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힌트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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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삶의 힌트 >

 

최근 서점가를 점령한 일본 작가들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문화를 따라가다보면 정체성까지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그럼에도 일본 작가에 열광하는 것은 분위기 편승과 마케팅도 큰 몫을 하겠지만

여전히 우리 문단에 고루한 줄타기가 문제가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일본의 문학상은 정말 많아서,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만 편애하는 중인데

그 중에 나오기캉의 심사위원으로 오랜 활동을 하신 작가,

이츠키 히로유키의 에세이라 하니 관심이 컸다.

유년의 시절을 한반도에서 보낸(일제 점령시기) 특이한 작가이력도 함께.

 

혹시나 그 시절의 우익 일본 풍의 글이 아닐까 하여 조심스러웠으나

이츠키 히로유키의 글은 유난스럽지도 단호하지도 않다.

오히려 "마음의 기록 같은 글"이다.

삶에 대한 그리운 편린을 행위에 빗대어 느낌을 적은 글이다.

 

강요나 조언보다는 "힌트"적인 견본의 삶을 얘기 하고 싶었다는 작가.

기쁨을 먼저 얘기하면서도 죽음 앞에 겸허한 글들.

나름 일본 에세이라 하기엔 두텁고 잔잔하다 못해 애잔해지는 느낌도 있다.

쓰여진지 오래된 글에서는 당시의 역동성이나 전후의 험악한 사회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작가만의 향이 뿜어나오는 듯 하다.

 

오래전에 연재하던 글을 묶어 문고판으로 내었고,

그 문고판(5권)을 엮어 이번에 애장판으로 냈다 하니

일본에서도 이 책이 얼마나 스테디셀러였을까 싶다.

민족과 국가관을 떠나 "삶"이라는 주어진 문제 앞에서

누구든 같은 고민과 걱정과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들을 하나보다.

 

일본 작가라는 편견에 혹은 일본 문학이 껄끄러움이 있다 하더라도

이 책은 삶에 관한 인간적인 면모를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이야기하기에 전혀 부담이 없는 책이다.

이 책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다. 계속되는 우리의 삶 속에서

더 나은 삶의 영위를 위한 힌트를 내보이는 것으로 그 목적을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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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는 나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했을까? - 불량한 유대인 엄마의 유쾌한 엄마 노릇
질 스모클러 지음, 김현수 옮김 / 걷는나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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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왜 엄마는 나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했을까? >

 

아직 미혼인 내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친구에게 서운했던 일 한가지.

재채기를 하는 나에게 아기가 감기 옮을 수 있으니

아기를 보러오는 것을 미뤄달라는 것. 재채기가 뭐 어쨌다고 옮는다는 것인지.

그러면서 아기를 낳는 순간 여자들은 달라지는구나 했던 기억이 스쳤다.

아이를 낳는 순간 세상이 달라진더니 20년 우정에 쩍하는 금가는 경험이였다.

당연시했던 아기를 낳은 엄마의 육아는 어땠길래

꼭 엄마들은 너같은 딸을 낳아봐야 한다고 말을 하시곤 했는지.

 

이 책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엄마의 시간과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우리 엄마)의 상황을 느끼게 된다.

저자 질 스모클러는 첫아이의 이름을 정하는 과정(릴리로 낙찰)에서

아이들을 낳고 키워가며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본능적으로 행해지는 행동들,

둘째(벤) 셋째(에반)를 연이어 낳으면서 아기들에 갖는 애정과

안달복달거리던 육아에서 절대 안정기에 접어들 수 없는 현실들을

적나라한 표현과 상황으로 웃음과 공감을 얻어내었다.

 

출산후 5주동안 바깥출입을 않았던 첫아이와 다르게

셋째는 열흘만에 바깥을 나갔지만, "애는 죽지 않았다"는 말이 확 와닿는다.

초보엄마에서 경험을 겸비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도 재미있다.

그 속에서 나만 그런 것인가 하는 자책어린 걱정들도 유쾌하게 날려버린다.

엄마들은 다 같은 과정을 겪게되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또 육아에 있어서 경쟁적이지 않는 등의 자신의 육아원칙이

얼마나 안타까운지에 대해서도 일설한다.

아이를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변수와 계획변경이 삶을 바꿔놓는지에 대해서도.

 

형제가 여럿인 집에서 경험적으로 자신의 사랑과 몫을 사수했던 경험들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닌, 신경과 시간이 나뉘는 것이니

차별이라 내내 불평했던 부분들이 엄마에게는

단지 채워줄 수 없었던 인간적인 면모라는 것도 알게 되고.

애정사이클이라는 것에 더더욱 공감하게 되고.

 

논리가 통하지 않는 엄마의 세계가 이러하구나 하는 간접경험이 적절한 책이다.

육아서이기도 하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책이기도 하다.

웃음코드로 읽어내린 이 책에는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전형적인 모습과 고민들이 이해되며

과연 지나가는 엄마들을 왜 아줌마들은 저러한가의 의문이 저절로 사라진다.

그럼에도 가게에서 떠드는 아이들을 향한 시선들과

아이들을 제지하지 않는 불량엄마들을 향한

이해와 알량한 동정 사이에서 여전히 갈등하게 될 듯하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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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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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한낮인데 어두운 방 >

 

에쿠니 가오리의 불온한 상상과 침울한 사랑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대놓고 불온한 소설이라 하니, 꾹꾹 눌러놓은 자아의 깊은 내면 속 발칙함과

욕정이 담긴 '판도라 상자'가 열려버릴까 두렵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내심 설레였던 에쿠니의 새 책 <한낮인데 어두운 방>.

 

실제 책 내용은 불온한 내음을 풍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아찾기에 나선 주인공의 내면의 흐름에 내맡기고 있다.

비록 그 방법이 세상이 정한 기준에서는 '불륜'이라는 차가운 시선일지라도.

 

겉으로 보기엔 완벽해보이는 주인공 미야코의 평온한 삶.

히로시에게 지쳐가던 미야코에게

존스는 틀 밖으로의 세상에 대해 알려주고,

소소한 일상 속으로 사랑의 기쁨으로 다가온 존스에게서

자아를 찾고자 했던 미야코의 일탈은, 강행된다.

필드 산책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메이슨 카운티의 다리>의 프란체스카의 아쉬움이

중년의 격정적 사랑을 행동하지 못하는 자아의 굴레였다면

권태로움 속에서 자아찾기에 나선 미야코의 사랑은

일탈이 가져온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기운빠지는 책이다.

(새장 속의 새를 좋아하고 노리는 나쁜 남자, 존스)

 

이 책 역시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스타일이다.

여성으로의 삶, 그 일탈을 이해받고자 하는 태도들,

그 삶 속에서의 나른하고 침울한 일상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툭 던져보는 그녀의 찌름이

우리의 삶을 투영하기에 그녀의 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게 아닐까.

 

'당신도 나랑 같은 생각이지. 그런 생각은 항상 하면서 살잖아'

우리에게 전하는 에쿠니의 속삭임.

 

읽으면 읽을수록,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빠지게 되는 에쿠니의 책들은

자아에게 가장 솔직한 목소리로 소곤소곤대니,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일 수 밖에.

이번을 꼭 마지막으로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기를 다짐해 본다.

불온한 마음이 발현될까 두렵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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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건축을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로라 S. 더스키스 엮음, 박유안 옮김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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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 건축을 말하다 >

 

건축과는 관련이 없는 삶을 살다보니 문외한에 가까웠다.

기회가 있어 건축가 조원용님의 강의를 듣고 난 뒤,

건축에 스며든 철학과 그 철학에 의한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정 분야의 특정한 기술로 고뇌하는 건축가는 건축을 어떻게 말할까 궁금했다.

 

그들이 만든 건축물이 평가를 받는 스트레스를 어찌 감당할까.

쉽게 따져 아름답기만해도 부실공사라면(최근 베네치아의 다리 이야기이다),

영감을 가진 건축이지만 아름답지 못하다하여 외면받는다면.

 

세계 최고의 건축가들의 방대한 지혜와 명언을 함께 만끽하고 싶다는

저자 로라 S. 더스키스(건축회사의 사서이다)는 시대와 공간을 통털어

건축가들이 중시했던 부분을 모아서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한번 지어진 건축은 인위적으로 해체작업을 하기 전에는

그 자리에 그 위용을 뿜어내기 때문인지

건축가들의 고뇌에 찬 명언들은 한결같이 경고성이다.

 

자연을 중시하고, 인간을 생각하고, 한계를 인정하라 했지만,

반면에 독창적이고, 자존감있는 건축을, 독창적이고 발전적인 새로움을 중시하는 조언들이다.

 

화려하거나 웅장하거나 혹은 디자인이 아름답다고 다 건축물이 아니듯이,

결국 철학적 영감 속에서 인간의 삶을 고민했던 건축가가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 내었던 바로 그 건축물만이

생명을 얻어 오랜시간 우리와 함께하지 않았나 싶다.

 

건축이라는 생소한 분야의 생소한 직업 건축가(건축업자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들의 삶과 특징 또한 본연의 인간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는

유머러스한 대화형식의 조언들이 재미있는 책이다.

 

 

난 휴가가 정말 싫다.

아니, 어딘가에서 건물을 지어 올리고 있어야 할 사람이, 왜 해변에 앉아 노닥거려야만 한단 말인가? - 필립존스

 

나는 새벽 다섯 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 문자 그대로 일에 푹 파묻혀 산다.

다만 며칠이라도 휴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난 아마 신경쇠약으로 쓰러지고 말 것이다. - 리처드 노이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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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디자인을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사라 베이더 엮음, 이희수 옮김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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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 디자인을 말하다 >

 

머리와 가슴과 마음이 표현하는 제각각의 의미를 하나로 빚어 낸 결과물을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전문 디자이너이기에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자신있게 디자인에 대한 잠언을 뽑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고,

그 감각에 실린 잠언은 어떠할까 궁금했다.

 

만들어내기 위한 창작의 고뇌와 그 결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좋지만,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의 철학적 인내심이 느껴지는 잠언들에 대한 기대가 컸던 책이다.

나는 생활과 예술 속의 디자인을 누릴 수 있는 자격만 가진 일반인이고

내 생활 요소요소에서도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만들어진다'는 것만으로 디자인이라 말할 수 없거니와 그 세계를 이해조차 할 수 없으니.

 

저자 사라 베이더는 오히려 도서 편집자이고 작가이며 학자인데

최고 기량의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명언을 수집했기에, 이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이 명언들이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폐부를 찌르는 만능칼"이 되기를 바란다고.

 

어쩌면 동경에 이끌려 읽은 책이다.

전문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에 대한 소소한 의견과 그 이야기에 대하여 알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기대가 컸기에 실망이 컸던 책이다.

 

네임인덱스를 읽으며, 이렇게 많은 디자이너들이 있구나 하는 반가움과

그들의 잠언(?)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발췌록들.

어쩌면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글들이 주옥으로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전문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좀 달라보이는 책이 아닐까.

이 책에 등장하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에 환호하며 감동받는 것에 비하면

잠언들은 가볍다는 생각이였지만, 그들의 전문은 말보다 디자인이지 않은가.

순간적인 영감이 영원함을 만들어내는 그들은 말빨보다야 디자인빨이지!!

디자인 DNA가 없는 내가 안타까워지는 책.

 

 

1975년에 그놈의 (I♥NY)을 만들었을 때

홍보용으로 두어 달쯤 가다 말겠거니 생각했다.

 

 밀턴 글레이져 (1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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