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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가 두 번째로 펴낸 본격 희곡이다. 연극으로도 공연된 적이 있는 작품이다. 파란색 표지에 그린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드는데 알고 보니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다 읽고 나면 그림에 내용에 대한 상징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장본에다 적당한 두께에 글씨도 많지 않아서 부담이 없다. 그러나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총 3막으로 구성된 희곡은 천국 도착과 지난 생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생을 위해 준비하고 떠나는 과정으로 되어 있다. 희곡이라 연극무대를 염두에 두고 상상하며 읽었다. 도입 부분에서 폐암 수술 중 환자를 내버려 두고 골프 일정이 있다며 수술 도중 떠나버리는 의사 아그레망이 등장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에서는 환생하는 것이 형벌이고 희생하는 삶이나 욕구를 참는 삶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것은 어떤 이유일까? 다음 생의 삶은 유전 25%와 카르마 25%, 자유의지 50%로 살아간다는데 전생에서 무용수 엘리자베트 루냐크였던 아나톨이 선택한 삶은 뛰어난 배우이자 연기를 함께했던 여성과의 결혼이었다. 충동적인 행동으로 임신하게 된 여성과 결혼도 한다. 그러나 정작 아나톨은 판사의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이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직업인데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50% 비중인 자유의지로 선택한 삶인데 왜 그런 것일까? 새로운 생을 선택하면서 조건을 선택하는데 학대하는 아버지라니... 장단점을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우울증 같은 병도 선택하고 아버지에게 맞고 자라고 커서 자아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고 내 직업과 성별 장점과 단점을 25% 확률로 선택한다는 상상이 아주 흥미로웠다.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유의지로 삶을 선택해야 하는데 좀 의아스럽기도하다. 경험치가 중요하다고 해도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고민되기도 한다. 가브리엘을 유도하여 현생으로 가게하고 아나톨은 천국에서 심판을 하는 재판장이 된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재판장 가브리엘. 너무 오랫동안 저승에서 심판만 하고 있으면 식상 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더구나 초기 크리스트 시대인 네로황제 시절에 탄압을 받아 죽은 인물이라면 너무 오랜 시간 저승에만 있었다. 베르트랑 검사는 현실의 검사와 비슷하게 사실을 직시하고 냉정한 느낌을 준다. 카롤린과는 전생의 부부관계로 배신을 한 경험도 있고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좋지는 않다. 카롤린은 베르트랑과의 사이에 맺힌 것이 많은 것 같다. 원수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내 옆의 천사 카롤린의 존재는 아주 든든하다. 살다 보면 위험에 처할 뻔한 일이 무수히 많다. 넘어지거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적인 일이 기억에 나지 않은 만큼 많다. 상상만 해도 위안이 되는 일이다.
사람은 죽음 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작은 죄를 지은 일, 양심을 저버리는 일을 하면서 ‘나중에 남이 알게 되면 어떡하지?’ 라고 양심에 손을 얹고 후회해 본 적이 있다. 그런 나에게 과거를 되돌아보는 또다른 시간을 주는 작품이었다.
제1막 천국 도착
제2막 지난 생의 대차 대조표
제3막 다음 생을 위한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