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행위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 사랑의 행위 >

 

아내의 외도를 바라는 남편의 속마음?

사랑의 부정적 결말(내쳐짐)을 두려워한 남자의 소심함일까.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게 낫다는.

사랑에 빠진 이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속박이라 생각했는데,

내 상식선 위의 '남자'와 정반대의 주인공 등장에 놀라웠던 책 <사랑의 행위>이다

 

'사랑과 상실'을 주제로 복잡다단한 감정을 전면에 앞세운

이 문제작의 저자 하워드 제이콥슨,

2010년 <영국 남자의 문제>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영국 문단의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다고.

 

첫 장을 넘겨 읽는 순간, 주인공의 사랑이 통속적이겠지만

결코 뻔한 스토리로 결론맺지 못할 것을 알아챘다.

사랑에 대한 댓가라고 하기에도 너무 가혹하고

정말 연구하고 뜯어보고 싶어지는 주인공의 자조적인 사랑 이야기.

 

도발적이면서 변태적인 사랑에 붙들린 고서점의 주인 펠릭스 퀸은,

사적인 관계인(고서를 훔치다가 틀켰다) 노교소 짐 헨리의 장례식에서

그 미망인과 연하의 불륜남 마리우스를 보여주면서

죽음과 사랑의 상관관계를 교묘하게 엮어 은밀하게 우리에게 속삭인다.

 

아버지와 그 지인 빅터가 의기투합(?)한 "정절 시험" 의 후유증으로

사랑이 충만하지만, 사랑을 믿기에는 믿음이 부족한 펠릭스,

부정하게 쟁취한 아내 마리사의 불륜을 조장하며 마리우스를 불러들이고

"아내의 불륜에 순종하는" 뻐꾸기 남편으로 본분을 다하지만

질투에 불타오르고 상실감에 젖어드는 연약한 인간적인 모습과

불신의 상처에 괴로워하는 내면의 본모습이

그를 야박하게 '변태적'으로 치부하기엔 머뭇거리게 한다.

 

아내의 연인 후보들과 경쟁하지 않는 껍데기 남편으로 살아가는 펠릭스에겐

욕망에 대한 두려움을 자유로 승화시켜줄 사랑이 필요했던걸까.

(결과의 반전은, 솔직히 막판 뒤집기보다는 막판 깎아먹기로 느껴졌지만)

 

"한 남자의 에로틱한 상상이 작동하는 온도"

딱 그만큼의 화끈함이였다. 음란한 상상을 부추기지만

재치있고 수려한 문장과 그 속도감, 결코 비굴하지 않았던 사랑 이야기에 빠져

순식간에 책을 읽고 나니, 왜 제이콥슨을 향한 찬사가 화려했는지 수긍이 된다.

 

제이콥슨의 이 책 <사랑의 행위>에는 예술과 외설의 경계 위에서

그의 지적인 철학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 하나면 충분하다. 평생 원하는 만큼의 고통을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는데

솔직히 현실에서 펠릭스같은 생각을 가진 남자를 만난다면 어찌해야할지 두려워진다.

 

오후 4시. 양도의 시간으로 못박은 그 때가 될 때면 이 책을 떠올리게 될 듯하다.

한여름의 장신구 발찌를 차고 걷는 여자들을 본다면 그 때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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