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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겨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1
안토니오 무뇨쓰 몰리나 지음, 나송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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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가 볼 이유가 되었던 곳

제목에 리스본이 있다는 그것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내키지 않는 추리와 약간의 스릴러 분위기에

스토리도 마냥 흥미진진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읽는데 무리가 없었다

 

언제 어디서 리스본이 등장하는지를 기다리며 읽느라

 

 

그녀를 찾아 리스본을 떠나며 하는 말

 

p.237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중요했다.

그녀의 말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녀라는 존재가 중요했다.

그곳에서 그녀를 찾게 된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가 있어 놀라면서도 몸에 마음을 기대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물어도 정답을 말할 수 없으며 결과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

쌓인 통념보다 눈치채지 못한 편견보다 달래는 주위의 말보다 때로는 상황에 정확한 말을 대신하는 소리

 

p.104

행복이나 불행 같은 것과 동떨어진

그런것들보다 더 앞서거나 아니면 그런것과 무관한 심적흥분에 밀려 걸어 내려갔다

 

 

리스본의 골목골목을 걷게 만든건 목적지도 지도도 아니었다

마냥 행복하지도 낯선 곳의 긴장감도 없었다

길이 길을 이끌어 하염없이 걷다 멈춰선 자리에서 걸어온 길 가야할 길을 떠올렸다

그때 여기가 리스본인것이 마음에 들었다

 

p.177

단지 저녁이고 낮이고 평안함에 무감각해졌고,

리스본의 고갯길들을 타고 오르거나 급하게 꺼져버리는 골목길들 하나하나에

그가 거절 할 수 없도록 확고하고 비밀스럽게 그를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책도 그랬다

주인공을 스토리를 문장을 따르지 않았다

리스본의 겨울 안개 속을 헤매다 더 이상 리스본이 아닌 것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덮은 후 다시 리스본을 마음껏 그리워할수 있으니.

 

▒ ▒

 

사족. 작가 무뇨스 몰리나의 약력이 흥미롭다

 

스페인 출생 그라나다대 예술사 공부  마드리드대 신문방송 전공  그라나다 공무원  2009년 현재 미국 뉴욕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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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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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많이 하며 페이지를 넘기다.

 

바깥은 여름을 제일 먼저 읽고

두근두근 내 인생, 달려라 아비, 비행운 에서 만날 줄 알았던 문장과 앞에서 훅 날아들 문장을  확인하면서

그럼 그렇지 흐뭇했다.

 

앞선 네권의 책들의 기대감과 만족감에 비하면 다소 밋밋한 이야기와

문장 틈새에서 드러나는 선명한 목도의 순간에서 독자의 시선이 만나는 묘한 지점을 만나지 못했다.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으로 바깥은 여름을 내다볼 수 있었다

 

반지하로 몰려든 빗물에 나는 피아노를 치고

'지금도 입에 침이 고여요'라고 후배는 아무렇지 않게 투명한 표정으로 말하고

성탄절날 머리 위 선물은 왜 까만 봉다리속에 있었는지 봉다리속 빼꼼한 선물처럼 떠나지 못하는 기억

내가 쓰는 화장실이 나를 말해주는 것 같아 울적한 청춘의 꿈이 등호가 되는 그곳

부모의 칼자국을 알턱이 없어 무럭무럭 자라난 나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가던 길에 서 있으면서 곁의 선 사람의 길에 안쓰러워 하는 나

마음만큼 형편없는 각자의 네모난 자리들을 메우는 애꿎은 마음씀씀

전설같은 외마디 '안녕', 나타난건지 사라진건지 알 수 없는

 

 

 

 

바깥은 여름에서의

예상못한 반전으로 내리꽂는 선연하지만 내밀한 충격

도저히 다음 이야기로 쉬이 넘어갈 수 없는 묵직한 통증

응고된 슬픔으로 슬픔같은 슬픔을 바라보라는 단편의 쓸쓸함이

 

시작된 곳이었다, '침이 고인다'는.

바깥은 여름으로 달리기 시작한 곳.

 

기대감으로 인한 아쉬움이

먼 미래의 바람이 움직인 곳을 알게 되었다는 반가움으로 채워지다.

 

 

p.147

그리고 속절없이 멀어져가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대체 나아진다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p.220

사라진 말과 사라진 기억, 끝끝내 알 수 없거나 애초에 가져본 적 없는 장면,

그러면서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 같이 느껴지는 풍경과 함께, 무언가 실종된 것들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먹고 자란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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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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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의 매력

 

1. 뭐 하나 꿀리는게 없는 위풍당당

 

p.42

가난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우아하게 백작이나 되는 듯이 다니냐는 친구의 질문에

" 보기에 더 좋지 않나, 그리고 내게는 기쁨이 되는 일이기도 하고,

신앙심이 우러나오지 않거든 그저 친절한 마음으로 옛 친구를 위해 좀 해주게나, 어때"

 

 

2. 하고 싶은데로 보란 듯이

 

p.37

그는 자신의 천성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그의 행동이 따라하기는 어려웠다~~

매일매일을 일요일처럼 살았다

 

 

3. 자유로우면서 자유를 갈망하는

 

p. 16

그는 장기간에 걸친 계획이나 약속따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음날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되면 그는 불편을 느꼈다.

 

 

4. 가끔 똑부러지는 말

 

p.43

무엇이 진리인지, 인생이 본래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를 각자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결코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5. 어쩌면 삶을 무진장 사랑하는

 

p.81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두려움도 항상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6. 문득 차오르는 생각에 솔직한

 

p.50

그는 이 모든게 싫었다. 그것들은 그의 목표도 아니었고

그의 행복이 될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7. 결국 이렇게 말하는 사람

 

p.126

난 내게 맞는 삶을 살아왔네.

그래서 자유와 아름다움을 실컷 맛보았지만 그러면서도 난 언제나 혼자였네.

 

 

 

펄펄 끓어올라 어쩔줄 모르는 조르바의 꿈틀 생기가 뜨거워 멀찍이서 신기한듯 바라보았다면

내안의 '크눌프'를  확인하며 읽다. 내안에 '크눌프' 있다. 어쩌지 못해 드러나지 못하는 어이없는 크눌프가. 헤르만 헤세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 나도 몰랐던 꿈틀 나를 발견하는.

 

 

 

헤세가 에른스트 모르겐탈러에게 보낸 편지 中.

 

'~~ 내가 독자들에게 충고하고 싶은게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것,

연약한 사람들, 쓸모없는 사람들까지도 사랑하고 그들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일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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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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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나의 의지와 관계없는 탄생으로 바라본 세상은 엄마, 아빠가 전부일테고. 자궁에서 엄마, 아빠의 동시성은

알 수 없었을테고. 나의 도착을 알려준이도 엄마, 나를 위해 그녀를 위해 농담같은 삶을 알려준이도 엄마, 입석표처럼 당당한 생활을 위해 택시를 달린 이도 엄마. 아빠의 부재 끝에도 아빠는 없었으며 나의 곁에는 잘 썩을까를 걱정하는 엄마만이 있었다. 엄마를 위해 상상한다, 나는. 그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엄마가 달릴 수 있도록. 아빠의 죽음에 입석표처럼 의연할 수 없고 몸을 한껏 움츠린 그녀를 위해 내게 아빠는 늘 다른 곳을 달려야한다. 아빠는 엄마를 위해 한번도 뛴적이 없었던 사람이니까. 나의 명랑한 상상력은 괜찮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을 향한 나만의 독백인 것 같아 씁쓸하다.

 

p.9

나는 주머니가 없어 주먹을 쥐었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

아무런 생각없이 드나드는 그곳에 대해 이렇게 골똘히 생각을 하게 만들다니. 소설가의 시선은 길고도 집요하다. 24시간 꽉차있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곳. 나를 기록하는 곳이고 내가 기록되는 곳. 편의점 바깥 세상의 한 섬 같은 곳. 물로 샴푸로 음료수로 다가설 수록 편해지는 곳. 사람이 사람으로 다가설 때 의심스러운 곳. 그런데도 이름만 다른, 같은 세상이 늘어나는 곳. 그래서 앞으로 편의점 세상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겠다는.

 

p.57

편의점의 관심은 내가 아니라 물이다,....그리하여 나는 편의점에 간다.

 

 

<스카이콩콩>

 

아버지, 형, 과학경시대회, 라디오, TV, 모형비행기, 거짓말.....

아들로서, 아우로서 그 시절의 그 시간이 온전했을까

기억도 마음도, 아버지로서 형으로서도

 

깜빡거릴뿐이지, 기억할 순간을 기억할 수 있게

콩! 콩! 떠오르는거지, 기억할 수 없을 때 기억나지 않을 때 불현듯

 

어떤 아버지, 어떤 형, 가로등 불 빛 하나, 내게로 온 것, 그런 찰나를.

 

 

<영원한 화자>

 

아직 잔뜩 남겨졌다고 생각하는 내가 당신들이 모르는 내가 있으니 알려주겠다고 말하려 끝없이 생각하고 말한다. 나에 대해 말하려는데 자꾸 '그들을'의식한다. 그래서 말하다보면 그들의 말을 한다. 그래서 나에 대해 물을 수 밖에. 왜그러니. 어떤 인간이니. 제대로 묻고 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내게도 네게도 계속 말을 할테지. 지나간 '나'가 기록되어 있어 제일 인상깊게 읽다.

 

p.138

나는 이 많은 말들속에서도 당신이 끝끝내 나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다.

 

 

<사랑의 인사>

 

휘파람을 불어서라도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라도 끝내 전하고 싶은 말

유리벽을 두드려도 들리지 않는 그 말

사라진 말 사라진 사람을 다 동원해서라도 찾고 싶은 말

그리고

그 말로 듣고 싶은 말에 대해 생각하다

 

 

<종이 물고기>

 

무너지지 않도록, 잘 헤엄쳐 갈 수 있도록

혹 무너지는 순간에라도 팔딱팔딱 뛰는 심장을 아가미를 볼 수 있도록

잘 붙들어두기, 저마다의 종이물고기를.

 

 

<노크하지 않는 집>

 

사람이 공간을 만드는가, 공간이 사람을 만드는가.

마지막 문장의 '미안해요, 무서워서 그랬어요.'의

무서워서 그랬어요가 무서웠어요.

 

p.230

사실은 눈과 귀를 모두 열어놓고 있는

1,2,3,4,5. 우리는 너무 가까이 살았고 그러므로 너무 멀다.

 

 

 

김애란 소설집의 작가의 말은 또 한편의 단편이다

이제는 작가의 말을 기다리고 있을정도.

 

'나는 문학이 나의 신앙이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설안의 어떤 정직, 그런것이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책은 제가 당신에게 매우 딱딱한 얼굴로 보내는 첫 미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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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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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거리를 정해 경계를 쌓아가느라

무감해진 어른의 꽁꽁 묶였던 감정이

페이지마다 풀어지면서 시리고 따끔하다

 

 

최은영 작가의 책을 찾는 것은

 

숨어 있는 감정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서

어딘가 고여있는 순간의 트라우마에 실금을 긋기위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건

최은영 작가의 문장이 동행하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믿고 읽는다.  ▣

 

 

p. 120

왜 이해해야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까

 

p.121

~~ 속이 깊다거나 어른스럽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았다.

이해라는 것. 그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택한 방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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