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찰스 레이먼드 맥컬리 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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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든 읽지 않았던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이 책은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는 <보물섬> 또한 어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데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사모아 섬에서 뇌출혈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실존 인물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 존경받는 시 의원이자 유명한 가구 제작자였지만 절도죄로 교수형을 당한 윌리엄 브로디의 이중생활에 영감을 받아 10대 때 그에 관한 희곡을 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고찰을 더욱 발전" 시킨 작품이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나누기도 하고 결합시키기도 하는 선과 악, 두 영역 사이의 고랑이 있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

 

이야기는 지킬 박사의 절친한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이 엔필드와 산책을 하다가 불길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 앞에서 끔찍하고 혐오감이 드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작합니다. 어린 여자아이의 몸을 짓밟고 쓰러져 울고 있는 아이를 내버려두고 간 남자,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무시하는 듯 침착하게 대응하며 원하는 만큼의 돈을 주겠다는 남자, 그 남자가 돈을 가지러 들어간 건물이 바로 지금 이 건물이며, 놀라운 것은 그 남자가 준 수표를 발행한 사람이 어터슨의 친구인 지킬 박사라는 것과 그 남자의 이름이 하이드라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어터슨은 "의학 박사이자 민법 박사, 법학 박사, 영국왕립학회 회원 등인 헨리 지킬 박사가 사망하면 박사의 모든 재산을 '친구이자 후원자인 에드워드 하이드'의 손에 넘긴다.(p.17)"는 지킬 박사의 유언장을 살펴보며, 하이드라는 인물에 대한 불쾌감이 심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지킬 박사는 왜 하이드라는 인물에게 전 재산을 넘기려는 것일까요? 절친인 어터슨과 래니언도 모르는 하이드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갑니다.

 

어터슨은 이미 하이드란 이름이 나왔을 때부터 혹시나 하고 움찔했지만 자기 앞에 놓인 지팡이를 보는 순간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부러지고 망가졌지만 그건 분명히 자신이 여러 해 전에 헨리 지킬에게 직접 선물했던 바로 그 지팡이였던 것이다. p.41

 

하원 의원을 살해하고 사라진 하이드, 그 자리에 남은 건 어터슨이 지킬에게 선물했던 지팡이, 지킬 박사는 하이드가 편지 한 통을 주고 사라졌다는 말을 합니다. 이상한 것은 하이드의 필체가 지킬과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지킬과 절교했음을 알린 래니언이 사망하게 되는데요. 어터슨은 래니언이 남긴 편지에 상상도 못할 엄청난 비밀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나누기도 하고 결합시키기도 하는 선과 악, 두 영역 사이의 고랑이 있네. 하지만 내 안에는 다른 사람보다 그 고랑이 더 깊어서 선과 악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지.(중략) 그리고 나는 훨씬 오래전부터 두 가지 본성을 분리해 내는 달콤한 공상을 즐기곤 했지. (중략) 각각의 본성을 따로따로 분리해서 별개의 개체에 수용할 수 있다면 참기 힘든 모든 고통들이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혼잣말을 하곤 했지.

p.107~108

 

인간이 가진 악을 분리해내려는 실험을 했던 지킬, 자신이 개발한 약을 먹고 악한 본성이 발현되는 순간 쾌감을 느꼈던 지킬, 끝내 "본래의 선한 자아를 잃고 제2의 악한 자아와 결합되어 가고 있다(p.119)"는 것을 알게 된 지킬은 하이드가 아닌 헨리 지킬로서의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만약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는다면 마지막 반전이 주는 충격이 꽤나 클 듯합니다. 기막힌 반전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보다 더할지도 모릅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인간 내면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인간은 악한 면만 따로 없애 버릴 수 없다. 선량한 사람이란 자신의 양면성을 인정하고 이성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지, 악한 충동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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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꿈을 줄게 상상도서관 (푸른책들) 7
강숙인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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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머리엔 뿔이 있고 방망이를 들고 다니는 모습일까요? 아니면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사실 우리나라 도깨비는 머리에 뿔이 없으며 건장한 성인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니, '혹부리 영감' 에 나오는 도깨비 보다는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이 조금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꿈을 줄게>에 나오는 도깨비들은 어떠할까요?

 

<좋은 꿈을 줄게>는 꿈도깨비 마을의 말썽꾸러기 꾸꾸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꿈도깨비가 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강함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꿈 또는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게 만들 수 있는 꿈도깨비들이 사는 꿈도깨비 마을, 도깨비 마을 아이들도 세상의 아이들처럼 학교에서 공부를 합니다. 물론 사람들과 낮과 밤이 뒤바뀌기는 했지만요. 도깨비 마을의 말썽 대마왕 꾸꾸는 오늘도 늦잠을 잡니다. 수업을 빼먹기까지 하는 꾸꾸지만, 오늘은 제일 좋아하는 꿈도술 수업이 있으니 무조건 학교에 갑니다.

 


너희들, 물안골 지훈이 좀 본받아라. 너희가 지훈이 반만 닮아도 세상에서 제일 착한 꿈도깨비가 될 거다. p.17

 

도깨비마을까지 칭찬이 자자한 지훈이, 꾸꾸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 지훈이가 싫습니다. 지훈이를 혼내주려고 꿈도술을 열심히 배운 꾸꾸, 지훈이가 "끔찍하고 흉악한 괴물에게 쫓기는 꿈"을 꾸게 만드는데요. 밤마다 무서운 꿈을 꾼 지훈은 며칠 사이 해쓱해지고 피곤함에 자리에 드러눕기만 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꾸또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꿈도깨비가 될 수 있는 약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데요. 꾸또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약을 먹은 꾸꾸는 지훈이 다음으로 혼내주고 싶은 아름이네 집으로 갑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고개를 떨군 채 어둠 속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아름이의 모습이 왠지 슬퍼 보이고 마음이 아프기까지 합니다. 무서운 꿈을 주려했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예쁜 꿈들만 떠오릅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꾸꾸는 아름이에게 무서운 꿈을 줄까요? 아니면 아름이가 좋아하는 예쁜 꿈을 줄까요? 아름이는 왜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걸까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도와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꿈도깨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p.101

 

누군가를 배려하고 진심을 다해 도와주는 과정을 통해 강한 꿈도깨비가 되어가는 꾸꾸,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며 성장해가는 아름이, 꾸꾸와 아름이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공부, 외모, 부모의 경제력...,누군가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경쟁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무조건적 경쟁이 아닌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해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진정한 강함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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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투명한 - 서울시인협회 청년시인상 수상 시집
권덕행 외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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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인상'은 이런 훌륭한 시인이 될 만한 재능 있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려고 한 공모전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속 유지하기 못한 아쉬움이 크고 그래서 '청년시인상'을 계속하지 못한 부끄러움도 크다. '아직은 투명한' 추천의 글 중~

 

서울시인협회 청년시인상 수상시집 <아직은 투명한>, 이 책은 "2018~2020<월간시>가 공모했던 '청년시인상'에 당선된 시인들의 수상작 한 편과 신작 예닐곱 편이 수록"된 시집입니다. 48편의 시에 담긴 사랑, 이별, 인생, 가족, 그리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선인장

 

김준호

 

날카로운 가시가 많다는 건

상처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처 받기 싫다는 것이다

또 그런 가시를 겉에 내놓는다는 건

상처 주기 싫다는 것이다

 

세상 가장 나쁜 사람은

선인장 같지 않은 사람이다

가시를 제 안에 숨긴 채 상대를 안고 뒹구는

그리하여 결국은 피투성이로 만드는

화려한 비극화秘棘花 같은 사람

사람의 털도 가시면 어떨까

'아직은 투명한' ~

 

선인장에 가시가 있는 것은 수분이 빠져나가는 걸 막고, 천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무기인 것이지요. 지금 누군가의 모습이 선인장처럼 보인다면, 어쩌면 그건 시인의 말처럼 "상처 받기 싫어서, 상처 주기 싫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오래된 새 옷

 

이호성

 

한 번도 입지 않은 겨울옷이 있다

 

특별한 사연도

별다른 이유도 없다

 

계절이 끝나갈 때쯤

내년에 꼭 입어야지하며

다시 두툼한 것들 사이에 봉인된다

 

그리고

다시 또 겨울,

 

!

왜인지 알았다

 

이 녀석은 고대로인데 나만 나이 들어감이

나도 모르게 샘이 났던가 보다

 

다시 봐도 얄밉도록

이 녀석은 보란 듯이

청춘이다

'아직은 투명한'~

 

"이 녀석은 그대로인데 나만 나이 들어감이..., 다시 봐도 얄밉도록 이 녀석은 보란 듯이 청춘이다"에서 툭 웃음이 삐져나온 것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꿈오리네 옷장에도 "보란 듯이 청춘""오래된 새 옷"들이 걸려 있기 때문일까요?

 


 

스마트폰 공동묘지

 

최진영

 

한 사람의 죽음이 날아왔다

 

그제야 스마트폰 속에 묻혀있던

그 사람이 생각난다

 

연락처 272

 

모르는 사람 7

알지만 모르는 사람 12명을 지우고

 

알지만 연락 안 하는 사람

등록하고도 한 번을 연락하지 않은 사람

가까운 사이인데도 올해 한 번도 연락 안 한 사람

 

그 사람들을

흙 속에서 꺼내본다

 

번호가 바뀐 사람 스물한 명

죽은 사람이 다섯 명

그중 한 명은 우리 할머니

작년에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여기에도 묻혀계신다

'아직은 투명한' ~

 

스마트폰 연락처에 등록된 수백 명의 사람들, 그 사람들 중 지금도 연락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언제 어디서 만나도 좋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알지만 모르는 사람, 알지만 연락 안 하는 사람, 등록하고도 한 번을 연락하지 않은 사람..."들을 지우고 또 지우고 나면, 몇 명이나 남을까 싶습니다. "스마트폰 속에 묻혀 있던 그 사람, 그 사람들을 흙 속에서 꺼내본다"에 특히 더 공감이 가는 것은 새해 인사도 선물도 O톡으로 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사랑, 이별, 인생, 가족, 그리움, 삶과 죽음...,에 대한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직은 투명한>,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아직은 투명한>이라는 시집 제목처럼, 부디 투명함을 잃지 않는 순결한 시를 쓰는 청년 시인이 되기를 기원한다. '아직은 투명한' 추천의 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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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양장) - 내 삶의 철학이 되는 지혜의 모든 것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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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말이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유는 현대인들이 풍요 속의 빈곤, 군중 속의 고독을 겪으면서 과시적 삶에 지쳐 있기 때문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데 만 번이 흔들려도 중심을 잡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런 우리에게 쇼펜하우어는 "남을 신경 쓰지 말고, 호감 가는 사람이나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라"고 말한다. p.6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다.(p.9)"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이 책은 부제 그대로 "내 삶의 철학이 되는 지혜의 모든 것"을 담은 책입니다. "내게 질풍 같은 용기와 지혜가 파도처럼 밀려오기를!"이라는 문장이 유독 더 깊이 다가온 것은 아마도 여전히 소심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1'나 자신을 위하여', 2'처세에 관하여', 3'인생에 대하여'까지 36장으로 구성된 철학책이자 인문학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세계적인 지식인으로 꼽히는 다윈, 톨스토이, 니체,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 헤세, 카프카" 같은 인물들이 "나에게 용기와 영감을 준 인물은 쇼펜하우어였다."라며 극찬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는지를 알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관심 일부는 현재에, 그리고 나머지 일부는 미래에 쏟는 비율이 올바르게 유지되어, 한쪽을 위해 다른 쪽을 희생시키지 않는 일이다. p.23~24

 

"미래를 내다보고, 행복은 앞날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현재를 돌보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는 사람", 이 말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장년기나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은 과연 행복할까요? 자신의 미래보다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평생을 다바쳤을 그분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미래는 우리가 예상한 것과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쉽다는 것", 그러니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평안한 현재를 우울하게" 만들지 않기를, "하루를 일생으로 간주하여 그 유일한 현실인 시간을 되도록 즐겁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하나의 특징을 내세워 그것을 자랑삼는 것은, 그가 그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략) 어떤 특징이나 능력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내세우거나, 나아가서는 자랑하고 싶은 생각은 없거나 자랑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 특징에 대하여 담담한 심정으로 있을 수 있다. p.180~181

 

수레에 짐이 많으면 움직일 때 소리가 크게 나지 않지만, 짐이 없으면 요란한 소리가 난다는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속에 든 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허세를 부려 말이 많고 시끄럽다는 것이지요. 속이 꽉 찬 사람은 자랑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빛이 나니까요.

 

예전에 했던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에서 이런 나레이션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엣지 있는 인생의 시작에서 끝은 너무나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들이 차는 시계 하나를 사려면, 하루 두 끼 편의점 삼각 김밥만 바나나 우유 없이 먹으며 1년을 하루 12시간 근로, 돈을 모은 후에... 300만 원을 더 대출해야만 살 수가 있다. 저 백을 사려면 난, 내가 살고 있는 방 보증금을 빼고 1년을 고통스러운 근로 속에서 하루 한 끼, 바나나 우유만 먹어야만 한다.", 보증금을 빼고 대출금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명품을 산다고 그 사람이 명품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님에도 명품에 집착하는 건 왜일까요? 아마도 그건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용기, 학식, 정신, 재산, 고귀한 신분..." 등등에 대한 "과시욕으로 자기가 아닌 것을 이용하여 자기를 더 과장해서 돋보이려는 것"은 아닐까요?

 

"도덕적이고 추상적이고 고상한 말보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지혜를 주는(p.5)"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소펜하우어 10대 어록 중 하나로 대신합니다.

 

당신의 행동이 당신의 가치를 결정한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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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인 듯 눈물인 듯
김춘수 지음, 최용대 그림 / 포르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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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를 꼽으라면 절대 빠지지 않을 시 중 하나가 바로 <>이 아닐까 합니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은 보고 들었을 시이자 시험공부를 위해 시 전문을 외우고 그에 담긴 의미까지 열심히 외우고 또 외웠던 시이기도 합니다. <꽃인 듯 눈물인 듯> 속 시들을 낭송하며 새삼 시인의 시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외에는 말이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인 듯 눈물인 듯' ~

 

<꽃인 듯 눈물인 듯>2005년 처음 선보인 김춘수 시인의 시화집을 재출간한 책으로 김춘수 시인 20주기 추모 시화집입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을 포함한 대표작과 다수의 미발표작을 포함한 시 53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문학평론가 강경희님이 책에 쓰신 그대로 "개념의 문자와 형상 이미지의 조합은 시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시로 변하는 절묘한 예술적 긴장과 미학을 완성했다.(p.136)"고 할 수 있습니다. 시를 좋아하지만 어쩌면 문외한에 가까운 꿈오리이기에 두 거장이 시에 담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리 만무하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픈 시들이 있습니다. 시인이 생각한 바와 다를지라도, 아내를 기다리는 화가 이중섭의 모습을 담은 <내가 만난 이중섭>5월 어느 날 아침 골목길에서 만난 노부부의 모습을 그린 <노부부><>이 그랬던 것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을 듯합니다.

 


 

내가 만난 이중섭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꽃인 듯 눈물인 듯' ~

 

일본인 야마모토 마사코와 결혼한 이중섭은 첫 아이를 디프테리아로 잃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며, 생활고로 힘들어하던 아내가 두 아들과 함께 일본으로 간 이후 단 5(1953)의 만남을 끝으로 더 이상 만날 일은 없었다고 하는데요. 온종일 바다를 보며 아내를 기다리던 이중섭의 모습이 더 애처롭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연유인 듯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없음에 온 마음으로 흘린 눈물이 푸른 바다 속으로 스며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부부

 

서울 변두리 아파트 단지 후미진 길목에 놓인 장의자의 한쪽 귀퉁이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있다. 비스듬이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있다. 여남은 발 앞의 맞은편에도 장의자가 하나 놓이고, 그 한쪽 귀퉁이에는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다. 할머니는 앉아서도 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조금씩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카시아꽃이 만발한 5월 어느 날 아침,

'꽃인 듯 눈물인 듯' ~

 

지금도 골목 어디에선가 마주칠 것만 같은 노부부의 모습, 화창한 5월 어느 날의 아침에 만난 노부부의 모습에선 살아온 세월만큼의 비움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저물어가는 삶의 그 어디쯤에서,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지금껏 평행선을 달려왔을지라도, 함께 한 세월만큼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삶이 녹아 있을 것만 같습니다. 화창한 5월의 햇살 사이로...,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그림을 그리듯 시를 쓰는 시인과 시를 쓰듯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만남이 깃든 이 책이 독자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길 바란다.

'꽃인 듯 눈물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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