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하시대 -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진심으로 지쳤을 뿐이다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하면 이런 책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표지와 책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나니 내용이 궁금해졌다.

나는 과부하 상태일까? 만약 그렇다면 책을 읽으며 개선하는 방법을 배우면 될 터이고, 아니라면 예전에 과부하 상태였던 때를 떠올리며 다시는 되돌아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보고, 과부하가 닥쳐와도 예전보다는 조금 더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책을 냉큼 읽고 싶어졌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과 내 생각

pp. 33-34

"이 일을 하다 보면 매일 내 안의 일부를 죽여야 해요. 하루도 빠짐없이 말이죠."

개인의 과부하 문제는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스스로 과부하에 걸린 사실을 알아채기도 어렵고, 알아챈다 해도 금세 잊기 쉽다. 본인이 과부하에 걸렸다고 명확히 인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사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과부하는 연속적이다. 심각한 과부하 상태, 과부하가 지나간 후 재정비하고 다시 시작하는 상태, 몇 년 동안 꾸역꾸역 버티는 상태까지 다양하다. 혹은 일상에서 본인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갑자기 깨달을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열세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날 오후의 기억이다. 멀거니 서 있던 내게 다정하고 멋진 청년부 리더가 아이들을 헤치고 다가왔다. 그녀는 먼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듯'이 나를 힘껏 안았다. 그러고는 조금 뒤로 물러나 내 어깨를 잡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넌 지금 놀랐을 거야. 한동안 그럴 테고. 그래도 괜찮아. 이런 일이 생기면 원래 다 그래. 다 괜찮아질 거야."

그 말에 나는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그 말은 훗날 내게 도움을 구하는 누군가에게 해주는 말이 되었다. 과부하가 극심해지거나 지속될 때 고립감을 느끼지 않게 막아주면 큰 도움이 된다. 때로는 과부하에 걸린 사람에게 '이 상태가 과부하된 모습'이라고 인지만 시켜줘도 훨씬 낫다.

->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자신의 건강과 마음을 갉아먹으면서 버티는 중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끈기는 없으면서 호기심만 많아서 일을 잘 벌리는 스타일이다. 이제 소화할 수 있는 만큼, 건강을 해치지 않을 만큼, 특히 내가 괴롭지 않을 만큼만 몰두해야겠다. 그리고 주변에 과부하 걸린 사람은 없는지 나만의 '과부하 레이더'를 작동시켜 더 자세히 관찰하고 혹시나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과부하 상태를 인지시켜주고 싶다.

pp. 42-43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접하지 못해서 건강이 나빠지고 과부하에 시달린다.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의 저자 리처드 루브는 이렇게 말했다.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자연결핍장애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소외되어 나타나는 심리적, 신체적, 인지적 대가, 특히 아직 발달기인 취약한 아동이 치르는 대가를 설명해 준다."

유럽 환경 정책 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녹지를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녹지 접근성이 좋은 사람들 사이에 정신 건강의 불균형이 크다.

자연 박탈은 한편으로는 인종 문제와 연결된다. 미국 특정 도시의 주민들은 은행, 보험, 슈퍼마켓 등 서비스를 공평하게 이용하지 못한다. 레드라이닝(Redlining - 은행, 보험회사가 특정 지역을 지정해 대출이나 보험 등의 금융 서비스를 거부하는 행위)이라는 차별적인 관행으로 많은 유색인종이 중공업 지역 옆에 살고, 해당 지역의 공원이나 녹지 투자는 제한되었다.

.....

"그리핀파크와 패러모어 저소득층 구역의 오염 수준은 다정한 미국인들이 방치하는 일종의 폭력이다. 노골적인 인종 폭력만큼이나 의도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이다. 그리핀파크의 상황은 한 세기에 걸친 선택의 결과이고, 그 여파로 공식적인 분리 정책이 이제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마시는 공기의 질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변형되었다."

-> 우리는 자연환경까지도 차별 대우를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연결핍장애'라는 생소한 용어의 의미를 반복해서 읽는데 참 속상하다. 비단 경제적 위치뿐 아니라 인종까지도 영향을 끼친다니. 지금 이러한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지만 어떤 좋은 아이디어도 생각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물론 내가 어떤 생각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이런 차별이 더하면 더했지 상황이 좋아지진 않을 거란 슬픈 예감만 짙어져 답답함을 넘어 무기력함이 느껴진다.

p. 63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학생이 많아요. 학기말에는 더 하고요. 도서관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이 많아요. 놀라운 사실은 학생들이 수면 부족을 훈장으로 여기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잠이 모자라면 몸이 나빠지는 줄 알면서도, 밤을 새울 만큼 바쁘게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

"군대에서는 원래 잠을 나약함의 증거로 보았습니다. 지휘관은 병사들이 근무 중일 때 자지 않았어요. 요새는 군대에서도 잠이 부족하면 심신이 약해진다고 교육합니다."

-> 이제는 밤새는 건 꿈도 못 꾸지만, 나는 몇 해 전만 해도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한답시고 밤을 새운 적이 종종 있었다. 솔직히 너무 바빠서라기 보다 할 일을 미루거나 최소 시간에 최대의 힘을 다 쓸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초능력을 겸비한 양 헛된 자신감이 솟아난 적이 있었다. 당연히 집중력 부족으로 효율성이 없었고, 더 큰 문제는 밤새고 난 후 과장을 보태면 좀비가 되어버려 시간을 생산적으로 사용하지도 못했을뿐더러,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왜 우리는 잠을 적게 자는 걸 정신력이 강하다고 여기는 분위기에 살았을까? 오늘만 살고 인생 끝나는 것도 아닌데 그동안 참 미련했으니까 이제 주어진 시간을 잘 쪼개서 사용해야겠다. 건강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p. 68

스페인이나 과테말라 등 식사 전통이 견고한 나라들을 보자. 이들 문화에서는 먹는 것만 식사가 아니라,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나눠 먹고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이 식사다. 식사 문화 안에 음식을 대하는 통합적이고 균형 잡힌 관점이 담겨 있다. 함께 밥을 먹고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 문화 전반에 일상적으로 스며들었다. 자연에 감사하는 자리이자 식량을 기르고 음식을 준비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자리일 뿐 아니라, 함께 교감하면서 식사를 즐기는 풍습니다.

-> 솔직히 이 구절을 읽고 부끄러웠다. 나는 그저 저 나라들은 느긋한 걸 추구하고 나태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이 무식하면 큰일이 나는 거다. 물론 이에 대해 머릿속으로만 생각했고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물론 내 기억력을 믿을 수 없다), 만약 아는체하며 떠들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제 식사 시간에 음식이 어떻게 나에게 왔는지, 어떤 재배 과정을 거쳤을지 생각해야겠다. 그동안 허겁지겁 음식을 흡입하기 바빴는데 이제 밥을 한 숟가락씩 먹을 때마다 자연을 향해, 또 요리를 해준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한 숟가락씩 더하고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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