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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팡세
블레즈 파스칼 지음, 강현규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7월
평점 :
#도서제공 [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요즘 내 화두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 철학쪽으로 책을 많이 읽고 있다. 파스칼의 팡세는 니체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니체는 너의 기준대로 살면 된다 라는 느낌이라면, 파스칼은 그래도 사람과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가이드라인은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인간은 갈대와 같다. 그러나 생각 안에 우주를 담을 수 있다."라는 말을 내가 읽은바로 번역하자면, 인간은 갈대와 같아서 이래저래 흔들릴 수 있지만 뿌리가 꺾이지 않는다면 우주를 담을 수 있다, 흔들리지만 뿌리가 꺾이지 않는 방법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알려주겠다로 말이다.
초반부에 "유흥없는 젊음은 허무와 마주하게 된다."라는 글귀를 보고 술을 좋아하는 나는 인스타에 올리며 파스칼이 한 말이니 맞을 것이다! 라며 내가 술마시는 것에 대한 합리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후반부에는 "유흥은 즐겁지만비참하게 만든다."라는 글귀에 좌절했다 ㅎㅎ 유흥은 젊은 날에만 허락된 특권일 수도 있다. 이미 불혹의 나이를 지난 나에겐 유흥의 즐거움을 느낄수록 비참함 비스무리한 감정을 갖는건 어쩔 수 없다.
요즘 내 마음을 대변하는 문구들도 눈에 띄었다.
"공허한 쾌락이 진짜처럼 느껴진다."
"완전한 휴식은 인간에겐 고통이다."
감사하게도 먹고 살만하게 됐고, 아이도 꽤 커서 손 갈 일도 줄고 하다보니, 아쉬운게 없어서 그런지 요즘 내가 좀 나태하다. 나태하니 사람 만나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이 공허한 쾌락이 한 때는 진짜처럼 느껴졌는데, 사실 이것도 어느정도 하다보니 허무하다. 목표가 있고 목적이 있을 땐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버티고 그러다 주어진 휴식은 꿀맛이었는데, 매일이 휴식인 지금은 큰 고통이다.
그래서 무의미한 사람들을 끊어내고, 지금은 애정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있다. 그리고 대부분 혼자만의 시간을 좀 더 의미있게, 풍성하게 보내고자 노력중이다. 대부분 심심하긴 하지만 이 심심함을 견뎌야 허무한 관계를 맺지 않는 것 같다.
가정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다 마음이 이끌리는 여자를 만나거나, 혹은 며칠동안 흥겹게 놀고 나서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복귀하면, 그는 어김없이 허탈함과 비참함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주 흔하게 벌어진다.... 내가 요즘 느끼는게 그런 권태였나보다. 나뿐아니라, 한 번 뿐 아니라 아주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니 괜찮다.
파스칼의 팡세의 표지를 보고, 항해사 출신의 친구는 헥토파스칼을 떠올렸다고 했고, 개발자 친구는 파스칼 계산기를 떠올렸다고 했다. 나는 파스칼을 그냥 철학자 파스칼로만 생각했다. 사람은 자기가 살고있는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자기가 겪은 경험들을 넘어서는 생각을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토론이 중요하구나란 생각을 했다.
**알아보니 파스칼은 철학자임과 동시에 유명한 수학자여서 헥토파스칼이나 파스칼 계산기나 그 이름에서 파생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