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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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애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알쓸신잡』 에서, 그 매력을 뽐내셨던 유현준 교수님. 이후 『양식의양식』에서도 또 색다른 매력을 뽐내셔서 단디 반했더랬다. 언제 한번 유현준 교수님 책을 읽어야지 하다가, 회사 북클릭으로 두 달 연속 유현준 교수님 책을 선택했다. 하나는 지금 포스팅하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와, 나중에 포스팅할 「어디서 살 것인가」. 







이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알쓸신잡에서, 유현준 교수님이 여러번 이야기 했던 ‘도시’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크게 보면 시대의 변화에 따른 도시의 변화상,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것인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도시의 모습, 뭐 이런 이야기랄까?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 공통점은 바로 ‘사람’이다. 모든 도시는 그 곳에 사는 사람에 따라 변화되었고, 변화되고 있으며, 변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시흥, 여기도 참 많이 변했다. 내가 시흥 땅에서 산지도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는데, 이 15년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시흥에 왔을 땐, 시흥 도심부로 들어오는 길에 논/밭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초록초록한 벌판이었다. 도심부로 들어오면 언덕배기에는 판자촌이 있었다. 거기다 건물들이 전부 낮았기에, 고개를 조금만 들어도 바로 파란하늘이 보였다. 하늘이 맞닿는, 그야말로 하늘과 가까운 동네였다.







하지만 15년의 시간동안 시흥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우리의 옛 도시 속에서 다른집에 갈 때는 골목을 따라서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복도나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길을 찾는다. 아파트 단지에는 골목은 없고 복도만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목과 복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근본적인 차이는 하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우리의 대형 아파트 단지는 우리에게서 우리 머리 위의 하늘을 빼앗아갔다. p 055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스카이라인 대신 지평선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땅과 하늘이 만나는 자연의 선을 보며 살았다. 과거 인간은 자연과 자연이 만든 지평선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하였으나, 현대 시대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이 만든 건축물들과 자연인 하늘이 만나는 것을 본다.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과 낮은 건물이 어우러져서 복잡한 선을 만들고 있다. 신은 지평선을 만들고 인간은 스카이라인을 만든 것이다. p 061







내가 시흥에 처음 발을 들였을때, 신도시라고는 정왕동 인근, 그러니까 시화신도시 하나였다. 시화신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옛 정취를 가득 담고 있는 동네들 뿐이었다(가끔은 너무 시골같은 느낌이 들때도 있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배곧신도시, 은계신도시, 심지어 시흥 곳곳에 불어오는 재개발 바람이 불어오며 시흥은 변했다. 과거에는 외곽에서 시흥으로 진입하면 항상 푸른 논과 밭이 나를 반겼는데, 이제는 하늘 높이 솟은 아파트 단지가 가득가득하다. 도심으로 들어와도 역시나 아파트단지가 즐비하다. 







이런 신도시 바람, 주거생활에 변화는 오로지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변한다. 조금더 편리한 생활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주택이나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주택단지는 도태되거나, 평가 절하되고, 결국엔 허물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 이 모든게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변화된 것이다.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당시의 건축 기술력, 문화적 가치, 경제적 배경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500년 전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도성 주변으로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 관악산, 남산 같은 산에 의해서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이썼다. 하지만 지금은 무분별하게 건축되어지는 고층 건물에 의해서 이러한 산 능선의 선들이 계속 잘려 나가고 있다. p 065







그렇게 수많은 동네가 ‘낙후’된 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신도시(아파트) 재개발에 들어갔다. 내가 살던 집도 그 중 하나기도 했고. 그 덕분에 예전엔 고개만 살짝 들면 바로 보였던 하늘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거라곤 아파트, 그리고 아파트, 또 아파트. 그리 쉽게 보였던 하늘이, 이제는 고개를 뒤로 확 꺽어야만 겨우 보인다. 눈 앞이 탁 트였던 동네가, 이제는 성벽안에 갇힌 것만 같은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거기다 시야의 답답함도 추가되었고. 이제 우리 동네는 그저 삭막하고 답답한 아파트 군락만 있을 뿐, 항상 바라보던 하늘이 사라졌다. 







하지만 누굴 탓하리, 이런 말을 하는 나 조차도 곧 신축아파트로 이사갈 계획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늘을 보는 삶을 선택한다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하고, 하늘을 포기한다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 것. 나도 사람인지라 결국 하늘을 포기하고, 쾌적한 삶을 위해 아파트를 선택하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난 우리의 주거문화가 ‘아파트’라는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어 가는 모습이 슬프다. 동네 골목길에서 만나던 그 정취를 이제 더이상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어렸을 적 동네에서 친구들끼리 뛰어놀고,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던 그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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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앙투아네트, 개인적으로 서양사 에서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여성 중 한명이다. 오스트리아 궁정에서 사랑받던 막내 공주가 프랑스에 시집와서, 본인은 나름대로 잘 한다고 했는데, 심지어 남편 루이16세와 결혼생활도 나쁘지 않았는데, 루이 16세가 애첩을 두지 않는 다는 이유로(!!!) 왕실에서 온 갖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정말 이해가 안가지만, 프랑스 왕들은 대대로 유부녀 애첩을 두는게 관행이어서 (쓰레기 관행!!) 그런 쓰레기 관행을 좋아하는 프랑스 귀족들은 도덕적인 루이 16세가 눈 꼴 시렸나보다. 근데 왕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아주 자연스레 다른 나라에서 시집온 왕비한테 비난의 화살이 간거다. 프랑스 왕비로써 왕실에서 그렇게 비난을 받은 것도 억울한데,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는 위와 같이 입에 담기 조차 더러운 욕을 먹고 단두대에서 처형됬다. 혁명군 입장에서는 프랑스 왕실을 모욕할 수록 좋다지만, 이건 뭐 저질도 이런 저질이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이 중세, 근세가 아닌, 현대에서도 계속 된다는 거다.

​우리는 알고 있다. 저런 더러운 정치 마케팅에 의해 희생된 한 사람을.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었고, 그 누구보다 우리 같은 서민의 편에 섰으며, 그 누구보다 국민을 사랑했던 대통령을. 지금은 저 하늘 어딘가에서 우리를 내려다 볼 그 분을. 정말 가짜뉴스를 뿌리며 정치 마케팅을 하는 쓰레기 집단은 사라져야돼!!!



그나저나 오랜만에 읽었는데 역시나 재밌으니, 스캔들 세계사도 정주행해야겠다 ㅋㅋㅋㅋ

역사란 단순히 이 나라와 동맹을 맺었다든지, 저 나라와 전쟁을 벌였다 같은 정치 외교적인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개개인의 삶 하나하나를 모두 포함하는 웅장하고 다채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른바 ‘어른’의 영역이라 하는 성(性)이나 폭력도 모두 우리 사는 이야기의 일부인데 싶어 아쉬운 마음에 다양한 소재를 모아 『은밀한 세계사』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아주 흥미롭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입니다. 하지만 출처나 근거가 불분명한 야사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문헌과 사진, 그림 등이 존재하는 당당한 정사(正史) 입니다. - 머릿말 中

많은 각색을 거친 후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되는 「해, 달, 그리고 탈리아」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맨 마지막에 쓰인 속담도 원작에 포함되어 있으니, 남자가 잠자고 있는 여성을 성폭행해서 피해자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자식을 잠든 채로 낳고 강간범이 심지어 유부남이어서 가해자의 부인이 매우 분노하였는데 그 부인은 남편에 의해 산 채로 불에 태워지고 피해자는 강간범이랑 결혼하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이야기네요!_P 034 - P34

그런데 이 중간에 가리는 천이 위치가 위치인지라 남성들이 입다보면 약간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게 참 민망하게도 누구는 약간 튀어나오고 누구는 많이 튀어나오다보니 남자들 사이에서 자존심 대결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코드피스 속의 소중한 부분을 더욱 보호하기 위해서 얇은 패딩을 넣은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안에 들어가는 것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솜에서 시작해서 쇠로 만든 장식에 이르기까지 코드피스의 발전은 끊이 없었습니다. (중략) 게다가 코드피스는 심지어 ‘자신감 넘치는 젊은 청년’의 상징이었습니다._P 044 - P44

마리 앙투아네트가 누군가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다거나, 아이들에게 늘 감사하고 검소할 것을 가르쳤다거나, 마리 앙투아네트의 측근들과 시종들이 그녀의 겸손함과 친절함을 늘 칭찬했다거나, 백성들의 탄원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다친 사람을 위해 의사를 불러주고 그의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등의 선행은 알려지지도 않았고 믿지도 않았습니다._P 088 - P88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하하는 중상비방문은 수도 없이 인쇄되었고 파리 전역으로, 그리고 프랑스 전역으로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습니다. 이전 선전물들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심지어 인간이 아니라 반인반수로 까지 묘사되었으며,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를 성적으로 모욕하고 성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유행 수준으로 까지 널리 퍼져서 다양한 언론이라는 것이 아죽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에게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미지는 불륜을 저지르고, 수간과 동성애를 즐기고, 시동생들과 잠자리를 갖는 색정광으로 자리잡았습니다._P 089 - P89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과연 이런 정치적 마케팅에서 자유로울까요? 다시 200년 뒤에 오늘날을 되돌아본다면 지금 이 지구상 어딘다게는 또 다른 마리 앙투아네트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_P 099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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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책은 반은 어려웠고, 반은 쉬웠다.



위 목차에 나오는 역사서와 역사가들. 내 기준에서 반은 익숙한 이름들이고 반은 생짜 초면이었다. 그 결과 익숙한 이름이 있는 단락들은 정말 쉽게 읽혔다. 아주 술술술 읽혔다. 반면 생짜 초면인 이름이 있는 단락들은 두 번, 세 번 정독했으나 ‘아, 그렇구나’ 하고 대충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 책을 쉽게 읽으려면 위 목차에 있는 역사서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널리 읽힐 교양서라고 하기에는 그 문턱이 조금은 높은 듯한 느낌적인 느낌 ㅠㅠㅠ...



동양 역사서 혹은 역사해설서 인 사마천 『사기』, 박은식 『한국통사』, 신채호 『조선상고사』, 백남운 『조선 역사 4단계 발전론』은 정말 후루루룩 읽혔다. 모르는 단어 하나 없고, 모르는 시대 하나 없기에, 어려서부터 배워 온 한국사 혹은 동양사 연장선이었다. 일부는 읽어본 내용이기도 했다. 에드워드 H 카 『역사란 무엇인가』는 학창시절 국사시간 첫 머리에 배웠다. 카가 집필한 저 책을 배운다기 보다는, 카가 정의하는 ‘역사’에 대해 배웠다. 내가 기억하는 한 중학교, 고등학교 국사시간 첫머리는 에드워드 H 카 였다. 마르크스의 이론이나 다이아몬드 『총균쇠』의 경우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인용한 여러 책을 읽어보았기에 역시나 익숙했다.



반면..........헤로도토스나 투키디데스, 이븐할둔........생짜 초면인 이름들이다. 심지어 그들이 쓴 역사서 역시 나는 잘 모르는 그들의 역사...큽....

그들이 살았던 나라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니, 그들의 책을 일부 인용한 구절을 봐도 솔직히 뭐가 뭔지 무슨말인지..!!!

배경지식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내가 얼마나 서양사 혹은 유럽사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 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도 읽으면서, 위대한 역사가들에 대한 느낌은 이렇다.





ㆍ헤로도토스와 쿠티디데스는 공정하게 역사를 다루었다.

ㆍ사마천은 역사의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천하를 다뤘다. 인간 본성과 삶의 의미, 군주의 덕성, 권력을 다뤘다.

ㆍ이븐 할둔은 세계를 일곱 기후대로 나눈 인류사를 썼지만, 그 안에는 주기적으로 ‘알라신 찬양’을 끼워넣었다.

ㆍ랑케는 공평한 관점으로 역사를 서술한다고 했지만, 그의 글 속에서 로마-게르만 민족을 제외한 다른 민족은 미개인 혹은 오랑케였다.

ㆍ마르크스는 기계가 노동의 차이를 없애고 임금을 모두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린다고 예언했지만 그 예언은 빗나갔다.

ㆍ박은식, 신채호, 백남운은 당시 시대를 반영하듯 ‘항일’을 위해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역사를 썼다.

ㆍ에드워드 H 카는 크로체의 말을 인용하여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했다.

ㆍ슈펭글러, 토인비, 헌팅턴은...그냥 나에게 어렵다...ㅠㅠㅠㅠㅠㅠ..... 계속 읽어도 모르겠다......

ㆍ다이아몬드는 각 대륙 문명의 발전 속도가 다른 이유는 “그저 운이 좋아서!” 라고 말한다.

ㆍ하라리는 농업형멱을 인류 최대의 사기극으로 보았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역사는 무엇이었는지,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내가 생각하는 역사의 의미는 변하지 않았는지, 변했다면 어떤식으로 변했는지 끈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내가 생각했던 역사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역사는 ‘과거이 일어났던 일‘ 그 중에서도 인류에게 전환점이 되었던, 혹은 큰 사건들을 기록한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그렇게 단정짓기에는 역사란 너무 복잡한 시간, 공간, 인류의 결정체였다.

나는 역사가 문학이라거나 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훌륭햔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위대한 역사는 문학일 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다룬 역사서들을 읽으면서 나는 흥미로운 역사와 사실을 아는 즐거움을 얻었고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귀하게 다가온 것은 저자들이 문장 갈피갈피에 담아 둔 감정이었다.

나는 들은 것을 전할 의무는 있지만, 들은 것을 다 믿을 의무는 없으며, 이 말은 책 전체에 적용된다._P41 ‘헤로도토스’ - P41

역사가의 임무는 기록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아무것도 평가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기록할 가치가 있는 사실인지 역사가는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_P 232 (에드워드 H.카) - P232

각 대륙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가 아닌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다. (중략)

이 네 가지 환경 차이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 P_296 (다이아몬드)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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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책을 읽는 내내 큰별쌤이 직접 강의를 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더더욱 학교에서 큰별쌤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만약 내 학창시절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나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큰별쌤에게 직접 배운 제자들이 마냥 부러워진 하루였다.

그런데 우리 역사속에 이 ‘쓸데없다’는 것만 찾아 모은 분이 계세요. 바로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 입니다. ‘유遺’라는 한자에는 ‘버리다, 유기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유사遺事’라는 건 말 그대로 ‘버려진 것들을 모은 역사’입니다. 버려졌다는 말은 곧 이미 무언가를 취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선택된 것은 무엇이냐? 바로 『삼국사기』입니다. - P18

이승만 대통령이나 자유당 의원들, 그리고 억지 논리에 힘을 실어준 지식인의 행동을 떠올릴 때마다 저는 개인의 선택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여러 대통령이 그토록 수없이 헌법을 바꾼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초대 대통령의 선택에 있지 않을까요? - P57

약 180명의 군사에 제국이 무너진 것은 피사로의 치밀함도 한몫 했지만 잉카 황제 아타우알파의 오만과 무지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아타우알파는 적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어요. 모를 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전혀 없었죠. 그저 ‘나에게는 수만의 군대가 있다, 나는 태양의 신이다, 우리는 주변 부족과 싸워 항상 이겼다, 우리는 최강이다’ 라는 생각에 파묻혀 있었을 겁니다. 아타우알파는 관성에 따라 늘 하던 대로 사고하고 늘 하던대로 행동했습니다. 그 안일함에 오랜 시간 쌓아온 문명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 것은 아닐까요? - P100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다른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입니다. ‘왜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걸까? 독재 정권으로 돌아가자는 거야’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의 시간을 상상해보고 이해한다면 세대 갈등이 갈등을 넘어 혐오로 번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145

살아가는데 직업은 무척 중요합니다. 어떤 직업을 가질 지 고민하는 만큼 뭉서을 위해서 그 직업을 원하는 지도 생각해 봐야 해요. 도전도, 용기도 좋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위한 도전이고, 무엇을 위한 용기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 최종 종착지는 동사의 꿈이었으면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 P214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러 논쟁거리가 있습니다. 어떤 논쟁은 엄청나게 뜨거워요.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다른 사람 사이에 살벌한 말들이 오가지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게 그만큼의 에너지를 쏟을 정도로 우선순위에 있는 일인지 말이죠. - P267

서인과 남인의 이념 싸움처럼 허무한 싸움에 나의 열정을 쏟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나의 뜨거움이 많은 사람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사하는 의미있는 것이라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향하는 곳으로 힘을 더하는 일이라면 더욱 온도를 높여 뛰어야 하죠.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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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시간의 힘을 빌어 얼마나 많은 이름들이 잊혀졌을까?

나는 얼마나 많은 이름을 잊어버렸을까?



내가 잊어버린 그 이름들이, 그때의 나에게 얼마나 커다란 이름들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하루다.

저는 여전히 어떤 이름들을 잘 모르고 삶을 자주 오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언가 호명하려다 끝내 잘못 부른 이름도 적지 않고요.

이 책에는 그렇게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다 실패한 시간과

드물가 만난 눈부신 순간이 담겨있습니다.



그 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여기 적습니다.

지금도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들으면, 열다섯, 이마에 좁쌀 여드름이 잔뜩 난 내 얼굴과 교실 바닥을 비질하던 뒷모습이 떠오른다. 이따금 내 뒤에 다가와 제 키를 재어보고 좋아했던, 이제는 피곤한 얼굴의 도시 노동자가 되어 있을 한 남자아이도. 그 애도 이제는 나처럼 예전보다 모든 일에 재미를 덜 느끼고 또 덜 놀라는 어른이 돼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그 시절 행복했니? 물으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라고 대답할 것맡 같지만. - P23

그러니 만일 제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린 제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네가 있는 공간을, 그리고 네 앞에 있는 사람을 잘 봐두라고. 조금 더 오래보고, 조금 더 자세히 봐두라고. 그 풍경은 앞으로 다시 못 볼 풍경기고, 곧 사라질 모습이니 눈과 마음에 잘 담아두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 P133

이해란 비슷한 크기의 경험과 감정을 포개는 게 아니라 치수 다른 옷을 입은 뒤 자기 몸의 크기를 다시 확인해보는 과정인지도 모르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작가라 ‘이해’를 당위처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지만 나 역시 치수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다. - P252

우리가 본 것과 같은 걸 아이들이 봤다. 배 안에서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걸. 다투어 생명을 지켜야 할 시간에 권리를 외치고 이익을 도모한 모습을. 그 ‘도모’를 가능하게 한 이 세계의 끔찍한 논리를. 아이들‘도’ 봤다. 어른들이 있는데서도, 없는 데서도. 그리고 자신들의 본 것의 의미를 알았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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