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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마지막 수업 - 알퐁스 도데 단편선 ㅣ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3
알퐁스 도데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8월
평점 :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프랑스 작가는 누구일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 중 한 명은 <별>과 <마지막 수업> 그리고 <스갱 씨의 염소> 등으로 15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알퐁스 도데가 아닐까 합니다.
알퐁스 도데의 삶과 작품세계 그리고 대표적인 단편이 실려 있는 <별 마지막 수업>, 이 책에는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별', '아를의 여인', '노인들', '산문으로 쓴 시', '빅시우의 손가방', '스갱 씨의 염소', '황금 뇌를 가진 남자', '마지막 수업', '당구', '소년 간첩', '어머니들', '나룻배', '마지막 책', '붉은 자고새의 놀람' 등 모두 15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는 별들이 수많은 양 떼처럼 조용하고 유순하게 계속 행진하고 있었다. 나는 그 별들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잠들었다고 생각했다. p.26
<별>은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를 향한 가난한 양치기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 한 마리와 함께 양을 치는 외로운 양치기, 사람 구경을 할 일이 없는 양치기는 농가에서 보름 치 식량을 가지고 오는 날만을 기다립니다. 어느 일요일, 보름마다 오는 농가 꼬마와 노라드 아주머니가 대신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식량을 가지고 오는데요. 양치기에게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지금껏 만난 여인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답니다.
강이 범람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스테파네트는 어쩌다보니 양치기와 하룻밤을 같이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요.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을 보며 스테파네트 아가씨에게 별 이야기를 들려주던 양치기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밤하늘이 그토록 심오하고, 별들이 그토록 반짝여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듯합니다.

선량한 스갱 씨는 자기 염소들을 도통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아연실색했어. 그래서 "이제 끝났어. 염소들은 내 집이 지루했나 봐. 나는 한 마리도 지키지 못할 거야."라고 말했지. 하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고 염소 여섯 마리를 같은 식으로 잃어버리고 난 뒤에도 또 한 마리를 샀지. 단, 이번에는 신경 써서 아주 어린 염소를 샀어. 자기 집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말이야. (중략) 그런데 스갱 씨는 잘못 생각한 거였어. 그의 염소는 지루해했거든. p.74~75
<스갱 씨의 염소>는 화자가 파리에 있는 서정 시인 피에르 그랭구아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랭구아르는 파리의 좋은 신문사에서 시사 평론 담당 기자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아름다운 시를 쓰며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화자는 신문사 기자가 되면 그와 반대되는 삶을 살 수 있음에도 시에 빠져 사는 그랭구아르에게 "자유롭게만 살고 싶어 하면 뭘 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 거"라면서 <스갱 씨의 염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섯 마리의 염소를 키웠지만, 염소들의 마음을 알 길이 없었던 스갱 씨, 매번 실망했으면서도 또 다시 염소 한 마리를 산 스갱 씨, 이번에는 정말 잘 길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적응하는 것도 잠시일 뿐, 염소 블랑케트는 스갱 씨에게 자신을 산으로 보내달라는 말을 합니다.
스갱 씨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겠다면서, 산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그동안 산으로 간 염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들려주면서, 외양간에 가둬 버립니다. 하지만 블랑케트는 미처 닫지 못한 창문으로 도망가 버립니다.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블랑케트, 하지만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 블랑케트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스갱 씨의 나팔 소리가 들리는데요. 그 순간 블랑케트는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자유로움을 빼앗긴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 대신 자유를 선택한 블랑케트,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 블랑케트는 늑대로부터 자기의 생명을 스스로 지켜내야만 했습니다.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늑대에게 맞선 블랑케트, 밤새도록 늑대와 싸우던 블랑케트는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살 것인가? 화자가 "자유롭게만 살고 싶어 하면 뭘 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 거"라며 들려준 <스갱 씨의 염소> 이야기, 화자가 시인 그랭구아르에게 바란 것이 무엇일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지요?

얘들아, 이게 너희와의 마지막 수업이란다. 알자스와 로렌 지방의 학교에서는 이제 오로지 독일어만 가르치라는 명령이 베를린에서 떨어졌다. 새 선생님이 내일 오실 거야. 그러니까 오늘이 너희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이 될 거다. 잘 집중하도록. p.96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가 알자스와 로렌 지방을 프로이센에 넘겨주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 <마지막 수업>은 모국어를 빼앗긴 슬픔과 고통 그리고 모국어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나라를 빼앗겨 우리말과 우리글을 쓸 수 없었던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더 공감하며 읽게 되는 작품인 듯합니다.
선생님이 내준 분사 공부도 하지 않고 지각까지 하게 된 프란츠, 서둘러 학교에 간 프란츠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평상시와 달리 너무나 조용한 학교, 교실엔 마을 사람들도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요?
마지막 수업이라는 아멜 선생님의 말을 듣는 순간, 프란츠는 그동안 공부를 게을리 한 스스로를 자책하는데요. 선생님은 "민족이 노예로 전락하더라도 그 언어를 잘 붙잡아 두고 있는 한 열쇠를 쥐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주려 합니다.
정오가 되자 훈련에서 돌아오는 프로이센 군인들의 나팔 소리가 울리고, 아멜 선생님은 창백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온 힘을 다해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는 글씨를 쓰고는 수업이 끝났다고 말합니다.
증기 제분소의 등장으로 몰락해가는 풍차 방앗간, 그 와중에도 끝내 물러나지 않았던 코르니유 영감의 방앗간 그리고 마을사람들의 연대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아를에서 만난 여인을 잊지 못해 끝내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마는 남자 이야기 <아를의 여인>,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적국에 중요한 정보를 넘긴 간첩이 되어 버린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들려주는 <소년 간첩>, 전쟁 중임에도 적국에 충성하며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애국이라 생각하는 노인과 전쟁에 나갔다가 부상을 입은 뱃사공의 이야기를 통해 애국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뱃사공> 등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광복절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기게 되는 8월,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제와 맞서 싸운 독립 운동가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에 우리말과 우리글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며, <마지막 수업>의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민족이 노예로 전락하더라도 그 언어를 잘 붙잡아 두고 있는 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마지막 수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