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 - 미처 몰랐던 진짜 내 모습 찾기 프로젝트
윤슬 지음 / 담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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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이전에도 좋은 인상을 받았던 작가님의 신간이 또 나왔네, 그리고 제목을 어쩜 이렇게 예쁘게 지었을까였다. <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윤슬 작가님은 '기록 디자이너'이면서 출판사 '담다'의 대표로 활동하며 열심히 책을 쓰고 또 엄마 역할도 한다. 이 외에도 윤슬 작가를 설명하는 수식어구가 많았다. 불과 몇 달 전에 <나의 비서는 다이어리입니다>라는 책이 출간된 걸 알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책을 냈다니 분명 굉장히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일 것만 같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표지를 살펴보고 첫 장을 넘기며 가장 먼저 눈에 띈 문장이 있었다.

"이상하게 어중간하다는 말이 싫었다"



그림도, 운동도, 공부도, 글도 다 어중간해서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재능이 보이지 않았다는 글을 읽으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집중해서 읽고 싶어졌다.

여전히 어중간하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관점이나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고 하는 말에 조금씩 닮고 싶어졌다.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는 윤슬 님의 글을 믿고 싶었다. 스스로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것을 많이 가져서 결국 '어중간한 것을 잔뜩 모은 사람 중의 으뜸'이라는 표현이 싫지 않다는 말에 응원을 마구 하게 된다.



짤막한 소제목을 단 글이 많이 담겼다. 그중에서 '글만 퇴고하는 게 아니었다'라는 글이 계속 생각난다.

퇴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주의깊게 읽게 된다. 퇴고를 할 때 차라리 다시 쓰는 게 낫겠다는 표현도 이해가 된다.

그중에서 밑줄 그으며 읽었던 구절이 있었다.




59쪽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한 강압적인 변화가 아니라 내면에 잠들어 있는 욕망, 갈증, 열정의 결합이다. 동시에 자기 리듬을 점검하고, 어떤 곡조를 즐기고 있으며, 어느 부분에서 템포가 빨라지는지를 확인하는 협력의 시간이다.



퇴고를 끝마칠 때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적당히 밝아진 기분을 발견하는 것은 나에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선사한다. 뭔가 근원적인 것을 발견한 것 같은 경건함과 함께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글만 퇴고한 게 아니라 마치 자신과 자기 삶을 퇴고한 모습이다.




나는 아직 글을 많이 써보지 않았기도 하고, 매끄러운 글을 쓰려 부단히 노력한 적이 별로 없어서 퇴고의 과정을 많이 거치진 않았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혹시 나도 작가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퇴고를 해보고 싶다는 욕구도 생기는 듯하다.


윤슬 작가가 담담하게 또 겸손하게 자신의 글쓰기 수업을 기획했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진솔한 마음이 느껴져 잘 읽히며 울림이 있었다. 망설이다 글쓰기 수업을 연 첫날, 가장 먼저 한 일은 작가 스스로 '나의 시간'을 복기했다는데 나도 이 과정을 거치며 '내가 누구인가'를 조금이라도 알아가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꽤 오랜 기간 동안 묵묵하고 한결같이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며 열심히 기록하고 글쓰기 수업을 한 윤슬 작가의 글을 천천히 읽을 수 있어서 마음이 정돈된다. 조금씩 책 속에 몰입하다 보니 욕심내지 않되,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도 덤으로 딸려온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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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 - 화폐와 금리부터 부의 축적 원리까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자본주의 수업
더나은삶TV(채수앙)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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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는 전혀 이런 책에 관심이 없었다.

책장을 보면 경제/금융에 관련된 책이 몇 권 있긴 하지만 타의에 의해 살 수밖에 없어서 구입한 책이 전부였다. 당연히 제대로 읽지 않고 군데군데 필요한 부분만 읽다 마는 식으로 접했을 뿐이다.

당연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돈은 중요하다. 돈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을 해보았다.

나에게 돈이란 이따금씩 집착의 대상이지만, 이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잊히는 존재다. 나는 연봉 협상을 하고 과외비를 정할 때 금액을 꽤나 진지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돈이 수중에 들어오기만 하면 언제 신경 썼냐는 듯 잊어버리며, 요즘 어떤 지출이 가장 큰지, 불필요한 소비는 없는지 등의 고민은 고사하고, 통장에 얼마가 남아있는지조차 관심이 없다. 나는 정말이지 경제관념에 있어서 빵점짜리 인간이라 이 점을 개선하고 싶다고 종종 생각하다가도 금세 또 다른 데 관심을 쏟느라 돈에 쏟아부을 에너지가 없다. 지인들이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코인이니 하는 재테크 정보를 앞다투어 설명하는데도 내게는 전부 외계어일 뿐이다. 실제로 엄마가 나에게 왜 이렇게 돈에 대해 무감각하냐고 잔소리를 하셨다. 원래 엄마는 내게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데, 이번엔 내가 생각해도 들을 만했다.

그래서 그 외계어를 조금이라도 알아듣고 싶고, 잔소리도 피하고 싶어서 서평단 책으로 신청한 책이다. 솔직히 두려움이 컸다. 모르는 내용만 수두룩할 텐데, 하지만 자세한 목차에 친절한 세부내용으로 그전보다는 조금씩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듯하다.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책 속에서 화폐부터 금리의 정의, 부가 축적되는 원리를 세세히 알려 준다. 한 번에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저자의 조언대로 하루에 3분씩 꺼내 먹고 싶어지는 책이다. 조금씩 익숙해지면 돈과 경제관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저자는 '더나은 삶 TV'에서 관련 지식을 알려주는 인기 유튜버라고 한다. 조만간 저자가 전달하는 자본주의의 원리를 꿰뚫고 싶다면 저자 채수앙의 유튜브를 먼저 챙겨보고 싶어진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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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자 안전가옥 앤솔로지 10
최현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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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중생활자>는 각각 다섯 명의 작가인 최현수, 나혜림, 김해일, 전효원, 이산복의 작품이 실린 소설집이다.

이 책은 안전가옥과 왓챠 공모전의 수상작인 앤솔로지이다.

안전가옥에서 나온 글이라 나는 전부터 꼭 읽고 싶었다. 미스터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안전가옥'에서 나온 책은 믿어도 된다고. 그래서 나도 그들의 말을 믿어 보기로 결심했다.

약간 생소할 수도 있는 장르소설로, 독특한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 자신은 어떠한 존재인지,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도와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독자의 느낌에 따라 해석이 굉장히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책이다.


첫 번째 소설은 최현수 작가의 '열일곱, 여름, 전쟁'이다.

명국의 군인인 영은 비밀리에 암국의 특수 용병 훈련소로 파견되어 임무를 수행한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암국의 열일곱 살 동갑내기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다. 스파이를 소재로 한 글답게 여러 드라마와 영화가 연상되었다. 읽으면서 몰입이 되지만 솔직히 슬픈 현실에 주르륵 읽어 내려가긴 힘들었다.

12쪽

너는 그 우유 배달부 같은 거야. 조금 다른 점이라면, 네가 우유를 배달하는 배달부이자 우유 그 자체라는 거지. 그 우유가 적어도 도시 하나를 날려 버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지녔지만 어떤 검역 시설도 잡아낼 수 없는 생체 폭탄이라는 점도, 그리고 그게 네 몸속을 흐르고 있다는 것도."

이 구절에서 너무 슬펐다.

네 번째 글은 전효원 작가의 '부처핸접'이다. 제목부터 특이해서 눈길을 끌었다.

작은 절에 기거하는 여승 지거는 랩을 연습하고 있다. 주지 스님이 치매에 걸려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 자그마치 5억 원을 강원랜드에서 탕진해서 지거는 랩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 상금을 타야만 한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좌충우돌 랩 경연을 벌이는 모습이 재미있다.


211쪽

일단 환복을 하시면 안 돼요. 환속하신 거나 마찬가지라 환율 문제도 있고요. 요즘 같은 환절기에 우리나라 환경을 위해……"

"….스님도 랩 경연 프로 한 번 나가 보세요. 우승하시겠네, 아주. 제가 심사 위원이니까 잘 봐 드릴게요. 우승 상금이 5억 원이나 된대요. 아, 스님은 속세의 돈에 큰 관심은 없으시려나."

여기에 소개하지 않은 세 가지 이야기도 독특하고 재미있다.

다음에도 안전가옥 이야기를 읽고 싶다. 뭔가 자극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독특한 책을 읽고 나니 영감이 팍팍 솟는 느낌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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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의 미화원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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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 산의 미화원>의 저자 장수정은 이전에 세 권의 책을 이미 냈었고, 저자의 문체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번 책에 관심이 생겼다.

불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약간 망설이다가 새로운 이야기도 읽고 싶어서 서평단의 책으로 신청했다.



평범한 주부 한주는 바람을 피우다 남편에게 걸려 집에서 도망친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번째로 피운 바람이다. 부랴부랴 도망나온통에 돈과 휴대폰을 챙기지 못해서 산 아래에서 잠을 청한다. 그리고 나서, 다음날에 자신의 일터인 국밥집으로 출근하는데 남편 때문에 직장에서도 짤린다. 한주의 남편은 경찰이다. 내연남도 한주를 나몰라라 하고 유튜브에서는 한주에게 댓글 테러까지 이어진다. 죽기로 결심한 한주는 도망쳐 가게 된 산에서 목을 매기로 결심한다. 낑낑거리며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한주의 성격 탓에 죽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술에 취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 산의 미화원으로 취직을 하면서 기존의 삶과 달라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을 읽다보면 너무 무겁지 않게, 어쩌면 재미있게 상황을 그려낸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 문체가 워낙 좋아서 집중해서 읽게 되기도 했다.



자연을 소재로 그려 나가는 서술에 어느새 책의 소재를 잠시 잊고 힐링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많아서 산에도 가보고 싶고, 그곳의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약간은 특이한 책이지만 뛰어난 작품이라 어떤 책이 좋은지 다시 한 번 여러 생각을 갖게 하는 내게는 특이한 책이다.



비단 자연에 대한 묘사뿐 아니라 사람의 심리 묘사도 탁월해서 다음에 장수정 작가가 신작을 내놓는다면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궁금해질 것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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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에서 부르는 희망가 예서의시 23
김옥자 지음 / 예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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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읽는 시집이다.

책을 소개하고 감상을 하기 전에 꼭 해야 되는 일이 있다.

이 책은 저자 소개를 먼저 하고 싶었다.

시집 <낮은 곳에서 부르는 희망가>를 쓴 김옥자 시인은 극희소질환인 진행성골화섬유이상(FOP)를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책 제목 그대로 낮은 곳에서 가장 낮은 삶을 살아왔고,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어서 침대에 누워 세상을 보고 글을 써왔다고 한다.

김옥자 님은 열한 살 이후 살아온 나날을 배경으로 글을 썼고, 생애 처음으로 희망을 품었을 때를 시작으로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과 고통을 이 시집에 담았다.

열한 살에 추락사고로 전신을 다친 저자는 외로움으로 힘들어하고,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통학해야하는 시골의 학교 생활이 힘들었다고 하는데, 십분 이해가 간다. 홀로 장애라는 병마와 싸우며 구부정한 자세 때문에 자연스레 시야가 바닥으로 향해 항상 땅을 보고 느리게 걸었다고 한다. 낮은 곳에서 느리게 걷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못 보고 스치는 것들인 자연을 자세히 관찰하고 자연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시가 정말 많았지만 한 편 소개하려고 한다. 이 봄에 어울리는 '개나리'라는 시이다.

30쪽

개나리

삐뚤빼뚤 수많은 층계

난간 위로 손을 내민 노오란 개나리

두 눈에 들어오나

마음에 비집고 들어오지 못했다

나 좀 보아달라며 손 내밀었는데

계단이 두렵고 지각이 무서워

가는 길 재촉했다

어느 날 머리채 깎여 나갔고

난간 위로 늘어진 손도 잃었다

한순간 잃음을 안 개나리

꽃도 못 피워보고 떠났다

이듬해 곱디곱게 피어

애절한 눈빛으로 보아 달라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낮은 곳을 바라보는 이를

보았으나 마음까지 담아내지 못했다

불안과 가쁜 숨 몰아쉬랴

그 무엇도 자리하지 못함이 아쉬워

이제라도 기억으로부터 꺼내어

눈에 담았던 것을

마음으로 품으며 느껴본다

너와 한때 추억이었음을

나는 이 책을 읽기 위해 서평단을 신청할 때 한 소개문구에 이끌렸다. 원래 시집에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이 책은 꼭, 반드시, 기필코 읽고 싶었다.

"시를 쓰고 싶었고, 고통받는 이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에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희망을 전하는 것은 현재의 꿈입니다. 이로써 시집을 통해 두 가지 꿈을 이룰 수 있어서입니다."

김옥자 님이 <낮은 곳에서 부르는 희망가>를 쓰게 된 동기이다.

한 달 정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조금 힘들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힘을 얻을거라 굳게 믿었던 나의 예상은 역시나 적중했다. 한 줄 한 줄 읽으며 심금을 울리는 표현을 넘어 내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기분까지 받았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쓴 분이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겪으셨을텐데… 자신의 고통을 승화시켜 타인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따뜻한 메시지가 정말이지 고맙다. 꼭 이 시집을 읽고 힘을 내는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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