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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 길귀신의 노래 >
많은 시인들, 작가들이 있지만 자신의 마음에 딱 때맞춰
속을 후벼파며 들어와 앉아버린 시와 글이 있지.
나에겐 곽재구 시인이 그랬었다.
"바람은 자도 마음은 자지 않는다" 싯구만으로 기억하게 되었던 시인의,
어느덧 중년을 넘어가는 삶의 발자취를 남기 책 <길귀신의 노래>.
신춘문예 당선작 <사평역에서>의 곽재구 시인.
십수년 여수 순천만의 "와온 바다 언저리에 머물며 빚은 기억의 포도송이"와
세계각지를 여행하며 인연 맺었던 기억들을 모아 엮어냈다고.
제목이 '길귀신'이라 해서 뜨악했었는데,
시인에게 세 길귀신 친구(스무 살에 사랑하는 이보다 먼저 택했던 시 세 편)가 있다지만
결국 우리 모두 이세상을 여행하는 여행자, 길귀신이 아닌가!!
멋이나 기교부림 없이 잔잔하고 아련함이 밀려드는 그의 시의 그느낌 그대로
이 산문집 역시, 마음 저 한켠에서 뜨거운 뭔가가 밀려드는 기분이다.
시인의 일상과 여행 속 그들, 그들과의 기억, 그 배경.
그가 겪은 모든 것이 시가 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여행과 세상.
산문집에 시가 이렇게 많이 실린 것은 드물겠지.
종종 실린 사진으로 그 기억을 따라가매,
적힌 싯구로 그 기억을 간직하게 될 듯 하다.
바쁜 일상 속 '쩜 10원'에 울고웃는 할매들,
어딜가서도 잊지못할 시인의 정신적 고향, 순천-여수 바다.
'사평역'이 어디있느냐 실존하는 역이냐 하는 물음에
살그머니 답을 건네주었고, 시를 쓰던 청춘의 이야기를 풀어놓아
인간 곽재구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풀렸다.
나름 다 좋았던 글들이지만, 구성에 있어서는 일괄성이 좀 떨어져 부산했었다.
시인의 기억을 더듬다가 떠오르는 글들을 모았다지만
여수에 머물다가 뜬금없이 모스크바나 인도 오지로 건너뛰기도 하니.
특별히 자신의 인터뷰도 하지 않는 곽재구 시인의 인생이야기라고 하여 기대가 컸는데
결론적으로 이 책은 그 기대를 만족시켰다. 추워서 움추러들기만 하는 겨울 초입에
따뜻한 온기를 느껴보고프다면 곽재구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시의 신'인 길귀신이 기꺼이 동참해줄테니.
책을 덮으니, 그의 와온 포구와 쫑포(여수 종포)를 찾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살다보면 '내인생은 쫑났다고'고
중얼거리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때 쫑포를 찾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