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인 듯 눈물인 듯
김춘수 지음, 최용대 그림 / 포르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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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를 꼽으라면 절대 빠지지 않을 시 중 하나가 바로 <>이 아닐까 합니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은 보고 들었을 시이자 시험공부를 위해 시 전문을 외우고 그에 담긴 의미까지 열심히 외우고 또 외웠던 시이기도 합니다. <꽃인 듯 눈물인 듯> 속 시들을 낭송하며 새삼 시인의 시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외에는 말이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인 듯 눈물인 듯' ~

 

<꽃인 듯 눈물인 듯>2005년 처음 선보인 김춘수 시인의 시화집을 재출간한 책으로 김춘수 시인 20주기 추모 시화집입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을 포함한 대표작과 다수의 미발표작을 포함한 시 53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문학평론가 강경희님이 책에 쓰신 그대로 "개념의 문자와 형상 이미지의 조합은 시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시로 변하는 절묘한 예술적 긴장과 미학을 완성했다.(p.136)"고 할 수 있습니다. 시를 좋아하지만 어쩌면 문외한에 가까운 꿈오리이기에 두 거장이 시에 담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리 만무하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픈 시들이 있습니다. 시인이 생각한 바와 다를지라도, 아내를 기다리는 화가 이중섭의 모습을 담은 <내가 만난 이중섭>5월 어느 날 아침 골목길에서 만난 노부부의 모습을 그린 <노부부><>이 그랬던 것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을 듯합니다.

 


 

내가 만난 이중섭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꽃인 듯 눈물인 듯' ~

 

일본인 야마모토 마사코와 결혼한 이중섭은 첫 아이를 디프테리아로 잃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며, 생활고로 힘들어하던 아내가 두 아들과 함께 일본으로 간 이후 단 5(1953)의 만남을 끝으로 더 이상 만날 일은 없었다고 하는데요. 온종일 바다를 보며 아내를 기다리던 이중섭의 모습이 더 애처롭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연유인 듯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없음에 온 마음으로 흘린 눈물이 푸른 바다 속으로 스며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부부

 

서울 변두리 아파트 단지 후미진 길목에 놓인 장의자의 한쪽 귀퉁이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있다. 비스듬이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있다. 여남은 발 앞의 맞은편에도 장의자가 하나 놓이고, 그 한쪽 귀퉁이에는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다. 할머니는 앉아서도 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조금씩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카시아꽃이 만발한 5월 어느 날 아침,

'꽃인 듯 눈물인 듯' ~

 

지금도 골목 어디에선가 마주칠 것만 같은 노부부의 모습, 화창한 5월 어느 날의 아침에 만난 노부부의 모습에선 살아온 세월만큼의 비움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저물어가는 삶의 그 어디쯤에서,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지금껏 평행선을 달려왔을지라도, 함께 한 세월만큼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삶이 녹아 있을 것만 같습니다. 화창한 5월의 햇살 사이로...,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그림을 그리듯 시를 쓰는 시인과 시를 쓰듯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만남이 깃든 이 책이 독자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길 바란다.

'꽃인 듯 눈물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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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안 푸른도서관 86
이근정 지음 / 푸른책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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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를 떠올리면 저는 겨울이 생각나더라고요. 웃는 얼굴은 푸릇한데, 한 뼘 자란 키도 멋지고 교복도 예쁜데, 이상하지요.

왜 그럴까 고민하다 생각했어요. , 겨울이 눈을 품고 있는 계절이라서 그런가 보다. 이듬해 봄에 피어날 꽃의 눈을 품고 있어서, 하얀 눈을 품고 있어서, 그래서 그런가 보다.

'시인의 말' ~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잘하는지, 뭐가 되고 싶은지조차 모르겠다는 아이들, 꿈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던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꿈이 뭔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어쩌면 어른들이 아이들이 꿈을 꿀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요? 어쩌면 부모들이 자신이 바라는 꿈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진로 상담>속 아이들은 묻습니다. 엄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장짜리 진로 조사로 꿈이 없는 아이라고 단정 짓는 건 아닌지, 공부라는 세계 속에 갇혀 몇 걸음 밖의 세상조차 볼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를 말이지요.

 


진로 상담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어서 걱정이라고들

그러더라, 어른들이

 

엄마, 그렇게 생각해요?

 

3월마다 피어나는 한 장짜리 진로 조사

밟아도 물을 주지 않아도

어느새 거기 있는 잡초처럼

내게도 무언가 자랄 텐데

 

아빠, 내 꿈은 뭐예요?

 

나는 엘리베이터예요

버튼이 눌리면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해요, 오르내려요

여기로부터 딱 두 걸음 밖의

세상에는 무엇이 있나요

'내 안의 안' ~

 

<내 안의 안>1'참을 수 없이 간질간질', 2'두 걸음 밖의 세상', 3'여기가, 안전거리', 4'다만 따뜻한'까지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60편의 시가 담겨 있는데요.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인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담아낸 시집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따스한 응원을 보냅니다.

 


내 안의 안

 

언젠가부터 내 안에

뾰족한 침엽수 숲이 생겨났어

(중략)

 

침엽수는 품을 내주지 않아

자라날 뿐이야 더 길게, 높이

벌목할 필요 없는 땅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

나는 그 땅에 깊숙한

마음의 마음을, 숨겨 놓았어

 

이제는 숨바꼭질이야. 너와 나의

나조차도 찾지 못하는

나의 진심

찾아낸다면,

그래 주기만 한다면

 

모두 네게 줄게

'내 안의 안' ~

 

뾰족한 침엽수 숲, 아주 깊고 깊은 곳에 마음의 마음을 숨겨 놓았다고 말하는 <내 안의 안>, "나조차도 찾지 못하는 나의 진심"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누군가 다가오는 것조차 거부하듯 날을 세웠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여린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사실은 상처 입는 것이 두려워 날을 세웠다는 것을, 사실은 속으로 울고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겐 공감을, 그 시기를 지난 어른들이라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될 듯한 <내 안의 안>, 꿈오리 한줄평은 '시인의 말'로 대신합니다.

눈이 오는 날이면 유독 세상이 정지된 것만 같은 느낌, 기억하나요? 여유를 가지라고 시간을 멈추는 눈이 되었는지도 몰라요. 지금은 그저 오고 있는 눈을 품 활짝 벌려 안아 주고, 또 받아 주는 것만 기억해요. 눈의 무게는 솜사탕 같이 가볍고 앗 하는 순간 지나가 버리는 짧은 행복이기도 해요. '내 안의 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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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카메 조산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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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남편, 오로지 남편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 그녀는 남편과의 추억이 있던 하트 모양 섬을 찾아갑니다. 혹시라도 그곳에 남편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녀는 남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츠루카메 조산원><츠바키 문구점>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오가와 이토 작가의 작품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오가와 이토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요. 사실 <츠바키 문구점>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는 <달팽이 식당>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츠루카메 조산원>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한 달 전, 오노데라는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듯이 자취를 감추었다. 모든 짐을 그대로 둔 채였다. (중략) 심지어 오노데라는 휴대전화마저 집에 두고 가서 그에게 연락할 수단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p.7

 

어느 날 갑자기 그 어떤 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남편, 어쩌면 돌아올 거라 믿으며 기다리던 아내 마리아는 목적지 없이 집을 나서는데요. 그렇게 찾아간 곳이 남편과 결혼 전에 갔었던 섬입니다. 그저 하트 모양의 섬이라는 단서만 가지고 찾게 된 섬, 그곳에서 남편을 찾을 순 없었지만, 그녀의 삶을 변화시켜 줄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녀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준 이가 바로 '츠루카메 조산원' 원장 카메코입니다. 마리아는 카메코 원장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건 바로 자신도 미처 몰랐던 임신, 그토록 원하던 임신이었건만, 하필 지금이라니...,

 


단 며칠 같이 있었을 뿐임에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난 것만 같은 느낌, 마리아에게 원장 카메코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섬, 그곳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인 마리아, 그렇게 '츠루카메 조산원'에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사미처럼 부모가 살아 있어도 고생하고, 마리아처럼 부모를 몰라도 고생하고, 팍치처럼 부모를 사고로 잃어도 고생하고, 나처럼 부모가 사라져도 고생해. 대체 뭘까, 가족이란 거. 가족은 끈이기도 하지만, 속박이기도 하지. 그러나 우리는 피는 흐르지 않지만, 마음의 형제나 자매를 만날 수 있었잖아. 그러니 신은 공평하게 준 게 아닐까. p.160

 

28년 전 크리스마스 날 아침, 탯줄이 달린 상태로 교회 문 앞에 버려졌던 마리아, 딸을 잃은 부부에게 입양되었지만 자신은 죽은 딸을 대신할 뿐인 존재라는 생각을 했던 마리아는 오노데라와 연애를 하면서 집을 뛰쳐나옵니다. 하지만 오노데라와의 결혼 생활도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은 부모가 원해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기에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늘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모두 다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 자신의 상처만 아파하느라 미처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가장 의지하던 남편에게조차 말하지 못하던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게 되는데요.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양부모 그리고 남편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랬더라면...,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하는 것이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순백의 새가 평온하고 푸른 하늘을 날갯짓하며 날아갔다. 눈을 감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있으니 지구의 고동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p.260

 

이야기는 마리아가 출산을 하고 섬을 떠나면서 끝이 나는데요. "언젠가 만날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결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재미를 발견하고 모두 공유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하찮은 일이어도 큰 소리로 웃다 보면 정말로 재미있어져서 그때까지 안고 있던 고민과 걱정 같은 게 뭐 어때, 될 대로 되라 그래, 하는 기분이 되어 버릴(p.124)"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리아, 츠루카메 조산원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랬듯 마리아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누군가 ''를 안아주길 바라고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가 먼저 두 팔 벌려 꼬옥 안아주는 건 어떨까요?

 

꿈오리 한줄평 : 이 넓은 세상에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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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푹 빠졌어 I LOVE 그림책
주디 시에라 지음, 마크 브라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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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찾아 읽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스프링필드 사서 몰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눈 깜짝할 사이에, 동물원의 모든 동물들이 '독서'라는 이 새로운 것을 다 배우려고 우르르 몰려왔지요. '책에 푹 빠졌어' ~

 

실수로 이동도서관 차량을 동물원으로 몰고 간 몰리, 처음엔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하던 동물들이 '독서'라는 것을 배우려고 우르르 몰리 곁으로 몰려오게 된 것은 바로 몰리가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렇게 독서의 세계에 빠져 든 동물들은 각자 좋아하는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기린은 긴 책을, 귀뚜라미는 쪼그만 책을..., 몰리는 동물들이 요청하는 책들을 찾아주었습니다. <해리포터>없이는 수영을 한 적이 없는 수달을 위해선 방수 책을 찾아내기도 했지요. 각자 취향은 다를지라도 동물원의 동물들은 모두 다 책에 푹 빠졌답니다.

 

하지만 동물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었답니다. 책을 좋아하는 만큼 책을 아껴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몰리는 책을 제대로 다루는 방법을 상냥하게" 가르쳤답니다.

 


 

책이 너무 흥미진진한 바람에 주머니 너구리들은 으르렁거리며 싸우던 것조차 멈추고 글쓰기에 나섰어요. '책에 푹 빠졌어' ~

 

책의 매력에 빠진 동물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게 되는데요. 동물들이 어떤 책을 쓸 것인지, 동물들이 쓴 책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직접 '동물원 작은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길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찾아 읽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요? 영상 매체에 익숙해져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엄마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스프링필드 사서 몰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책 읽는 즐거움을 넘어 글쓰기의 기쁨까지 누리는 동물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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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이제창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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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이 청소년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일컫는 그때가 방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기임은 자명하지요. 하지만 방황은 그들만의 것이 아닌,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라 보아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애정을 갖고 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사람도 방황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P.6

 

흔히들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 말하지만, 오십 대에도 오춘기라 불리는 우울한 방황의 시기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평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 총량의 법칙이 정해져 있다는데,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않아서 사춘기보다 무섭다는 갱년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 시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질풍노도의 시기는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그래서인지 "방황은 그들만의 것이 아닌,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라 보아야 합니다."라는 문장이 더더욱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창비교육 테마소설 시리즈 <방황하는 소설>은 방황을 테마로 정지아, 박상영, 정소현, 김금희, 김지연, 박민정, 최은영 등 7인의 작가가 그려낸 7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7편의 작품은 작가들의 소설집에 있는 단편들로 소설집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듯합니다. 꿈오리는 김금희 작가의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만 읽었기에 다른 작가들의 소설집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이야기를 통해 '나는 누구인지, 무엇으로 나를 증명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정지아 '존재의 증명', 뉴스 앵커가 된 기자 남준이 첫 직장 동기를 만나게 되면서 둘이 함께 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와 지금의 요즘 애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박상영 '요즘 애들', 폭발 사고로 무너진 건물에서 친구를 잃고 살아남은 지수의 트라우마와 방황을 그린 정소영 '엔터 샌드맨', 가까운 사람들과의 이별, 특히 남자친구와의 결별 후 유학길에 올랐지만 그곳에서도 관계의 엇나감에 방황하는 옥주의 모습을 그린 김금희 '월계동 옥주', 누군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서울을 떠나지만 그곳에서도 끝내 이겨낼 수 없었던 불안과 방황을 그린 김지연 '먼바다 쪽으로', 미국 여행 내내 불편함을 느꼈던 J 그리고 뷰티 편집 숍에서 일하며 만나게 된 세실, 그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마는 주희의 모습을 그린 박민정 '세실. 주희', 부모를 대신해 자신을 돌봐주던 오빠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를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던 그녀가 자신의 아이 소리와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최은영 '파종',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정지아 '존재의 증명'입니다.

 

단골 카페라고 해도 도와주세요, 내가 누군가요? 나는 기억을 잃었어요, 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주인인지 직원인지 모를 이 청년이 단골손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p.15

 

단골 카페에서 기억을 잃은 한 남자, 자신의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나이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그 남자는 카페 직원에게 자신에 대한 정보가 될 만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커피에 대해 잘 알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던 남자, 그는 지갑을 꺼내면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게 됩니다. 주민 등록증이나 운전 면허증이나 카드로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를 알아낼 수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갑 안에는 지폐만 몇 장 있을 뿐, 그 흔한 카드조차 없었습니다.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락처도 카톡도 문자도 없었습니다. 스스로 모든 것을 지운 것인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운 것인지조차 모르는 남자,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경찰서로 향합니다.

 

", 어디서 분실하셨죠?"

"기억이요." p.26

 

자신의 이름은 물론 나이와 사는 곳까지, 그 어느 곳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남자, 주민 등록증 발급에 필수적인 지문조차 등록되어 있지 않는 남자, 그는 기억을 찾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 남자처럼 어느 날 갑자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면, ''는 누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는 무엇으로 ''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삶은 방황이며 방황은 삶의 일부입니다. 그러므로 삶의 목적은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방황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방황하지 않으면 당신은 그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방황은 새로운 발견의 시작입니다. 불확실한 길을 걸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방황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과정이며 우리는 방황을 통해 미래의 목표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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