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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평점 :
스캔들에 휘말린 여성이, 소문에서 일어나 시장 선거에 나서기까지의 일정.
미투 운동이 계속되는 지금, 성과 여성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

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인. 루페.
서평단 이벤트로 받은 책으로 평소와 논조, 문투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모 남자와, 모 여자의 스캔들이 최근 우리나라에 발생하였다. 진위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남자는 자신의 성생활을 훈장처럼 떠들어대지만, 여자는 수치처럼 숨기는 현실에서, 여자 쪽이 지고 갈 부담이 훨씬 클 것은 분명하다.
다섯 명의 들려주는 이야기, 비바 제인. 하지만 결국 핵심은 하나다. 모 정치가와 모 대학생의 스캔들. 정치가는 계속 정치 생활을 이어나가지만 모 대학생은 제대로 된 직장조차 구하지 못한 채, 결국 도망치듯이 살던 곳을 떠버린다.
모두가 대학생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상황에서, 대학생이 버틸 수 있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소설 어쩐지 주홍글씨를 닮아 있었다. 주홍글씨에서 멸시받던 여성은, 헌신으로 천천히 자신의 입지를 찾아낸다. 결국은 A는 멸시의 단어가 아닌 훈장의 의미가 된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달갑지는 않았다. 같이 저질렀는데, 여자만 죄인이 되는 현실이 어쩐지 짜증이 났다.
같이 저지른 남자는, 정작 성직자가 되어 존경받고 살다, 마지막에 진실을 밝혔음에도 죄인을 옹호하는 멋진 남자가 되어버렸는데. 쳇. 어째 쓰고 나니 더 열 받는다. 주홍글씨 또 읽을까 했는데 관두어야지.
끝이 끝이 아니다. 대학생의 이야기는 몇 년이 흘러도 계속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심지어 그녀의 딸조차도 그녀의 과거를 알고 난 뒤, 그녀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내뱉는다. 그러고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를 찾으러 가버린다.
남자에게는 관대하고 여자에게는 엄격한 성도덕에 대해, 다시금 확인하는 것 같다.
다행히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여성으로서의 자신마저 포기했던 주인공은, 다행히 원래 원하던 자리에 선다. 선거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선거는 원래도 떨어질 수 있으므로.
과거와 화해하고, 과거를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된 당찬 주인공. 하지만 이 역시 완벽한 결말은 아니다. 결국 달라진 건 딱히 없기에.
불합리한 사회 문제를 꼬집지만, 부담스럽지는 않다. 주홍글씨를 깊게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주홍글씨마냥 불편하지는 않았다. 주인공이 마냥 참고 사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뭐. 이렇게 당당하게 나서서,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죄인이. 그리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입에 담아도 되는, 더러운 여자로 전락할 만큼의 잘못은 아니지 않을까. 그 이후의 인생이 전부 어둠으로 덮여야 할 만큼의 잘못이지는 않을까.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건 맞지만, 분명 한계는 있을 터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역시 그녀를 응원하고 싶다.
스캔들에 휘말려버린 딸. 원망하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은 버릴 수 없는 어머니. 남편을 빼앗겼지만, 그래도 남편을 계속해서 사랑하는 아내. 철부지 시절, 화려한 불륜을 저지르고, 도망치듯 다른 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주인공.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결국은 받아들이게 되는 딸. 얽히고설킨 다섯 명의, 혹은 네 명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여성주의 색체가 진하기에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하지만 미투 운동에 이어 탈코르셋 운동까지 벌어지는 지금 읽어봐도 괜찮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