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알래스카
안나 볼츠 지음, 나현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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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를 응시하는듯한 강아지, 그리고 두 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제목과 표지 그림부터 시선을 끄는 책 '안녕, 알래스카'는 두 친구의 우정, 반려동물 그리고 차별이 아닌 다름을 받아들이는 친구들의 따뜻한 감동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이 조금 독특한데요. 반려견 알래스카와 함께 하는 두 친구, 스벤과 파커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는 서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스벤은 뇌전증을 앓고 있습니다. 뇌전증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못 들어서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다시 6학년 교실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불쌍한 남자애로는 보이기 싫었는데, 늘 예고가 없는 뇌전증은 등교 첫 날 친구들 앞에서 나타났습니다. 파커는 아는 친구 하나 없는 학교에 가는 것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데 등교 첫 날 자기소개 시간에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맙니다. 개의 울음소리로 징글벨을 부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스벤이 직접 해 보라고 말했기 때문이죠. 동생의 개털 알레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반려견 알래스카, 둘이 함께 부르던 징글벨은 그래서 파커에겐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있는데요. 스벤은 거기에 더해 파커를 개 짖는 소리를 내는 사람이란 뜻의 바커라고 부르기까지 합니다. 둘이 사이가 좋을리가 없겠죠?

 

알래스카를 떠나보낸 지 4개월, 너무나 그리운 알래스카를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서 보게 된 파커, 알래스카는 스벤의 도우미견이 되어있었습니다. 하필 스벤이라니..., 알래스카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한 파커는 모두가 잠든 밤에 스벤의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알래스카를 만나게 되지만 잠에서 깬 스벤과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복면을 썼기 때문에 파커인지 알아보진 못했는데요. 매일 밤에 알래스카를 보러 가게 되면서 둘은 마음에 담아두었던 상처받은 이야기도 나누게 됩니다. 복면 소녀가 누구인지 궁금한 스벤, 하지만 파커는 자신의 정체를 들어 내지 않습니다. 어느 날 스벤은 복면 소녀가 파커라는 걸 알아챕니다. 이제 둘은 어떻게 될까요?

 

파커가 복면을 쓰고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는 것, 알래스카가 자신이 아니 스벤을 선택했다는 상실감에 또다시 서먹서먹해진 스벤과 파커, 그런데 그 서먹서먹함을 깨뜨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스벤이 학교에서 또다시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뇌전증 지침서 내용을 떠올린 파커는 스벤에게 도움을 주는데요. 그때 스벤이 자신에게 한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다행인 줄 알아라. 네가 총을 든 도둑한테 두려움을 갖게 된 걸 말이야. 나는 내 자신이 두렵거든.

(중략)

네 주변을 좀 봐.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없어.

본문 중~“

 

하지만 스벤이 발작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유되면서 스벤은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됩니다. 그럼에도 파커가 위험한 상황에 빠졌음을 인지하고 도움을 주러 나타납니다. 그 일로 스벤을 다시 생각하게 된 파커, 파커는 스벤이 다시 학교에 나올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파커의 아이디어는 스벤을 다시 학교에 나오게 할 수 있을까요? 끝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아니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지금 우리는 예쁠 필요도, 평범할 필요도, 완벽할 필요도 없다. 본문 중~”

 

파커의 아이디어에 친구들이 동참하는 모습에 흐뭇해 하다가 끝내 또 울컥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평범하면서 때로는 특별한 존재들이며, 특별하면서 때로는 너무나 평범한 존재들입니다. 굳이 평범하게 보이려고, 굳이 특별하게 보이려고 노력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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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네 고추밭 소동 민들레 그림책 10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길벗어린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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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올라간 눈썹, 불이 뿜어져 나오는 입, 무척이나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열변을 토하는 것 같기도 하죠? 표지부터 유쾌한 '짱구네 고추밭 소동', 짱구네 고추밭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그리고 고추밭에 등장한 시꺼먼 그림자는 누구일까요?

피땀 흘려 지은 고추 농사, 도둑이 와서 다 따간다고 생각하면 정말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농사를 지은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고추밭의 아기 고추들도 그렇다고 하는데요. 조랑조랑, 니암니암, 갤쪽갤쪽 등의 아름다운 의태어, 따뜻함 속 유쾌한 상상력,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교훈, 웃음과 감동용기와 희망을 담은 이야기, '짱구네 고추밭 소동'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권정생 작가님이 쓴 이야기 입니다.

 

한여름 쓰르라미 소리와 함께 빨갛게 익어가는 아기 고추들, 짱구네 엄마와 누나의 정성과 수고로움이 가지마다 조랑조랑 열렸습니다.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그러다가 곱고 예쁜 마음 빛깔로 불꽃처럼 타올랐지요.

그러던 어느 날, 짱구네 엄마와 이웃집 돌이 엄마가 하는 얘기를 들은 아기 고추들은 깜짝 놀라고 말아요. 고추 도둑이 밤중에 남의 밭 고추를 부대로 따 간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죠. 혹시 그 도둑이 짱구네 고추밭에도 오면 어떡하죠?

 

그래. 작은 고추가 맵다고, 꾀를 쓰자는 거야. 본문 중~”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세운 아기 고추들, 절대로 고추 도둑에게 잡혀갈 수는 없다며 싸움 준비를 하는데요. 도둑이 오기 전에 모두 짱구네 집으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그런 마음을 절대 헤아릴 생각이 없는 도둑이 짱구네 고추밭에 찾아왔어요. 이제 모두 잡혀가는 일만 남은 걸까요? 봄부터 피땀 흘려 가꾼 짱구네 엄마를 생각하면 피가 끓어오르는데요. 그냥 있을 순 없겠죠? 아기 고추들은 어떻게 할까요?

수확 후 말리고 있는 고추를 훔쳐 간다든가 밭에 심어져 있는 배추를 훔쳐 간다든가, 도로 옆 밭에서 키우고 있는 농작물들을 슬쩍 훔쳐 간다는 뉴스를 볼 때 마다 무척이나 화가 났습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를 알고 있으니까요. 그 모습을 쭉 지켜보았을 짱구네 고추밭의 아기 고추들, 정말 불같이 화를 낼 만 하죠? 절대로 도둑에게 잡혀가면 안 되겠죠?

 

자란다는 것, 그리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 그 열매가 주인의 손으로 거둬지는 것은 가슴이 터질 만큼 즐거운 일입니다. 본문 중~”

 

- 도둑과 싸울 준비를 하던 아기 고추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 짱구네 고추밭은 밤새 무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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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자전거 여행 에프 그래픽 컬렉션
라이언 앤드루스 지음, 조고은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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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총총총 빛나는 몽환적인 푸른빛의 밤하늘, 그 아래 강을 따라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립니다. 뒤표지엔 둥근 보름달이 떠올라 온 세상을 환히 비추고 있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밤엔 환한 달빛 때문에 반짝이는 별빛을 볼 수 없는데요. 앞 뒤 표지 그림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신비하고 환상적인 어딘가로 데려갈 것만 같은 '밤으로의 자전거 여행', 우리 함께 떠나볼까요?

   

 

규칙1 : 아무도 집에 돌아가지 말 것

규칙 2 : 아무도 뒤돌아보지 말 것

본문 중~“

 

추분 축제가 있는 날, 벤과 친구들은 두 가지의 규칙을 만들고 강물에 띄워 보낸 수백 개의 종이 등불을 따라갈 계획을 세웠는데요. 매년 그랬지만, 올해는 그 종이 등불이 어디까지 가는지, 정말 옛날 노래가사처럼 하늘로 날아가 별이 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수천 년 된 동굴로 사라지는지, 그냥 강바닥으로 가라앉고 마는지, 끝까지 따라가서 기필코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그런데, 초대받지 않는 친구가 나타났어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친구 너새니얼이었죠. 사실 벤은 너새니얼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괜히 나섰다가 같이 놀림을 당할까봐 용기를 낼 수 없었어요. 그렇게 다섯 명의 친구가 출발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단 둘만 남게 되었답니다. 바로 벤과 너새니얼, 너새니얼은 친구들이 상처 주는 말을 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덩치가 무척이나 큰 곰, 그것도 말하는 곰이 나타났는데도 무서워하기는커녕 반갑게 인사까지 나누는데요. 너새니얼은 벤과 달리 어떤 일이든 고민하기보다 일단 부딪쳐 보는 성격입니다. 초긍정에 도전과 모험 정신이 넘치고 넘치는 듯 보이는 너새니얼, 벤과 너새니얼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커다란 바구니를 짊어진 곰, 곰은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종이 등불을 보고 물고기라 말하며 오늘밤 하늘로 올라갈 거라는 말을 합니다. 곰은 곰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할아버지때부터 수백 년 동안 그 물고기를 잡아왔으며, 그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과 이제 자신이 그 자격을 물려받아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중이었다는 말을 했는데요. 혹시 수백 개의 종이 등불이 물고기가 되는 걸까요?

그렇게 셋이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길을 잃게 되고, 곰은 물고기를 찾으러 떠나고 벤과 너새니얼을 종이 등불이 흘러가는 강물을 찾으러 가게 되면서 서로 헤어지게 됩니다. 길을 잃고 헤매던 벤과 너새니얼은 마법사와 지도를 그리는 까마귀를 만나게 되는데요. 벤과 너새니얼은 필요한 지도는 얻었지만 지불할 돈이 없었죠. 그래서 마법사의 집에 갇힌 채 30시간 동안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샘과 너새니얼은 종이 등불을 놓치고 마는 걸까요?

마법사는 보름달을 가릴 수 있는 약물을 만들기 위해 태양이 필요하며, 그 태양은 자신이 별을 키우고 있는 동굴 밭에 가면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별을 키우고 있는 동굴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어떻게 동굴 속에 별을 키울 수 있는 걸까요? 그 동굴 속에 태양이 있기는 한 것일까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지만,

정말로 보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나 가뿐히

날아올라 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우리도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그들과 함께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본문 중~“

 

"아무도 집에 돌아가지 말 것, 아무도 뒤돌아보지 말 것", 벤과 너새니얼은 자전거 여행의 규칙을 지킬 수 있을까요?

꿈을 꾸듯 별빛 바다를 달리는 느낌, 밤을 비추는 몽환적인 빛, 전설이 현실이 되고 다시 전설이 되는 듯한 신비하고 환상적인 이야기와 모험, '밤으로의 자전거 여행'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느낌도 들었는데요.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골든 글로브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피터 딘클리지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예정이며 '말하는 곰'의 목소리 연기자로 출연한다고 합니다. 검푸른 밤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한 밤,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픈 마음이 들었던 '밤으로의 자전거 여행', 지금까지 꿈오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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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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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오리 20대 시절에 정말 좋아했던 작가,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을 읽고 난 후 신경숙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콕콕 와 닿는 문장에 형광팬으로 표시해 두고 가끔씩 책을 꺼내 그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고는 했더랬죠. 지금은 이메일로도 안부를 전할 일이 없지만, 그때는 손글씨로 쓴 편지를 보내면서 좋아하는 문장을 적어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때 친구가 답장을 보내면서 '깊은 슬픔'을 보내 주었는데, 그 책은 아직도 우리 집 책장에 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꽤 오래전에 읽은 '엄마를 부탁해' 이후에 작가님의 신간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부탁해'가 지하철 서울역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후에 내가 아닌 ''의 시점으로 엄마의 삶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 나온 신간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집을 떠난 엄마 대신 아버지 곁에 있게 된 딸이 아버지를 돌보면서 그동안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아버지의 삶을, 그리고 아버지의 삶을 관통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날이 딸의 생일이란 걸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굳이 그날 차를 몰고 가 학원 앞에서 기다리지 않았다면, 딸을 발견하고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딸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육남매의 넷째이자 장녀였던 ''는 그 후 그녀가 살던 집이었고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계신 그 집에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딸을 잃은 슬픔을 온전히 견뎌내기가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겠죠.

 

몇 년 만에 내려가 마주한 아버지는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기억 저편 언젠가, 다리 위에서 만난 너무나 작아 보이던 그 아버지처럼...,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는 아버지는 몽유병 환자처럼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때로는 울고 있기도 했으며, 때로는 돌아가신 분을 찾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느날의 바람 소리, 어느날의 전쟁, 어느날의 날아가는 새, 어느날의 폭설, 어느날의 살아봐야겠다는 의지, 로 겨우 메워져 덩어리진 익명의 존재. 아버지 내면에 억눌려 있는 표현되지 못하고 문드러져 있는 말해지지 않은 것들. 본문 중~”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야 했던 소년은 너무나 잔인했던,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을 6.25 전쟁을 겪었으며, 돈을 벌러 간 서울에선 의도치 않게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총소리가 들리는 현장 속에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 한 편에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진 그녀도 있었고 늘 자신의 편이 되어 주었고 늘 지켜봐주던 누나도 있었습니다.

 

자식들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랐던 아버지, 자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바랐던 아버지, 자식들 결혼사진이나 손주들 사진이 아닌 학사모를 쓰고 찍은 자식들의 사진을 방에 걸어두었던 아버지, 그 아버지는 자신이 겪었던 끔찍하고 잔인했던 일들, 너무나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일들은 가슴 속에만 묻고 사셨습니다.

 

내가 평소에 나의 아버지에게서, 보통 아버지라고 할 때 으레 따라붙는 가부장적인 억압을 느끼지 않고 엄마보다 아버지를 더 다정히 여기며 살아온 것은 아버지의 내면에 도사린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무섭고 두려운 게 많은 아버지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상과 대적해왔다는 것도. 아버지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말할 것이 없제, 였다.

(중략)

아버지는 말수가 점점 더 줄어들다가 언젠가부터 말할 것 없제, 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본문 중~“

 

그렇게 평생을 표현하지 살아오신 아버지는 끝내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라는 병명을 가진 마음의 병을 앓게 되고 주무시는 중에도 그 고통 속을 헤매고 계셨습니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는 둘째 오빠, 엄마 그리고 끔찍했던 전쟁을 함께 겪었던 박무릉 아저씨, 조카에게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봅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너는 집으로 돌아가서 너의 일을 해. 그게 아버지가 원하는 일일 것이니. 본문 중~”

 

아버지는 박무릉 아저씨에게 마지막 연하장을 쓰고, 자식들과 자신의 아내에게 주고 싶은 것을 불러주며 ''에게 글로 적어 달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삶이 언제 어떻게 될지 기약할 수 없었던 탓일까요?

 

부모가 가장 기대하는 아들이자 동생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어야만 했던 큰오빠, 장남에게 치우친 사랑이 자신에게도 오기를 바랐을 둘째 오빠, 가장 반항했지만 오히려 가장 속이 깊었을 수도 있는 셋째 오빠, 자신의 아픔을 부모에게까지 보이고 싶지 않았던 '', 늘 부모님을 살뜰하게 챙겼던 여동생, 잘 챙겨주지 못해 아버지에게 너무 안쓰러웠던 막내까지, 여섯 남매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입니다. 표현은 서툴렀지만 언제나 자식들을 향한 사랑은 늘 한결같았던, 언제나 그 자리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엄마와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엄마의 모습이고 우리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살아냈어야, 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냈어야, 라고. 본문 중~”

 

400페이지가 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빠져 읽게 되었던,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우리 가족의 이야기였던, 그래서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던 '아버지에게 갔었어', 지금 우리 아버지와 통화를 할 수는 없지만 그때 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정말 행복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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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통 2021-03-04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쟎다. 당신에게 문학은 무엇인가. 진심...묻고싶다
 
싸움닭 치리 높새바람 51
신이림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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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듯 한 표지 그림, '싸움닭 치리'는 싸움닭인 깜이와 치리의 모습을 통해 생명에 대한 존중, 가족, 우정 그리고 삶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싸움닭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을까요? 작가님은 오래전 텔레비전에서 투계 장면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닭이 어찌되든 상관없이 오로지 투계로 돈을 벌 생각에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링 위에서 싸우는 닭들은 어떤 심정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싸움닭 치리' 속 투계 장면을 보며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은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치리와 깜이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입니다. 부모님을 잃고 혼자가 된 깜이를 치리 엄마가 데려와 아들처럼 키우게 되었는데요. 멋진 외모뿐 아니라 엄친아의 모습인 깜이 때문에 늘 치리는 비교 당하며 속상해 합니다.

 

어느 날 투계 훈련사가 치리와 깜이가 사는 곳을 찾아옵니다. 싸움닭을 사려는 것이었는데요. 깜이는 투계가 되고 싶어 따라가려는 치리를 기어코 막아선 후 자신이 투계 훈련사를 따라갑니다. 늘 치리를 생각하며 일부러 져주기도 하던 깜이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두려움이 일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아버지 모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깃털은 핏물에 엉겨 붙어 있었고, 상처는 깊게 패인 채 드러나 있었다. 본문 중~”

 

사실 깜이의 아버지는 샤모 투계였습니다. 깜이는 엄마는 깜이에게 절대로 투계가 되지 말라고 당부를 했지만, 깜이는 투계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알고 있었기에 치리 대신에 따라 가게 된 것입니다. 깜이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모르는 치리는 자신의 앞길을 막은 깜이를 원망하게 되는데요. 그런 치리에게도 기회가 찾아옵니다. 투계로 팔리게 된 것이었죠. 투계 훈련사에게 맡겨진 치리는 그곳에서 깜이를 만나게 되는데요. 깜이는 자신이 상상하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동안 깜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깜이는 자신의 낫칼 때문에 죽은 투계 때문에 괴로워하며 그 후엔 낫칼을 휘두르는 대신 상대의 낫칼을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치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투계의 삶이 어떠한지를..., 승부가 나지 않을 때 투계는 발목에 낫칼을 채우고 싸워야 했습니다. 그건 싸움에 질 경우엔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지요. 치리는 그제서야 왜 깜이야 자신을 밀어내고 투계 훈련사를 따라갔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치리와 깜이는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합니다. 깜이는 치리를 위해, 그리고 치리는 깜이를 위해 탈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투계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투계 도박판의 돈에 환호하는 사람들, 그 와중에 깜이는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투계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 깜이, 이제 깜이는 어떻게 될까요?

 

생각해 보니 삶은 선택의 문제였다. 목숨과 자유를 담보로 닭장 안에서 편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늙은 수탉처럼 자유롭게 살되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만 할 것인가. 본문 중~”

 

치리는 투계판에서 탈출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가는 늙은 수탉에게서 삶은 선택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되는데요. 치리는 엄마의 바람대로 식구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수탉이 되는 삶을 선택할까요? 아니면 늙은 수탉처럼 자유로움 삶을 선택할까요?

 

- 엄마의 바람대로 살아간다면 편하기는 할지라도 닭장 안에 갇힌 삶을 살아야 합니다만약 여러분이 치리라면 어떤 삶을 선택할 건가요?

 

- 어떤 삶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삶을 선택하든지 선택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건 각자의 몫일뿐이죠. 여러분의 아이들이 치리라면 어떤 선택을 하기를 바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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