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사랑을 미뤘다 - 생각만 하다 놓쳐버리는 인생의 소중한 것들
김이율 지음 / 아템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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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또 사랑을 미뤘다 >

 

감성에 호소하는 좋은 책들. 참 많이도 읽었다.

읽다보면 내용이 너무 가벼워 저 깊은 곳에서 짜증이 솟구치곤 하여

최근엔 외면하는 편인데, 온정어린 마음이 당기는 연말이다 보니

"생각만 하다 놓쳐버리는 인생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 비슷한 마음에

읽게 된 책 <오늘, 또 사랑을 미뤘다>이다.

 

저자 김이율은 카피라이터였고, 가슴이 시키는 일을 찾아나섰기에

지금은 험난한 작가의 길을 가고 있다고.

 

이 책은 아껴도 너무 아끼고, 미뤄도 너무 미루는

사랑과 실천에 관한 짧은 단상들을 실어두었다.

엄마와 아빠, 형제자매와 친구들, 이웃들,

심지어 일면식 없는 사람들과도 나눠야 하는 사랑들.

무엇보다 자신과 꿈에 대한 사랑이 인상적이였다.

이미 읽었던 <세 얼간이>의 파르한의 꿈이였던 사진작가.

나의 사랑 실천력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했다.

 

사랑, 저자가 자신이 겪었던 사랑에 관한 뒤늦은 후회와

그에 관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시작하는 이야기부터 라디오 멘트 같은 이야기라 좀 실망스러져

휙휙 훑어보듯 빨리 읽어내었다. 솔직히 짜증도 조금 났기에.

동화를 읽는 듯 하고, 들어본 듯도 하고, 이미 인용되기도 한 이야기들.

사랑을 실천해서 만족스럽기도 하고, 실천하지 못해 후회하기도 하는 그렇고 그런.

 

그럼에도 이야기의 여운은 생각보다 길게 남았다.

억지감동스웠기보다 흔한 주변인들의 이야기 같은 따뜻함이 강했기에 그러했을까.

오늘 지하상가를 지나다 나도 모르게 껌을 팔고 계신 할머니에 눈길이 갔다.

몇년을 지나다녀도 제대로 한번 바라보지 않았던 그 곳, 그 분.

씹지도 않는 껌을 하나 샀지만, 어줍잖은 동정으로 보일까 조심스러웠고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이 책을 생각했다.

 

오늘, 난 미루지 않았다. 그게 사랑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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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맛보고 행복하다
장완정 지음 / 비앤씨월드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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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고 맛보고 행복하다 >

 

한동안 급한 약속과 동동거리는 시간들, 밥시간도 넉넉하지 못해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여유로운 브런치를 맛봤다는 글을 보면,

개뿔~ 내 처지가 안쓰럽고, 그들이 부러워서는 마음이 삐뚤어지곤 했었다.

그래도 요즈음 안정을 되찾고보니 좋은 곳에서 좋은 식사와 여유를 만끽하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고 삶과 소통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소소한 즐거움을 말이다.

 

저자 장완정은 마흔이 넘는 나이에 제빵공부를 시작해 영국에서 활동 중이며

페이스트리를 찾아다니는 미식 여행가이자, 제빵 & 페이스트리 셰프라고.

이 책은 그녀의 발길이 닿았던 곳의 기록과 유명 빵집들의 소개,

빵에 대한 전문가인 그녀의 소견이 담긴 독특하고 달콤한(?) 여행책이다.

 

솔직히 빵에 대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요즘은 미식여행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먹기 위한 여행은 아직 낯설기만 했기에

어딜 가게 된다면 그 곳의 유명한 빵집 정도는 들러보자는 가벼운 마음에 읽은 책이였다.

 

저자가 제빵전문가이기에 여행의 모토는 맛과 행복인 듯.

어느 도시 호텔에 들러도 그 곳의 빵과 재료를,

어느 중심 시가지에 들러도 그 곳의 분위기와 평가, 독특함을

어느 한적한 시골 빵집에서도 그 집의 전통과 역사, 비법을 전하는데 완벽했다.

용감씩씩한 저자는 부엌은 물론 저장고까지 들여다 보여준다!!

 

심지어는 개인이 조상에게 전수받은 제빵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담은 호밀빵!!

적막하고 황량한 대지 위의 화산은 아이슬란드에 다채로운 자연 경관 외에도

기발한 제빵의 지혜를 남겼다고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그녀가 머문 호텔의 매니저 시기와 그의 엄마 린다, 여동생 리카가

반죽한 호밀을 자연의 '전통 온천' 모래에 24시간 묻어두어 구워낸 호밀빵을 소개한다.

호밀빵 외에도 온천 모래를 이용하여 송어 등을 구워내기도 한다고.

자연이 오븐이 되는 아이슬란드의 온천이라.

정말 구미가 당기는 여행으로 찜해 뒀다.

 

나름 여행 기록에도 충실한 이 책은 정말 달콤하다 외에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세계 곳곳에 넘쳐나는 정감과 솔직한 사람들, 눈으로 보여주는 맛들.

빵을 무척이나 좋아해 '서양인 입맛'이라고 우기는 동생과

최근 소원했던 개인적인 이야기를 곁들인 느지막한 브런치를 즐겨보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다만 글씨가 작아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이렇게 잘 만들어진 여행 책을 오랜만에 봐서 행복했다.

 

입맛 다셔지는 이 책은 제빵에 대한 상식이 무궁하지만

또 입맛을 마구 당기는 단점이 있다. 밤에는 절대 읽지 말아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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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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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귀신의 노래 >

 

많은 시인들, 작가들이 있지만 자신의 마음에 딱 때맞춰

속을 후벼파며 들어와 앉아버린 시와 글이 있지.

나에겐 곽재구 시인이 그랬었다.

"바람은 자도 마음은 자지 않는다" 싯구만으로 기억하게 되었던 시인의,

어느덧 중년을 넘어가는 삶의 발자취를 남기 책 <길귀신의 노래>.

 

신춘문예 당선작 <사평역에서>의 곽재구 시인.

십수년 여수 순천만의 "와온 바다 언저리에 머물며 빚은 기억의 포도송이"와

세계각지를 여행하며 인연 맺었던 기억들을 모아 엮어냈다고.

제목이 '길귀신'이라 해서 뜨악했었는데,

시인에게 세 길귀신 친구(스무 살에 사랑하는 이보다 먼저 택했던 시 세 편)가 있다지만

결국 우리 모두 이세상을 여행하는 여행자, 길귀신이 아닌가!!

 

멋이나 기교부림 없이 잔잔하고 아련함이 밀려드는 그의 시의 그느낌 그대로

이 산문집 역시, 마음 저 한켠에서 뜨거운 뭔가가 밀려드는 기분이다.

시인의 일상과 여행 속 그들, 그들과의 기억, 그 배경.

그가 겪은 모든 것이 시가 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여행과 세상.

 

산문집에 시가 이렇게 많이 실린 것은 드물겠지.

종종 실린 사진으로 그 기억을 따라가매,

적힌 싯구로 그 기억을 간직하게 될 듯 하다.

바쁜 일상 속 '쩜 10원'에 울고웃는 할매들,

어딜가서도 잊지못할 시인의 정신적 고향, 순천-여수 바다.

 

'사평역'이 어디있느냐 실존하는 역이냐 하는 물음에

살그머니 답을 건네주었고, 시를 쓰던 청춘의 이야기를 풀어놓아

인간 곽재구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풀렸다.

 

나름 다 좋았던 글들이지만, 구성에 있어서는 일괄성이 좀 떨어져 부산했었다.

시인의 기억을 더듬다가 떠오르는 글들을 모았다지만

여수에 머물다가 뜬금없이 모스크바나 인도 오지로 건너뛰기도 하니.

 

특별히 자신의 인터뷰도 하지 않는 곽재구 시인의 인생이야기라고 하여 기대가 컸는데

결론적으로 이 책은 그 기대를 만족시켰다. 추워서 움추러들기만 하는 겨울 초입에

따뜻한 온기를 느껴보고프다면 곽재구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시의 신'인 길귀신이 기꺼이 동참해줄테니.

 

책을 덮으니, 그의 와온 포구와 쫑포(여수 종포)를 찾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살다보면 '내인생은 쫑났다고'고

중얼거리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때 쫑포를 찾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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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 우리 내면에 숨은 무의식의 정체
김현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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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


"꿈이 귀신같이 맞다. 꿈은 예시이다"라고 믿고 평생을 살아온 우리 엄마.

어릴 때는 "꿈은 그냥 꿈일뿐"이라고 주구장창 엄마 속을 긁어놓곤 했었는데

그럼에도 가꿈 맞아드는 예지몽이 있을 때면, '꿈'이 뭘까 궁금하긴 했었다.

꿈해몽 책들이 종종 읽어봤지만, 왜 꿈을 꾸게 되는지에 관한 심도깊은 책은 못봤는데

이 책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은 정신의학에서 얘기하는 '꿈'을 파헤쳤다기에

특히 예지몽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 열심히 읽었다.

 

저자 김현철은 정신과 전문의로 무의식의 대표공간으로서 꿈을 지목했고,

이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꿈은 삶의 균형을 찾아가기 위한 힌트라는 주장.

 

"꿈은 내면의 결핍과 상실을 끊임없이 채워준다"는 저자는,

뇌가 보내는 신호로 꿈을 얘기한다.

내가 모르는 내 마음, 즉 무의식이 특히 요구하게 되는 바가

좌뇌(의식)와 우뇌(무의식)의 매커니즘적 작용으로 꿈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 꿈이, 뇌의 신호를 받아들여 현실의 불만을

무의식적으로라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할 듯하다.

 

꿈을 갈등, 결핍, 욕정, 균형, 화해, 지혜, 성장, 사랑의 카테고리로 나눠본 이 책은

저자가 라디오 패널로 상담했던 바를 실제 예시를 들어

무의식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쉽게 풀이해 놓았기에

꿈해몽 책같은 느낌도 나지만, 단정적인 표현보다 그 흐름에 주목하고 있어

말도 안되고 어이없이 이어지는 꿈조차도 "개꿈은 없다"고 말한다.

무의식이 바라는 바를 본인이 인정하지 못하거나 혹은 알아채지 못할 뿐이지.

 

솔직히 이 책이 분석학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쉽게 읽히고

어쩌면 심심풀이 정도로 여겨지게 가볍기는 하다.

그렇지만 꿈해몽을 단편적인 것만 받아들이는 단순함에서 벗어나

왜 이런 꿈을 꿨는지 좀더 생각해봐야 할 듯. 어떻게 무의식이 나를 일깨우게 되는지,

왜 그러는지, 또 그러지 않는 이유는 뭔지. 해몽보다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해몽보다 꿈에 대한 사려깊은 이야기 필요하다면 꼭 맞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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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미스터 갓
핀 지음, 차동엽 옮김 / 위즈앤비즈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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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 미스터 갓 >

 

어린 시절 '꼬마 니꼴라'의 니꼴라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제제,

말하자면 상상의 친구였다.

뭔가를 하게 된다면 니꼴라라면, 제제라면..??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했으니까.

다 잊고 살았었는데, 어른이 되는 건 동심과 감성을 포기하는 것으로 착각한 생활이

더없이 갑갑하고 생기를 잃었구나 뒤늦게 깨닫는 와중에 알게된 책 <Hi, 미스터 갓>.

 

아일랜드 출생의 저자 핀, 미스터리에 쌓인 작가 핀은

1935년 11월, 어린 소녀였던 안나와의 만남이

기쁨 충만한 삶으로 다가왔던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고.

1991년 비엔나 유학 시절 안나를 알게 된 차동엽 신부님께서 편역하신 책이다.

 

어느 실의에 빠진 밤, 핀은 가출한 꼬마 안나를 만나

"그애가 바라던대로 속마음부터 먼저 사귀게" 되었다.

학대아동 안나를 품어주게 된 엄마와 가족들.

핀은 안나로 인해 "인생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고

순수하고 정많던 가족과 동네사람들은 안나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낙상사고로 인해 안나는 짧은 생을 마감한다.

 

안나의 짧았지만 강렬했던 삶은 미스터 갓(God)을 향한 순수한 사랑과

가식없는 표현, 새로운 것에 대한 영감어린 관점,

생명과 죽음에 대한 이해, 사물의 구조와 핵심을 파악하는 직관으로

세상에 대한 나름의 정의와 철학을 정립했다. 비록 8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미스터 갓과 제더(예수를 지칭)의 관계, SEX, 산수에 대한 안나의 정의는

핀과 우리 모두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고 본다.

 

아이들의 세계와 그 정립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신의 세계를 키워갈지 아니면 세상과 안일한 거래를 할지,

천사의 모습을 드러낼지 영원히 감추어버릴지, 이 모든 것은

어린 아이들의 말을 귀찮게만 여기는 어른들의 태도가 결정한다는

무서운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책이다.

 

안나를 알았다는 사실을 명예로 삼고 싶다는 저자 핀,

번역하는 동안, 안나와의 사귐이 황홀했다는 편역자 차동엽 신부,

초본을 읽는 동안 파장이 긴 데이트를 했다는 동화작가 고 정채봉,

그리고 메말라버린 기성의 삶을 돌아보게 된 나.

모두 안나와의 만남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딱딱한 이성과 아집에 굳어져 가는 스스로를 순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면,

또 독특하다 못해 어른의 눈으로 이해불가한 어린 아이가 있다면,

< Hi, 미스터 갓 >의 안나를 꼭 만나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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