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소녀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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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어떤 사람일까? 요즘 들어 그가 자주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었다. 나는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 그의 종. 그의 뜻대로 행하는 자.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을까? 그는 백도제가 발린 조그만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와지붕은 빨간색이고 담을 타고 올라간 밝은 자주색 클레마티스는 희미해져가는 늦여름의 태양에 흠뻑 젖었다. 새들이 나무 위에서 재잘거렸다. 벌들은 덤불 사이에서 게으르게 위윙거렸다. 여기에 악마가 있다. 여기, 가장 위험할 것 없어 보이는 이곳에.


    1. 바보같은 넋두리 - 블로그 로그인을 하고 다시 다른 아이디로 바꾼 체 임시 저장을 했다고 닫아 버렸다. 새빠지게 적어서 저장했건만 남은 건 제목 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정신없이 끼적댄 내용들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이런 지랄같은 일이,,,,,, 여기서 한번인 것 같지?.... 근데 이게 연달아 두번 째라는 사실은 정말 내가 바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주말에 급하게 적어서 올린다는 것을 메일 확인한답시고 계정 바꿔놓고 그대로 적어내려가다가 실수로 날리고, 오늘 또 똑같은 방법으로 날리고 앉았다... 그러니 다시 내가 뭘 적었는 지 머리속으로 되내어가며 자판을 두드려본다... 허얼, 생각할 수로 기가 차는구만.....머리에 뭐가 씌었나, 


    2. 악마의 농간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이 연달아 동일하게 두번씩이나 벌어질 수가 있을까, 사실 내가 바보라고 팩트로 조지면 될 일이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기 보다는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합리화가 낫기는 하다.. 인간은 그렇다... 사라진 앞선 독후감에서도 한 이야기가 인간이 스스로 감내하고 견뎌낼 수 있는 상황이 넘어서는 일에 있어서는 그 어떤 신이건 간에 찾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딱히 종교적 믿음을 갖고 있지 못한 나라는 인간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어떠한 어려움이 발생하고 누군가의 힘에 의지하고 싶게 되면 순간 나의 모든 것을 주어서라도 그 상황을 희망으로 이끌고 싶은게지, 그게 가족의 안위든, 인간 본연의 욕망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는 상황이 이루어지게 되면 어느새 열망하고 기도하던 신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이 또한 인간을 긍휼케하는 신의 영역에서는 그러려니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딱히 어느 종교적 신에게 기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원하는 바를 이룰 기도의 대상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신에게 향한 것이었으니 만큼, 착하게는 살아가고 있긴 하다.. 흔한 기도빨이긴 하지만 약속은 했으니 착하게는 살아야쥐, 근데 도대체 인간이 의지하는 신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거지? 일단 나는 건담 신이나 관우 신이나 알라 신에게는 기도하지 않았다..


   3. 앞선 독후감에서 C. J. 튜더 작가에 대한 찬사가 끊임없이 이어졌었더랬습니다.. 이 작가 스릴러작가로서 눈여겨보고 앞으로 나오는 모든 작품을 꼭 읽어볼테다라고 했거덩요, 소설이 무척이나 재미지고 매력적인 서사와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캐릭터가 주는 흥미로운 이미지적 구현도 뛰어나다고 마구마구 떠들어댔습니다.. 근데 다시 적을라하니 구찮네요, 여하튼 아주아주 즐겁고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는 "불타는 소녀들"이라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강렬한 도입의 시작점과 이어지는 서사의 흥미로운 연결은 이 작품에서도 끊임없이 독자들의 눈을 붙잡아둡니다.. 특히나 이 작가가 보여주는 소설의 시작의 매력은 아주 뛰어나다고 봐야됩니다.. 강렬하면서도 조금은 자극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시작점은 칭찬해줄만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도 구구절절 설명이나 이해를 위해 상황을 끌어가지 않고 티키타카의 상황적 흐름과 직접적이면서도 시각적인 스토리라인으로 독자들에게 뛰어난 흡입력을 보여주죠, 흔히 말하는 가독성입니다.. 작가는 인간이 보여주는 가장 깊은 곳에서 드러나는 본연의 심성의 공포감과 내면의 이중적 악함과 두려움을 대단히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소설속에서도 주인공인 잭 브룩스 신부와 딸 플로라는 양자적 캐릭터의 상황이 주변의 인물들과 연결되며 이어나가는 상황적 긴장감이 매우 뛰어나 독자로서는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는 것이죠, 


    4. 이러한 집중력은 사실 영미권 소설의 속도감을 도와주는 챕터를 짧게 이어나가면서 독자들에게 필연적 속도감을 높여주는 차원과는 조금 다릅니다.. 튜더 작가는 챕터를 짧게 가져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엄청난 집중을 하게 되는거죠, 쉽지 않을 일입니다.. 스토리 라인과 서사가 주는 흥미도가 아주 뛰어나다는 말이죠, 어라, 줄거리가 빠졌네... 소설의 시작과 함께 잭 브룩스 신부는 심상찮은 상황에 맞닥뜨립니다.. 구마의식을 벌인 교인의 집에서 피로 물든 시체를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하니까요, 이런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잭은 채플 크로프트라는 작은 마을로 임시 발령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아주 위험한 상황의 중심에 놓이게 되죠, 잭과 딸인 플로는 부임과 동시에 교회의 입구에서 피로 물든 한 여자 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연이어 사택으로 배달된 의문의 상자에서 구마의식에 쓰이는 도구들을 받게 됩니다.. 그 안에 있던 칼에는 피로 얼룩이 묻은 체 남겨져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조금씩 채플 크로프트의 숨겨진 이야기와 함께 과거 30년전 사라진 두명의 15살의 여자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진실의 경계로 넘어서게 되는데......


    5. 줄거리가 한참 길었는데 일단 짧게 갑시다.. 그보다 소설이 재미나다고 하는게 더 읽고 싶은 충동이 생길테니 말이죠, 이 소설은 호러와 스릴러와 서스펜스적 긴장감과 추리적 궁금증을 모두 짜임새있게 잘 갖춘 작품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을거에요'라는 희애 누님의 말이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또한 이러한 장점 외에도 캐릭터의 구현이나 티키타카적 대화체의 즐거움도 한몫을 단단히 합니다.. 거의 모든 대화의 중심은 잭 브룩스라는 인물의 캐릭터에 집중되지만 이 '신부'의 캐릭터의 이미지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인물임에도 상황이 주는 비현설적 모호감속에 갇힌 인물로서 아주 입체감이 대단합니다.. 또한 중반부를 넘어서도 벌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의 중심에 놓인 인물로서 충격적인 반전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이기도 하구요, 뭐랄까요, 작가가 사랑한다고 대놓고 소설속에서도 드러내는 스티븐 킹슨생의 작품으로 비유를 해볼작시면 이 튜더 작가의 작품은 조금 덜 진지하고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흥미로운 대중성이 가득한 킹쌤표 소설이라고 보면 어떨 까 싶기도 합니다... 아님 말구요,


    6. 여하튼 이렇게 또 세번째 주절주절을 끌고 여기까지 왔네요,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무척이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스릴러소설임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올 여름에도 수많은 장르소설이 출시되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진 작품을 뽑으라면 전 이 작품을 우선적으로 내놓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도 없지않아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다보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유독 눈에 띄기 마련이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는 중반까지 이루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주는 집중도가 뛰어나고 뒤로 넘기는 페이지가 아쉬웠습니다만, 후반부로 들어서면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의 무게가 급하게 무게추가 줄어들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저로서는 어느순간부터 조금씩 추의 무게를 낌새로 덜어내고, 조짐으로 빼고, 기미로 잘라버려서 그런지 수면 위로 올라온 진실의 물 세례가 그렇게 크지가 않아서 아쉬웠다는 것이지요, 작가님으로선 중간중간 미끼를 던져분 것인데 저는 그걸 덥석 물어뿐 거시 아니어서 그런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불타는 소녀들"은 지금 이순간 숨쉬기조차 힘든 열돔의 세상속에서 이열치열의 기운으로다가 뜨겁게 불태우는 느낌으로다가 읽으신다면 아주 즐거운 독서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얼음 동동 띄운 냉커피 한잔 홀짝거리면 굳이 코로나때메 휴가 못간 아쉬움도 날리실 수 있을 흥미진진한 작품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가 볼떄 이 'C. J. 튜더' 작품 안 읽는 독자는 있어도 한 편 읽고 마는 독자는 없다이...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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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팜 제노프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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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스[1946년, 뉴욕] : 기차역에서 우연히 여행 가방을 발견한 것은 그레이스 힐리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저지른 최악의 실수였다. 화요일 오전 9시 20분, 평상시였다면 그레이스는 헬스키친 구역의 후줄근한 하숙집에서 남쪽에 있는 로어이스트사이드의 회사로 가는 출근 버스 두 대 중 하나에 몸을 실어야 헀다. 평상시 같으면 한창 회사로 이동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얼마전부터 집이라고 부르게 된 동네와는 전혀 동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녀는 S자로 구불거리는 머리칼을 목덜미 위로 단정하게 고쳐 묶고 민트색 카디건까지 벗어던진 채 종종걸음으로 매디슨거리의 남쪽을 걸어갔다.


    1. 우리나라는 여전히 분단국가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외쳐본 지는 오래되었지만 어린 시절 그토록 절절하게 통일을 염원하며 제대로 전쟁의 상황을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교육과 학습으로 강요하던 통일이 소원이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여전히 통일에 대한 열망은 있다, 당연히... 하지만 그시절 그렇게 강요하고 절대적 숙명처럼 나라에서 요구하던 우리의 소원으로서의 통일은 이제는 그닥 와닿지 않는다.. 내 나이 50줄에 들어섰지만,, 아마도 그 이유가 나의 삶이 전쟁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난 첫 세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일제 강점지이후 해방과 한국전쟁이 발발하였고 직접적으로 전쟁의 상흔속에서 삶이 무너져버린 윗세대의 세상을 감히 상상할 수 없거니와 이후 60년대 후반의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전쟁을 경험한 이들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이후의 삶을 시작한 세대이기 때문일게다.. 끊임없이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유일한 나라임을 위정자들은 끄집어내지만, 사실 체감상 와닿지는 않는거지, 어른 세대의 전쟁의 상처와 트라우마로 인해 어른들이 걱정하는 삶의 무너짐은 충분히 이해를 하고 공감은 하지만 무조건적 통일보다는 함께하는 것과 과거를 기억하고 잊지는 안되 되풀이되지는 않을꺼라는 확신과 내부에서 우리가 미처 떠올리 지 못하는 수많은 의로운 죽음과 희생을 서로 공유하면서 전쟁이 아닌 상생의 세상을 논하면 좀 낫지 않을까, 안되면 우짜노?...


    2. 하지만 우린 역사를 통해서 전쟁을 배웠습니다.. 특히 한국사에서 일어난 수많은 전쟁의 상흔과 아픔을 교육받고 학습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세대는 진정한 역사의 진실을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큰 틀에서의 전쟁의 승리와 맥아더의 영웅적 면모와 괴뢰군의 빨간색 돼지로 인지한 김일성에 대한 적대감만 고취시키곤 했죠, 전쟁의 이면에 수없이 많은 무고한 희생이 뒤따랐다는 사실은 여전히 가려진 진실속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스스로의 역사적 진실마저 감추기 급급한 세월을 살아온 부분도 있구요, 뒤늦게 밝혀졌지만 외면당하는 역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그 당시의 상황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거라구요, 적군이 아닌 아군에 의해 이유없이 죽어간 생명에 대해서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멀리 볼 이유도 없습니다.. 광주의 아픔이 그러하고 무엇보다 세월호의 아픔 역시 그러합니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당한 일이 아니면 굳이 기억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스스로의 세뇌를 자연스럽게 합리화로 만들어갑니다.. 결국 세월호로 흘러버렸지만 전쟁의 상흔과 그 상황속에서 기억되지 못하고 사라져간 수많은 희생적 영웅들을 우린 여전히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번 해 볼 필요가 있는거죠, 일어나지않은 전쟁의 두려움으로 대중을 현혹시키기보다는 과거의 전쟁의 아픔과 잊혀진 기억을 떠올리며 두려움을 희망으로, 말그대로 소망으로 만들어나가는게 더 중요하다면 느무 도덕 교과서적인가요,


    3. 2차 세계대전은 말그대로 세계를 화염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전쟁입니다.. 어떠한 나라도 이 전쟁속에서 아픔을 겪지 않은 곳 없습니다.. 일본과 독일과 이탈리아의 야욕은 수많은 인간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오늘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독일이 저지른 전쟁의 악행을 이야기하는 팜 제노프라는 작가의 '사라진 소녀들'이라는 작품이네요, 소설은 종전 후 1946년 뉴욕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레이스라는 한 여성이 우연히 발견한 가방속의 사진들의 출처와 그 내막을 궁금해하면서 시작되죠, 그리고 가방의 주인인듯한 여성의 이름이 밝혀집니다.. 엘레노어 트리그라는 여성이 분실한 것으로 보이는 가방에서 그레이스는 여성들의 사진묶음 챙겨서 나오게 되죠,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1943년으로 이야기는 거슬러갑니다.. 가방의 주인인 엘레노어 트리그의 이야기로 조금씩 과거가 드러나게 됩니다.. 엘레노어는 영국 특수작전국의 국장 비서로서 업무를 보지만 그녀의 뛰어난 재능으로 인해 국장의 인가 아래 이전에 없었던 여성 특수요원을 선발하여 비밀 스파이로 파리에 투입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여성 요원의 교육부터 모든 책임을 엘레노어가 담당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어서 마리라는 여성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마리는 자신이 카페에서 읽던 프랑스어로 된 보들레르의 시집으로 인해 요원으로 발탁이 됩니다.. 프랑스어를 제대로 구사한다는 이유로 그녀는 기존의 직장에서 단순히 급여를 더 많이 준다는 이유로 우연히 요원이 되기로 하죠, 그렇게 훈련을 받기 위해 특수작전 전문 교육을 받으로 마리는 스코틀랜드로 떠납니다.. 46년의 그레이스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 수가 없죠, 자신이 발견한 사진묶음에 대한 궁금증으로 고민하다가 가방의 주인이 찾을 것 같은 이유로 다시 가방이 있던 자리를 찾지만 가방은 사라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 가방의 주인인 엘레노어 트리그가 그녀가 아침에 보았던 교통사고의 사망자임을 알게 되죠, 이렇게 그레이스는 자신이 가진 사진속의 여성들의 삶을 쫓기 시작하고, 44년의 엘레노어는 자신의 특수작전을 위해 마리를 비롯한 여성 요원들을 훈련시켜 프랑스로 보내고, 마리 역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요원으로서의 국가적 사명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파리에서 비밀요원으로 활약하던 마리에게 총책임자인 줄리안을 만나게 되고, 더불어 조금씩 비밀요원을 찾는 독일군의 수색이 이들에게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하는데.....


    4. 줄거리가 조금 깁니다. 그죠, 그 이유가 이 소설은 3인의 시점을 통해 그 내용이 교차하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그레이스라는 여성이 종전 후의 뉴욕에서 발견한 엘레노어의 가방속의 사진에서 과거를 끄집어내는 것이죠, 사진속 인물들은 44년의 엘레노어가 발탁한 요원들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중 마리라는 여성의 비밀요원으로서의 활약이 번갈아가면서 44년의 전쟁의 와중과 46년의 종전의 이야기로 이어져나가는 것이죠, 모든 이야기의 시점은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여성으로서 삶을 이어가는 두명의 여인과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의 아픔에서 제대로 헤어나오지 못한 체 힘겹게 자신을 추스리며 주체적 삶을 살아보려는 여성의 이야기인 것이죠, 이 세명의 여성은 모두 자신의 삶과 스스로에 대한 주체적 모습을 그려냅니다.. 이들 모두는 전쟁이라는 아픔속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삶의 중심을 바라잡고 그 벽을 깨부수려고 하는 인물들입니다.. 누구나 아는, 책에서 보여지는 그런 영웅들의 모습이 아니라 잊혀지고 사라진 이야기속에서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공감을 보여주는 아픔속에서 끝까지 자신을 지켜나가고자했던 인물로서의 여성상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러한 의도는 시작점부터 충분히 내비치고 있습니다만 이어지는 서사속에서 조금씩 이들의 심리와 상황적 긴장감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진실에 대한 답변을 찾게끔 집중하게 하는 스토리라인이 제법 매력적입니다..


    5. 소설은 후반부에 들어서서 밝혀지지 않은 전쟁중의 진실과 그 내면들이 드러나긴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그 누구보다 '마리'라는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엘레노어의 이야기도 그러려니하고, 그레이스도 전쟁과는 무관하게 그녀 스스로 진실을 찾는 사람이니 신상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지만, '마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에서 비밀요원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맡긴 체 하루하루를 긴장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니 조마조마한 것이죠, 이 부분은 소설속의 마리가 보여주는 현실적인 또래의 여성의 삶이 절절하게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결국 이들이 잊혀지고 '사라진 여성들'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이들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잊혀지지 않은 사람으로 끝까지 기억되어지길 바라는 모냥입니다.. 소설의 원제처럼 '파리에서 사라진 소녀들'이라는 말처럼 이 소설속의 여성들의 나이는 20세 전후의 어린 여성들이기 때문이죠, 세상을 제대로 알고 삶의 경험을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한 이들이 전쟁의 세상속에서 자신들보다 나라를 먼저 구하고자한 이야기,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들의 삶을 기억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이야기를 하고자 했습니다.. 흔한 남성적 전쟁소설의 이야기와는 다른 여성이 감내했던 전쟁의 내면과 그 소용돌이속에서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여성들의 이야기가 제법 와닿습니다.. 조금 흐름이나 드라마틱함의 자극적 스토리라인이 깊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게 보여주고자 한 작가의 의도에 따라 아프고 긴장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이들의 삶을 따라가는 매력이 상당히 즐거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크고 중요한 순간에는 여성들이 더 용감하고 굳건하긴 해, 올림픽도 좀 그렁거가틈, 좀 멋져... 난 그래,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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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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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땅히 일자리를 찾지 못한 베니 아무라는 결국 사냥꾼이 되기로 했다. 사냥은 가족 사업이었다. 가족이라고 해봐야 형 하나뿐이었지만 베니는 형인 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업'이니 직업이니 하는 것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 일이 괜찮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딱 한 가지, 실제로 사냥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실전에 나가 본 적은 아직 없었다. 체육 수업이나 스카우트 훈련에서 시뮬레이션은 수도 없이 했지만, 아직 너무 어려서 진짜 사냥은 할 수 없었다. 적어도 열다섯 살 생일은 지나야 했다.


    1. 내가 알던 세상의 좀비와 요즘 아이들이 아는 세상의 좀비는 다르다. 언제부터인가 좀비는 아주 위협적이고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괴물이 되어 버렸다.. 흐느적거리고 멍청하게 소리와 냄새만 쫓던 좀비가 어느샌가 인간을 인식하고 미친듯이 달려들고 번개같은 속도로 인간을 쫓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지, 심지어는 좀비가 죽은 뇌를 또다른 진화의 방식으로 좀비 뇌세포를 되살려 진화의 단계까지 이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네, 달리 표현하면 그만큼 우리네 인생의 삶이 보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세상의 이미지를 좀비에게 투영시켜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봐도 크게 다르진 않아 뵌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좀비의 확장력에 대한 매력에 한껏 취해있는 바다... 단순하고 일관되게 단순한 좀비 바이러스로 인한 죽음의 영역이 아닌 보다 강렬하고 인간에 종말론적 위협을 가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좀비의 영역에 대한 끊임없은 발전적 진화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많은 창작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좀비덕후로서 고 조지 로메로 할배의 충격적 영화에서부터 수많은 창작의 영역을 지나 잭 스나이더와 대니 보일의 파괴력까지 그리고 끊임없이 인간의 내면과 악의와 좀비를 대비시켜 나가며 이어지고 있는 워킹데드의 이미지적 세상과 함께 수많은 창의적 소설의 매력까지 생각하며 오늘도 변함없이 넷플릭스에서 좀비를 검색한다.. 물론 왓챠도 있고 유튜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이 있다... 일단 '킹덤 아신전'부터 좀 보고....


    2. 참 전형적인 소재이자 이야기거리임에도 좀비스타일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듯 합니다... 이젠 공포와 호러의 슬래시적 이미지와는 다른 하나의 장르로 발전해버린 모양새가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피튀기는건 어쩔 수 없지만, 요즘 15세 관람가의 영화들에 비해 딱히 폭력적이라는 생각도 안들어요, 오히려 좀비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로 인해 아이들에게 그닥 심리적 불안감을 심어주진 않을 듯 한데 희안하게도 좀비물은 18세로 묶어놓네요, 난 개인적으로 이런 좀비물보다 펜트하우스가 더 잔인하고 파괴적이고 심리적 불안을 주는 것 같더만, 여하튼 조너선 메이버리 작가의 '시체와 폐허의 땅'이라는 작품은 전형적인 좀비의 영역을 다루는 작품처럼 보입니다.. 현재 유행하는 파괴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좀비의 무자비한 폭력적 잔인성을 조금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오히려 워킹데드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봐야겠죠, 소설은 세상이 종말이 발생한 첫째 날의 밤 이후의 세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3. 베니는 곧 15세가 됩니다.. 그날 밤 자신을 데리고 엄마, 아빠를 둔 체 도망쳐 온 형을 용서할 수 없죠, 형인 톰은 지금 마을에서 좀비 사냥꾼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톰이 대단한 사냥꾼이라고 믿지만 베니는 일자리를 찾는 일에 형의 밑에서 배우고 싶진 않습니다.. 곧 다가올 15세 생일이 지나면 직업을 찾아야하지만 여전히 적성에 맞는 마땅한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형의 일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은 형인 톰을 겁쟁이라고 생각하죠, 형보다는 찰리나 해머가 보여주는 좀비 사냥꾼으로도의 능력에 존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톰은 그런 베니를 데리고 자신의 일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 시체와 폐허들이 가득한 곳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베니는 자신의 형이 하는 일을 조금이나마 인식을 하죠, 톰은 단순한 좀비 사냥꾼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이자 한때는 인간이었던 좀비를 찾아 살아남은 이들의 의뢰를 받아 그들을 찾아 영원한 안식을 주는 일을 합니다. 그런 톰의 행동에 베니는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하죠, 그리고 우연히 알게된 진실로 인해 마을은 쑥대밭이 되어버리고 자신이 좋아했던 좀비사냥꾼인 찰리와 해머 일행은 엄청나게 잔인한 진실을 숨기고 있던 범죄자인걸 알게 되죠, 그들이 베니의 친구인 닉스를 데리고 그들이 운영하는 게임랜드에서 좀비와 싸우게 만드는 도박 결투를 벌이려고 하고 톰과 베니는 자신들의 가족과 다르지않은 이들의 죽음과 아픔에 분노와 함께 닉스를 찾아 다시금 시체가 살아가는 폐허가 되어버린 죽음이 가득한 세상속으로 나아갑니다.. 그들에겐 좀비보다 더 악하고 잔인한 인간들이 두려울 따름입니다.. 좀비와 다르게 인간은 생각이라는 걸 하니까 말이죠,,, 하지만 결국 톰과 베니는 이들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게 되는데.................


    4. 좀비의 세상에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스토리나 진행방향이나 구성이나 이미지가 전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워킹데드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감상이 지배적이라고 봐도 되지 싶구요, 그럼에도 이 소설이 흥미로운 부분은 캐릭터가 가지는 생생한 입체감이라고 봐야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은 베니의 심리와 상황적 감성이 또래의 나이의 성향을 대단히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가득합니다.. 또한 닉스라는 여자아이의 주체적이고 강렬한 영향력은 또다른 즐거움이기도 하구요, 일종의 좀비의 세상속의 종말론적 세계관속에서 이전의 삶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그들만이 알고 살아온 좀비의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성장드라마로 보면 더 정확할까요, 소설은 이전의 세상과 현재의 세상의 단절속에서 이전의 세상의 삶을 아는 이들에게 닥친 종말의 세상이 주는 두려움을 대단히 구체적으로 밝힙니다.. 이 두려움은 성인들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폐쇄적 두려움을 안겨주고 현재 주어진 삶의 공간속에서 안정을 찾고 울타리밖의 시체와 폐허의 세상은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살아가죠, 하지만 좀비와 함께 세상을 만난 아이들은 다릅니다.. 불안과 두려움과 고통과 소외의 세상속에서 그들만의 삶을 만들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기 위해 모험을 한다는 것에 두려움보다는 희망이 앞서는 이들이죠, 그리고 이들을 가로막는 것은 언제나 과거에서 자신들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탐욕을 저지르고 힘을 얻고자하는 성인들이고 어른들입니다..


    5. 소설은 아이들의 시선속에서 어른들의 삶, 그리고 자신들이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상의 이야기속에서 자신들만의 길을 찾아내는 그들만의 세상속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에겐 그들의 삶에 대해 울타리를 쳐주는 가족과 형제와 부모가 있죠, 이로 인해 이들은 고통과 두려움과 이별의 슬픔속에서도 그들만의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소설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인간들의 세상에서 살아온 아이들이 배우고 알던 세상이 울타리밖의 폐허의 세상속에서도 여전히 삶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좀비들에게서 벗어난 세상이라고 모든 인간들의 세상이 두려움이 없는 올바른 세상이라는 허구맹랑한 가식도 꺠우치게 되죠, 어쩌면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좀비의 머리속에서 단순하게 남은 잔상만으로 그 자리를 그대로 버티고 있는 무의미한 좀비가 인간보다 나은 지도 모를 일인 게지요, 오히려 이들에게 알려주었던 이전의 세상의 좀비는 두려움과 죽음의 대상이었고 인간에게 괴물이었지만 결국 인간이 만든 세상의 악랄함이 좀비보다 더 두렵다는 걸 알게되면 좀비의 세상이 오히려 인간의 삶보다 더 덜 두려울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렇기에 이들에게 '시체와 폐허의 땅'에 더욱 큰 희망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상은 그렇게 변화되어왔고 또 그렇게 진화되어 또다른 인간의 삶이 시작될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인간들이 그들의 삶을 찾아 베니와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또다른 희망으로 대체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형적이고 흔한 스토리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주어진 종말 이후의 세상속의 삶과 배움과 희망을 대단히 매력적으로 그려놓고 있습니다.. 좀비의 세상속에서의 인간들의 혼란과 싸움은 좀비가 이끌어낼 수 없는 강렬하면서도 저급한 인간의 속성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영화 한 편 보는 듯한 좀비의 세상은 즐겁기만 합니다.. 더운 여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좀비소설입니다.. 근데 조선판 좀비물 '킹덤'은 정말 좋다고 하면 뜬금없을까, '아신전'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웬만한 외국 좀비영화보다 훨씬 고퀄이라고 말이지, 난 그랬어,,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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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말하지 않을 것
캐서린 맥켄지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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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만다(1998년 7월 22일 오후 9시) : 내가 졸업하기 2년 전부터 캠프 마코에서는 새롭게 풍등 날리기 행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여름날의 기억 하면 매주 하던 캠프파이어와 숲 속에서 한 게임, 풍등 날리기가 떠오른다. 매주 캠프파이어를 할 때 모닥불에서 피어나던 연기 냄새, 숲을 돌아다니며 서로 부르고 깃발을 찾던 기억, 게임을 하면서 폭풍우라도 맞닥뜨린 것처럼 소리를 질러대던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나무와 진흙, 모래와 자외선 차단제도 함께.


    1. 이야,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된거지,,,, 라고 설겆이를 하면서 홀로 투덜거려보곤 한다.... 그러게,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렇다고 이게 신세한탄이나 그런건 아니지, 그냥 예상한 듯 예기치못한 인생의 길속에서 걷다가, 자전거도 타보고, 뛰기도 하고, 잠시 쉬기도 하고, 그러다가 가진 돈 탈탈 털어서 자동차를 조금씩 이용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고 네이게이션이 간혹 우회길을 알려주는데 우찌된 판인 지 옳은 길로 가는게 맞나 싶을때도 있다.. 뭐 결국 원하는 방향에서 돌아가든, 질러가든 가는 목적지는 다르지 않긴 하니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이 길에서 합류한 자동차를 같이 탄 가족이라는 구성원들이 시작점에서는 굳이 운전하는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었는데, 한참 길을 가다보니 조금씩 의문점도 생기고 내비의 착각이 틀리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뭐 그러네.... 무엇보다 오랜 길을 같이 가는데 같은 공간속에서 함께 한 이들인데 그 속들을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시작부터 태워주기 시작해서 내가 생각한 이들의 모습을 다 기억하는데, 위험할까봐 전방 주시에 신경쓰다보니 중간중간 세워서 바라보는 것 외에 주행중에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동행자의 말 조차도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각각의 방법론은 제시하는 것이니 그렇게 나쁠 건 없다... 어차피 사고나면 다 다치니 조심하자는 이야기인게지... 느무 비유가 과한가,,,


    2. 가족간에도 '절대 말하지 않을 것'들이 존재할까 고민해봅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아픔을 주는 것이라면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는 진실은 조금 힘겹더라도 가슴속 깊은 창고에 자물쇠로 꽁꽁 잠궈놓고 잊어버리는 것이 좋을 때도 있죠, 캐서린 맥켄지라는 작가는 이러한 가족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일종의 추리적 방식으로 상당히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목조차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죠. 캠프를 운영하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속에서 과거에 벌어졌전 사건에 대한 회상과 현실의 삶을 가족이라는 미명하에 서로를 다시 만나는 이들이 그동안 가슴속에서 담아두고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던 진실들을 조금씩 보여주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대가족이네요, 네명의 딸과 한명의 아들이 캠프 마코라는 배경의 공간속에서 어린시절을 지냈던 삶을 부모님의 죽음 이후 추도식을  즈음해서 캠프의 운영권과 유산의 상속을 원하는 현실을 전제로 아버지가 작성한 유언을 듣기 위해 모입니다.. 그리고 뜻밖의 유언속의 범죄의 이야기속에서 과거 그들이 경험했던 사건의 수수께끼의 진실을 밝혀내고자 합니다.. 아버지는 이 자식들중 한명을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3. 범죄가 벌어진 날의 피해자 아만다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캠프 마코를 운영하는 맥알리스터 가족의 딸인 마고와 함께 주니어 카운셀러로 일하고 있죠, 아만다는 마고의 오빠인 라이언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라이언은 아만다를 따로 불러냅니다. 캠프장 호수의 작은 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헀죠, 그리고 아만다는 그날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합니다... 그리고 20년이 흘러 캠프 마코의 운영자인 맥알리스터 부부가 사고로 사망을 하고 1주기에 자신의 아이들이 모두 캠프로 모입니다.. 추도식을 비롯해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에서 상속을 받기 위해서죠, 큰딸 마고, 동생 메리, 쌍둥이 케이트와 리디가 큰오빠 라이언과 모입니다.. 그리고 캠프장은 여전히 션이 운영을 하고 있죠, 변호사는 유언장에 담긴 내용을 이들에게 전달합니다.. 아만다에게 가해진 사건의 중심에 라이언이 있다는 전제하에 나머지 딸들이 유죄와 무죄를 가리되 모두 만장일치가 되어야지만 캠프를 처분할 수 있는 법적절차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만약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라이언의 지분은 션에게 넘어가게 되는걸로 유언은 마무리가 됩니다.. 이제 이들은 유언에 따라 추도식이 끝나는 48시간안에 과거 벌어졌던 범죄의 진실을 밝혀내야만 합니다.. 아버지가 지목한 라이언이 그 범죄를 저질렀는가부터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각자의 기억속에서 조금씩 진실을 끄집어내기 시작합니다....


    4. 상당히 흡입력이 강한 작품입니다.. 보통 이렇게 주 인물의 구성을 각 챕터의 이야기로 각각의 시점과 심리를 이용하여 하나의 중심을 바라보는 시선의 입체감을 주면 이런 집중력이 생기기 마련이기도 하죠, 그래서 재미집니다.. 과거에 벌어졌던, 해결되지 못했던 범죄사건의 진실의 무게를 각각의 인물들에게 투영하고 그들의 과거와 기억과 현실의 삶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이들의 행적을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추리적 의도와 맞물려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특히나 사건의 피해자인 아만다라는 인물의 상황적 이야기를 중간중간 배치하여 사건의 발생에 따른 시간적 표식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각각의 인물의 알리바이를 맞춰가는 방식 또한 추리적 매력을 느끼기게 부족함이 없다고 봐야겠습니다..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받은 인물인 라이언을 중심으로 여동생들이 그려내는 각각의 심리와 그녀들의 삶에 대한 내면의 이야기들은 독자들은 전지적시점에서 즐겁게 관심을 주게 되기도 하죠, 보여지는 부분과 숨겨진 부분, 가족이기에 무관심했던 수많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속에서 얼마나 서로를 속여가며 살아왔는 지에 대한 조금은 과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무척이나 공감스러운 상황들이 나름 즐겁게 그려집니다..


    5. 그러니까 분명 이들중에 사건의 범인은 존재합니다.. 언듯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작가도 시작점부터 제시하였고 독자들도 누군가는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이 사실 범인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각각의 인물들 모두 용의자라는 전제하여 독자들은 나름의 추리를 해나가게 되죠, 그렇습니다.. 이 소설은 그냥 추리소설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드하다거나 본격적인 추리적 의도가 짙은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죠, 보다 현실적이고 인물들의 내면과 심리와 각각의 현실적 삶, 그리고 과거의 기억속에서 각자에게 남겨진 아픔과 가려진 진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죠, 그렇기에 소설은 범인찾기에 주력하지 않습니다.. 맥알리스터라는 가족의 영역속에서 이들에게 남겨진 삶의 이면과 드러내지 못한 진실의 무게를 다루고 있죠, 가족이라는 중심속에서 결국 소설은 가족간의 화해와 용서를 보여줄 것인가, 또는 가족의 파괴와 진실의 무게로 인한 인간의 내면의 악함을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결론에 도달하기만 하면 됩니다.. 결론을 유추하고 상상하시려면 작품을 읽어나가시면 될 듯 싶군요, 문장이나 문체들도 전혀 어렵지않고 현실적인 우리네 인생살이와 별반 다르지않게 그려지니 나름 읽는 재미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물론 얘네들이 부자라는 점만 제외하고는 말이죠, 소설속에서 딱히 빈곤해보이진 않습니다.. 읽는동안 나도 저런 캠프장이 있는 부동산이 있으면 얼매나 좋을까라는 아주아주 현실적인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부동산은 부의 상징이니까 말이죠, 말이 샛네요, 재미있습니다.. 편안하게 열돔의 세상속에서 션하게 읽어보시면 나쁘시지는 않을 듯 합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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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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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낮인데도 도무지 환하지 않고 음울한 1월 어느 날이었다. 낮게 드리운 구름에서 이른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뉴잉글랜드의 작은 도시 록브리지를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목가적인 겨울 풍경으로 바꾸어놓았다. 내가 자란 중서부에서 눈은 절대 조용하고 평화롭게 내리는 법이 없었고, 서쪽에서부터 격렬한 눈보라로 시작해 대평원으로 몰려와 모든 것을 묻어버렸다.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일도 드물지 않았고 눈보라는 유리창과 문을 뒤흔들며 굶주린 늑대 무리처럼 울부짖었다.


    1.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라는 영화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자, 소설의 말미에 '소세지'노이하우스 아줌마가 후기를 이야기하면서 툭 던져놓은 영화 한편과 그 OST에 대해서, 누구나 과거 자신을 충격으로 몰아간 이미지적인 화면속의 모습을 기억하지 싶다.. 나에겐 다이안 레인의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와 제니퍼 빌즈의 '플래시 댄스'가 있다..두 작품 다 음악이라는 영역속에서 풀어낸 다이나믹한 대중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때는 국민학교였으니 초딩은 아니라고 하자, 아실진 모르지만 두 작품은 연소자 관람불가라는 딱지가 붙어서 어린넘이 보려가기 힘든 작품이었지만 그때만해도 얼굴만 성인인 동네 형아를 따라 가면 누구하나 말리지 않았던 시절이었기도 했다.. 특히나 다이안 레인이 보여주던 영화속 콘서트의 장면은 두고두고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어린시절 끊임없이 머리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였다.. 그 당시 누구나 피비 케이츠와 브룩 실즈와 소피 마르소에 열광할때 오로지 다이안 레인만 바라봤다.. 그녀가 불러제끼던(사실은 보니 타일러가 불렀던) 'Nowhere Fast'와 마지막 마이클 파레가 떠나가며 지긋이 바라보며 부르던 'Tonight is it what means to be young'은 절대 잊혀지지 않고 여전히 휴대폰 목록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억을 우리 '넬레' 아줌마가 툭하고 끄집어내니, 고맙기 그지없다...


    2. 그렇게 마지막을 정리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소설속의 '셰리던 그랜트'가 살짝 금발의 다이안 레인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런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폭풍의 시간"은 여주인공 '셰리던 그랜트'라는 여성이 청소년기부터 성장하면서 온갖 고통과 지옥같은 삶을 몇년에 걸쳐 겪는 일도 점철되어 있는 시리즈입니다.. 그 시작점은 '여름을 삼킨 소녀'이고 이어서 '끝나지 않은 여름'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폭풍의 시간"이 이번에 대미를 장식합니다.. 이 소설은 넬레 노이하우스이 그려내는 상당히 재미진 작품입니다..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지옥같도 같은 자극적이면서 드라마틱한 인생의 정점을 대중적 신화와 로맨스와 자극적 스릴러를 가미한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녀의 시그니처같은 작품인 '타우누스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서사의 매력과 대중적 감성의 공감들이 소설속 캐릭터를 통해서 무한반복적 사랑에 목말라하는 셰리던 시리즈는 3부작으로 읽는 재미가 솔솔한 작품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소설은 미국의 중부인 조금은 외진 네브라스카라는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죠, 그랜트가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청소년의 성장기속에서 일탈과 아픔과 외면과 소외와 소통의 부재속에서 홀로 스스로를 지탱하기 어려운 15세의 한 여자 아이인 셰리던이 가족에게 버림받고 상처받고 고통받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들에게 온갖 생채기를 입으면서도 홀로 자신을 지켜내면서 지옥같은 삶에서 도망쳐 뉴잉글랜드의 한 곳에서 20살이 지난 시점부터 소설은 시작됩니다.. 그 5년의 세월은 시리즈의 전작 두권에 들어있으니 이 작품을 위해서 필독해야됨돠이.. 싫어도 봐야됨돠이...


    3.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지옥같은 삶에서 도망쳐 이제는 자신의 남자를 찾은 셰리던은 소설의 시작과 함께 뉴잉글랜드의 동부 록브리지라는 조용한 시골의 유명의사 폴 서튼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난 지 6주만에 이들은 서로를 원한 것이죠, 결혼식을 앞두고 셰리든은 웨딩드레스를 맞추러가지만 순간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두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자신이 진정 폴을 사랑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말이죠, 그렇게 드레스샵에서 뛰쳐나온 셰리든은 누군가에게 납치가 됩니다.. 그녀를 납치한 이는 전작에서 자신이 사랑했지만 포주이자 범죄자인 이던 뒤부아였죠, 죽음앞에서 힘겹게 살아난 셰리든은 자신의 과거를 폴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폴은 셰리든의 가족에게 연락을 하죠,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진정한 친구인 니콜라스는 그녀를 찾아와 그녀와 함께 고향인 네브라스카로 돌아옵니다.. 자신에게 지옥같은 고통을 남긴 고향은 이제 모든 것이 사리진 평안만 존재하죠, 5년만에 돌아온 셰리든을 자신의 아버지인 버넌과 친지들은 반깁니다.. 셰리든은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다시 시작하죠, 그리고 마커스 골드스타인이 등장합니다.. 음반기획자이자 사업가인 마커스는 우연히 알게된 셰리든의 음악을 듣고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그렇게 또다른 삶이 셰리든에게 펼쳐지죠, 이와 함께 우연히 만난 재스퍼라는 남성과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건 덤입니다.. 하기사 셰리든은 끝없이 사랑에 빠지니까요, 이번에는 제대로된 사랑이길 바라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4. '폭풍의 시간'은 그동안 셰리든이 겪었던 삶의 고통의 끝과 함께 자신의 삶의 진정한 주체적 정립을 이뤄내는 작품입죠, 한 어린 여성의 인생의 여정에서 폭풍과도 같았던 시절의 마지막 매듭이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아픔과 지옥과도 같았던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또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서사로 이어집니다.. 헌데 이러한 성장드라마같은 이야기속에 작가는 대단히 자극적인 스릴러의 방식의 소재를 심어놓았죠, 자신의 가족과 과거에 얽힌 무지막지한 살인의 스토리같은 것 말이죠, 전작에서 파괴적인 가족의 악마적 심성을 드러내며 살인으로 점철된 이야기로 독자들을 몰아간 작가는 시리즈의 마지막에서도 그 끈을 놓지않고 끊임없이 셰리든을 옥죄입니다.. 그리고 연쇄살인이라는 걸쭉한 소재를 하나 더 얹어놓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 하딩이라는 인물이 쓰윽하니 등장하죠, 소세지아줌마가 타우누스 시리즈에서 피아의 동생 킴의 스승으로 등장시킨 프로파일러이기도 합니다.. '타우누스 시리즈'와 살째기 연결시키는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소설속에서 큰 부분은 아니지만 상당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결점이기도 합니다.. 셰리든이 가진 공감각능력을 중심으로 연쇄살인마 스콧 앤드류의 미해결 살인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려는 의도가 셰리든의 가족의 연결점에서 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매력이 제법 좋습니다.. 여하튼 울 소세지아줌마의 스토리 문장력은 아주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전 그렇게 봐요, 물론 호불호가 있긴 하겠지만 이런 작가의 능력이 타우누스 시리즈에서도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님 말고,


    5. 앞선 시리즈의 두 작품이 머리속에서 제대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읽는 재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렇다고 막 머리속에 그 이미지들이 각인되었거나 그러진 않은 걸보니 흔한 대중소설의 느낌 정도일거라 예상됩니다... 각각 떼어놓고 보니 그런 지도 모르죠, 하지만 만약 전작들을 읽어보시지 않으셨다면 시리즈의 3부작을 쭉 읽어보시면 오히려 더 대단한 느낌을 받으실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넬레 '소세지'노이하우스 누님께서 이야기를 끌어가시는 매력이 뛰어나시니 말입니다.. 이 소설은 제가 살아온 시절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이번 "폭풍의 시간"은 나름 조금 더 공감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허구속 이야기속에 미국의 아픔을 담은 9.11에 대한 사실과 셰리든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미국적 감성에 기댄 느낌이 다분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받았던 충격과 아픔은 되새겨지더군요, 음악의 이야기와 그 내면의 세상에 대한 스토리도 진부하지만 나름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소설은 셰리든이라는 여성의 캐릭터에서 그 입체감을 충분히 살려냈고 주변의 인물들의 매력을 한껏 끄집어낸 장점을 보건데 독자로서는 충분한 소설적 재미를 느끼실 듯 합니다.. 무척이나 더운 여름입니다.. 이럴때 똬악하니 시리즈 3부작을 쟁여놓고 한권씩 셰리든의 여정을 만나보시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지않을까하는 생각을 아니하지 않게 되는군요, 뭔말,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최고는 마지막 소세지아줌마의 후기였다는 점을 밝힙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은 어라, 이 누님도 좋아하는군화라는 생각에 평점 조금 더 올립니다.. 내맘,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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