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 삶에 영감을 불어넣는 40가지 철학의 순간들
인생학교 지음, 정은주 옮김, 알랭 드 보통 기획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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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드보통

#인생학교

#나를채우는일상철학



우리의 굽은 본성을 인정하는 것은 낙담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관대한 마음과 씁쓸하지만 멋진 유머가 생겨난다. 그리고 칸트가 덧붙였듯이, 굽은 목재도 재능 있는 목수의 손에서는 아름다운 마루로 거듭날 수 있다.

-p27


금가루가 묻은 귀한 선들은 깨어짐 그 자체가 풍부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생각은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우리 모두는 어떤 면에서 깨어진 피조물이다. 수리가 필요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수리한 그릇은 우리 또한 분명한 결함을 지녔더라도, 다시 조립될 수 있고 여전히 사랑받을 수도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다.

-p46~47


선불교에서 벚꽃은 이 복잡한 감정의 핵심 대상이다. 벚나무에 달린 섬세한 꽃들이 만개하여 선사하는 아름다움은 불과 며칠밖에 지속되지 않지만, 그 아프도록 짧은 생 때문에 오히려 한층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또는 밤하늘 보름달 앞을 지나가는 구름이라든지, 가을날 안개 자욱한 호수 위를 가로질러 낮게 날아가는 왜가리의 아름다움도 그와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이 불교의 근본 진리를 상징한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또한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이며, 우리 역시 이울고, 점차 희미해져 마침내 죽을 것이라는 진리 말이다. 이는 절망할 이유가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기회를 위해 인생이 한순간임을 분명히 염두에 두고,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여길 이유가 될 뿐이다.

-p58~59




알랭 드 보통은 우리의 삶 속에 철학이 스며들어 있음을 말한다. 흔히 철학 하면 너무 어렵고 삶과는 거리가 먼 무거운 문장들이 많은 학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대다수인데-물론 나 포함해서- 일상 속에 철학이 어떻게 녹여 있는지 알게 되면 그 전보다 철학이 어렵지 않게 느껴질 거라고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내게는 철학이 어렵고 따분하게만 느껴지는데 일상에서 어떤 철학을 느낄 수 있다는 건지 알고 싶었다.


이 책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법, 관계에서 중심을 잡는 법,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법 네 가지의 큰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장 제목에 맞게 소제목과 관련된 철학이 어렵지 않은, 일상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문장들로 이뤄져 있다. 지극히 일상에서 우리가 고민하는 부분, 힘들어하는 부분을 세심하게 다뤘다. 철학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하단에 기재되어 있고 철학자가 남긴 유명한 말과 함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철학자의 생각을 편하게 녹여냈다. 찬찬히 읽고 보면 철학을 멀리 할 이유가 없었구나 싶다.


어쩌면 지금보다 젊었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이렇게 와닿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어느 정도 인생에 대한 짬밥이 생기고 남들이 말하는 연륜 비스무리한 게 생기다 보니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내 자신을 알아가게 되면서 일상의 철학이 좀 더 공감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지혜로움, 친절함, 진지함, 선함을 추구한다면 지혜롭고 친절하고 진지하고 선하게만 행동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때로는 마키아밸리적 방식으로 행동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의 본성이 약해서가 아니라, 험난한 세상에서 무엇이라도 되게 하려면 얼마 동안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인의 집념으로 밀어붙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p157


세상을 무조건적으로 선하게 살아가라는 사고방식보다 세상을 읽어내려가는 방식을 알려주는 페이지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을 잘 읽어내는 시선과 생각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모든 철학자가 다 완벽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자의 생각과 문장에는 그 시대의 역사와 사고방식이 스며들어 있다. 그걸 감안하고 우리는 철학자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한 장씩 짧게 그리고 굵게 일상에 적용되는 철학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도 부담감이 들지 않아 좋았다. 일상의 철학 한 페이지씩 읽어가는 하루를 보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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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 삶에 영감을 불어넣는 40가지 철학의 순간들
인생학교 지음, 정은주 옮김, 알랭 드 보통 기획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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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철학이 어려운 게 아니었구나 하는 걸 깨닫게 해줬다. 일상에서 적용되는 철학이 이렇게 다양하고 삶에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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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보름달 밤에 만나 웅진 세계그림책 247
노무라 우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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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포근한 잠자리 동화. 오리너구리가 그물로 보름달을 뜨는 모습은 귀엽고 아늑하고 따뜻해요. 아이와 읽기 너무 좋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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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보름달 밤에 만나 웅진 세계그림책 247
노무라 우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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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다음보름달밤에만나


반짝이는 달빛이 영롱한 표지에 반한 책

다음 보름달 밤에 만나

이 책을 보자마자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밤이 따스함으로 가득한 표지가 딱 잠자리 동화로 알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리너구리와 쿼카, 가시두더지의 귀여운 뒷모습이 시선 강탈이다, 증말 :-)


보름달이 뜨면,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오리너구리, 쿼카, 가시두더지

밝은 보름달빛 아래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보면 어느덧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달빛과 밤의 색 조화가 너무나 좋다.

밤의 어둠이, 환한 달빛이 서로 대비되는 느낌이 불편하지 않고 아늑하다.


달빛을 따라 집으로 가던 오리너구리 눈 앞에 호수 위에 반짝거리는 빛이 뚜둥-

달님이라는 걸 알아차린 오리너구리는 그물을 가져와 달님을 건지려고 애를 쓴다.

그물로 달님을 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리 봐도 너무 귀여운 것!

그물 안에 가득 찬 달님만 봐도 눈부시네.


꺼낸 달님을 커다란 병 안에 넣고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오리너구리는,

달력을 보고 보름달 밤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맛있게 새우피자를 구워서 나가는데 이상하게 너무나 조용하고 어두운 바깥,

부엉이 할아버지의 노랫소리도 안 들리고 동물들 발자국 소리도 안 들리는 고요함만 감돈다.

보름달이 지난주부터 사라져서 동물들이 깜깜함 속에서 힘들게 살고 있다.

오리너구리가 건진 달님이 하늘의 달님이었던 거다.

오리너구리 집에 도착한 세 동물들은 다시 호수 위에 달님을 놓아준다.

두둥실-

달님이 다시 하늘 위로 떠오른다.

달님이 떠오르자 밤이 밝아졌고, 부엉이 할아버지의 노랫소리도 들려온다.

보름달이 다시 자리를 찾았네.

두둥실 환한 보름달빛 아래에서 오리너구리와 쿼카, 가시두더지도 달콤한 잠에 들 거야.

우리도 이제 잠자리에 들어보자.

아이들에게 잠자리 동화로 너무 읽혀주고 싶은 책이다.


그림책과 함께 배우는 상식 하나,

뒷면에 각 나라마다 달 안에 무엇이 보이는지 알려주는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달 안에는 방아 찧는 토끼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나라에서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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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춤
김지연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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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춤

#키위북스

#유아그림책

#판화그림책


아이들 책을 접하면서 다양한 그림과 이미지들을 만나게 되는데,

내가 '달빛춤' 책에 사로잡힌 가장 큰 이유는 판화 그림책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표지가 참 영롱하고 아름다운 '달빛춤'

보름달을 양 손 가득 올려 들고 있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보름달이 주는 풍만한 기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꽃과 뻗어나가는 가지들이 알 수 없는 고귀함을 느끼게 해줬다.



달빛춤을 만든 김지연 작가는 운주사에 들렀다가 그 곳에서 깨지고 제멋대로 서 있는 돌탑과 돌부처를 만났다고 한다.

돌탑과 돌부처, 운주사가 고요히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음에 담은 채 책 위에 고스란히 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달빛춤'의 주인공인 차돌이에게는 소원이 있는데, 바로 동무가 생기는 것이다.

보름이 언제 오는지 무지 궁금한 차돌,

보름이 오면 하늘 잔치가 열리고 모두 한바탕 춤을 추면서 동무가 된다.

차돌이가 보름을 기다리는 이유다.

불교 문화가 담긴 유적들을 보면 이상하게시리 마음이 웅장해지고 차분해진다.

판화 그림책이라 그런지 그 느낌이 더 물씬 난다.



크고 환한 보름달 아래,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그 어떤 조건 없이) 저마다 춤을 추고 즐긴다.

달빛 아래에서 추는 달빛춤은 더 흥겨워지고 한데 어우러져서 하나의 마음이 된다.

보름달 아래 달빛춤으로 차돌이에게 멋진 동무가 생겼을 테다.

보름달은 이제 또 다른 곳으로 향한다.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을 피워줄 그 곳으로.

우리가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늘의 달이 눈 안에 가득 차오를 때가 있다.

'달빛춤'의 책이 이러한 효과를 준다.

집 안에서 읽는 책 한 권이 내 눈 안에 큰 보름달을 가져다주는 효과.

책이 간접 경험의 도구가 되어준다는 것을 알려주는 창작 그림책이다.



오늘은 '달빛춤'을 읽으면서 달의 기운을 물씬 느껴보자.

달 아래에서 우리만의 몸짓도 한 번 펼쳐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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