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철학적인 하루 - 열여섯 살 소년, 철학 모험을 떠나다 청소년, 세상을 날다 1
피에르 이브 부르딜 지음, 이주희 옮김 / 담푸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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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섯살 소년인 필리베르에게는 세상은 그냥 많은사람들이 느끼는 그냥 '세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모든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습관적으로 이루어진 것들, 생각, 진리, 의미 등등

그에게는 이제 세상이 의문 투성이일 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머릿속에 떠올라서 나를 괴롭혔던 시가있다.

내가 알고 있는 시 중,

외었었던 몇 안되는 시 중 하나인

그 유명한 김춘수의 '꽃'

 

이 책의 내용을 함축하자면 '꽃'이라는 시를 보여 주면 될 것 같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

.

(중략)

 

'필리베르에게 이 하루가 시작 되기 전에는

그는 다만

습관에 불과했다.

 

필리베르에게 이 하루가 시작되었을 때

그는 그에게로와서

의미있는 세상이 되었다.'

 

뭐 패러디를 해도 딱 들어맞는다.

물론 억지로 바꾼 느낌도 있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의미있는 부분은

필리베르와 칼벨 선생님의 이야기 인것 같다.

칼벨 선생님의 일방적인 가르침이라기 보다는 서로 대화를 한다.

시간상으로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지식적으로는 많은 내용에 대해서...

 

그 중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부분은 '죽음'에 관한 대화를 할 때이다.

"진짜 죽음은 흐르는 시간을 소홀히 할 때 찾아오는 거야. 남들이 우리 시간을 대신 관리하게 내버려 둘 때 말이다. 진짜 불행한 사람은 자기 시간이 없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여유가 없는 사람, 생각할 시간을 절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이야."

정말 무섭다. 죽음이란 것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를 하는 것 같은 대화였다. 우리가 알고있는 '죽음'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정말로 이 말처럼 시간을 소홀히 할 때 찾아오는 '죽음'이야말로 정말 무섭고 경계해야 하는 것인것 같다.

그리고 '죽음'이란 의미에 가장 맞는 것 같고...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지만, 한 사람의 삶은 누군가가 신경 써서 기억하는 한 죽지 않는다.'

이 글에서 '백아절현'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자신을 알아주는 벗이 죽음으로써 백아가 거문고를 끊어버렸다는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고.

백아의 행동으로 인해 그의 친구 종자기가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참 신기한것은,

같은 지역에서 살아간 사람들도 아니고, 동시대 사람들도 아닌데

이렇게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이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 그 생각이 지금에서도 의미가 와닿는 것이다.

 

궁금하다. 그래서 끝으로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과연 나는 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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