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미술관 여행 - 자연 친화적이고 혁신적인 북유럽 미술관을 가다
이은화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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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평 주인공은 『북유럽 미술관 여행』이라는 미술 여행에세이 책이다. 미술관련 책이야 거의 분기에 한 번 꼴로 읽었던 터라, 이런 책에 바라는 기대치가 꽤나 높다. 적어도 초심자용(?) 미술관련책은 진작에 타파했고! 이후에는 미술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들을 읽으면서, 미술에 대한 궁금증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북유럽 미술관 여행』이라는 책을 읽기전에, 내심 내 궁금증을 얼마나 해소해줄지 기대가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미술작품에 대한 해설보다는 제목 그대로 북유럽 5개국에 있는 ‘미술관’에 초점을 맞춘 미술 여행 에세이다. 미술 작품 해설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실망 잠시 넣어두는 걸로!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미술관’ 매력 빠지게 될 것이다. 심지어 근처에 미술관이 있는지, 한 번쯤은 미술관을 가볼 생각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북유럽 5개국에 있는 미술관 여행을 하였고, 그 여행기를 이 책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당연히 미술관에 걸려있는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는 말이다. 다만, 미술작품 이야기는 일종의 곁가지이고, 주는 ‘미술관’ 자체라는거! 근데 뭐, 따지고 보면 미술관도 하나의 미술작품이나 다름없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외관은 둘째치고, 건물 자체가 품고 있는 역사성만 하더라도 왠만한 미술작품 저리가라니까. 따라서 이 책 역시 미술작품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알고 있는 서양 유명 미술작품들은 대체로 고전작품이 많을뿐더러, 소장처는 루브르 박물관 같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그런 곳들이 많았다. 헌데 왠걸? 이 책이 소개한 미술관에는 내가 몰랐던 미술작품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으레 알고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 심지어 ‘미술관’이라는 건물이, 내가 생각하는 보수적인 공간이 아니라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방문했던 우리나라 미술관은 보수적인 공간 인테리어가 많았다. 전시실도 책에서나 볼 법한 그림이나 조각은 많았으나, 체험 공간이나 멀티미디어 공간이 많이 부족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갔었던 미술관은 대게 연식이 오래되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했지만. 그랬기에 이 책에서 소개한 북유럽 미술관이 하나같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무엇보다 부러웠다T_T. 

아래는 이 책에서 소개한 여러 미술관 중 내가 가보고 싶은 미술관 두 곳에 대한 내용이다. 왜 하필 이 두 곳인가? 에 대해서는 뭉크 그림을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사심 듬뿍이라서다. 2014년에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최했었던 뭉크전을 보러갔었던게, 나에겐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에. 뭉크 그림을 다시 한 번 두 눈으로 보고 싶달까?!



노르웨이: 문화의 아이콘, 뭉크 미술관

미술애호가들에게 오슬로는 에드바로 뭉크의 도시다. 붉은 노을이 지는 황혼 녘, 해골 모습의 사람이 두 손으로 귀를 틀어 막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명화, <절규>가 바로 이 도시에 있다. 인간의 고독과 불안을 뭉크만큼 절절하고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화가가 있을까. 루브르의 <모나 리자>만큼이나 유명한 <절규>를 만나기 위해 해마다 수백만 명이 오슬로를 찾는다. p 017

뭉크 미술관은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 뭉크의 작품와 아카이브 자료 약 4만 5,000점을 소장한 세계 최대 미술관이다. 이 방대한 소장품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건 작가의 기증 덕분이다.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노르웨이를 점령하자 아내도 자식도 없던 뭉크는 오슬로시에 자신의 작품과 소유물을 다 기증했다. 그가 사망하기 4년 전이었다. 이때 기증품 수는 2만 8,000점이 넘었는데, 단일 작가가 기증한 양으로는 역대 최다였다. 뭉크 미술관 소장품은 작가의 기증 외에도 그의 막내 여동생 잉에르의 사후 기증과 개인 컬렉터들의 기증으로 더 탄탄하고 방대해졌다. p 023

7층에선 뭉크가 생애 마지막 30년을 살았던 에켈리의 별장을 재현한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9층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획전시 공간이고, 10층은 음악과 시각예술의 융합을 경험해보는 특별한 공간이다. 11층은 체험형 작품 전시 공간으로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2022년에는 오슬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제니 브링가케르가 초대돼 뭉크의 어린시절 바닥 낙서화에 영감을 받은 <브레인 미로>를 선보였다. p 033

 



뭉크 미술관이라고 해서 모든 층, 전시실에 뭉크 작품만 있을거라는 편견은 버리자! 각 층마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건 둘째 치고, 여러 체험공간 특히 어린이 관람객들도 체험할 수 있다는 공간이 있다는 점에서 ‘미술관은 고리타분하다’는 당신의 편견을 완벽하게 부실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술관에 대한 내 편견을 깨부셨다.

‘절규의 방’은 조도를 낮춘 무척 어두운 공간이었다. 한 공간 안에서 그 유명한 <절규> 그림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으나, 아뿔싸! 판화 버전 한 점만 벽에 걸려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이 너무 몰려 있어서 가까이 가서 보는데까지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어렵게 만난 그림이라 그런지, 관람객들은 다들 그림 속 비명 지르는 사람을 흉내 내며 인증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왜 유화 버전은 없는지 궁금해 주변을 둘러봤더니, 벽에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세 가지 버전의 <절규>는 작품 보호를 위해 한 시간 간격으로 돌아가면서 공개된다는 내용이었다. p 025

지금은 노르웨이의 국보 대우를 받고 있는 세계적인 명화지만, 처음 <절규>가 발표됐을 때 반응은 어땠을까? 평론가들은 ‘정신병자가 그린 그림’이라고 비난했다. 뭉크는 발끈하지 않고 그림 왼쪽 상단에 이렇게 썼다. “미친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광기를 인정한 것이다. p 027

지금은 국민화가로 불리는 뭉크지만 생전에는 그러지 못했다. 어릴때 어머니를 여의고 연이어 누이를 잃었다. 아버지는 강압적이었다. 거기다 뭉크 본인과 여동생은 정신질환까지 앓았다. 업친데 덥친격이다. 뭉크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물론 뭉크에게도 연인은 있었다. 결론적으로 뭉크의 연애사는 여러모로 처참했다. 그런 뭉크가 그림을 그렸다. 당대 사람들 가치관으로는 당연히 이해하지 못할 그림들이었다. 지금은 뭉크 작품으로 제일 유명한 <절규>가 바로 당대 사람들이 외면한 그림 중 하나다.


스웨덴: 뭉크와 니체를 품은 컬렉터의 집, 티엘 갤러리

문화적으로 봤을 때 스웨덴의 행운은 하나 더 있다. 바로 티엘 갤러리다. 노르웨이의 국민화가 뭉크의 작품을 노르웨이 밖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 중 하나다. 독일 철학자 니체의 데스마스크도 소유하고 있다. 아름다운 섬에 지어진 건축과 미술, 조각 공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자 아는 사람만 아는 스톡홀름의 숨은 명소다. p 212

원래 이 건물은 부유한 은행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던 에르네스트 티엘과 그의 아내 시그네마리아 티엘이 살던 집이었다. 소장품이 늘어나자 티엘은 수집품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하얀 궁전을 유르고르덴섬에 지었다. 거주 공간과 갤러리 공간이 함께 있는 빌라 형태의 건물이었다. 경제 대공황 때 티엘은 재산 대부분을 잃었다. 1922년 완전히 파산 상태에 이르자, 그는 자신이 살던 빌라와 수집품, 가구까지 모두 팔아야 했다. 다행히 스웨덴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정부는 1924년 티엘의 집과 소장품을 일괄 매입한 후 1926년 국립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이후 건물은 현대화를 위해 여러 차례 보수 공사를 했지만, 대부분 20세기 초에 지어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p 214


티엘갤러리는 처음부터 미술관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다. 티엘이라는 부유한 사업가가 살던 집이었다. 다만, 티엘이 워낙에 미술 오타쿠&컬렉터다보니 어느새 집에 많은 많은 미술작품이 쌓였을 뿐이다. 자연스레 집이 미술관처럼 변했고, 티엘은 내친김에 집을 갤러리 공간으로 바꿔버렸다. 역시 덕질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배웠달까. 허허허.

 무엇보다 놀라운 건, 방대한 뭉크 컬렉션이다. 층고가 높은 뭉크 홀의 벽면 모두 뭉크 작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티엘 부부의 초상화는 물론 뭉크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픈 아이>와 <절망>도 만날 수 있다. 티엘 갤러리는 뭉크가 그린 열 두 점의 유화와 100점에 가까운 판화를 소장하고 있는데, 노르웨이를 제외한 세계에서 가장 큰 뭉크 컬렉션 중 하나로 손꼽힌다. p 222

꼭대기 층에 있는 타워 룸에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데스마스크와 뭉크의 판화 작업들이 함께 전시돼 있다. 1900년 니체 사망 직후 만들어진 데스마스크가 여러점의 에디션으로 제작됐는데, 그중 하나가 이곳에 있는 것이다. 티엘은 니체의 열렬한 팬이었다. 해서 데스마스크를 소유했을 뿐 아니라, 1906년 뭉크에게 의뢰해 니체의 초상화도 그리도록 했다. 다리 위에 서서 아래의 풍경을 응시하는 그 유명한 <프리드리히 니체>가 티엘 갤러리에 있는 이유다. p 224

돈많은 오타쿠(!)답게 티엘은 당대 여러 화가와 교류했는데, 그중 한 명이 뭉크였다. 뭉크는 생전에 자신의 작품 모두를 노르웨이 오슬로시에 기증했는데, 모든 작품을 기증한 건 아니었다. 자기 가족에게 주거나, 혹은 지인에게 주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티엘도 개인으로는 단연 돋보적으로 많은, 뭉크의 작품을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티엘은 망하고, 티엘이 소장하던 모든 작품들은 스웨덴 정부가 매입하여 국립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결과적으로 제일 이득을 본 건 스웨덴 국민들이라고 할까? 만약 티엘이 망하지 않고 자신의 미술작품들을 계속 소장하고 있었다면, 그가 소유한 모든 미술작품들은 티엘과 그 가족들만 볼 수 있었거나, 혹은 아주 비싼 값을 내고 미술작품을 보러 왔어야 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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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조선 - 시대의 틈에서 ‘나’로 존재했던 52명의 여자들
이숙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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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역사는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기록을 남기고, 기록을 모아서 정리하고, 정리한 기록을 또 다른 기록으로 남긴 사람들은 모두 남자였기 때문이다. 해서 우리가 보아온 역사 속 주인공들은 대체로 남자거나, 혹은 남자에게 유리한, 남자들만의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역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도 ‘History’, 즉 ‘그’의 이야기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형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역사가 남자의 이야기라는 전제는 어디까지나 여성과 아동이 사람이 아니었던, 부계중심사회가 시작되었던 고대부터 여성과 아동의 권리가 정립되기 직전인 근대까지다. 현대 사회, 즉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서 역사를 기록하고, 기록을 남기고, 향유하는 주체는 남자, 여자, 어린아이 모두다.


조선에 살았던 여자들 기록은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다. 여자들 스스로 직접 남긴 편지 같은 기록물도 꽤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역사를 향유하는 유학자였던 ‘남자’들이 직접 쓴 기록이었다. 그 기록들은 스스로를 돋보이기 위해, 여자를 매개체로 남긴 기록이 아니었다. 본인이 기록하지 않으면, 살았던 흔적조차 남지 않는 가족을 염려하여, 그녀들이 살았다는 흔적을 남긴 아버지·남동생·아들이 남긴 가족을 향한 마음이었다.



다만 좀 슬픈 사실은 이런 기록들을 읽다보면, 상류층 여성과 그 외 여성의 삶이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점이다. 예컨데 영응대군 부인 송씨는 왕실 가족이자 상류층 여성이었다. 물론 상류층이라 할지라도 여성이라는 한계점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씨 부인은 왕실과의 인연을 무기로 재산을 어마무시하게 늘려나갔다. 비슷한 사례로 봉보부인 백씨도 있다. 그녀는 노비였으나 왕실과 연을 맺어 상류층에 편입하게 되었고, 역시나 엄청난 재산과 지위를 갖게 되었다. 물론 그 반대로 왕실여성임에도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된 여성들도 있다. 소현세자빈 강씨라던가, 성종비였던 폐비 윤씨 처럼 말이다. 하지만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을지언정, 그들은 상류사회 일원이었고 그에 따라 역사에 기록되거나 후손들 기억 속에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 책에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고, 후손들 기억속에도 없으며, 분명 살아있었으나 살아있지 않았던 여성들에 대한 내용이 있다. 양반가에서 태어났지만, 어미가 측실이라는 이유로 없는 사람이 된 여자들이다. 아예 천민출신인 여성도 있지만, 일단 이 포스팅에선 ‘적서’ 차별을 받았던 여성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적서차별은 조선 신분제 사회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였다. 정실부인이 낳은 자녀는 적자/적녀가 되어 계속해서 정식적인 가족 구성원이되었지만, 측실부인(첩)이 낳은 서자/서녀는 가족 구성원이 아니었다. 그래도 서자는 신분상승 기회가 왕왕 있었지만, 서녀는 그 조차도 없었다. 간혹 좋은 집안 측실로 들어가, 아들(역시나 서자)을 낳고, 그 아들이 역사를 빛낼 공을 세우면 죽어서나마 신분상승을 할 수 있었다. 같은 측실 출생이어도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서, 신분상승 기회조차 박탈되었던 것이다. 뭐, 여기에 더해 얼자도 있긴 한데 여기까지는 생략!


대표적인 사례가 신사임당의 두 손녀다.


신사임당은 본인부터 학문부터 예능까지 엄청난 재능 소유자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자녀들도 뛰어난 재능을 물려받았다. 주기론을 주창하고 노론의 정신적 지주였던 율곡 이이는 사임당의 학문적 재능을 물려받았고, 사절이라 불리던 옥산 이우는 사임당의 미술적 재능을 물려받았다. 조모에 이어, 아비들도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 딸들 역시 여러방면으로 재능이 뛰어났다. 하지만 율곡의 딸과 옥산의 딸은 서녀였다. 그들의 어미는 측실이었던 것이다.




▶율곡 이이의 서녀

아무리 아비가 망명 높은 대가에다 힘 꽤나 쓰는 가문이라도, 측실 소생 서녀라면 혼처 자리 역시 측실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부친이 저명한 집안이었기에, 측실로 들어간 집안도 꽤나 저명한 집안이라는 점이다. 율곡의 서녀는 김장생의 며느리이자, 당대 최고 학자인 김집의 측실이 되었다. 그리고 와병중인 정실부인을 대신해, 집안의 대소사를 관장했다. 아들도 낳았다. 하지만 남편이었던 김집은 조상에게 고하는 축문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칠십 노인이 되면 집안일을 자손에게 물려주곤 하지만 저는 후계자가 없고 또 그렇다고 달리 어떻게 하기도 어려워서 그저 슬퍼 탄식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김집을 서술한 다른 자료에서조차도 “김집은 아들이 없다”라고 말한다. 아비가 율곡이고, 시아비가 김장생이고, 남편이 김집이었고, 아들마저 낳았지만, 그녀는 측실이었다. 측실은 없는 사람과 같았고, 측실이 낳은 아들도 없는 사람이었다.



옥산 이우의 서녀

옥산 이우의 서녀는 벽오 이시발의 측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사촌인 율곡의 서녀와는 조금 달랐다. 벽오는 그녀를 사랑하고 아꼈다. 심지어 벽오는 정실 부인이 죽었을 때는 그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은 반면, 측실인 옥산의 서녀가 죽었을 때는 제문을 남겼다.


“자네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잠 못 드는 날을 보내기를 반년, 결국 자네 부모의 허락을 얻어냈지. 혼인한 후에 자네의 지행을 보니 그 총명하고 명석한 재능과 단정하고 정숙한 자질이 과연 일반적인 규수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니 자네 부모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가 있었다… (생략). ”


심지어 벽오를 서술한 다른 자료에도 그녀에 대해 “반소처럼 아이를 가르치고 있었다”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래서 그런가? 그녀가 낳고 가르친 아들들은 문, 무과에 급제하고 나라에 공까지 세웠다. 그로 인해 그녀의 아들들은 서자가 아닌, ‘적자’로 신분 상승했다. 이와 함께 그녀는 사후이긴 하나, 벽오 이시발의 정실부인으로써 ‘정경부인’에 제수되었다.


이 둘은 분명 신사임당의 손녀였고, 율곡 이이와 옥산 이우의 서녀였으며,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그녀들이 물려받은 재능과 출신은 같았다. 하지만 그녀들을 측실로 맞이한 남편들은 행동은 너무나 달랐다. 김집은 측실과 측실의 자녀를 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반면, 이시발은 측실과 그 자녀를 사랑과 존중으로 대했다. 현대인 관점으로 보면 후자가 당연하고, 전자가 이상하게 보이지만, 당대 관점으로는 그 반대였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신사임당의 두 손녀 이야기는 여러모로 씁쓸한 사례다.



이번에는 다산 정약용 이야기다. 다산은 남겨진 기록만봐도 엄청난 애처가임을 알 수 있다. 다산이 남긴 수많은 저서에 아내 홍혜완에 대한 내용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아내와 수 많은 편지를 주고 받았고,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조차도 오로지 아내의 안위를 챙겼다.



다산 정약용의 정실 홍혜완

“우리 이별은 그렇다 치고 너희는 언제 어머니 모시고 고향 집에 돌아갈 것이냐. 되도록 빨리 돌아가도록 하라. 너희 어머니 안색이 위험하니 영양있는 음식으로 보하고 약을 써서 다스리도록 유의하여라.”


“어머니의 마음을 기쁘게 하여라. 그리하여 두 아들은 효자가 되고 두 며느리는 효부가 된다면 나는 이곳에서 그대로 늙는다고 해도 유감이 없을 것이니, 이것을 힘쓰도록 하여라.”


다산과 홍혜완만큼 금슬이 좋은 부부가 조선에 얼마나 있었을까? 심지어 이정도로 남편의 존중을 받는 아내가 얼마나 있었을까? 라고 생각하면 조선에선 거의 없다고 할 만큼, 다산은 조선 제일의 애처가였다. 하지만 다산의 그런 면모는 오로지 정실부인인 홍혜완에게서만 보일 뿐이다. 강진 유배시절 자신을 보필하고 딸 홍임까지 낳은, 홍임 어미에 대한 기록은 단 한줄도 남기지 않았다.




다산 정약용의 측실 홍임어미

그녀는 기나긴 강진 유배시절, 다산의 곁을 지키며 그를 보필하고 딸 홍임을 낳은 여자다. 하지만 홍임어미와 홍임의 존재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다산의 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정실부인 홍혜완이 낳았지만 요절한 아이들에 대한 기록은 절절하게 남긴 다산이었지만, 홍임과 홍임어미는 예외였다. 그렇다고 아예 작정하고 홍임어미와 홍임을 숨겼는가? 그건 또 아니었다.


“묵은 가지가 다 썩어가는 즈음에 갑자기 푸른가지가 나와 꽃을 피웠다”

“묵은 가지 다 썩어 그루터기 되려더니 푸른 가지 뻗더지만 꽃을 활짝 피웠구나.

어디선가 날아든 채색 깃의 어린 새 한 마리만 남아서 하늘가를 떠돌리.”



다산은 시를 쓰며 은근하게 홍임어미와 홍임을 그려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해배된 이후 홍임 어미와 홍임은 다산의 본가로 찾아갔지만, 내쳐졌다. 아마도 다산의 정실부인인 홍혜완에 의해 내쳐진 것으로 추정된다. 아래 다산이 남긴, 아내에 대한 기록으로 추정하면 말이다.


“내 아내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다만 속이 좁은 것이 문제다”


홍혜완 입장에서는 유배간 남편을 대신해 가문을 이끌고, 고생을 해왔는데 남편이라는 작자가 첩을 들였으니 좋게 보였을리 만무하다. 따지고 보면 홍혜완이나 홍임어미 두 여자는 그저 다산이라는 남편을 만난 것 뿐인데 말이다. 애초에 문제의 씨앗을 뿌린건 다산이었다. 다만 다산은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홍혜완에게 떠넘겼을 뿐이다. 이렇게 내쳐진 홍임 어미와 홍임은 어떻게 살았을까? 남겨진 기록은 없으나 《남당사》라는 시로 추정컨데, 이들 모녀의 삶이, 그 끝이 좋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편에게 사랑과 존중을 받았던 홍혜완, 반면 소용이 없어져 남편에게 버려진 홍임어미. 두 사람의 남편은 다산 정약용, 같은 인물이었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서자, 서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양반네들 본인들은 첩을 들였지만, 첩은 첩일뿐 사람이 아니었다. 따라서 첩이 낳은 자녀들도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적자에게는 없는 재능을 가진 서자, 서녀라면 더 심각했다. 간혹 아비, 남편이 누구냐에 따라 위에 나온 벽오처럼 측실과 서자들을 사랑하고 존중한 사례도 있긴했지만 흔치 않았다. 그만큼 조선에서 서자, 서녀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조선 오백년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아니, 이를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다. 왜? 이런 사회문제와 구조를 만든 건 다름아닌, 권력을 지녔던 양반들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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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뉴스에 어휘력, 문해력 문제에 대한 보도가 증가했다. 뉴스에서 말하는 어휘력, 문해력 문제는 쉽게 말하면 이거다. 분명 글을 읽을 수는 읽는데,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예컨데 ‘사흘’이라는 단어를 4일이라 이해하거나, ‘금일’이라는 단어를 금요일로 이해하거나, ‘중식’이라는 단어를 중국음식이라고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가 청소년 뿐만 아니라, 다 큰 성인들에게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이게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어른의 어휘력, 문해력과 관련된 책들이 인기를 타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어휘력, 문해력 문제가 보도될 때마다, 솔직히 이해를 하지 못했다. 사흘을 4일로,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진짜 있다고? 심지어 저렇게나 많다고? 에이 거짓말. 솔직한 내 반응이었다. 만약 저런 사람들이 있다고 치더라도, 일부 소수라 생각했다. 뉴스에서 과장하여 보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내 주변에도 저렇게 어휘력, 문해력이 부족한 어른들이 많았다. 그것도 엄청(!!!) 많았다. 그것도 우리 회사에.

오늘 리뷰하는 『어른의 국어력』은 어휘력, 문해력이 부족한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내 주변에 있는 그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솔직히 말하면, 난 회사에서 어휘력, 문해력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실제로 관련 책 리뷰를 블로그에 쓰기도 했었고). 심지어 굳이 그들이 보는 앞에다 책을 올려놓기도 했다. 왜? 제발좀 그들이 읽어줬으면 해서!! 그들에게 대놓고 읽으라고 추천하면 괜시리 마음 상할 수 있으니, 책을 은연중에 노출시키는 방법을 선택한거다. 그러면 누군가는 ‘저 사람은 저런 책도 읽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도 한 번 읽어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실제로 내가 이렇게 책을 노출해서, 그 책을 읽은 직원들도 있었고.

근데 이 책 『어른의 국어력』을 다 읽고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 책은 어휘력이나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어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할 책이라고나 할까. 왜냐고?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올바르게 읽고, 예의 있게 말하고, 나를 빛나게 하는 쓰기 방법이기 때문이다.

읽고, 말하고, 쓰는 건 다들 기본 아니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리 모두가 읽고, 말하고, 쓰는 건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들 장담할 수 있을까? 내가 읽는 방법이 올바른 건지, 내가 말하는게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하는 건 아닌지, 내가 쓰는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을 하고 있는게 맞는건지 등을 말이다.

국어의 가치가 달라진 요즘입니다. 잘 정비해두지 않으면 어른으로서의 교양 그 자체를 평가받는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방적 소통이 주를 이루던 시대가 지나고 양방향 아니 역방향, 즉 약자에게서 강자를 향한 커뮤니케이션이 대세가 되면서 말하고, 쓰고, 읽는 국어력이 나 자신을 대변하게 되었습니다. p 017

요즘 소통방식은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에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의 말을 듣는 일종의 일방향 소통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누구든 읽고, 말을 하고, 듣는 사회다. 심지어 SNS등의 발달로 인해 양방향이 아닌 다방향(!!) 소통 시대가 되었다. 그로 인해 내 입 밖으로 나오는 말, 내가 어딘가에 쓰는 글, 내가 어딘가에서 읽는 글 모두가 중요해졌다. 말 한 번 잘못하면, 글 한 번 잘못쓰면 배척되기 쉬운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이 책은 크게 읽기, 말하기, 쓰기 3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1. 읽기: 상위 1퍼센트의 책장에서 찾아낸 레버리지 독서법

  2. 말하기: 말을 할 거라면 그 말은 침묵보다 나아야 한다.

  3. 쓰기: 당신이 쓴 글이 당신 자신을 보여준다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단정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사실 사람들이 읽는 글의 양은 최근에 오히려 더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요즘은 TV프로그램을 보면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에 자막까지 넣어주지 않습니까. 문해력 부족의 원인이 듣고 읽는 사람에게 있을 수도 있지만 글을 쓰고 말하는 사람의 태도도 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간혹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하던 행태를 버리지 않는, 그런 태도로 쓰고 말하는 사람의 불친절함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p 199

아래에 읽기 및 말하기 부분에 대한 내용 일부를 발췌하였다. 어라, 이제보니 이렇게 책 리뷰하는게 저자가 말한 ‘발췌독’ 및 ‘독서목록’ 만드는 거였군! 내 나름대로 올바른 읽기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뿌듯하다.

▶ 읽기: 상위 1퍼센트의 책장에서 찾아낸 레버리지 독서법

이제 완독과 정독에게 이별을 고하고 편하게 책을 읽어봅시다. 책을 읽는 것은 국어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책에 굴복당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곤란합니다. 우리가 실행해야 할 독서법은 발췌독, 즉 ‘골라독’ 입니다. 골라 읽으면 됩니다. 책 한 권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자신에게 필요한 10퍼센트만 찾아 읽어도 대성공이라고 여유있게 생각하세요. p 034

지금 나에게 러닝메이트가 아닌 리딩메이트 한 권 정도는 있어야 인간답게 잘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모르는 낱말들이 마치 지뢰밭처럼 깔려 있거나, 문장 하나의 길이가 무려 반 페이지에 이르는 그런 책을 함부로 골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 분야에서 일한다면 산업안전과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이 세계 명작을 읽는 것보다 더 유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분야와 관련된 책을 먼저 읽고, 그 뒤에 서서히 다른 책에 접근하며 독서 습관의 지평을 넓혀가면 좋겠습니다. p 039

독서 목록이라고 해서 양식이나 방법이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삶에 유효하게 느껴진 책에 대한 평가를 짧게 정리하기면 하면 됩니다. 글은 다이어리에 써도 좋고, 휴대폰 메모 앱에 저장해도 좋습니다. 먼저 책 제목을 쓰고, 아래에 책에서 얻은 실질적 도움이나 앞으로 내 삶에 적용해보고 싶은 부분을 써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렵다면 책에서 읽은 인상 깊은 구절만 써도 됩니다. 그런 목록이 여러개 쌓이다 보면 이미 올바른 독서는 여러분의 습관이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p 049

접고, 밑줄 긋고, 그리고 찢고, 이 과정에서 읽기 능력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책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사람 나고 책이 있는 거지, 책 나고 사람 난건 아니니까요. 독서를 통해 우리의 생산성을 다양한 분야에서 높이고 싶다면 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책은 반드시 우리를 위해 철저하게 봉사하는 도구여야 한다는 것, 기억해주십시오. p 059

▶ 말하기: 말을 할 거라면 그 말은 침묵보다 나아야 한다

여러분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서 인격을 송두리째 훼손당한 경험은 없는지요? 또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준 경험은? 말을 할 때는 자기 자신의 영역을 최소한도로 보호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그래서 말을 할 때는 ‘선’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퇴근시간에 임박했는데 갑자기 윗사람에게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퉁명스럽게 “싫어요” 라고 대꾸할것인가요. 이는 여러분을 지키지 못함은 물론 말을 잘하지 못하고 상대의 마음에도 상처를 주게 됩니다. 이렇게 반갑지 않은 제안을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됐을 때를 대비해 다음과 같은 예시를 알아두고,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바랍니다.

[1단계] 매너 있는 태도: 상대에게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2단계] 상처 주지 않는 말하기: “좋은 기회인데 어쩌죠, 두통이 심해서…… 쉬어야 겠습니다.” p 080

가끔은 조금 강하게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는, 나 자신을 보호하는 말하기도 필요합니다. 무례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세상 여기저기에 많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감정을 소모하지 않으면서 무례함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조금만 더 당당해지면 됩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인 여러분이 여성이고 싱글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어느날 점심 식사 시간에 “남자친구 있어?”라는 말을 상사에게 늦게 된다면 “소개팅해주시게요?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치면 됩니다. p 081

핵심을 말하는 기술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역량입니다. 말을 듣는 사람이 의사결정 선택지에서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말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배려이기도 합니다. (…) 핵심이란 ‘할 말 만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할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이 둘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습니다. 할 말을 꼭 하겠다고 다짐하는 그 순간부터 보고는 중구난방이 됩니다. 보고를 할 때는 가능하면 60초, 길어봐야 120초 정도가 적당합니다. p 085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비워야 할 때 비울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태도를 갖게 됩니다. 자신의 마음을 비워야 상대방의 나쁜 점에 집착하지 않고, 좋은 점을 찾아낼 여유도 생기는 것이지요. 이미 고집과 아집으로 꽉 찬, 수용을 거부하는 팍팍한 마음으로는 인간관계가 나아질 수 없습니다. 잘 비웠다면, 상대방의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제 우리의 말하기는 ‘절제’의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p 100

친구라고 생각이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가족도 마찬가지고요.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생각이 다름을 인정한 상태에서 말을 주고 받을 수 있어야 관계가 행복에 가까워집니다. 그래도 가끔은 고쳐주고 싶다고요? 그러지 마세요. 누군가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설령 그가 무엇인가 잘못 알고 있더라도 그냥 놔두세요.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상대방의 생각과 가치관에 개입하고 비판하는 순간 그 관계는 멀어지게 됩니다. p 112

세상에 배척의 대상이 되고 싶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른의 말하기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어런의 말하기는 자기 욕망을 타인의 욕망과 혼동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바라는 것을 타인 역시 바란다고 생각하는 화법은 일명 요즘 말하는 ‘라떼의 말하기’, 혐오스런 어른의 말하기가 됩니다. 존중받기는 커녕 배척받기 딱 좋습니다. 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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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 읽는 책들은 주로 역사책이지만, 어릴때만해도 이야기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전래동화부터 시작해서 어린이용 고전소설까지, 지금과는 달리 이야기책을 즐겨 읽었다. 아무래도 어린아이는 성인과 달리 상상력이 풍부하다보니, 무엇이든 상상하며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책이 재미있었나보다. 상상력이 메마른채 커버린 지금의 나에게는 전혀 찾을 수 있는 모습이랄까?


우리 뿡뿡이 만큼은 나처럼 상상력이 메마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고 있다. 이 그림책 『이야기 귀신이 와르릉 와르릉 1. 딱 하나만 들려주오』도 그런 일환이긴 한데, 어머 세상에. 연령 미스다^_T. 우리 뿡뿡이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주려면 몇 년은 더 지나야 할 느낌? 뭐랄까, 이 책은 초등 저학년부터 읽으면 좋을 듯하다.


이 그림책은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가, 재미난 이야기를 보따리에 모아둔 영감님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대체 뭐하는 거요?”


“재미난 이야기를 이 안에다 모아 돔둥.”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영감님의 이야기 보따리가 너무 궁금했다. 영감님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아이가 조르기 시작하니, 영감님이 말하길!



한집에 어머니가 둘, 딸이 둘인데

모두 합하면 셋이다. 어찌 된 일일까?



수수께끼를 풀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단, 이 수수께끼는 삼 년 안에 맞춰야만 한다. 삼년 째 되는 날 답을 알게되어서 영감을 찾아갔더니 글쎄! 영감은 죽고 영감의 외동딸만 남아있네? 이 외동딸이 하는 말이, 영감이 죽은 뒤 영감이 살던 방에서 밤마다 자꾸 귀신소리가 나서 무섭다고 한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주인공! 냉큼 영감이 살던 방으로 들어가 귀신 소리가 나는 곳을 찾다보니, 벽장 속 낯익은 보따리가 보였다. 삼년 전 영감이 이야기를 모아놓은 보따리였다. 아이가 이 보따리를 풀어주니, 어머나?



“아이고, 이제야 숨 좀 쉬겠네 우릴 풀어주어 참말 고맙소!”



수많은 이야기가 보따리 속에서 나와 창밖으로 나갔는데, 몇 개의 이야기는 나가지 못하고 아이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우린 너무 오래 갇혀 있는 바람에 본모습을 잃었소. 우리조차 우리가 무슨 이야기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누가 우릴 알아보겠소. 그냥 딱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지. 엉엉엉”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내가 찬찬히 들어보고 없어진 부분을 만들어주겠소. 어차피 되찾을 길이 없으니 아예 새로 지어내자 이말이오.”



그렇게 본 모습을 잃어버린 이야기를, 새 이야기로 만들어주기 시작하며 이야기 속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아이가 새로 만들어준 이야기 세 편이 이 책에 실려있다. 아이가 듬성듬성 구멍난 이야기를 새로이 창작했으니, 그 제목은 「세상에서 젤 운 없는 사내」, 「신기한 대나무 베개」, 「빨래꾼과 복복이」. 하나 같이 맛깔나는 이야기다. 


성인인 내가 봐도 맛깔나게 만든 이야기인데,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아이들이 보면 얼마나 재미있을지! 초등학생들 그림책으로 강력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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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안의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15가지 약의 결정적 순간
키스 베로니즈 지음, 김숲 옮김, 정재훈 감수 / 동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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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비 역사더쿠에다가 1n년 째 제약회사를 다니고 있다보니, 의약품 관련 세계사책도 자주 읽었다. 다만 지금까지 읽었던 의약품 세계사책은 내용이 거의 비슷해서 블로그에 리뷰는 안썼다. 예컨대 대다수 책은 ‘페니실린’이나 ‘모르핀’, ‘아스피린’ 같은 대중적인(?) 의약품들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오늘 리뷰하는 『약국 안의 세계사』도 비슷할거라 생각했는데, 왠걸! 알고 있는 의약품 역사도 있었지만, 전혀 의외였던 의약품 이야기가 여럿 있었다. 그래서 간만에 리뷰를 쓰는 거기도하고 ㅋㅋ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


1.페니실린: 휴가를 떠난 플레밍의 실험실에 이상한 곰팡이가 날아왔을 때

2.퀴닌: 고열에 시달린 여행자가 우연히 키나 나무 주변 연못에 도착했을 때

3.리튬: 케이드가 전쟁으로 정신이 피폐해진 아버지를 본 순간

4.질소 머스터드: 전쟁 중 미국 배 한 척이 격침되며 의문의 가스가 살포된 순간

5.와파린: 한국전쟁에 참전하기 싫어서 벌인 한 병사의 자살 소동

6.보톡스: 성형외과 의사 클락이 수술 중에 실수로 의료 사고를 낸 순간

7.미녹시딜: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고혈압 환자의 얼굴에 털이 가득 났을 때

8.피나스테리드: 맥긴리가 여자가 남자로 변하는 수상한 마을을 알게 됐을 때



의외였던 의약품 중 몇 개를 고르자면 아마도.. 우리 회사에서 제조 및 판매하는 약품인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라고나 할까? 정말 진짜 와. 아주 깜짝 놀랐다. 이 두 의약품은 항생제나 마취제 같은 대중적인 의약품이 아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평생 이런 의약품을 접할 일이 없는 의약품이다. 벗뜨 이 의약품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없어서는 안될(!!!!) 심지어 먹게되면 자의로 끊어서도 안될(!!!!) 의약품이다. 이 두 의약품의 정체는 다름아닌 탈모치료제.



탈모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도 정복하지 못한, 현재까지도 정복하지 못한 아주 무시무시한 질병(?)이다. 그렇기에 치료제가 있는 것만이라도 정말 감지덕지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탈모 치료제가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 그렇다면 이 약품들이 처음부터 탈모치료제였는가? 대답은 ‘NO’다. 당장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피나스테테리드’는 탈모치료제보다는 전립성 비대증 치료제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이말은 모다? 피나는 원래 전립성 비대증 치료제였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탈모치료제인 ‘미녹시딜’도 원래 고혈압 치료제다.


#미녹시딜


1971년 콜로라도 대학교 의과대학의 찰스 치지 지도하에 고혈압에 미녹시딜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이 시기에 전공의 1년생이었던 폴 그랜트가 이 약물을 복용하던 여성에게서 유난히 독특한 증상을 발견했다. (…) 고혈압이라는 시한폭탄 같은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그 어떤 부작용도 감내할만한 각오가 돼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환자와 의사 둘 다 예상하지 못한 한 가지 부작요잉 있었다. 얼굴 전반에 털이 자라고 머리카락과 다리털이 빠르게 성장하는 부작용 말이다. p 305


머리카락이 다시 날 수 있도록 미녹시딜을 활용하는 첫 단계는 미녹시딜을 국소 부위에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경구 미녹시딜을 복용했던 그랜트의 환자에게서 목격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제멋대로 털이 자라는 대신 원하는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자라길 바랐기 때문이다. 칸은 치지의 연구실에서 미녹시딜 가루를 조금 빼돌렸고, 에탄올과 프로필렌글리콜에 미녹시딜을 섞어 1퍼센트 용액을 만드는 것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p 306


미녹시딜을 국소부위에 사용하는 임상시험은 매우 낮은 농도의 미녹시딜로 시작해 2퍼센트까지 늘려나갔다. 그중 1~2퍼센트 용액을 복용한 환자에게서만 상당량의 모발이 자라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랜트를 포함한 4명의 핵심 인력에게 시험하기 위해 칸이 만든 용액 농도가 1퍼센트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행운의 여신이 어떻게 이들을 도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p 307


미녹시딜은 머리카락의 모낭에 존재하는 황산 전이효소와 상호작용한다. 이 효소는 미녹시딜을 활성형인 미녹시딜황산염으로 변화시킨다. 이 다음부터 미녹시딜이 어떻게 머리카락 성장을 촉진하는지 그 매커니즘은 알려져 있지 않다. (…) 흥미롭게도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존재하는 황산 전이효소와 상호작용해 미녹시딜이 활성형인 미녹시딜황산염으로 변화하지 못하게 만들어 약품의 효과를 떨어뜨렸다. 미녹시딜을 복용하는 사람들이여, 이 지점을 꼭 기억하시라. p 312


어떤 형태든 미녹시딜은 고양잇과 친구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소 부위에 바르는 미녹시딜은 고양이에게 매우 유독할 수 있기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바르는 미녹시딜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한다. 그 사례가 있다. 고양이 두 마리가 국소 부위에 미녹시딜을 바른 피부와 접촉하자 눈에 띄게 무기력해지고 하루 하고 반 나절 정도 숨을 쉬는 데 문제를 보였다. 그리고 미녹시딜 샘플에 몸에 낳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생을 마감했다. p 317


#피나스테리드


탈모 치료제와 발모제로써 피나스테리드가 쓰이게 되기까지 여정은 독특한 장소에서 시작됐다. 그 장소는 바로 카리브해 살리나스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여기서 코넬대학교 의과대학 줄리언 맥긴리는 여성의 특징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신체적으로는 자웅동체 특성을 보이는 아이들을 연구했다. (…) 1974년 맥긴리는 카리브해 어린이들의 유전암호에서 돌연변이를 목격한 사실을 밝혔다. 이 돌연변이는 테스토스테론을 더 강력한 분자인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하는 5-알파-환원요소 억제제라는 효소의 양을 줄이로, 이렇게 5-알파-환원요소 억제제가 부족해지면 사춘기가 시작할 때까지 남성의 특징이 발달하지 못하게 했다. p 326


맥긴리 발표는 파란을 일으켰고 이듬해 거대 제약회사인 머크도 여기에 관심을 보였다. 머크의 기초연구장인 로이 바겔로스는 크기가 작은 전립선과 맥긴리가 언급했던 5-알파-환원요소 억제제의 부족한 활성 사이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 전립선의 크기가 커지는 전립선비대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전립선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기대로 말이다. p 327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피나스테리드의 또 다른 용도인 발모 효과를 발견했다. 과도한 양의 DHT가 모근에 존재하면 DHT가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하고 그 이후에 모근이 축소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피나스테리드는 테스토스테론이 더 강력한 DHT로 변하는 과정을 막아서 결국 탈모를 멈추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 라는 상품명으로 포장된 피나스테리드는, 1997년 남성형 탈모증 치료제로써 FDA 승인을 받았다. p 328


그러나 탈모와 피나스테리드 사이의 싸움은 쉽지 않다. 피나스테리드 복용을 멈추면 12개월 안에 발모와 정확히 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게다가 피나스테리드도 일련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대부분은 성적인 부분과 관련된 것이었다. 여성형 유방, 정액량 감소, 고환과 음경의 크기 축소 등 말이다. 성욕을 잃거나 발기부전이 보고된 경우도 있었다. p 329


피나스테리드는 임신 중에 약물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을 담은 FDA 임산부 약물 등급표에서 X등급이라는 흔치 않은 경고를 받았다. 만약 알약을 부러뜨리거나 가루를 내면 현재 임신 중이든 그렇지 않든 여성은 그 가루를 만지면 안된다. 피나스테리드가 임산부 몸속에 흡수되면 남자아이에게 기형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FDA는 여성의 피나스테리드 복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글을 쓰는 현재로선 피나스테리드 알약이 부서졌을 때 태아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국소 부위에 사용하는 형태는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피나스테리드로 국소 부위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발모제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p 330


두 의약품이 발견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주의사항까지 언급되어있다. 생각해보면 우리회사에서 피나를 생산 및 실험할때 여자한테 위험하다고, 절대 가까이 오지말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피나 실험자는 절대 남자만. 여자는 실험못하게 했고. 그땐 크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와. 피나가 임산부 약물 X등급이었구나. 근데 뭐랄까? 그저 회사에서 제조하는 의약품이라는 생각만 했던 것들을 이렇게 책 속에서 만나니 기분이 묘하다.


이 세계사 책에는 의약품 역사 뿐만 아니라, 짧은 클립 형식인 ‘약국 밖 레시피’가 있는데 이 내용들도 꽤 흥미롭다.



▶ 알약 두 개를 복용하면 왜 두 배만큼 좋아지지 않을까?


여러분이 선택한 진통제의 겉 포장지에는 네 시간마다 알약을 복용하라는 설명이 있다. 네 시간마다 복용하는 수고를 덜고 빠르게 통증을 없애기 위해 한꺼번에 두 알 혹은 세 알을 복용하면 안될까? 그렇다. 그렇게 복용하면 안된다. 어떤 약물이 치료제로 사용되는지 혹은 체내에 유독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한 끗 차이다. 적절한 용량을 판단하기 위해 연구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혈청 속 약물 농도를 측정해 효과적인 용량을 결정한다. 약을 복용할 때 유효량이 어느 지점에 도달한 후에 더 많은 양을 복용하는 것은 종종 부정적 영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더 많은 약물이 몸 속에 흡수되면 환자 상태는 약물의 치료 범주를 넘어 추가적인 부작용이 발생하는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p 129


▶ 영양제는 FDA 승인을 받을까?


영양제는 FDA의 신약승인 신청의 승인 과정 대상자가 아니므로 제조업체가 공언하는 그 어떤 효과도 FDA 관점에서는 영향력이 없다. FDA는 영양제를 음식과 비슷하게 간주한다. 제조업자들은 노골적으로 영양제라고 표기하며 영양제가 시장에 등장한 후 일반 대중에게 안전한지에만 관심이 있다. 놀라운 주장과 함께 판매되는 수많은 영양제 광고에는 어디에서나 본 것 같은 일반적인 비타민, 허브 추출물, 아미노산, 효소 등이 있다. FDA는 이런 주장에 법의 잣대를 들이밀며 FDA의 관점에서 진실을 제단하지 않는다. 다만 실재하는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영양제는 불법으로 간주한다. FDA는 영양제를 처방전이 필요한 혹은 필요하지 않은 약물과 함께 복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언급하고 의료진들은 환자가 복용하는 모든 영양제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p 321


TMI이긴 하지만, 제약회사 다니는 사람으로써, 일단 기본적으로 영양제(건강식품) 광고는 절대 믿지 않는다. 그냥 원료랑 함량보고, 나에게 필요한 요소가 뭔지 그 기준으로 구매할 뿐. 무슨무슨 추출물? 이런거 진짜 하등 필요 없는 것. 심지어 싼 값으로 물량 공세하는 이류, 삼류 회사가 FDA승인을 받았다고 허위광고를 보면 정말 기가막히고 코가 막힌다. 애초에 FDA승인 자체가 안되는 제품인데 말이지. 저렇게 허위광고하는 업체를 보면, 외려 위생적으로 만들기는 하는지 의심이 든다.


우리는 살면서 의약품을 무조건 접할 수 밖에 없다. 하다못해 두통이 발생하면 진통제를 사먹기도 하고, 눈 떨리면 건강기능식품 중에서 마그네슘을 찾아서 먹기도 하니까. 고로 의약품은 인생에서 절대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의약품이 어떤 식으로 세상에 나왔는지 한 번쯤은 알아보면 좋지 않을까? 내가 처방받은 의약품 역사를 찾아보면, 위 탈모치료제처럼 신박한(?) 이야기나 놀라운 이야기도 많아서 은근 재미있는 역사책 읽는 기분도 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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