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미자 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18
정주희 지음 / 북극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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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읽으면서 울컥하게 될 줄은요.

어린 아이같은 앙증맞은 모습으로 나비를 타고 가는 주인공은 미자씨입니다.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알람이 울리면 고운 노란 옷으로갈아입고 그들을 찾아갑니다. 할머니의 요리를 기억하며 그리워하는 손녀의 귀 안으로 들어가 기억의 일부가 되어주고, 고객의 반찬택배를 부쳐주다 엄마를 생각하는 아들의 기억에도 들어갑니다. 목욕탕에서 엄마를 떠올리는 딸에게도, 주인과의 산책을 그리워하는 강아지의 기억에도 들어가주느라 미자씨는 오늘도 바빠요. 저의 눈물샘을 툭 건드린, 미자씨를 찾는 알람의 마지막 주인공은...누구일까요.

그림이 너무 아기자기 정성스럽게 그려져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슬픈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인데도 그림이 너무 따뜻하고 귀여워서 미소를 짓게 되네요. 이 책의 주인공이 엄마이기 때문인지 자연스레 엄마가 떠올랐는데요. 엄마가 없을 때 내가 떠올릴 엄마와의 추억을 생각해보았어요. 10년이 다되가는, 엄마와 단둘이서 제주여행을 떠났을 때가 생각났어요. 태풍주기에 가게 되어 비행기는 바람에 엄청 흔들렸고, 첫째날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둘째날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안개로 너무 고생했고 마지막날 되서야 쨍하게 맑은 날씨를 만끽했어요. 엄마와 차를 타고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고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고 예쁜 사진을 찍어주고 그랬던 그 추억이,아직도 어제일처럼 생생합니다. 엄마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그때라고 얘기할 정도로 서로에게 너무나 선물같았던 시간이었어요. 엄마가 없을 때 떠올릴 순간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이 제주여행은, 미자씨를 찾는 가족들처럼, 저도 엄마를 수시로 소환할 것 같은 기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면 상실감에 힘들어하겠지만, 그 사람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살아가요. 그렇게 남겨진 이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게 되는 거겠지요. 내 곁을 떠난(혹은 떠날)사람들이 미자씨처럼 멋지게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위로가 되기도 해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은지, 그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속표지조차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영원한 미자 씨>는 가족들과 같이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각자의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려보세요. 미자씨처럼 그들이 우리에게 와 잠시라도 머물다 가기를 기다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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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 2024 창비그림책상 수상작
포푸라기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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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에다 적은 것 같은 제목, 오돌도돌 효과를 준 눈 그림, 바닥에 누워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아이가 인상적이에요. 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 올 겨울과 잘 어울리는 그림책입니다. 20년 넘게 동화, 그림책 등 다양한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려온 포푸라기 작가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랍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던 아이는 함박눈을 보고서 밖에 나와요. 혼자 놀기 심심할 무렵, 하얀 눈위에 새발자국을 따라 걸어갑니다. 발자국만 보고 걷던 아이는 무수히 찍혀있는 새발자국 가운데서 새의 형상을 발견하고 그 발자국은 이내 새가 되어 날아가요. 새처럼 날고 싶은 아이는 눈 위에 사뿐히 눕고 그 순간 붉은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요. 가는 길에 친구들을 만나 같이 자유롭게 날아가는 중에 몰려오는 먹구름을 만나고 번개도 마주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멀리멀리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아이들.

새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는, 아이였을 때 한번쯤은 해봄직한 상상력으로 채운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새 발자국 주위를 동그랗게 그리고 있는 아이의 그림이 어쩐지 평화 기호로 보이는 순간 이 책이 담은 이야기가 조금 더 확장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림책을 다시 보았습니다. 새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가는 아이들을 따라가다 보게 되는 몇몇 장면들이 의미심장합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사람을 싣고 가는 배도 그렇고 책에서 먹구름이라고 표현하지만 새까만 사람 발자국 가득한 그림, 그 가운데 번쩍 빛을 내는 번개까지.

- 내일도 새처럼 날 수 있을까요?

내일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아이처럼 들립니다. 그저 친구들과 재미나게 놀고 싶고, 눈이 오면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평화롭고 자유롭게 커가야 할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어딘가에는 전쟁처럼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곳에 많은 아이들이 멈춰있겠지요. 그저 멍하니 창밖만 보며 새처럼 자유롭고 싶다고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가 붉은 새가 되어 멋지게 날아올라 먹구름이 까맣게 몰려와도 용기내어 멋지게 날아가는 모습을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됩니다. 깨끗하고 단순 명료한 그림이 이야기에 집중하게 해요. 아이와 함께 읽을 때는 책에 담긴 많은 의미를 다 알 필요없이 그저 책 속의 주인공을 따라가보라 작가님은 말합니다. 아이들처럼 넓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책 속의 아이의 마음을 느껴본다면 새처럼 날아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누군가에 의해 자유와 평화를 위협받은 지금 시국에 더 의미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어떤 장애물이 위협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나아가는 존재가 되기를, 눈처럼 평화롭고 따뜻한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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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서 만나
혜원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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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서는 친구끼리 서로 장소를 정하고 만나서 노는 이야기인가 단순하게 생각하고서 봤는데요. 처음 읽었을 땐 주인공과 서술시점이 달라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고, 그림도 스토리도 너무 단순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두번째 읽었을 때부터 이 그림책의 숨은 매력이 슬슬 드러났습니다.

주인공 소년을 누군가 관찰하고 있는 서술로 시작됩니다. 소년은 길에 서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봄을 바라봅니다. 민들레도 피고, 각종 새싹이 올라오고 꽃봉오리가 터지고 제비가 날아오는 봄.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때, 또 길에서 꽃을 떨구고 연둣빛 잎을 내는 나무를 보며 여름을 맞이합니다. 더워지는 날씨에 뛰어나오는 개구리, 나뭇가지 사이로 뛰어다니는 다람쥐, 사마귀.. 푸릇푸릇한 나무는 알록달록 열매도 가득 매달았어요. 주인공 소년과 화자는 드디어 새로운 길에서 만나게 됩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두 소년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그간 길을 걸으며 보았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요. 소년들이 함께 손잡고 맞이할, 계절의 모습은 어떨까요. 아마 혼자 놀 때와, 혼자 볼 때와는 너무도 다를 것 같아요.

단순히 사계절 풍경을 담은 그림과는 다르게 느껴져요. 다양한 종류의 도구를 사용해 아기자기 하고 세밀하게 그려낸 그림을 보면 책장을 넘길때마다 감탄이 나옵니다. 아이와 함께 보는데 앙증맞게 그려진 곤충들과 동물들 찾는 재미도 쏠쏠해요. 책을 읽다 궁금해서 아이에게 너는 어떤 친구와 이런 길을 걷고 싶냐고, 여기서 뭘 하며 놀고 싶냐고 물으니 이름이 줄줄 나오고 놀거리들을 얘기하는데 듣는 재미가 있었어요.

"내가 지나친 것은 네가 보았고, 네가 놓친 것은 내가 보았지."

학창시절, 계절의 흐름을 금세 느끼고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던 친구들이 떠오르네요. 표지에 나오는 두 소년처럼 이렇게 의지하며 손잡고 같이 걸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나요? 그림책을 보면서 한번 그런 존재들에게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거기에서만나 #혜원 #창비그림책 #창비 #그림책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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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 1 팥빙수 눈사람 펑펑 1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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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첫 이야기를 펴내신 나은작가님과
<파닥파닥 해바라기><완벽한 계란후라이 주세요>등으로 잘 알려진 보람 작가의 만남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책을 가제본 서평단으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어요. 마침 아이가 그림책에서 동화로 넘어가는 경계에 있어 더 유심히 보았답니다.

커다란 안경을 쓴 하얀 눈사람이 각종 토핑이 올라간 팥빙수를 떠먹는 표지그림이 아기자기해요.겨울을 앞두고 읽으니 계절감이 맞아 더 좋았어요. 책 두께가 얇고 비교적 짧은 동화책입니다. 아직 채색이 되지 않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덕분에 다 읽고 아이와 같이 마음대로 색칠해보는 재미를 누렸네요.

펑펑은 팥빙수를 좋아하는 눈사람이에요. 눈사람안경점을 운영하는 펑펑이 눈과 얼음으로 만든 안경은 아주 특별해요. 신비한 힘이 깃들어 그 안경을 쓰면 보고 싶은 장면을 볼 수 있어요. 지나간 과거, 미래의 모습, 누군가의 마음까지도요. 너무 특별한 안경이라 값이 엄청 비싸겠지 하고 봤더니 팥빙수에 얹을 재료가 안경값이래요. 너무 귀여운 계산방침에 웃음이 났어요.

소풍날의 날씨가 궁금하지만 같이 놀 친구가 없어 고민인 은이, 자기만 보면 자꾸 우는 윤주의 마음이 궁금한 강아지 망지, 곧 바뀔 짝꿍이 궁금한 명빈이. 펑펑을 찾아오는 손님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안경을 씁니다. 손님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고 공감해주는 펑펑의 따뜻한 말말말...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즐겁게 노는 방법이야
-어쩌면 고민도 그럴지 몰라 막막할 때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방법이야

혼자 안경점을 꾸려가던 펑펑에게 숙식을 같이 하며 일을 도와줄 직원이 생기는데요. 어느날 갑자기 자기가 살던 동굴이 없어져버린 북극곰 스피노에요. 스피노가 살던 동굴은 왜 없어진건지, 펑펑이 만들 안경에 필요한 얼음은 앞으로 잘 구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손님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안경을 쓸 지, 둘이서 만들어나갈 눈사람 안경점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2편은 언제 나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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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 꼬르륵 캠핑 작은 곰자리 77
구도 노리코 지음, 윤수정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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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물가에서 휴가를 즐기고 싶은 무더운 여름, 타이밍 딱 맞게 발행된 구노 노리코 작가의 우당탕탕 야옹이 <꼬르륵 꼬르륵 캠핑>입니다.

산속 개울가에 캠핑 와서 열심히 팬케익을 굽고 있는 멍멍씨를 8명의 야옹이들이 무섭게(?)쳐다보고 있는 장면에서 벌써 웃음이 나요. 마미와 역할분담을 하고 멍멍씨가 사라지자 야옹이들이 들이닥쳐 팬케익을 다 먹어버려요. '또 멍멍씨에게 혼나겠네' 하고 보는 사이, 연잎 위에서 물살에 둥둥 떠내려가는 마미를 본 야옹이들은 거침없이 물로 뛰어들어 마미를 구하러 가는데요. 개울 끝 댐에는 입이 큰 메기가 산대요. 야옹이들은 과연 어떻게 마미를 구할까요?

마미가 떠내려가는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어떡해 어떡해"하며 아들과 보다가 이번 편 특별인물인 비버가 활약하는 장면에서 깔깔 웃어버렸어요. 작가는 그 긴박한 순간을 표현하며 어찌 저런 웃음포인트 장면을 생각했는지 이래서 아이들이 이 책에 빠져들 수 밖에 없구나 싶었어요. 아들이 몇 번이고 다시 읽어달라 하고 읽을 때마다 깔깔대며 웃네요.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 중 제일 재밌게 읽었어요.

몇 달 전 일본여행을 하며 현지서점에 들러 그때 당시 우리나라엔 발행되지 않은 이 책을 사왔어요. 그림이 너무 재밌어보여서 샀는데 번역기를 아무리 돌려도 특유의 웃음코드가 담긴 해석이 안되서 책장에만 꽂아두고 있었거든요. 드디어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 나와 아들에게 읽어줄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번역의 중요성과 윤수정 번역가님의 능력을 새삼 깨닫게 되었지요.

우당탕탕 야옹이 다음 시리즈 언제 나오는지 늘 고대하고 있는 꼬마 팬들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에피소드와 그림으로 채워져 있어요. <꼬르륵 꼬르륵 캠핑> 제목은 무슨 의미일까 찾아보는 재미, 사고를 치고서 멍멍씨에게 매번 혼나는 야옹이들, 무슨 뒷수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마지막장에서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해요. 캠핑을 가거나 야외에서 여유를 즐길 때 챙겨가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꼬르륵꼬르륵캠핑 #구도노리코 #우당탕탕야옹이
#그림책추천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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