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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미스터 갓
핀 지음, 차동엽 옮김 / 위즈앤비즈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 Hi, 미스터 갓 >
어린 시절 '꼬마 니꼴라'의 니꼴라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제제,
말하자면 상상의 친구였다.
뭔가를 하게 된다면 니꼴라라면, 제제라면..??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했으니까.
다 잊고 살았었는데, 어른이 되는 건 동심과 감성을 포기하는 것으로 착각한 생활이
더없이 갑갑하고 생기를 잃었구나 뒤늦게 깨닫는 와중에 알게된 책 <Hi, 미스터 갓>.
아일랜드 출생의 저자 핀, 미스터리에 쌓인 작가 핀은
1935년 11월, 어린 소녀였던 안나와의 만남이
기쁨 충만한 삶으로 다가왔던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고.
1991년 비엔나 유학 시절 안나를 알게 된 차동엽 신부님께서 편역하신 책이다.
어느 실의에 빠진 밤, 핀은 가출한 꼬마 안나를 만나
"그애가 바라던대로 속마음부터 먼저 사귀게" 되었다.
학대아동 안나를 품어주게 된 엄마와 가족들.
핀은 안나로 인해 "인생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고
순수하고 정많던 가족과 동네사람들은 안나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낙상사고로 인해 안나는 짧은 생을 마감한다.
안나의 짧았지만 강렬했던 삶은 미스터 갓(God)을 향한 순수한 사랑과
가식없는 표현, 새로운 것에 대한 영감어린 관점,
생명과 죽음에 대한 이해, 사물의 구조와 핵심을 파악하는 직관으로
세상에 대한 나름의 정의와 철학을 정립했다. 비록 8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미스터 갓과 제더(예수를 지칭)의 관계, SEX, 산수에 대한 안나의 정의는
핀과 우리 모두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고 본다.
아이들의 세계와 그 정립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신의 세계를 키워갈지 아니면 세상과 안일한 거래를 할지,
천사의 모습을 드러낼지 영원히 감추어버릴지, 이 모든 것은
어린 아이들의 말을 귀찮게만 여기는 어른들의 태도가 결정한다는
무서운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책이다.
안나를 알았다는 사실을 명예로 삼고 싶다는 저자 핀,
번역하는 동안, 안나와의 사귐이 황홀했다는 편역자 차동엽 신부,
초본을 읽는 동안 파장이 긴 데이트를 했다는 동화작가 고 정채봉,
그리고 메말라버린 기성의 삶을 돌아보게 된 나.
모두 안나와의 만남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딱딱한 이성과 아집에 굳어져 가는 스스로를 순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면,
또 독특하다 못해 어른의 눈으로 이해불가한 어린 아이가 있다면,
< Hi, 미스터 갓 >의 안나를 꼭 만나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