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본의 기록들이 100% 허위도 아니지만 100% 진실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랄까, 완전 거짓을 진실처럼 만들었다기 보다는 5%의 진실에다 95%의 과장을 보태는 느낌이랄까?

95%의 과장 속에는 우리는 하늘의 자손이며 겁나 위대하다를 장황하게 포장한 느낌이다.

그 내용속에서 5%의 진실을 찾아내는 건 오로지 읽는 사람의 몫이랄까...

이 책은 (혹은 이 책의 저자 홍성화님은) 그 5%의 진실을 찾게 도와주는 안내자 같았다.

그리고 5%의 진실 속에 담겨있는 것이 바로 고대 도래인의 이야기 이다.



일본에선 최고의 천황으로 손꼽히는 진구(정한론의 근거를 제공한 사람이기도 한..)

한일고대사를 알려면 필수불가결하게 나오는 사람이다.

하여 이 책에서도 끊임없이 그녀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단 저자는 그녀의 기록을 통하여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고자한다.

연오랑과 세오녀의 진실은? 삼한을 정복했다는 일본 황후 진구의 정체는 무엇일까? 영산강 유역에 있는 고대 일본식 무덤은 누구의 것일까? 일제강점기 일본에 왕인을 칭송하는 비석이 세워진 이유는? 한일간의 끊임없는 역사논쟁을 돌아본『한일고대사유적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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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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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일하게 본방사수 하는 드라마는 tvN에서 방영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동갑내기 5인방, 99즈도 참 매력넘치고 좋지만 이상하게도 난 그들 밑에 있는 전공의들에게 눈길이 갔다. 간담췌웨과의 장겨울, 흉부외과의 도재학, 산부인과의 추민하, 신경외과의 용석민/안치홍/허선빈. 이 여섯명의 전공의들의 생활을 보면서, 이들이야 말로 정말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었다. 헌데 꼭 이들의 뒷 이야기를 보여주는 책을 만났다. 바로 이 리뷰의 주인공인 「울지마 인턴」.



그동안 읽었던 의학관련 책이라고는 이국종 교수님의 「골든아워」밖에 없었다. 슬의의 99즈처럼 초보 의사가 아닌, 숙련된 의사였던 이국종 교수님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초보의사의 이야기는 슬의를 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한 정도랄까? 그랬는데, 이 책 덕분에 모든 의사들은 초보시절이 있었다는 것, 그들이 진정한 의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를 하고 성장통을 겪었는 지를 알 수 있었다.



가고시마에서 태어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아메노 류지. 공부를 잘해서 의대에 진학했고, 의사면허를 취득하여, 도쿄에 있는 종합병원에 들어가 이제 겨우 외과 인턴 1년차였다. 매번 병원 숙직실에서 잠을 자고, 언제나 당직당직당직. 피곤할게 자명한 일인데도, 그는 ‘의사’라는 직업에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고, 하루 빨리 ‘진짜 의사’가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할까? 류지는 의사를 선망하던 사람들이 한번 쯤은 생각해봤을, 그런 관념? 정의감? 에 투철한 초보 의사였다. 



​그러니까 그의 생존은 종료되어도 된다? 의료비가 전액 무료인 기초생활수급과 관련이 있는걸까? 아니, 수술을 하면 몇 년은 더 살 수 있을테고 적어도 입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게는 될것이다. 전혀 수를 쓰지 않는다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수술을 하는게 옳은지, 안 하는게 옳은지. 단지 수명을 연장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수술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본다면 어떨까. 수술을 해서 그의 생명이 연장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사회 전체로 보면 부담만 증가할뿐일까. p 065



가족이 없는 94세 치매에 걸린 암환자였다. 류지는 이 환자가 수술을 받으면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병원 차원에서는 수술이 아닌 완화의료를 하는 걸로 결정했다. 류지는 이런 결정을 한 병원이 환자를 꼭 돈으로만 보는 것 같아서 정말 못마땅했다. 하지만 조금 숙련된 의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환자는 오래 살 만큼 살았고, 지병까지 앓고 있는 상태라 수술자체가 위험하며, 입원비랑 수술비 몇십만 엔을 세금으로 부담하면서까지 치료를 해야하는가. 더군다나 수술로 생명을 연장시킨다면 본인과 가족이 행복해야하는데, 이 노인이 수술을 받아 생명이 연장된다면 대체 누가 행복해지는가?



 의사라고 모든 환자를 다 살릴 수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류지는 의사라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사였다. 하지만 병원측은 류지와 달랐고, 류지는 이러한 병원측 의견에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끝끝내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류지의 말도 맞지만, 숙련된 의사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 뭐라고 해야할까? 의사는 모든 환자를 살릴 수 없다. 살려낸 환자가 행복하리란 보장도 없다. 의사가 신은 아니니까. 어쩌면 류지의 생각은 초보의사들이 겪은 흔한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아니, 무엇보다 이런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에, 나중에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환자를 위한 좋은 의사가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류지가 맡은 또 다른 환자,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이 다쿠마가 있다.



의학적으로 얕은 진정상태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류지도 그건 알고 있엇다. 그럼에도 류지는 아이에게서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꼈다. 류지 혼자서 그렇게 느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 작은 인간을 류지는 어떻게든 살려내고 싶었다. p 035



의학드라마를 보다보면, 의사들이 의사가 된 동기 대부분은 과거에 환자의 가족이었던 경우가 태반이었다. 류지 역시 그랬다. 어린시절 갑자기 쓰러진 형을 보았고, 그렇게 형을 떠나보냈다. 본인은 기억하지 않으려 했겠지만, 류지는 의대에 진학했고 의사가 되었다. 그런 류지 앞에 나타난, 혼수상태에 빠진 다쿠마는 류지에겐 특별했다. 류지는 다쿠마를 통해서 어린시절의 형을 보았다. 형은 떠나보냈지만, 이번 만큼은 살려내려고 했고, 그래서 다쿠마의 병실을 매일매일 찾아갔다. 인턴이 해야할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류지에게 다쿠마는 특별한 환자였다. 



‘난 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게 감사 인사를 받을 자격이 전혀 없는데 …….’


그런 생각이 들자 류지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무엇보다 자신이 아직 그런 감사의 말을 들을 만한 일을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하루라도 빨리, 빨리, 빨리. 의사로서 성장해야만 한다. p 084



다쿠마의 응급 수술 때, 류지는 제2 어시스트로 참여했다. 수술 집도는 다른 숙련된 의사가 했지만, 적어도 류지는 다쿠마의 수술을 끝까지 지켜봤고 도왔다. 그리고 하루 24시간, 발이 닳도록 다쿠마 병실을 드나들었다. 그럼에도 다쿠마의 아버지에게 감사인사를 듣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적어도 류지는 경험은 부족한 초보 의사지만, 마음가짐 만큼은 이미 숙련된 의사 그 자체라 생각했다.



나는 지금 의사로 일하고 있다. 틀림없이 난 이 심야의 도시를, 지친 몸으로 쓰러지듯 잠들어버린 어른들을, 아무것도 모른 채 잠자고 있는 아이들을 지키고 있다. 과연 잘 해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하고 아는 것도 없지만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이 배워서 인턴 생활을 잘 완수해내고 말겠다. 아무리 힘들어도 상관없다. 사토 선배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더 친절한 의사가 되고 말것이다. p 118



지난 몇 달간 인턴 생활을 하면서 류지 내면에는 주어진 일을 100% 지시대로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p 142



그저 인턴이었던 류지는, 어린 환자 다쿠마를 통해 트라우마로 남았던 형의 죽음을 이겨냈다. 죽음을 기다리는 치매노인을 만나고, 동갑 내기 말기암 환자를 만나면서 ‘의사로서’ 또 한뼘 성장했다. 



환자의 눈 높이에 맞추고, 오롯이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 아직은 초보의사지만 류지는 이미 ‘진짜 의사’다. 세상 모든 의사들이 류지와 같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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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빵빵한 날들
민승지 지음 / 레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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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조금은 무거운 책들만 읽다가, 오랜만에 손 가볍고 마음 가볍게 에세이를 ☆PICK ★ 


다만....다만.... 손 가볍고, 마음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왜 내 위장은 무거워졌나! 마성의 펭수빵에 사로잡혔다가 겨우 빠져나왔는데 흑흑흑. 이 책 덕분에 다시 빵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표지부터 빵집이라 ‘달달한 에세이’라는 것을 각오하고, 책장을 넘겼는데. 왠걸! 차례부터 빵이라니! 심지어 종류별로 ? 거기다 맛있어보여!!


잠시 빵순이를 내려놨던 내 자신을 혼내고 싶을 정도로 빵 천국이라서, 나는 오늘도 빵을 먹어버렸다.......햄버거로 데헷★


그런데 뭐라고 해야할까, 이 책은 그저 달달한 에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나보다. 작가의 말에서도 나와있듯,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전부 빵집에서 만난 빵을 보며 사람사는 달콤쌉싸름은 향을 맡은 작가가, 빵을 또 다른 ‘나’로 빗대어 한편한편 담담하게 써내린 글이었다.



-나이 든다는 것은 단순히 해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빵 쪼가리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더 이상 말랑거리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요즘에서야 깨닫는다. p 029



‘더 이상 말랑거리지 않는다’완전 극공감인 문장이다. 분명 난 남들보다 감수성이 풍부했다. 조금만 슬퍼도 울고, 조금만 웃겨도 웃고, 가끔은 조울증인가 싶을 정도로 감정변화가 격했다. 아? 이건 감수성과는 다른 장르인가(...) 뭐 여튼! 꽃밭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고, 꽃 선물을 받고싶고, 감성있는 카페도 가고 싶고 막 그랬었다. 그런데 왠걸, 지금의 나를 보면 음...뭐랄까, 많이 메말랐다. 말랑말랑했던 마음이 딱딱해졌다.


요즘은 신랑한테도, 엄마한테도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넌 감성이 너무 없어!’ 라고. 그도 그럴것이 꽃다발을 보면 ‘왜 저런데 돈낭비를?’이라거나, 인스타감성에 젖은 카페들을 보면 ‘저렇게 외관에 신경쓸 시간이 커피나 더 맛있게 내리지’ 라거나. 아, 내가 생각해도 조금 메말라보이긴 한다. 분명 예전엔 자타공인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였는데! 언제부터 내 감수성이 이렇게 메마르고, 말랑말랑 했던 마음이 딱딱해졌을까.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10여년에 걸친 사회생활 때문인가. 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말랑말랑한 마음은 언제나 이용당하고, 호구가 되기 쉽상이었다. 그래서 나를 보호하기위해 조금씩 조금씩 나를 다잡는 연습을 했는데, 왠걸. 나를 보호하려고 한 행동이, 내 마음을 딱딱하게 만들었나보다. 아..... 가엾은 내 마음.



-언니와 아빠는 사실 많이 닮았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굽히지 않는 점, 

무언가 일을 시작할 때 굉장히 요란하다는 점, 생김새 등등. 

사실 ‘닮은 그 부분’이 발단이 되어 서로 부딪힌다. p 084



나는 엄마와 참 많이 닮았다. 나는 아빠와 참 많이 닮았다. 외형은 엄마 판박이고, 내형은 아빠 판박이다(내 동생은 외형이 아빠 판박이고, 내형이 엄마 판박이다 ㅋㅋ). 누가 뭐래도, 어딜봐도, 외국에 던져놔도 엄마아빠의 딸이다. 정말 너무 많이 닮았기에, 참 부딪히는 부분도 많긴 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내지르면 엄마, 아빠가 참아주는 편이었지만. 특히 아빠는 본인이 나서면 더욱 일이 커질 거라는 걸 알았기에 더 참으셨을 것이다.


중학생때였나? 아빠랑 정말 크게 부딪혔던 적이 있다. 그리고 장장 일주일이었나, 한달이었나 서로 대화를 안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불같은 아빠성미나, 아빠를 똑 닮은 불같은 내 성미나 도찐개찐이었다(정말 똑같은 부녀!). 얼마나 똑같았으면, 한 집에 살면서 대화를 안하는 지경까지? 그 사이에 있던 우리 엄마는 얼마나 맘 고생했을지, 에휴. 지금이야 내가 아빠 성격과 아주 똑같다는 사실을 아는지라, 서로 반대되는 생각을 갖는 주제는 아예 대화에 꺼내지 않는다. 예컨데 정치같은 것(경험상...가족끼리라도 정치/종교는 건들면 안된다)! 그 외의 대화라면 아빠와 내 의견은 언제나 일치. 가끔은 아빠랑 편먹기도 하고. 


난 아빠랑 닮았기 때문에, 이 험난한 세상을 나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내가 되었다고 언제나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 포켓몬 빵이 한창 유행을 했었다. 

빵보다도 빵 안에 든 포켓 몬스터 스티커 띠부띠부실을 모으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띠부띠부실을 종류별로 수집해서 많이 모을수록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그래서 같은 스티커가 나오면 꽤 실망을 하며 빵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p 117



와, 이 책의 저자는 나와 동년배인가보다ㅋㅋㅋㅋ. 포켓몬 띠부띠부씰이라니!!! 이 책을 몇달 전에 읽었다면, ‘와 정말 추억돋는다’라고 했을텐데, 아주 소름돋게도 지금 나에게 이 상황은 추억이 아니라 현재가 되었다. 펭수 띠부띠부실이 있는 펭수빵이 나오기 전까지만해도 말이다.



때는 바야흐로 콧물 질질흘리며 초등학교를 다닐 때 였다. 너나할것없이 포켓몬 띠부띠부실을 모으기 위해 매일 슈퍼에 발도장을 찍었다. 당시 선호하던 포켓몬 빵은 (아마도 저렇게 고오스가 그려져있던)초코롤이었다. 그 외 포켓몬 빵은 내 입에는 완전 별로! 하지만 띠부띠부실을 모아야 한다는 특명아래 안먹는 포켓몬빵까지 매일매일 쓸어왔다. 포켓몬빵 출시 초기에는 비닐을 쫙쫙 잡아당겨서, 어떤 띠부띠부실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사기도 했었는데! 이런 꼼수는 금방 들통나고, 띠부띠부실과 빵포장은 더욱 철저해졌다. 진짜 포켓몬 빵을 얼마나 많이 샀는지! 그 많은 포켓몬 빵 중 내가 직접 먹은건 반도 안되겠지만ㅋㅋ. 초코롤을 제외한 나머지 빵은 반 친구들 주거나, 가족들 주거나. 진짜 그때만큼은 내가 정말 모든걸 다 퍼주는 착한 사람이구나 했다ㅋㅋㅋ. 정말 생각만해도 즐거운 추억이었는데.



하.....그런데, 이 짓을 지금 또 하고있다. 심지어 이번에는 펭수 띠부띠부실도 모으면서, 빵도 사는 족족 먹고 있다. 나이들며 내 입맛이 달라진건지 모르겠는데, 당시에는 맛없던 공장빵들이 지금은 왜 이렇게 맛있는지?! 덕분에 펭수빵을 종류별로 다 먹고, 펭수 띠부띠부실을 모은다고 또 먹고, 계속 먹고 미친듯이 먹고 그러다가 펭수몸매가 되고, 하...ㅠㅠㅠㅠㅠㅠㅠ 



기술이 발전한건지, 요새는 공장빵도 정말 맛있게 잘 나와서 입은 행복한데, 내 위장은 슬..프....다.........ㅠ0ㅠ



와, 그저 가볍고 달콤한 에세이를 읽는거라 생각했는데! 읽고보니 내 인생 전반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내가 살아온 삶은, 아니 이 땅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삶은 달콤쌉사름한 빵같은 삶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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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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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제목과 표지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아, 이건 일상에 지친 우리를 위로해주는 책이구나’ 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 책이 이야기 하는 건 물론 ‘위로’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상실’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자의든 타의든 누군가와 이별을 한다. 이별을 하는 순간, 우리는 ‘상실’이라는 크나큰 시련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린도 할아버지와 이별하고, 상실이라는 감정을 마주했다. 하지만 이제 갓 대학생이 된 마린에게 상실이란, 극복하기엔 너무 큰 감정이었다.




마린이 겪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려서 엄마를 잃고, 외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친구들, 마린의 친구 메이블까지. 마린의 풍족하지는 않았어도, 불우하지 않았다. 주어진 삶 속에서 충분히 행복했다....고 당시의 마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행복에 어딘가 모순이 있었다는 걸 깨닫기에는, 마린은 너무 어렸으니까. 그 모순을 깨닫기도 전에 마린은 할아버지를 바다에 빼앗겼다.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자기 마주한 이별. 이별에서 오는 상실감. 마린은 갑자기 찾아온 상실감을 마주할 수 없었고, 그렇게 마린은 주변 사람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 메이블에게도 아무 말 없이 고향을 떠났다. 고향에서 40시간이나 떨어져있는 뉴욕으로. 마린은 그렇게 도망쳤다.




“나하고 같이가자” p. 054



“난 내가 얘기할 때 억지로라도 네가 얘기하게 하려고 이 먼 길을 왔어” p. 061



“마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한 친구가 있다는 건 알아. 내가 친할아버지처럼 사랑했던 할아버지 손에 자란 애란 것도, 내가 대학으로 떠난 지 며칠 뒤에 할아버지가 물에 빠져 돌아가셨고, 그날 밤 이후 내 친구 마린의 소식을 아는 사람이 고향 사람 중 아무도 없었다는 것도, 심지어 나조차도” p. 067



그런 마린을, 40시간이나 떨어진 뉴욕에 있는 마린을 찾아온 건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메이블이었다. 마린이 할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으로 고향을 떠난 그 순간, 메이블은 가장 친한친구 마린을 잃은 상실감을 마주해야만 했다. 하지만 상실감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도망을 선택한 마린과는 달리, 메이블은 마주했다. 자기에게 상실감을 안겨준 마린을 만나기 위해, 40시간을 달려왔다. 메이블이 그렇게 용기를 마린을 만나러 온 덕분에, 마린도 할아버지를잃은 상실감과 마주할 용기가 조금씩이나마 움트기 시작했나보다.



난 식성이 까다롭지 않았다. 단지 어느 날 불시에 무언가가 나를 덮칠까 봐 두려운 것 뿐이었다. 식은 커피, 네모난 미국 치즈들. 너무 덜 익어서 가운데가 허옇고 딱딱한 토마토. 가장 사소한 것들이 가장 끔찍한 것들을 불러올 수 있다. p. 084



“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것은 곧 폐허 속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p. 117



“내가 예전에 세상을 이해하던 방식과 지금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다르다. 나는 이야기를 읽고 눈물을 흘리고 책을 덮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지금은 모든 것에 울림이 있고 가시처럼, 종기처럼 도무지 떠날 줄 모른다.” p. 161



고향에서 도망친 마린은 일상적인 것 조차도 두려워했다. 일상적인 것에서 찾아오는 할아버지와의 추억, 그 추억과 함께 찾아오는 할아버지와의 이별. 그 아픔과, 상실과 마주할 용기가 없어 고향을 도망친 자신. 고향을 도망치고 나서도 마린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들게, 고통스럽게 살았다. 최대한 기억하지 않으려고, 추억하지 않으려고, 떠올리지 않으려고 말이다. 이랬던 마린을 향해, 메이블은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자기 집에서 같이 살자고. 메이블 부모님조차도 마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마린을 위한 방을 만들어놨다고 말이다. 



“카를로스 오빠 방을 왜 치우는데?”​


“너 주려고. 방을 새로 꾸몄다고 얘기했잖아.”


“난 손님방 말하는 건 줄 알았는대.”​


“그 방은 너무 좁아, 그리고 거긴 손님이 묵는 방이야.” p. 177



할아버지와 이별한 아픔으로, 온 마음이 상실감으로 가득 찼던 마린. 모든 것을 끊어내면서 스스로 외로움의 길로 들어섰던 마린. 하지만 그 조차도 인식못했던, 아픔과 고통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마린에게 메이블은 상실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구원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외로웠어” 163




사람은 살면서 숱한 이별을 한다. 물론 너무 오래되 기억이 안나거나, 그리 깊은 마음이 아니었던 이별도 있다. 반면 마린처럼 상실감을 느끼는 이별도 있을것이다. 이 책은 이별을 마주할 때, 상실감을 마주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만 하는지 마린과 메이블, 두 사람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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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현에게 일본은 용서할 수 없는 구적이었다. 일본의 침탈에 맞서 감연히 의병을 모아 선두에 나섰다가 결국 대마도로 압송되어서는 일본인이 제공하는 일본 양곡이 든 끼니를 취하는 것 조차 부끄러워했다. 꼿꼿한 선비의 기개는 비극의 시대에 어울리는 선열한 죽음을 택했다. 그는 죽어서야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우니지마(대마도 북단의 섬)에는 조선혼령이 나타나기 일쑤였다고 한다.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든 조선 남자와 얼굴을 가린 채 우는 조선 여인이 나타난다.…(중략)… 공포에 질린 섬사람들은 이지하라의 산사에 모여 진무제를 올렸다. 혼령을 내쫓는 행사도 열었다. …(중략)… 말하자면 임진왜란 때 일본이 저지른 악행, 조선 양민을 살육하고 코와 귀를 베어 가던 악행을 일본인 자신들도 잊지 못했던 것이다.

이전직(이매계)는 두 번 절하고 조선 사절에게 아뢰옵니다. 제 아버지 (이)진영은 경상도 영산 사람입니다. 포로로 잡혀와서 쇄환의 대열에 끼지 못하고 귀국의 희망이 좌절되었지만, 죽을 때 까지 고국을 그리는 마음은 변치 않았습니다.…(중략)…

이제 다행스럽게도 여러분께서 이곳에 오셨으니 제 선조의 내력이나 그 언행을 아시는 것이 있다면 저의 이 심정을 불쌍히 여기시어 한자 써주시되 …(중략)… 자는 무엇이고 호는 무엇인지를 적어주시면 선조의 흔적으로 알고 보존하겠습니다.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하는 격투기 붐은 바로 한국 핏줄의 싸움꾼들이 발휘한 투혼의 연장선에 있다.…(중략)…

주먹의 세계에는 민족의 우열도, 배타 감정도, 배우고 못 배운 차이도, 인격 자산과 배경 같은것도 통하지 않는다.

대학생들에게서 일제 36년 지배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 여러차례 그 질문을 받았다. 지당한 얘기이고 과연 질문대로 -일본이 저지른 죄가 큰 것- 이기는 하나, 거기에만 얽매일 경우 젊은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맞는 말도 지나치면 후퇴가 시작된다. 새로운 국가는 전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덧붙였다.

"여러분이 36년을 말하면, 나는 370년을 말해야 하지 않겠나" - 14대 심수관

김달수는 고대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다. 그 결과 일본 책의 ‘귀화인‘이라는 단어를 ‘도래인‘으로 바꾸는 성과를 거두었다. 귀화란 일본을 문화/경제적으로 높은 위치에 놓고 한반도 사람이 머리 숙이고 들어갔다는 어조를 품고 있다. 도래인은 그것을 객관화하고 가치중립화한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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