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년이 서 있다 민음의 시 149
허연 지음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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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나쁘다고 생각되어 붙여진 제목인지 의아했다. 혹시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 라는 의문도 가져보면서 말이다.

그냥 평범한 한 사람, 한 남자, 그리고 시인이였을 허연님의 사진에서 자신이 나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듯 한 인상 쓰신다. ㅋㅋ

읽는 시마다 다른 느낌 다른 생각들을 자아내게 하는데... 모두다 이해하고 읽었던건 아니다.

단지 가벼운 마음으로 '그렇구나...' 라는 동요를 하면서 또는 '뭐지...'라는 아리송한 마음으로 한장 한장을 넘겼다.

 

"형 좀 추한 거 아시죠."... 어쩌면 살면서 한번씩은 들었거나 들을지도 모르는 말, 왠지 서글픈 느낌이였다.

 

푸른색...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더럽게 나를 치장하던 색...

소년이게 했고 시인이게 했고, 뒷골목을 헤매게 했던 그 색은 이젠 내게 없다.

나는 푸른색의 기억으로 살 것이다. 늙어서도 젊을 수 있는 것.. 푸른 유리 조각으로 사는 것..

한 소년이 서 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그에겐 푸른색이 그런 의미인건가... 그렇다면 나에게 푸른색은?...

 

난 그저 노트북에 커피를 쏟았을 뿐입니다. 다 세월 속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마음에 남을 뿐 지나가 버린 일입니다. 책상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히는 일이나 후진하다 담벼락을 들이받는 일조차 원래 일어나기로 되어 있던 일...

그나마 세월이 서로를 잡아먹는다는 것만 겨우 알았을 뿐입니다. 원래 일어날 일들이었습니다.

커피를 쏟다. 이 글을 읽으며 지금 나에게 일어났었던 일들이 원래 일어날 일들이였단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내가 후진하다 담벼락을 들이 받은 일도... 원래 일어나기로 되어 있었던 일?... 정말 저자에게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도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해 볼때면 문득 이렇게 될것이라고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저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이 글을 적은것은 아닐까 싶다.

 

슬픈 빙하시대 4는 나에게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듯 했다.

가끔은 토할 것 같다. 돈 버는 곳에선 아무도 진실하지 않지만 아무도 무심하지 않다. 난 천성이 도 닦는 놈은 못된다. 버틸 뿐이다.

 

생태 보고서 1... 우리네 삶을 얘기하는 듯 한데, 이 말의 뜻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것은 이미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라는거겠지...

좆도 아니게 된 것은 이미 좆도 아니었던 것

 

서걱거리다. 이제 사라져 가려는 가을을 느끼게 해준다. 시간에 쫒기어 지내는 나에게 가을과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하게 해주었던 시였다.

서걱이는 마른 잎들에게도 잎의 기억은 남아 있다. 어제였든 아니면 수십 년 전이었든 잎의 기억을 그들은 알고 있다.

아무도 쉽게 죽지 않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시름시름 말랐다. 몇은 쉽게 죽기도 했지만 그래도 잎이었던 그날이 아득한데 다들 서걱거린다.

서걱거리기만 한다.

 

그 산을 내려오지 못했다. 저자의 심경이 느껴지는 듯 하다. 저자의 삶이나 우리네 삶이 무엇이 다르랴~ 단지 그는 열심히 글을 쓴다는 것 뿐...

그가 아파하는 것을 나도 아파하고 그가 슬퍼 하는것을 나도 슬퍼한다.

 

휴면기 작가의 심정을 나태낸 것처럼 느껴진다. 시를 쓰는 그가 말하는 시에 대한 이야기...

세상은 참 시보다 허술했다. 시를 썻던 밤의 그 고독에 비하면 세상은 장난이었다. 인간이 가는 길들은 왜 그렇게 다 뻔한 것인지. 세상은 늘 한심했다.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닌 시를 위해,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길 바라며 시 앞에 섰다.

 

그가 써놓은 여러편의 시들중에 나에게 많이 와 닿았던 글들이다. 아직 이해가 부족할지 모르지만 순순한 내 느낌으로 바라본 시들이다.

멸치라는 시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밥상에서 반찬으로 항상 만나는 그 멸치를 허연은 우리네 삶에 비추어 잘 표현해 놓았다. 새롭다는 느낌도 들면서 읽을수록 좋은 것 같다.

그의 시를 내가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아픔이나 시련들이 조금이나마 느껴지는것도 같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씩은 나쁜 사람이 되진 않을까... 그는 나쁜 소년이였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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