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서 부르는 희망가 예서의시 23
김옥자 지음 / 예서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오랜만에 읽는 시집이다.

책을 소개하고 감상을 하기 전에 꼭 해야 되는 일이 있다.

이 책은 저자 소개를 먼저 하고 싶었다.

시집 <낮은 곳에서 부르는 희망가>를 쓴 김옥자 시인은 극희소질환인 진행성골화섬유이상(FOP)를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책 제목 그대로 낮은 곳에서 가장 낮은 삶을 살아왔고,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어서 침대에 누워 세상을 보고 글을 써왔다고 한다.

김옥자 님은 열한 살 이후 살아온 나날을 배경으로 글을 썼고, 생애 처음으로 희망을 품었을 때를 시작으로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과 고통을 이 시집에 담았다.

열한 살에 추락사고로 전신을 다친 저자는 외로움으로 힘들어하고,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통학해야하는 시골의 학교 생활이 힘들었다고 하는데, 십분 이해가 간다. 홀로 장애라는 병마와 싸우며 구부정한 자세 때문에 자연스레 시야가 바닥으로 향해 항상 땅을 보고 느리게 걸었다고 한다. 낮은 곳에서 느리게 걷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못 보고 스치는 것들인 자연을 자세히 관찰하고 자연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시가 정말 많았지만 한 편 소개하려고 한다. 이 봄에 어울리는 '개나리'라는 시이다.

30쪽

개나리

삐뚤빼뚤 수많은 층계

난간 위로 손을 내민 노오란 개나리

두 눈에 들어오나

마음에 비집고 들어오지 못했다

나 좀 보아달라며 손 내밀었는데

계단이 두렵고 지각이 무서워

가는 길 재촉했다

어느 날 머리채 깎여 나갔고

난간 위로 늘어진 손도 잃었다

한순간 잃음을 안 개나리

꽃도 못 피워보고 떠났다

이듬해 곱디곱게 피어

애절한 눈빛으로 보아 달라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낮은 곳을 바라보는 이를

보았으나 마음까지 담아내지 못했다

불안과 가쁜 숨 몰아쉬랴

그 무엇도 자리하지 못함이 아쉬워

이제라도 기억으로부터 꺼내어

눈에 담았던 것을

마음으로 품으며 느껴본다

너와 한때 추억이었음을

나는 이 책을 읽기 위해 서평단을 신청할 때 한 소개문구에 이끌렸다. 원래 시집에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이 책은 꼭, 반드시, 기필코 읽고 싶었다.

"시를 쓰고 싶었고, 고통받는 이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에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희망을 전하는 것은 현재의 꿈입니다. 이로써 시집을 통해 두 가지 꿈을 이룰 수 있어서입니다."

김옥자 님이 <낮은 곳에서 부르는 희망가>를 쓰게 된 동기이다.

한 달 정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조금 힘들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힘을 얻을거라 굳게 믿었던 나의 예상은 역시나 적중했다. 한 줄 한 줄 읽으며 심금을 울리는 표현을 넘어 내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기분까지 받았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쓴 분이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겪으셨을텐데… 자신의 고통을 승화시켜 타인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따뜻한 메시지가 정말이지 고맙다. 꼭 이 시집을 읽고 힘을 내는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