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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주이자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한 명이며, 은퇴 이후 자선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바로 빌 게이츠입니다. 세계 최대 개인용 컴퓨터(PC) 소프트회사를 일구어낸 그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요? 하지만 그의 유년 시절을 알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소스 코드 : 더 비기닝>은 빌 게이츠의 성공담을 들려주는 것이 아닌,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그쳐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기 전까지의 성장기를 회고한 자서전입니다. 이 책이 조금 더 특별한 것은 대부분의 인물들이 자서전을 대필하는 것과 달리 본인이 직접 집필했다는 것입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엘리트지만, 그의 성장기는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창 시절엔 지진아로 불리기도 했으며, 사회적 상호 작용에 관심이 없는데다가, 기대치가 높은 어머니와 갈등을 겪었다고도 합니다. 어머니와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식탁의 물컵을 들어 그의 얼굴에 끼얹었다고 하는데요. 이때 그는 "샤워, 고맙네요."라며 싸늘하게 반응했다고 하니, 그 또한 나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어린 시절엔 독서와 수학, 혼자만의 사색 시간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런 모습들이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보기에는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아이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책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기 전까지의 성장기와 그의 성장기에 영향을 준 가족을 비롯한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열세 살 무렵, 몇 명의 소년들과 어울려 정기적으로 시애틀 주변의 산에 며칠씩 하이킹을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가 서로 알게 된 것은 보이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서였다. (중략) 그 시절 나는 또 다른 친구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켄트와 폴, 릭이 함께 어울리던 멤버였다. (중략) 표면상으로 하이킹과 프로그래밍은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활동처럼 보였다. 하지만 둘 다 나에게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p.11~14
빌 게이츠의 부모는 아들이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컵 스카우트 등의 외부 활동을 권유하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만난 친구들과 하이킹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아들이 또래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독립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레이크사이드 스쿨에서 만난 친구들, 켄트와 폴, 릭은 그의 삶에 누구보다 많은 영향을 주고받은 인물들입니다.
레이크사이드에는 "학생들이 전화선을 통해 메인프레임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10대들이 어떤 형태로든 컴퓨터를 접한다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었다."고 하는데요. 그 당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말처럼 유복한 환경 덕분에 누린 특권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독서를 통해 나는 온갖 종류의 것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한 가지 답을 찾으면 더 많은 질문이 떠오르기도 하고, 깊이 파고들수록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p.87
어린 시절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할머니 가미가 있습니다. 그녀는 빌 게이츠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 주었으며, 혼자 힘으로 책을 읽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또한 함께 카드 게임을 하면서 "아무리 복잡하고 불가사의해 보이는 무엇이라도 결국에는 알아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빌 게이츠에게 할머니 가미는 부모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른의 한계에 대한 나의 인식은 가족 내 역할을 규정하던 암묵적 합의를 악화시켰다. 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면, 굳이 부모님의 의견이 왜 필요할까? (중략) 나의 이러한 변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은 어머니였다. p.96~96
물질적인 것부터 정서적인 것까지 모든 것을 제공하고,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는 부모님, 하지만 빌 게이츠는 왜 부모님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반항을 하기 시작했으며, 그럴수록 점점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학교에서도 몇몇 흥미로운 과목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 연유로 성적은 들쑥날쑥했으며, 급기야 언어 치료사는 그를 지진아라고 부르며 1년 유급시킬 것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이 그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부모님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상담 치료까지 받게 됩니다. 그도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도기적 시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레이크사이드에서 나를 알았던 사람들이 그 시절의 나에 대해 묘사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외톨이, 너드, 다소 불쾌한 친구......., 아마 나는 그 모든 것에 해당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고 나서 보니 내가 그 시절 정체성을 찾기 위해 참으로 무던히도 애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p.143
빌 게이츠는 사립학교인 레이크사이드에 입학하게 되고,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았던 친구 켄트, 폴, 릭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미래지향적 사고를 하는 켄트와는 매일 전화를 주고받는 각별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텔레타이프 기계를 마나게 되면서,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했는데, "프로그래밍은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끊임없는 욕구를 자극"했다고 합니다. 훗날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하게 될 폴을 만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켄트와 릭이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폴과 빌 게이츠는 남아서 각자의 프로젝트에 몰두했으며, 한밤중에 몰래 집을 빠져나가 밤새도록 컴퓨터와 씨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친구들과 첫 번째 소프트웨어 제품을 완성하며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으나, 각별한 친구였던 켄트를 사고로 잃게 되는 슬픔을 겪기도 합니다. 켄트는 "다른 사람이 나를 더 나아지도록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우정의 유산을 남기고 그의 곁을 떠났습니다.

어느 날, 레이크사이드 스쿨의 친구 중 한 명인 폴 앨런이 내 기숙사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획기적인 컴퓨터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뜬 목소리로 알렸다. 나는 우리가 그 컴퓨터를 위한 BASIC 언어를 작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전에 그런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나가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그 끔찍했던 로 디바이드 고개에서의 하루를 되짚으며 그때 작성했던 평가기 코드를 기억 깊은 곳에서 불러오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컴퓨터에 타이핑했고,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와 새로운 산업의 출범을 이끌어 낼 씨앗을 심었다. p.20
<소스 코드 : 더 비기닝>은 빌 게이츠의 성공담을 들려주는 것이 아닌,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그쳐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기 전까지의 성장기를 회고한 자서전입니다. 이 책이 조금 더 특별한 것은 대부분의 인물들이 자서전을 대필하는 것과 달리 본인이 직접 집필했다는 것입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엘리트지만, 그의 성장기는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창 시절엔 지진아로 불리기도 했으며, 사회적 상호 작용에 관심이 없는데다가, 기대치가 높은 어머니와 갈등을 겪었다고도 합니다. 어머니와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식탁의 물컵을 들어 그의 얼굴에 끼얹었다고 하는데요. 이때 그는 "샤워, 고맙네요."라며 싸늘하게 반응했다고 하니, 그 또한 나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어린 시절엔 독서와 수학, 혼자만의 사색 시간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런 모습들이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보기에는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아이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책은 자서전 3부작 중 첫 번째 책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기 전까지의 성장기와 그의 성장기에 영향을 준 가족을 비롯한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PC 세대들에겐 왠지 모를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