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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머리 내 친구 순애 ㅣ 낮은학년 마음나눔 동화 2
조수진 지음, 박보라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낮은학년 마음나눔 동화> 2권. 라면머리 내 친구 순애를 서진이와 읽은 날...
서진에게 물었다. "제목 보니까 무슨 생각나?" "라면을 무척 좋아하나보다. 나도 라면 먹고 싶은데..." 


마음나눔동화라는 시리즈 이름이 참 이뻤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더욱더 공감이 가는 이름이다.
늘어가는 다문화 가정의 친구와 편견없이 마음을 나누면서 친구가 되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다문화 가정을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다. 그냥 지나가다가 본 적은 있지만, 그렇기에 그냥 나랑 큰 관계가 없는 사람으로만 받아들여지고 서진이에게 물어보니 서진이도 비슷한 것 같다.
다만 아직은 어른들이 갖고 있는 흑백의 차별이 아이의 마음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언어만 통한다면 사귀는데 관계없을 것 같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방글라데시 벙어리'라고 불리는 뽀글뽀글한 라면머리의 순애가 나온다. 하지만 낯선 이들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말을 하지 않은 것 뿐이지 말도 잘하고, 숲 속의 요정들과도 대화를 나누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친구다.
그런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민 용기와 편견없이 다가서는 친구 동호가 주인공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할머니 댁에 내려온 동호, 시골친구 경석이와 철이와 함께 물장구를 치는데 나무 위에 슬픈 눈을 가진 여자아이가 한명 있다.
친구들은 벙어리, 깜둥이, 거지라고 놀리지만 동호는 왠지 마음이 쓰인다.

어느날 산에서 놀 때 비가 갑작스레 오고 개울가에 물이 많아 고립될 위기에 처한 동호를 순애가 나타나서 말없이 구해준다.
알고보니 벙어리가 아니라 개울의 여신, 숲속의 요정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친구다.
생명의 은인은 순애를 도우며 박스와 빈병을 함께 줍기도 하고, 집에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동호... 순애의 사정을 알고 더욱 마음을 쓴다.
그러던 어느날, 경석이가 아끼는 강아지가 없어지고 그 범인으로 순애를 몰지만 순애는 오히려 강아지를 찾아주고 조금씩 오해를 풀며 다른 친구와도 가까워진다.

방학이 끝나고 아쉽게 순애와 헤어져야 하는 동호, 두 친구 모두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주요 내용은 다문화가정의 순애라는 친구와 가까워지는 내용이지만 작가는 참으로 많은 메시지를 준다.
부족할 것 없이 살아온 동호를 비롯한 많은 아이에게 자신과 다른 삶을 살고 있고 늘 라면만 먹고, 쓰레기나 주우면서 다니는 순애는 결코 불행이라는 이름을 달아줄 수 없다는 사실을....
상황과 처지는 모두 다르지만 경제적인 이유와 얼굴색의 이유로 결코 행복과 불행을 나누기보다 먼저 손내밀 수 있는 용기를 안겨준다.
경계의 대상으로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똑같은 우리나라 사람으로 대하여 정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몇년전에 네팔인 찬드라의 어이없는 경험이 소개된 적이 있다. 다시는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이 책에 감사한다.
p.s 다만 그림이 조금 아쉽다. 전에 읽은 책과 비교되서 그럴까? 그러나 그림의 부족함을 메울만큼 작가의 능력이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