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줄기를 따라
정지원 지음, 강순석 감수 / 필무렵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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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줄기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우리는 무엇을 만날 수 있을까?


예전 뉴스에서 이 환경이슈를 다룬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에 있던 구럼비 바위가 발파된 뒤,

그 자리에 해군기지가 지어졌다는 보도.

정지원 작가는 강정천을 걷다가 마음에 담은 이야기를 '물줄기를 따라'라는 책으로 펴냈다.


발파된 구럼비 바위에서 물줄기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강정천

작가는 수수께끼의 아이를 만나 강정천 일대를 돌아본다.


작가의 시선과 수수께끼의 아이가 지닌 시선이 합쳐지는 이야기를 저릿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을 '소중함'보다는 '소홀함'으로 대할 때가 많다.

대가 없이 주어졌다고 생각해서일까. 때문에 우리는 자연재해 등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곤 한다.

구럼비 바위가 발파되었을 때 그 주변의 자연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세상살이를 겪은 어른들의 눈보다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아이들의 눈이 정확할 때가 많다.

강정천을 따라 걷다 만난 수수께끼의 아이는 주상절리가 울고 있다고 말한다.


울고 있는데?

주상절리가 깎여 나가서 안에 있던 바위 얼굴들이 드러났잖아.

날마다 어떤 나무가 사라지는지 기억하고 있어.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녹나무 숲, 은어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강정천은

강정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주상절리를 따라 암반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하 암반에서 올라온 깨끗한 물은 사람들의 취수원인데, 물을 머금은 대수층이 파괴되면 누군가의 보금자리를 잃게 되는 위태로운 상황이 생긴다.


개발과 보전은 동전의 양면이다.

동시에 이 둘을 진행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허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최대한'의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최소한'의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는 말한다.


모두 이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다는 거 알아?

깎여 나간 땅도, 뽑힌 뿌리도, 떠난 흔적도

모두 이 곳으로 떠밀려 와.

아픔이 이어지는 거야.


상처가 난 자연은 회복되기까지 너무나 많은 세월이 걸린다.

우리는 생채기를 내기 전에 보듬어줄 포용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정지원 작가의 그림은 자극적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강정천을 보여준다.

그림은 이야기의 몰입을 자연스레 도와준다.

강정천을 걷고 있는 것처럼, 수수께끼의 아이가 건넨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는 것처럼.

자연이 내어주는 그 모든 것을 우리가 의심 없이 받는 것만큼,

우리도 자연에게 내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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