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 아무 데나 낙서해도 돼? I LOVE 아티스트
파우스토 질베르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810,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경매로 나왔습니다. 이 작품은 수많은 경쟁 끝에 1042천 파운드(15억 원)에 낙찰되었는데요. 낙찰되는 순간 작품의 절반이 저절로 파쇄 되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납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파쇄 연습 장면까지 공개한 범인이 뱅크시라는 것입니다. 뱅크시는 "파괴의 욕구는 곧 창조의 욕구"라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그림이 경매장에 나갈 것을 대비해 몰래 파쇄기를 설치했다고 하는데요. 작품이 돈으로 거래되는 것을 조롱하는 퍼포먼스였음에도, 작품의 가격은 20배 이상 올랐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뱅크시, 아무 데나 낙서해도 돼?>는 그라피티로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작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작가 뱅크시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투척하는 시위자, 풍선과 소녀, 루브르 박물관과 유명한 미술관 등에 허락도 없이 걸어놓은 작품..., 등등 여러 작품이 실려 있는데요.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 비밀에 싸여 있는 뱅크시와 그의 작품들을 먹으로만 표현하여 오롯이 작품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단 두 번, 강렬한 빨강색으로 표현한 그림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뱅크시는 내 진짜 이름이 아니야.

내 정체를 비밀로 하려고 선택한 거야.

'뱅크시, 아무 데나 낙서해도 돼?' ~

 

이 책은 뱅크시를 화자로 하여 뱅크시의 삶과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뱅크시는 진짜 그의 이름이 아닙니다. 이름뿐만 아니라 얼굴도 드러낸 적이 없기에 지금까지도 뱅크시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유명한 미술관 등에 자신의 작품을 걸어 놓고 나갈 당시에 찍힌 모습도 있지만, 변장을 한데다가 오로지 뒷모습만 보였으며, 영화를 찍을 때 등장하기도 하지만 얼굴을 모두 가려서 알아볼 수는 없다고 합니다.

 


뱅크시는 길거리 벽에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 예술가입니다. 그는 검정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하여 쥐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벽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불법입니다. 그러니 "경찰이 체포하지 못하도록 숨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뱅크시가 "스프레이 페인트와 스텐실을 혼합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은 "공공장소에서 불법으로 작업하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취한 신속한 방법"입니다. 그의 작품엔 "미술, 정치,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이슈"가 담겨 있는데요. 그것은 "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고 하는 뱅크시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뱅크시가 길거리에 한 그라피티는 지워지거나 덧칠되거나 도난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림을 그려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미술품을 수집하는 이들에게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괴로웠다고 합니다. <풍선과 소녀>가 낙찰되자마자 파쇄 되도록 한 것 또한 상업주의를 극도로 반대했던 뱅크시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겠지요?

 


뱅크시는 "58명의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우울한 놀이공원'이란 뜻으로 디즈니랜드를 풍자한 '디즈멀랜드"라는 테마파크를 만들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자신의 그림을 팔기도 했습니다. 가짜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진짜라고 밝혔을 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그때 그의 작품을 산 사람들이 얼마나 기뻐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듯합니다.

 

<뱅크시, 아무 데나 낙서해도 돼?>는 그라피티로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작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작가 뱅크시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투척하는 시위자, 풍선과 소녀, 루브르 박물관과 유명한 미술관에 허락도 없이 걸어놓은 작품..., 등등 여러 작품이 실려 있는데요.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 비밀에 싸여 있는 뱅크시와 그의 작품들을 먹으로만 표현하여 오롯이 작품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 누구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뱅크시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혹시 우리나라 네티즌 수사대(?)라면 그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꿈오리 한줄평 : 그라피티로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한 뱅크시, 그의 존재가 점점 더 궁금해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 - 2024 뉴베리 아너상 I LOVE 스토리
다니엘 나예리 지음, 다니엘 미야레스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칼을 든 무사들과 궁수 그리고 그들에게 쫓기고 있는 듯한 두 사람, 그림자로 표현한 표지 그림은 제목과 더불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꿈 장사꾼은 꿈을 파는 사람을 말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왜 암살자들이 그를 쫓고 있는 것일까요? 혹시 사미르는 봉이 김선달처럼 희대의 사기꾼인 걸까요? 아니면 이야기 장사꾼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수와 같은 사람인 걸까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기수와 비슷한 인물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기수는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실은 연기까지 해서, 사람들을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꿈 장사꾼 사미르도 휘황찬란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그런 인물인 것은 아닐까요?

 

<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은 고아 소년인 ''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최고의 입담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 사미르와 사미르의 입담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된 고아 소년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면서 겪게 되는 스펙터클한 모험을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최고의 입담꾼 사미르는 그저 뛰어난 말솜씨를 가진 허풍쟁이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들으면 들을수록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기도 합니다.

 


 

사미르는 이름이 99개인 신과 이름이 하나인 99명의 신을 숭배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한때는 꿈을 사들인 부유한 칸의 아들이었다고도 했다. 그래서 팔 꿈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p.36

 

이야기는 사제들에게 쫓기던 열두 살 고아 소년인 ''가 카라반 상인들 중 꿈 장사꾼 사미르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는 오마르라는 이름이 있었음에도 사미르는 원숭이라 부르며, 자신의 하인처럼 대합니다. ''는 언젠가 꿈 장사꾼 사미르에게 돈을 갚고 자유를 되찾을 날을 기다립니다.

 

''는 사미르 그리고 짐 나르는 노새, 당나귀 로스탐과 함께 사마르칸트로 갈 예정입니다. 사미르는 "자신이 한때 꿈을 사들인 부유한 칸의 아들이었기에 팔 꿈이 많은 것"이라고 합니다. 또 에덴동산에 몰래 들어가 죄인의 과일을 땄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는 사미르가 신성한 이야기를 함부로 다루는 그릇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사랑은 가지각색이다. 지금 당장 뭘 팔겠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지혜를 공짜로 알려 주려는 것이다. 형제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 그때 내겐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없었다. p.55

 

''는 대장장이의 딸 마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나중에 대장장이와 그의 딸 마라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는 엄청난 배신감과 슬픔에 빠져들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 사미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카라반 상인 라심도 반전의 인물로 등장하며 ''와 사미르를 놀라게 만듭니다.

 

좋아요, 누군가 나를 뒤쫓는 암살자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손 들어 봐요. 잠깐, 암살자가 실제로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살인을 저지르는 그런 사람을 말하는 거겠죠? p.75

 

암살자들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미르는 라심, 젊은 보석 상인, 모피 상인, 대장장이와 마라 등등 카라반 동료들을 긴급 부족 회의에 소집한 후, 자신은 그들 모두를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을 알고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대장장이는 누군가가 살인의 신 시드를 고용했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들은 상인들은 두려움에 떨며 사미르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누군가는 왜 시드를 고용했으며, 그는 왜 사미르를 죽이려고 하는 걸까요?

 


그를 알고 지내는 동안 내내, 나는 그를 싸구려 속임수나 쓰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은 꿈을 파는 장사꾼일 뿐이라고 했던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중략) 그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황금을 꿈꾸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p.215

 

이야기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 살아난 사미르와 ''가 파미르고원을 지나 사마르칸트로 가던 도중 마라의 편지를 받으며 끝이 납니다. 대장장이와 마라가 생각지도 못한 인물임이 드러나며 배신감과 슬픔에 빠졌던 ''는 다시 마라를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는데요. 마라는 왜 ''에게 편지를 보냈을까요? 그 편지에 쓰인 것은 무엇일까요?

 

<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은 고아 소년인 ''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최고의 입담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 사미르와 사미르의 입담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된 고아 소년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면서 겪게 되는 스펙터클한 모험 이야기입니다. 최고의 입담꾼 사미르는 그저 뛰어난 말솜씨를 가진 허풍쟁이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들으면 들을수록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타클라마칸은 실크로드 여정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지만, 그 웅장함에 주눅 들지 않고, 마치 산책길을 걷는 것처럼 지나가는 사람, 즐거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가 바로 꿈 장사꾼 사미르입니다. 고아 소년인 ''는 사미르를 속임수나 쓰는 사기꾼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그는 황금을 꿈꾸지 않은 유일한 사람으로 그저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타클라마칸을 횡단하는 고단한 여정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는 이들을 가족처럼 사랑의 마음으로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우리 인생의 여정 또한 그러하겠지요?

 

꿈오리 한줄평 : 신비로운 실크로드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리야! 토끼야! I LOVE 그림책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지음, 탐 리히텐헬드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리일까요? 토끼일까요? 표지를 보자마자 오리로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유명한 착시 그림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왜 똑같은 그림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걸까요? 사람들은 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걸까요?

 

<오리야! 토끼야!>는 오리로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그림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으로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입니다. 굵고 검은 선과 까만 점 하나로 그려진 동물이 보입니다. 이것은 기다린 부리를 가진 오리일까요? 기다린 귀를 가진 토끼일까요? 똑같은 그림을 보면서 사람들은 왜 다른 생각을 하는 걸까요?

 

사람들은 주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서도 스스로 객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편견과 선입견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타인의 생각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만의 착각일 뿐임에도 말이죠. 그렇다고 그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들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러니 나와 다르다고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나와 타인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지요.

 


, 저것 봐! 오리야!

저건 오리가 아니야. 토끼야!

<오리야! 토끼야> ~

 

~기 보이는 저 동물은 누구일까요? 누군가는 기다란 부리를 가진 오리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기다란 귀를 가진 토끼라고 합니다. 누군가는 막 빵 조각을 먹으려고 하는 오리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당근을 먹으려고 하는 토끼라고 합니다. 누군가의 귀에는 오리가 '꽥꽥' 우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의 귀에는 토끼가 '오물오물' 씹고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다면 저 동물은 오리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토끼라고 해야 할까요?

 


, 오리야!

오리!

, 귀여운 토끼야!

토끼!

<오리야! 토끼야> ~

 

~기 저 동물은 무얼 하고 있는 걸까요? 누군가는 더워서 물을 마시고 있는 오리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더워서 귀를 식히고 있는 토끼라고 합니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면 어떨까요?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의 눈에는 오리로, 또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토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의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누가 옳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 생각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두 존재는 서로 자기가 말한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과정을 통해 어쩌면 상대방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이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오리야! 토끼야!>는 오리로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그림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으로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입니다. 굵고 검은 선과 까만 점 하나로 그려진 동물을 보고, 누군가는 기다란 부리를 가진 오리라고 하고, 누군가는 기다란 귀를 가진 토끼라고 합니다. 똑같은 그림을 보고 왜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 이 책은 이런 질문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서로 비난할 필요가 없음을, 그저 나와 타인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라 말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같다면 정말 이상하잖아요?

 

꿈오리 한줄평 :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같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관점의 차이를 넘어 소통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80년대 후반 통일신라를 배경으로 기록과 유물의 빈틈을 파고들어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 이야기, 바로 정세랑 작가의 역사 미스터리 추리소설 '설자은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장을 한 후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설자은이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과 함께 금성으로 돌아와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설자은이 남장여자임을 알고도 모른 체하는 백제사람 목인곤과의 케미가 이야기의 재미를 더했는데요. 매초성 전투, 길쌈 대회, 월지 등 신라시대임을 유추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의 등장으로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더했다지요. 그래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고 고대하며 기다렸었는데, 드디어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설자은, 불꽃을 쫓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설자은, 불꽃을 쫓다>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던 설자은이 왕의 부름을 받아 집사부 대사로 임명된 후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이번 이야기에는 목인곤을 비롯하여 설자은을 호위하는 말갈인 삼형제, 오빠(사실은 언니지만) 설호은과 여동생 설도은, 죽은 자은의 연인이었던 산아, 자애로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왕, 왕족이지만 서자의 서자의 서자인 김노길보 등등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더욱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또한 구서당과 지귀 설화, 월성과 남천, 오소경 등 신라시대임을 유추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미를 더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는 것, "없었던 사람들의 없었던 사건들"임을 미리 고지하고 시작합니다. "OO은 가구가 아닙니다"처럼 시험을 보다 혼란을 느낄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처음에 설자은은 매가 새겨진 검이 상징인 줄로만 알았다. 하늘에서 땅으로, 어느 한 점을 향해 맹렬히 몸을 던진 칼자루의 매 형상은 보면 볼수록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흰 매는 살아 있는 것만 같았고, 저만의 의지가 있는 것 같았다. p.11

 

이야기는 설자은이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검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자은은 흰 매가 새겨진 검으로 무엇을 베어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지만, 왕은 "너는 무엇을 베어야 할지 보는 순간 알 것이다.(p.17)"라고 했습니다. 왕의 말처럼 사건이 일어나고 무엇을 베어야 하는지를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죠.

 

백제인이었던 자도, 말갈이이었던 자도 이제 신라인입니다. 그 점을 부정한다면 삼한일통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신라인의 잃은 목숨만큼 죄인의 목숨을 거둬야 할 것입니다. p.153

 

자은이 처음으로 마주한 사건 <화마의 고삐>는 금성에서 일어난 원인 모를 연쇄 화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밤새 불타올라 잿더미로 변한 집에서 발견된 네 구의 시신, 연이어 일어난 화재로 발견된 여섯 구의 시신, 두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가 잠든 시간을 노린다는 것, 당한 이들이 나란히 누운 채 발견되었다는 것 그리고 기름을 써서 불을 지른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풍족한 형편으로 보이지 않는 집에서 묘한 고기 냄새가 난다는 것, 두 집에서 나는 기름 냄새가 묘하게 달랐다는 것은 의문을 더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연달아 화재가 발생하자 저자에는 "더러운 금성을 불로 깨끗이 정화"시키기 위해 불귀신 지귀가 돌아올 거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요. 불귀신 지귀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요? 자은과 인곤은 사건에 얽힌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 중에 통일신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백제인, 말갈인 등 타국 출신들이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화재 사건과 타국 출신에 대한 차별 대우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자은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자네는 몸이 축난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지 않나? 서라벌에 자네를 죽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늘었으니. p.194

 

두 번째 사건 <탑돌이의 밤>은 소원을 빌기 위해 흥륜사에서 탑돌이를 하던 설도은에게 천으로 쌓인 돌멩이가 날아오면서 시작됩니다. 그것은 자은을 데리고 있다며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문이었는데요. 함께 탑돌이를 하던 산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도은은 자은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누군가의 인질이 되었음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인질범들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고자 하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납치된 줄 알았던 자은이 제 발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렇다면 인질범에게 잡혀 있는 자은은 누구이며, 도은에게 협박문을 보낸 이들은 누구일까요? 자은과 인곤, 도은과 산아는 인질범의 정체를 밝히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만약에 제가 이것을 썼더라면, 다치고 죽은 인명과 잃은 재산에 대해 더 절절히 썼을 것입니다. 분통함이 앞섰을 테고 사태의 비경함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그랬을 테지요. 이 청들은 하나같이 무엇을 빼앗겼는지가 빠져 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p.246~247

 

세 번째 사건 <용왕의 아들들>은 왕의 명으로 오소경으로 떠난 이들의 신고로 시작됩니다. 산적 떼에게 습격을 당했다는 것인데, 이상한 것은 신고문에 무엇을 빼앗겼는지가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사건 해결을 위해 오소경으로 향한 자은은 그들이 빼앗긴 것이 재산이 아닌 여자들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사건의 공통점은 산적이라고는 하지만 용모는 산적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 간단하게 혼례도 치른 후에 데려갔다는 것, "용왕지자에게 딸을 맡겼으니 광영인 줄 알고 살라"는 말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용 모양의 탈을 쓴 그들은 누구이며, 왜 재물이 아닌 여자들만을 데려간 것일까요? 사건을 해결하며 자은은 예상치도 못한 인물로부터 배신을 당하게 되는데요. 그는 누구이며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요?

 

 


<설자은, 불꽃을 쫓다>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던 설자은이 왕의 부름을 받아 집사부 대사로 임명된 후의 이야기입니다. 구서당과 지귀 설화, 월성과 남천, 오소경 등 신라시대임을 유추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고래기름, 쌀가루로 만든 화장분, 비늘을 닮은 유리 잔과 목걸이 등등의 단서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묘미를 더합니다. 특히 이번 이야기에는 백제인이었지만 자은을 돕는 목인곤을 비롯하여, 설자은은 호위하는 말갈인 걸마지 삼형제, 오빠(사실은 언니지만) 설호은과 여동생 설도은, 죽은 자은의 연인이었던 산아, 자애로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왕, 왕족이지만 서자의 서자의 서자인 김노길보 등등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더욱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자은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악명을 얻기도 하고, 예상치도 못한 인물로부터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옳은 길을 가려는 마음과는 다른 길 앞에 고뇌하기도 하지만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해 갑니다.

 

꿈오리 한줄평 : 역사에 이야기를 더하다, 역사서에 기록된 통일신라의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넌 바보다
신형건 지음 / 끝없는이야기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은 푸른 하늘로 둥실둥실 떠오르는 풍선처럼 날아오르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풍선처럼 날아올라 어디든 자유롭게 떠나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자유롭게 날아오르던 그 시절 그때처럼..., 아무런 걱정 없이 뛰어놀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넌 바보다>를 받아든 순간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왜일까요?

 

<넌 바보다>는 신형건 시인이 40년 간 써 온 시들 중 국어 교과서에 실리거나 각종 미디어에 인용되는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들을 골라 모은 시집입니다. 지나 온 세월만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시들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책은 '마음' 부터 '어린 왕자에게'까지 모두 41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요. <넌 바보다>는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으며,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나오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벙어리장갑>, <거인들이 사는 나라>, <공 튀는 소리> 등등 10편의 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세대를 이어주는 시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좋습니다.

 


넌 바보다

 

씹던 껌을 아무 데나 퉤, 뱉지 못하고

종이에 싸서 쓰레기통으로 달려가는

너는 참 바보다.

개구멍으로 쏙 빠져나가면 금방일 것을

비잉 돌아 교문으로 다니는

너는 참 바보다.

얼굴에 검댕칠을 한 연탄장수 아저씨한테

쓸데없이 꾸벅, 인사하는

너는 참 바보다.

호랑이 선생님 전근 가신다고

아무도 흘리지 않는 눈물을 혼자 찔끔거리는

너는 참 바보다.

그까짓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민들레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바라보는

너는 참 바보다.

내가 아무리 거짓으로 허풍을 떨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를 끄덕여 주는

너는 참 바보다.

바보라고 불러도 화내지 않고

씨익 웃어 버리고 마는 너는

정말 정말 바보다

 

-그럼 난 뭐냐?

그런 네가 좋아서 그림자처럼

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나는?

신형건 시집 '넌 바보다'에서~

 

누가 봐도 착하고 친절하며 예의 바른 친구, 공중도덕과 바른생활이 몸에 밴 친구, 그런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시 <넌 바보다>, 이런 친구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스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니까요. 가끔은 이해와 배려와 존중이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알고, 평범한 일상의 일들에 감사할 줄 알며,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길을 건너고 싶어.

가끔 학교에 가기 싫을 때도 있고

일부러 숙제를 안 하기도 해.

갑자기 나보다 덩치가 큰 뚱보한테

괜히 싸움을 걸고 싶고 가끔

아무런 까닭 없이 찔끔 눈물이 나.

그래, 항상 그렇진 않지만

만화가 보기 싫어지기도 하고

공부가 막 하고 싶기도 해.

어느 땐 술 취한 어른들처럼

길가에 쉬를 하기도 하고

아무 집 초인종이나 마구 누르고 싶어.

늘 다니던 골목길이 낯설어 보이고

갑자기 우리 집을 못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다 엄마가 너무 잘해 주는 날이면

퍼뜩, 난 주워 온 아이라는 생각이 들고

집을 뛰쳐나가고 싶기도 해.

그래서 아무 데도 막 가 보다가도

결국은, 나도 모르게 우리 집으로

발길을 돌리곤 하지.

가끔, 아주 가끔.

신형건 시집 '넌 바보다'에서~

 

어쩌면 <가끔>''<넌 바보다>의 그 '바보' 친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봐도 착하고 친절하며 예의 바른 친구, 공중도덕과 바른생활이 몸에 밴 친구, 바로 그 친구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끔은 바른생활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듯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아주 불편해 질 테니까요. 아주 소심한 일탈은 있을지라도...,

 

 


거인들이 사는 나라

 

단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거인국으로 보내자. 그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어마어마하게 크겠지. 거인들 틈에 끼이면 어른들은 우리보다 더 작아 보일 거야. 찻길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는 얼마나 길까? 아마 100미터도 넘을 텐데 신호등의 파란불은 10초 동안만 켜지겠지. 거인들은 성큼성큼 앞질러 건너가고 어른들은 종종걸음으로 뒤따를 텐데... 글쎄, 온 힘을 다해 뛰어도 배가 불뚝한 어른들은 찻길을 다 건널 수 없을걸. 절반도 채 건너기 전에 빨간불로 바뀌어 길 한복판에 갇히고 말 거야. 뭘 꾸물거리느냐고 차들은 빵빵거리고 교통순경은 삑삑 호루라기를 불어 대겠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 내며 어른들은 쩔쩔맬 거야. 그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신형건 시집 '넌 바보다'에서~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 불로 바뀌어도 절대 그냥 건너면 안 돼. 꼭 좌우를 먼저 살펴보고 차가 완전히 멈춘 걸 확인한 후에 운전하는 사람을 보면서 건너야 해. 알았지?" 우리 집 두 형제가 어릴 때부터 늘 당부하던 말입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녹색불로 바뀌어도 무시하고 달리는 차들이 있으니까요. 그런 어른들을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보내면, 빨간불로 바뀐 도로 한 복판에 서서 쩔쩔맬 지도 모릅니다. 그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절로 역지사지의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넌 바보다>는 신형건 시인이 40년 간 써 온 시들 중 국어 교과서에 실리거나 각종 미디어에 인용되는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들을 골라 모은 시집입니다. 지나 온 세월만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시들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가 됩니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이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