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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ㅣ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5
오스카 와일드 지음, 나현정 그림, 소민영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9월
평점 :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왕자와 왕자의 부탁을 들어주며 끝까지 왕자 곁을 지키다가 동사한 제비 이야기, 시대를 거슬러 많은 사랑을 받는 명작동화, 바로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입니다. 이 책은 오스카 와일드가 남긴 두 권의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 그리고 <석류나무의 집>을 원전으로 한 완역본으로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욕심쟁이 거인', '헌신적인 친구', '비범한 로켓 폭죽', '어린 왕', '스페인 공주의 생일', '어부와 영혼', '별 아이'까지 모두 9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쓰는 것이 아빠들의 의무이며, 동화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에 비추어 동화는 그 어떤 훈육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행복한 왕자' 중~
오스카 와일드는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면서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작품이 세대를 거슬러 누구나 즐겨 읽는 고전이 된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할 만한 깊이 있는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인데요. 기득권 세력을 향한 신랄한 비판은 시대를 거슬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듯합니다.

인간의 심장을 가지고 있을 때 나는 눈물이 뭔지 알지 못했어. 나는 슬픔이 들어오지 못하는 평화로운 궁전에서 살았거든. (중략) 난 그렇게 살다가 죽었단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이 높은 기둥 위에 세워 놓은 다음부터 나는 이 도시의 모든 불행을 보게 되었어. 내 심장은 납으로 만들어졌는데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구나. p.10~12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기둥 위에 행복한 왕자 동상이 서 있었습니다. 동상은 온몸이 황금으로 덮여 있고, 눈에는 사파이어가 박혀 있는데다, 칼 손잡이에는 커다란 루비가 반짝이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모두 그 동상을 우러러보았습니다. 하지만 왕자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모습을 본 사람들은 왕자의 동상을 끌어내립니다. 왕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렇게 된 것인지를 알려고 하는 대신, 용광로에 넣어 녹인 다음, 서로 자신의 동상을 만들겠다며 싸우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제비는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려는 왕자를 도우며 끝까지 그의 곁을 지킵니다. 왕자의 눈이 되어 주고, 머나먼 이국땅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면서요. 날이 추워지면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죠. 하느님의 명령으로 가장 귀중한 것 두 가지를 가지러 온 천사는 왕자의 쪼개진 납 심장과 죽은 제비를 들고 가는데요. 겉모습과 물질적 가치에 치중하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한 바가 큰 듯합니다.

정원의 주인은 바로 나야.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러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여기 들어오면 안 돼! p.41
7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거인은 자신의 정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자신의 정원이니 누구든 들어올 수 없다고 말이죠. 그 후 거인의 정원엔 봄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겨울이었지요.
아이들이 높은 담에 난 작은 구멍으로 들어와 나뭇가지에 앉자, 거인의 정원엔 다시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단 한 곳만 빼고 말이죠. 여전히 겨울인 그곳엔 너무 작아 나무에 올라가지 못하는 어린 소년이 있었습니다. 정원에 봄이 오지 않는 이유를 깨달은 거인은 밖으로 나가, 어린 소년을 나무 위에 올려 주는데요. 그러자 정원엔 다시 봄이 찾아옵니다. 거인은 모든 담장을 허물고 정원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만듭니다.
하지만 작은 아이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거인은 늙고 쇠약해집니다. 어느 겨울 날 아침, 거인의 정원에 그 작은 아이가 찾아오고, 자신의 정원, 천국으로 가자고 합니다. 그날 오후 거인의 정원을 찾은 아이들은 새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나무 아래 누워 있는 거인을 보게 됩니다.

한스는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습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 밀러는 늘 한스네 정원을 꽃을 꺾어 가고는 했습니다. "진정한 친구는 모든 것을 나눠 가져야 한다"면서요. 하지만 밀러는 한스에게 아무 것도 나눠 주지 않았습니다. 부자임에도 말이지요. 한스가 겨우내 힘든 생활을 할 때는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는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며, 귀찮게 하지 않는 것이 우정"이라 말하며, 찾아가지 않습니다.
봄이 오자 밀러는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한스를 찾아갑니다. 그 바구니에 꽃을 가득 채울 심산이었지요. 먹고 살기 힘들어 손수레까지 팔았다는 한스에게 밀러는 자신의 집에 있는 고장 난 손수레를 주겠다고 합니다. 대신 자기 집 헛간 지붕을 고쳐 달라 하고, 시장까지 물건을 날라 달라 하고, 양떼를 몰아 달라 하고. 다친 아들을 치료할 의사를 불러오라는 일을 시킵니다. 손수레를 주는데 그깟 일을 못하겠냐면서 말이지요. 사실 그 손수레는 그냥 두면 방해만 되고, 내다 팔기에는 너무 망가진, 그래서 몇 푼 받지도 못할 손수레였습니다.
한스는 늘 밀러를 위한 일을 했지만, 밀러는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만을 늘어놓을 뿐이었지요. 폭풍우가 치는 밤 밀러 대신 의사를 부르러 간 한스는 길을 잃게 되고, 물에 빠져 죽게 됩니다. 한스의 장례식에 온 밀러는 "다시는 남에게 뭘 주거나 하지 말아야겠다며, 자신은 너무 너그러워 탈"이라는 말을 합니다. 너무나 <헌신적인 친구> 한스와 온갖 미사여구만 늘어놓으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두 취하고야 마는 친구 밀러, 인정머리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밀러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인 것일까요? 그에게 우정이란 어떤 의미인 것일까요?
<행복한 왕자>는 오스카 와일드가 남긴 두 권의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 그리고 <석류나무의 집>을 원전으로 한 완역본입니다. 시대를 거슬러 지금도 많이 읽히고 있는 <행복한 왕자>와 <욕심쟁이 거인>을 비롯한 9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요. 그의 작품이 시대와 세대를 거슬러 누구나 즐겨 읽는 고전이 된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할 만한 깊이 있는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