리데기 이야기는 기본이고 책 속에 전해지는 귀신 이야기나 저승안내서, 염라국 입국 안내서 같은 톡톡 튀는 개성만점 글들이 버티고 섰다가 배꼽을 잡아당기기 일쑤다. 게다가 이야기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그림들이 흥을 돋우고 있으니 한 번 붙잡으면 끝까지 읽어낼 수밖에 없다.

특히 읽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여럿이어서 피식 피식 웃음을 흘린 부분이 있는데

1. 섣달 그믐날, 즉 설 전날을 늘 혼자 지낸다.
2. 섣달 그믐날 밤, 텅 빈 마당을 향해 혼자 무어라고 호통친다.
3. 오래된 옛날 책을 깊숙한 곳에 숨겨 두고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4. 귀신을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귀신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깔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이 바로 귀신 감독관의 특징이라고 한다. 1번에서 3번까지 해당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꽤 많이 보아왔으되 (책과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4번 조건까지 부합되는 인물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으니 '준겸의 친척 이후로 정체를 밝힌 귀신감독관이 없다는'(40쪽) 말이 맞는 모양이다. 


귀신에 관한 온갖 것들을 죄다 알려준 작가는 마지막에 이르러 귀신이란 곧 마음이니,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충고로 끝을 맺는다. 그래도 귀신이 무서우면 작가가 가르쳐준 대로 붉은 팥죽을 먹거나 검은색은 멀리하고 붉은 색을 가까이 하면 된다.
(검은색 옷이 주류인 나는 어쩌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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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샤베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달 샤베트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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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달처럼 이야기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는 것도 드물 것 같다.

이 책 역시 달님이 주인공이다. 물론 반장 할머니가 이야기를 끌고 가기는 하지만.

어릴 땐 나도 달에 사는 토끼를 본답시고 눈이 시리도록 달을 쳐다보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보름달이 둥실 떠올라 세상을 환하게 비춰주어도 제대로 바라볼 여유가 없어졌다.
달보다 밝은 빛들이 세상에 넘쳐나는 까닭이다.

 
무더운 여름날 커다란 달이 눈물 흘리듯 녹아서 뚝뚝 떨어진다.
사람들은 창문을 꼭꼭 닫고 에어컨에 의지할 뿐, 시원한 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여는 일조차 하지 않으니
달을 봐 줄 수도 없다는 게 슬픈 듯이 뚝뚝.

 
부지런한 반장 할머니만 고무 대야로 달방울들을 받아 샤베트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하도 전기를 써대니 정전이 될 수밖에. 너무 깜깜해. 앞이 안 보여.
그런데 할머니 집에서는 노란 빛이 새어나와 따라가봤더니 어라, 맛있는 달 샤베트를 주셨지.
모두들 시원한 가슴으로 잠이 들었지만 이번엔 달이 없어져 살 곳이 사라진 토끼들이 찾아왔군.
할머니는 토끼들을 위해 남은 달 물로 달맞이꽃을 만들어 다시 커다란 달을 만들어주었다는 짧은 이야기는
보름달처럼 환하게, 가슴 따뜻하게 다가온다. 
 


<구름빵>때와 비슷하게 다양한 것들로 그림책을 꾸민 작가의 솜씨가 빛나는데 어떤 것들이 숨어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맨 뒷장을 열었을 때 도움을 준 이들을 '힘솟는 케이크: 임홍재, 백주나' '육아와 집안일 큰도움: 김순덕'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해줘서 아주 많이 웃었다. 역시 동화작가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하늘을 밝혀주던 유일한 빛이던 달!
지금은 희소성이 떨어져 형광등 보다 못해진 달은 사람들 관심 속에서 사라지는 게 슬퍼서
이야기 속에서처럼 정말 점점 녹아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아파트 광고를 위해서 꼭대기에 마련해놓은 빛도 좀 끄고, 현란한 간판들도 좀 줄이고
창문을 활짝 열어 달을 볼 여유까지 가져보는 게 어떨까?  달이 뚝뚝 눈물을 흘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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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나눗셈, 귀신 백과사전>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통방통 나눗셈 신통방통 수학 2
서지원 지음, 심창국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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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수학(간단한 산수까지도)은 내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숫자들이 나를 싫어하는 건지, 내가 숫자들을 고립시키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호들과 힘을 합해 공격을 해오면 당해낼 길이 없다. 어렸을 때는 주판을 배운 덕에 암산도 꽤 잘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과 맞물린 부분들도 함께 고장이 나니 계산력도 떨어지는 게 나를 슬프게 한다.  

 아이가 자라서 이제는 나래보다 훨씬 나은 실력으로 수학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때 나눗셈을 이렇게 가르쳐주었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받아들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낱말이나 문장의 뜻, 사회적인 문제들을 설명하는 건 쉬운데 수학을 설명해주는 건 왜 그리도 어려운지. 내가 굳이 설명할 것도 없이 이 책을 보면 혼자 터득할 수도 있었으리라. 

엄마가 하는 선물가게에서 신상품을 골라 주렁주렁 달고 다니고 새로운 물건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좋아하는 천방지축 나래가 공원에서 나눔버스를 만나 봉사도 하고 나눗셈도 배운다는 설정이 참 좋았다. 반에서 따돌리던 민주를 거기서 만나 외모와는 상관 없이 마음씀으로 인해 진짜 공주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건 약간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뭐, 아이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그렇게 들이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흥미를 더해주고, 나눗셈을 그림을 통해 자세히 보여주니 저학년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는 책이다. 나누는 것을 어려워하는 친구들과 자기 것만 알고 남에게 나누어줄 줄 모르는 친구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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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도망쳤다! 미래의 고전 19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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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도망친다는 설정은 꽤 괜찮았다. 뭔가 나쁜 짓을 한 주인을 피해 달아나는 거겠거니 했는데 갈수록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움직이는 하울의 성>과 <해리포터>, 심지어는 <반지의 제왕>의 그림자가 마구 넘실댔다. 집에 다리가 쑤욱 나와 걸어다닌다는 설정부터가 <움직이는 하울의 성>을 닮았거니와, 벽에 글씨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거나 집이 이동할 때 붙박이로 서있는 집들 가운데를 통과한다는 따위의 신비한 능력은 <해리포터>에서, 모든 나무들이 어머니 나무에서 갈라져나온다거나 뿌리 하나가 아이들보다 훨씬 크고 웅장하다는 것은 <반지의 제왕>을 떠올리게 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 거부감이 드는 건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재민이를 가두고 도망쳐버린 집을 찾기 위한 추격전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아름드리 떡집 아줌마와 같은 부류인 길위의 유목민들의 등장은 신선했고 버림받은 집들이 유령의 집이 되거나, 학교를 졸업할 때 상으로 받은 씨앗이 자라서 자신의 집이 될 나무로 자란다는 이야기, 나무들이 주인을 고른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졌다. 원호와 앙숙이었던 범수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모습을 보는 건 흐뭇하다.

 

 최고가 되기 위해 다른 유목민 집들의 심장에 '욕심' 한 방울을 흘려넣은 왕빛나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집들은 잠시나마 주인들을 배반하고 한 데 뒤엉켜 웅장한 성을 만들었지만 원호의 노력으로 모두들 자신들이 누군지, 주인은 누구인지를 기억해냈다. '욕심'때문에 주인을 버리고 자신을 잃어버린 집들은,  욕심 때문에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과 친구, 이름 모를 타인들까지 어려움에 빠뜨리는 인간을 그대로 보여준다. 혹시라도 맑게 빛나는 호박빛 영롱한 심장이 아니라 왕빛나가 주입한 욕심 한 방울이 섞여 검붉게 끈적이는 액체만 가득 담은 심장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킁킁 냄새를 맡아 볼 일이다.

 

 뚱뚱하고 느리고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할 것 같던 원호가 결국 모든 일을 해결했다. 잘나고 훌륭한 주인공만 등장하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으니 새로울 것도 없긴 하지만, 지나치게 드러나는 일 없이 자연스레 처리한 작가의 노고가 빛난다. 원호가 아름드리의 마음을 읽고 집을 다루는 재주가 있는 것처럼 아직 찾지 못했을 뿐 누구에게나 잘 하는 것이 꼭 한 가지는 있기 마련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부탁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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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번쩍 품성동화>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치 번쩍 품성 동화 번쩍 시리즈 1
글공작소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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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번쩍 뜨일 만한 걸 기대했다. <가치번쩍 품성동화>라는 제목이 좀 근사해야 말이지.

이타심과 배려, 자존감과 인내, 긍정과 용기, 정직과 약속, 겸손과 공경 등 5개 항목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설정은 좋다. 책 한 권을 읽고서 이런 것들을 몽땅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흐뭇한 일이냐. 마치 종합선물 세트를 선물 받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건 종합선물 세트를 풀었을 때 커다란 상자 속에 초콜릿도 들고 알록달록 색이 화려한 사탕도 들고, 바삭바삭한 과자와 말랑말랑한 젤리, 집어먹어도 좀체 줄어들 줄 모르는 감자 칩이 가득했을 때 이야기지, 커다란 봉지에 공기만 잔뜩 주입한 과자 몇 봉지를 발견했을 때를 이름이 아니다.

<행복한 왕자> <바보이반> <소공녀> <톰소여의 모험>처럼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이야기들이 줄줄이 사탕 엮어지듯 들어 있으니 많은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어서 좋지 않으냐고 자신만만해할 지도 모른다. 누가 주인공이고 어떤 일을 겪었다는 줄거리만 대강 아는 것도 가끔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가 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진다면 아이들에게 두툼한 한 권짜리 책을 겨우 서너 페이지로 요약한 이야기를 차마 넘겨주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각각의 장마다 거기에 맞는 이야기를 대여섯 개씩 배치해 놓았으나 이야기만 소개해줬을 뿐 그 이야기를 읽고 어디서 이타심이나 정직, 겸손 등을 찾아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곁들여주지 않은 것도 부족한 부분으로 다가온다.

가치번쩍, 품성동화라는 타이틀답게 좀 더 꼼꼼하고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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