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가디언 책 읽는 샤미 42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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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위로가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필요한 것은 바로 '내가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과 위로'가 아닐까 합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인 ''를 지킬 수 있는 건 바로 ''일 테니까요.

 

<마이 가디언>은 베프에게서 정서적 압박을 당하며 살고 있던 초등 6학년생 은하가 친구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중심을 잡고 바로 서기까지의 여정을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과 사계절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몬스터 차일드>로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이재문 작가의 신작입니다. 무엇보다 현직 초등교사이기에 교육 현장의 모습을 더 실감나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기에 <마이 가디언>은 한창 예민한 시기, 어느 때보다 친구가 소중한 시기인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더 몰입하여 읽을 듯합니다.

 


다미가 가자는데 안 간다고 할 수 없었다. 다미는 내게 둘도 없는 베프니까. 놀다 보니 통금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p.8

 

집에서 정해놓은 통금 시간인 일곱 시를 훌쩍 넘겨 들어온 은하, 다미 말이라면 꼭 따라야 할 법처럼 생각하는 은하는 다미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거짓말을 하고 맙니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활달해서 6학년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친구 다미, 은하는 그런 다미가 자신의 베프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래서 다미가 기분 나쁜 말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합니다.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해야만 하는 아이, 모든 것에서 자신이 두각을 드러내기를 바라는 아이 다미, 어느 순간 다미의 말과 행동이 조금씩 부담스럽고 불편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지은과 같은 모둠을 하게 되면서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미가 기분 나빠하는 모습에 내 마음도 무거워졌다.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가 낯설었다. 내가 누군가를 꺼리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피하고 싶은 아이, 이지은을 만나기 전까지는. p.45

 

애들이 모두 무시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는 아이, 어디에서든 당당하게 다니는 아이 이지은, 은하는 지은이와 모둠이 된 후부터 다미의 말과 행동이 더 신경 쓰이고 불편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다미가 지은이를 무척이나 싫어했으니까요. 하지만 지은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다미가 생각하는 그런 아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할 줄 알고, 좋고 싫음도 분명하게 말할 줄 알고 무엇보다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아이 지은, 은하는 싫어하는 일이라도 맞춰 주는 쪽을 택하는, 그래서 힘들 때가 많은 자신과는 다른 지은이에게 점점 더 마음이 갑니다. 하지만 다미의 따가운 시선에 차마 어쩌지를 못합니다. 다미와 지은이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다미는 왜 지은이를 그토록 싫어하는 걸까요?

 

"모두가 날 버려도, 세상에 혼자 남아도, 끝까지 날 사랑할 사람"

"바로 나."

(중략)

"가디언스의 방패, 지금은 나보다 너한테 더 필요할 것 같아서."

p.107~110

 

이지은이 가디언스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은하는 점점 더 지은이에게로 마음이 기울어 갑니다. 게다가 절판이 되어 살 수도 없는 한정판 키링까지 준다고 합니다. "가디언스의 방패"가 은하에게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요. 늘 자기가 우선이고 돋보여만 하는 다미와는 다른 지은, 은하는 두 친구 사이에서 어쩌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게 되는데요. 비록 싫어하는 일일지라도 다미에게 맞춰 주는 쪽을 택했기에 힘들 때가 많았던 은하, 은하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마이 가디언>은 베프에게서 정서적 압박을 당하며 살고 있던 초등 6학년생 은하가 친구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중심을 잡고 바로 서기까지의 여정을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과 사계절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몬스터 차일드>로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이재문 작가의 신작입니다. 무엇보다 현직 초등교사이기에 교육 현장의 모습을 더 실감나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기에 <마이 가디언>은 한창 예민한 시기, 어느 때보다 친구가 소중한 시기인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더 몰입하여 읽을 듯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설 수 있는 힘, 그 힘의 원천은 바로 나, 나의 수호자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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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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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육면체 그리고 여섯 면을 같은 색깔로 맞추는 장난감입니다. 그렇다면 책의 제목인 큐브는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요? 혹시 여섯 면의 색을 맞추듯 무언가를 맞춰야만 탈출할 수 있는 그런 공간에 갇힌 것은 아닐까요? 보린 장편소설 <큐브>는 이런 저런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만약 정육면체 큐브에 갇혀 의식이 통제되고 창밖으로 지구가 보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는 독감에 걸려 교실에 남아 있던 연우가 환각에 빠진듯한 모습을 보이며 시작합니다. 연우는 그것이 감기약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그때 연우의 눈앞에 "당신은 채집되었습니다."라는 글자가 나타납니다. 홀로그램 공 한가운데에 쓰인 글자, 이건 도대체 무얼 뜻하는 걸까요? 잠시 후 빨간 공이 투명한 공으로 바뀌며 "먹이가 근처에 있습니다."라는 글자가 떠오릅니다. 연우는 그곳을 벗어나고자 했으나 그럴 수 없었습니다. 운동장에 반 친구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창문으로 다가간 연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연우의 눈앞에 보이는 건 운동장이 아닌 커다란 지구였으니까요. 밖으로 나가고 싶으나 나갈 수 없는 연우, 강제로 잠들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하는 사이, 유부초밥이 든 도시락은 화수분처럼 계속 채워지고 또 채워집니다.

 

빨간 공, 언제나 같은 자리, 정육면체 한가운데 떠있다. 홀로그램 비슷한 것으로, 연우가 깨어날 때는 투명한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모래시계처럼 아래에서부터 빨갛게 차오른다. 가끔 매미 소리를 낸 다음 메시지를 보여 준다. 넌 채집되었다, 근처에 먹을 게 있다, 의식을 통제할 거다, 내용은 딱 세 종류다. 공이 완전히 빨갛게 채워지면 큐브 안팎의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온다. 연우 자신만 빼고. p.19

 

투명한 막으로 박힌 정육면체(큐브)에 갇힌 연우는 친구들을 볼 수 있지만, 친구들에겐 연우가 보이지 않습니다.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는 연우는 큐브를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서서히 큐브에 적응하게 됩니다.

 

그렇게 나름 큐브에 적응해가던 연우는 악몽을 꾸게 되는데요. 짜장면 속에서 나온 하리보 젤리, 젤리 곰들은 실험복까지 갖춰 입고 회의를 합니다. 채집, 먹이, 환경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젤리 곰들, 그들은 또 누구일까요?

 

항상성 붕괴......부적합......조사 종료.......,

우리는.......생존할......라이카......찾습니다.

조사에......응해 주셔서......고맙습니다.

서식지로 돌아갑니다. p34

 

다시 교실로 돌아온 연우, 더 이상 보이지 않는 홀로그램, 쉴 새 없이 뜨는 알림, 운동장으로 나간 연우를 본 2학년 아이들은 깜짝 놀라고 맙니다. 3 수험생으로 9월 모의고사를 두 달 앞 둔 시점에 사라져 행방불명자가 된 연우가 눈앞에 나타났으니까요.

 

1년 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연우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데요. 거기에 더해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은 대학생이 되거나 재수생이 되거나 직장인이 되어 있었지만, 연우는 그렇지 못했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됩니다. 좋아하는 친구 해고니를 떠날 수 없어 고향에서 무언가를 하려 하지만, 그 또한 해고니에겐 부담으로 느끼는 일이 됩니다.

 

"난 대단히 정상이야. 그저 의식이 젤리 곰 속에 담긴 것뿐이라고."

젤리 곰은 자신이 연우의 복제된 자아라고, 설명하기엔 간단하지 않고 믿기에는 더더욱 간단하지 않은 소리를 했다. p.71

 

게다가 큐브에서 나왔지만 채집 때문에 갖게 된 장치와 거기에 입력된 복제된 자아(젤리 곰) 그리고 항상성 시스템으로 인해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연우를 심리적, 물리적으로 안정시키는 항상성 시스템은 비가 오면 비를 막아주고 더위나 추위 또한 막아주기에, 그것이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늘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장치를 벗어던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항상성 시스템에 대한 불안과 진로에 대해 고민에 빠져 있던 연우는 해고니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해고니도 트라우마를 갖게 만든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데요. 그 순간 파도가 그들을 덮치고, 두 사람은 파도에 휩쓸리게 됩니다. 연우는 채집된 이후 가지게 된 장치와 항상성 시스템이 구해낼 수 있겠지만, 해고니는 그럴 수 없을 텐데....,연우와 해고니는 어떻게 될까요? 연우를 채집 한 존재들은 누구일까요? 연우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큐브>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할만한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 그리고 풋풋한 첫사랑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SF적 장치를 이용하여 현실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3 수험생이었던 연우는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존재들에게 채집되어 투명한 큐브에 갇히게 됩니다. 모든 것이 되풀이되는 큐브 속에서의 삶에 적응해가던 중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연우는 그 사이 1년의 시간이 흘렀음을 알게 됩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자신의 길을 가고 있던 친구들을 보며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무엇보다 채집 때문에 갖게 된 장치로 인해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는데요. 연우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어쩌면 큐브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만들어 놓은 틀,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초중고 12년 동안 오로지 공부에 매달려야 하며,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선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하며, 그렇게 졸업을 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간 다음엔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며, 아이를 낳으면....., 우리들 모두는 그 틀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연우가 갇혔던 투명한 큐브,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큐브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꿈오리 한줄평 : 우리는 저마다의 큐브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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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기름
단요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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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하늘과 붉은 땅 그리고 크고 둥근 달, 그 아래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강렬한 표지 그림과 제목이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2057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다이브>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던 단요 작가의 신작 <피와 기름>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게 됩니다.

 

<피와 기름>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종교란 무엇인지, 종말과 구원은 무엇인지, 윤리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꿈오리처럼 무교인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처럼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게 만듭니다. 자신의 권력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라며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려는 사람, 종말의 때에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사람들, 그리고 그 어느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에게 신권통치를 할 사람을 따를 것인지, 심판을 믿는 사람들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전 세계에 살아가는 80억 명의 사람들을 따를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세상이 ''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는 세 가지의 선택지 중 무얼 선택할 수 있을까요?

 


만약 네가 세상을 끝장낼 수 있으면, 그러고 싶으냐? p.412

 

집안 사정이 나쁜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의 유일한 행복은 비슷한 처지의 나쁜 형들과 뒷산에서 본드를 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소년에게 한 사람이 다가와 "만약 네가 세상을 끝장낼 수 있으면, 그러고 싶으냐?"라고 물었고, 소년은 당연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경기도 외곽의 한 농원에 '새천년파'가 창설되었습니다. 새천년파의 교주인 15세 소년 이도유는 재림 메시아로서 19991231일 세상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이에 그를 따르던 32명의 신도가 자살을 선택했지만, 세상의 종말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20년의 세월이 지난 후, 그때 살아남은 신도들은 이도유가 재림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저버리고 도망쳤기 떄문에 이 세계가 분쟁과 고통과 슬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를 찾아 죽이려 합니다. 이즈음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최우혁입니다. 새천년파였지만 서로 다른 길로 가고 있던 조강현과 그와 대립하고 있는 치리회 그리고 80억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도유는 정말 재림 메시아였을까요?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의 신비한 치유 능력은 사실인 걸까요? 그는 정말 세상의 종말을 불러올 능력이 있는 걸까요?

 


이야기는 도박중독자였던 우혁이 선배 김 형을 만나며 시작합니다. 김 형은 우혁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 일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는데요. 그렇게 학원에서 일을 하던 우혁에게 마치 운명처럼 그 소년이 나타납니다. 계곡에 빠져 죽을 뻔했던 열다섯 살 우혁을 구해주었던 바로 그 소년, 지금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그 소년, 서른두 명의 새천년 신도를 자살로 이끈 소년 교주 이도유를 말이지요. 이도유의 부탁으로 함께 설악산을 향하던 우혁은 낯선 사람들에게 쫓기다가 추돌 사고를 내고 마는데요. 그 사이 소년은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이상한 일은 사고 충격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야 할 우혁이 너무나 멀쩡했다는 것입니다. 계곡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처럼 말이죠. 혹시 이것은 이도유가 가진 신비한 능력 때문인 것은 아닐까요? 이도유가 재림 예수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들은 19991231일이야말로 마지막 날이었다고, 예수가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해 도망쳤기 때문에 세계가 지금에 이르렀다고 믿었다. 타락한 세계가 용서받을 방법은, 조금이라도 일찍 이도유를 찾아내 죽이는 것 외에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기꺼이 악역을 자처하고 있었다. 버겁도록 달콤한 일상에 굴종하는 대신......., p.87

 

서른 두 명의 숭배자들이 넘쳐흐르는 은혜 속에 죽음을 택할 당시에 살아남은 열두 명의 아이들 중 일부는 새천년파 조직을 재구축해 교주 척살에 나섭니다. 그들은 "신의 원래 계획은 19991231일에 이 땅을 심판하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와 다른 이유로 이도유를 찾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업가이자 새천년파 피해자 모임의 대표인 조강현, 이도유를 앞세워 서른 두 명의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 지금은 사업가이자 새천년파 피해자 모임의 대표인 조강현입니다. 그는 우혁이 치리회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는 이도유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지불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치리회에 접근한 우혁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30만 명이 굶어 죽더라도 오늘 저녁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만, 눈앞에서 100명이 죽은 건 견디지 못합니다. 무고한 사람이라면 100명이 아니라 10명이라도 어렵습니다. p.384

 

이야기는 이도유로 인해 최우혁의 삶에 또 다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음을,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일어나며 끝이 납니다. 이도유는 정말 재림 메시아였을까요?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의 신비한 치유 능력은 사실인 걸까요? 그는 정말 세상의 종말을 불러올 능력이 있는 걸까요?

 

<피와 기름>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종교란 무엇인지, 종말과 구원은 무엇인지, 윤리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꿈오리처럼 무교인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처럼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게 만듭니다. 자신의 권력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라며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려는 사람, 종말의 때에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사람들, 그리고 그 어느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에게 신권통치를 할 사람을 따를 것인지, 심판을 믿는 사람들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전 세계에 살아가는 80억 명의 사람들을 따를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세상이 ''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는 세 가지의 선택지 중 무얼 선택할 수 있을까요?

 

꿈오리 한줄평 : 종교, 종말, 구원, 윤리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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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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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입니다. 부모에게도 아이는 세상의 전부입니다. 아이는 부모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자라납니다. 그 어떤 침범도 허락하지 않을 것만 같은 부모라는 울타리, 아이는 자라면서 그 울타리 너머의 세상을 궁금해 합니다. 그 세상은 아이에겐 너무나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아이를 보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향한 아이의 호기심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세상>은 부모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세상을 찾아 떠나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자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성장해가는 아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자신의 세상을 찾아 떠나려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꿈오리가 애정하는 그림책 중 하나인 <꽃을 선물할게>,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쓴 강경수 작가의 신작이라 더 기대하며 기다렸던 책이기도 합니다.

 


아기는 자신을 가로막는 벽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아기 앞에 커다란 손이 나타났습니다.

'세상' ~

 

거대한 우주 속 지구라는 행성, 지구에 있는 수많은 도시, 그 도시 어딘가에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그 아기에게 세상은 자기가 살고 있는 바로 그 집입니다. 아기가 자신을 가로막는 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바로 그때, 커다란 손이 나타났습니다. 커다란 손은 아기를 위한 모든 것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둘은 행복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기는 몰랐습니다. 세상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집보다 훨씬 더 크고 넓다는 것을 말이지요.

 


아이는 자라면서 창문 밖 세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바깥세상으로 나가 보고 싶었지만, 커다란 손은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바깥세상은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면서 말이지요. 늑대에게 쫓기던 사슴이 상처를 입고 쓰러졌을 때, 커다란 손은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하지만 바깥세상을 향한 아이의 호기심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사슴이 죽은 자리에 한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그 소녀는 커다란 손 외에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는 그 소녀와 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만, 모든 건 다 널 위해서야.

넌 아직 세상을 몰라. 언젠가 내가 옳았다는 것을 알겠지.

'세상' ~

 

세상은 위험한 곳이라며, 모든 건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커다란 손, 아이는 처음으로 커다란 손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와 커다란 손 사이엔 틈이 생기기 시작했고, 둘은 다투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커다란 손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그 세상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아이를 붙잡으러 따라오는 커다란 손은 마치 사슴을 쫓는 늑대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이는 커다란 손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요?

 


"나의 사랑아, 잘 가렴, 너의 세상으로."

'세상' ~

 

소년이 된 아이는 세상을 향해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커다란 손을 안심시키고 작별 인사를 합니다. 떠나는 소년을 향해 "나의 사랑아, 잘 가렴, 너의 세상으로."라고 말하는 커다란 손, 세상 모든 부모들의 모습이 바로 이러하겠지요? 그렇기에 더 울컥하여 눈물을 흘리게 되는 듯합니다. 우리들의 부모가 그러했듯, 가까운 미래 우리들의 모습 또한 그러할 것임을 알기에...,

 

<세상>은 부모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세상을 찾아 떠나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자 더 넓을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성장해가는 아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자신의 세상을 찾아 떠나려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응원과 지지를, 부모들에게는 위로를, 무엇보다 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꿈오리 한줄평 : 언젠가 빛나는 별이 되어 세상을 밝히는 존재가 될 모든 아이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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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고물상 - 2025년 문학나눔도서 선정, 2025 한국안데르센상 출판미술부문 대상 수상
현지영 지음 / 비엠케이(BM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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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보기 힘든 펌프 수도, 다이얼 전화기, 레코드판, 양은주전자, 괘종시계, 못난이 삼형제 인형 그리고 고물의 무게를 재었을 저울 등등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들이 보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중장년층에겐 너무나 익숙한 물건들입니다. 그 시절엔 "고물 팔아요!"를 외치며 다니던 엿장수들이 있었더랬습니다. 엿이 먹고 싶어서 고물이 아닌 걸 고물로 팔아먹기도 했다지요.

 

<엄마의 고물상>은 풍족하지 않아도 따스한 정이 넘치던 그 시절의 이야기로 고물상을 운영하며 다섯 남매를 키운 엄마와 고물상에서 나고 자란 다섯 남매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건축직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현지영 작가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죄다 낡고 망가진 것들뿐이에요.

이곳은 어디일까요?

'엄마의 고물상' ~

 

"엿장수, 고물 장수, 넝마주이가 바쁘게 드나들고 사람들이 쓰다 버린 물건들이 모이는 곳" 이곳은 엄마의 고물상입니다. 엄마의 고물상을 지키는 누렁이는 주인을 잃고 떠돌던 개입니다. 엄마가 데리고 와 집을 지어주면서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방도 만들고, 손수레와 엿판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가난해도 나누며 살 수 있었던 것은 그 누구보다 넉넉하고 풍족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엄마, 엄마! 우리가 뭘 찾았게요?"

"우와! 우리 쌍둥이가 고물 속에서 보물을 찾았구나!"

'엄마의 고물상' ~

 

아이들에게 고물상 마당은 보물창고이자 최고의 놀이터였습니다. 어린 쌍둥이 자매가 소꿉놀이를 하던 곳, 탐험대가 되어 고철산으로 탐험을 떠나던 곳, 보물을 찾듯 신기한 물건들을 찾던 곳, 엄마의 고물상은 다섯 남매에겐 어린 시절의 따스한 추억이 깃든 곳입니다. 엄마의 고물상은 저녁이 되면 엿 대신 고물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 엿장수 아저씨들이 사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엄마의 고물상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커다란 저울로 수많은 고물의 무게를 달고 주판으로 계산해 돈으로 바꿔주던 곳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의 고물상은 다섯 남매와 함께 행복한 꿈을 꾸던 곳이었습니다.

 

<엄마의 고물상>은 풍족하지 않아도 따스한 정이 넘치던 그 시절의 이야기로 고물상을 운영하며 다섯 남매를 키운 엄마와 고물상에서 나고 자란 다섯 남매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부엌 선반 위 양은도시락, 부뚜막 아래 석유곤로, 안방 서랍장 위 꽃무늬 솜이불......,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추억의 물건들을 보며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를 생각해봅니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시대에 살지만 우리의 마음은 점점 더 빈곤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넉넉하지 않아도 서로 나누며 살던 그 시절의 따뜻한 정을 잃어버리고 사는 건 아닐까요?

 

꿈오리 한줄평 : 풍요롭지 않아도 따스했던 그 시절의 추억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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