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세계, 신비한 시간 책 읽는 샤미 24
김상윤 지음, 정은규 그림 / 이지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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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천재 발명가로 잘 알려진 ‘장영실’의 어린 시절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에서 영실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습보다 더욱 역동적이고 활기 넘친다. 어릴 때부터 손에 잡히는 거라면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들고 고치는 영실이지만, 그런 영실이가 직접 발명한 물시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무척 흥미롭다. 학창 시절부터 역사 과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영실이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궁금해 얼른 책을 집어 들었다. 표지에서는 패기 넘치는 영실이의 눈빛을 읽고, 인물 소개에서는 영실이와 친구들을 슬며시 파악해 본다. 목차를 천천히 음미하며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해 보는 시간이 즐겁다.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 보기 전 날 이런 망상을 해보긴 했다. 당장 치러야 할 시험을 피하고 싶어 말도 안 되는 꿈을 한 번 꿔본 것뿐이지만, 작가는 나의 망상을 실현시켰다. 물론 이제 억지로 치르는 시험은 다 지나갔지만.

우리가 잘 아는 ‘장영실’의 유년 시절에서 별안간 시간이 멈추고 천지가 뒤집히는 대혼란이 벌어진다. 요괴며 신선, 귀신처럼 별나고 요상한 인물들 덕분에 책장이 후루룩 넘어간다.

솔직히 나는 위인의 이야기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이다. 엄청난 일을 해낸 분들이고, 그 덕분에 우리의 삶도 분명히 나아졌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교과서 속에나 등장하는 대단한 사람들이 교훈을 강요하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시험 때문에 암기해야 할 이름들이니 거리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얼마나 일차원적인 시선이었는지, 지금 생각하니 참 부끄럽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처럼 역사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사람도 조금은 그 시대의 삶이 궁금해지고, 인물을 파헤쳐 보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절묘하게 버무린 이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전에 없던 자극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어떤 책은 한 번 읽고 치워버리지만, 이 책은 기발한 소재와 감칠맛 도는 문체, 상상에 상상을 더하는 묘사 때문에라도 곁에 두고 언제든 펼쳐보고 싶다. 참,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익살스러운 삽화도 빠뜨리면 섭하다.

자, 이제 그럼 뒤집힌 세계, 신비한 시간으로 떠나는 타임머신에 오를 준비를 마치셨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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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코 부우 - 껌딱지 내 동생 견생역전 그림책
이유미 지음 / 지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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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날, 목에 노끈이 감긴 채 검은 강아지가 구청 숙직실로 들어온다. 추위를 피해 들어온 이 강아지는 곧 보호소로 옮겨지고,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에 소개된다. 저자인 이유미 작가가 망설이다 고민끝에 이 강아지를 입양하는 이야기이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힘들어 잔뜩 웅크렸던 부우는 그저 혀를 내밀고 깊은 잠에 빠지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누군가의 따스한 관심에 부우의 몸과 마음이 녹는다. 그동안 부우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안쓰럽다. 사람 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낯선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에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귀여운 부우는 서서히 용기를 내어 적응한다.

동물이야기지만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깨달음을 느끼게 할 듯하다. 우리는 친구가 되기 위해 이름이 필요하고, 관심을 보여주면 마음이 열린다. 너무나도 단순하지만 어느새 잊고 지내던 타인과 동물을 위한 배려와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귀엽고 앙증맞게 전달한다.

부유할 부, 복 우, 부우는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꼬리를 흔들며 보답하고 싶지만 꼬리가 말려서 움직이지 않지만 부유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이 책에는 실제 부우의 사진이 담겨 있다. 표지를 아티바이브(ARTIVIVE) 앱으로 찍으면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는 부우의 모습이 등장한다.



나는 왜 이 책을 읽으려 했을까?

아마 어떤 이들은 내가 개를 좋아해서라고 생각할 듯하다.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내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개를 키우냐고 많이 물어본다.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을 메시지로 툭 보내기도 한다.

“네가 좋아할 거 같아서!”

그러면 나는 친한 친구에겐 솔직하게 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고맙다고 말한다. 그러곤 바로 눈을 질끈 감는다. 다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내가 강아지를 키우게 생겼단다.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나는 개가 무섭다. 고양이는 더 무섭다. 동물이 무섭다.



그런데 동물이 사랑스럽다는 걸 안다.

그래서 또 가끔은 좋아한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이 무섭다.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질투심이 느껴진다.

나는 개를 키울 수 있을까?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람들과 가끔 버킷 리스트를 이야기할 때 개를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생에선 이루지 못할 것 같아 말이라도 하고 만다. 물론 이렇게 밝힐 수 있는 모임의 구성원들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지 꽤나 오래 눈치를 살핀 후 용기 내어 밝힌다.

휴, 참 못났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실제 사진으로 도배된 교재에 덕지덕지 종이를 붙여 가며 동물 사진을 가리기에 바빴다. 심호흡을 한 후에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학생들이 이유를 물어보면 조심스레 밝혔다.

“동물이 무서워…….“

짓궂은 아이들이 갑자기 동물 사진을 들이밀진 않을까 초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도 개를 좋아한다.

개를 만지고 싶다.

이렇게 <하트코 부우>를 쓰다듬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이 책은 무섭지 않으니까 천천히 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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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결함이 있어요
셰인 헤거티 지음, 벤 맨틀 그림, 오현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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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름이 뭔지조차 모르는 로봇 ‘부트’는 어느 날 로봇 분쇄 폐차장에서 눈을 뜬다. 그리고 온 몸이 분쇄기에 으스러지기 직전 가까스로 폐차장에서 탈출한다. 가진 기억이라고는 고작 2.5개. 자기에게 사랑을 베풀어준 베스를 찾아가리라 굳게 다짐한다. 베스를 찾아 떠난 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뿐더러 결함이 있는 로봇을 추적해 부수는 플린트가 끈질기게 뒤를 좇지만, 부트는 거리에서 만난 친구들을 사귀며 살아남는 법도 익히고 서로 힘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 나갈 용기도 얻는다. 로봇 친구들 역시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버려졌지만 우정으로 똘똘 뭉친다.
부트는 자기가 다른 로봇과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입력된 명령을 신속 정확하게 수행하는 다른 로봇과 달리 부트는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질문은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친구들은 결함 때문에 버려졌지만 부트는 결함 덕분에 생각과 감정을 얻었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가 없어 자기가 만든 울타리로 기어들어가 몸을 꽁꽁 숨겨온 친구들은 부트의 도움에 힘입어 진짜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동참하기로 마음먹는다.

흔히 ‘로봇’을 떠올리면 ‘신속’, ‘정확’이 동시에 떠올랐었고 ‘감정’은 전혀 관련 없어보였다. 너무나 당연하게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표지에서도 보이듯 우리의 사랑스러운 로봇 부트는 인간보다도 섬세한 감정을 지녔다. 자신이 누군가를 이롭게 한다고 느낀 감정에서 힘을 얻고, 베스를 찾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 사력을 다한다. 어떻게 이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걸까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다.

로봇의 시선으로 인간을 관찰하는 대목에서는 여러 질문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내 안에 존재하는 진짜 두려움은 무엇일까?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나다움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끊임없이 상처받고 슬퍼하지만, 결함을 지닌 우리는 아름다운 존재일까?
홀로가 아니라 함께라면 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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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 - 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0
이도해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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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해 작가의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가 제 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청소년문학 애독자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충분하다. 더군다나 무시무시하게 살벌한 제목은 보는 이의 호기심을 인정사정없이 자아낸다. 어째서 제목을 이렇게 지을 수밖에 없었을까? 표지에 보이는 이들 또한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상상력을 마구 자극한다.

고등학생인 주인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범생이다. 그런데 이런 모범생이 하루는 서점에 들어가 씩씩대며 문제집에 나온 오답을 찾아 빨간 펜으로 찍찍 빗금을 그어댄다. 잘못 나온 답안지 때문에 학교에서 난처한 상황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분풀이를 하던 와중에 책방 주인 ‘미미’에게 제대로 덜미를 잡힌다. 미미는 이 일을 빌미로 주인공에게 책방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나오라는, 협박을 가장한 제안을 던진다. 우여곡절 끝에 독서모임에 나간 주인공은 비밀 복수모임인 'AA'회원들을 마주한다. 복수를 꿈꿀 수밖에 없는 저마다의 이유가 밝혀지고, 회원들은 독기로 똘똘 뭉쳐 장기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악취를 풍기는 치즈를 다쿠아즈에 조금씩 넣어 언젠가는 미식가들의 후각을 마비시키려는 꿈을 꾸는 이도 있고, SNS에 악성 바이러스를 심어 결국 현실 세계의 연결 고리를 모조리 끊어내려는 이도 있다. 주인공이 보기에도 허무맹랑한 AA회원들의 숙원사업인 ‘복수’가 진가를 발휘할 날이 오기나 하는 걸까?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주인공은 자신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AA회원들에게 지금 당장 복수를 실행하겠다고 선포하는 주인공에게 리더인 이코가 묻는다.
“너 그 애 뒤통수에 지우개라도 던질 수 있겠니?”
그렇다. 주인공은 실제로 지우개 조차 던지지 못한다. 어떻게 복수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문득 자신의 주특기인 공부가 떠오른다. 그렇게 주인공은 반 전체 아이들을 공부시키겠다고 다짐한다.

공포스러울 정도로 치밀한 복수 계획을 발표했던 AA모임원은 알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소심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파란만장한 복수전은 책에서 밝혀진다. 어떤 장면은 너무나 아슬아슬해서 애간장을 녹여낸다. 그래서 응원하고 싶고, 또 말리고 싶다. ‘소심’과 ‘복수’는 어찌 보면 너무 멀어 보이는 단어인데 왜 이 두 가지가 교집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까?

복수를 꿈꾸는 자들이여!
그대들이 아무리 소심하다할지라도 뭐라도 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자체가 심히 유의미하다는 걸 잊지 마시라!
누군가는 이에 감동한다.
누군가는 이에 용기를 얻는다.
또 누군가는, 이에 치유된다.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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