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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문 들었어? (그림책 특별판) 바람그림책 135
하야시 기린 지음, 쇼노 나오코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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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금색 갈기에 화려한 치장을 한 사자가 있습니다.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띠면서 말이지요. 그리고는 묻습니다. '그 소문 들었어?', 그 소문이 '새빨간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무척이나 강렬하게 다가오는 빨간 배경색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자의 미소도 왠지 음흉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전해지는 소문, 그 소문이란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점점 더 부풀려지기도 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혹시 그런 소문에 휩쓸린 적은 없나요? 혹시 그 소문의 당사자가 된 적은 없나요?

 

착한 일을 나쁜 일로 뒤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었습니다. 마치 흰색을 검은색으로 칠하는 것만큼이나 말입니다. '그 소문 들었어?' ~

 

소문은 금색 사자가 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순간 시작되었습니다. 멋진 금색 갈기를 가진데다 어마어마하게 부자인 금색 사자, 멋진 외모에 재력까지 갖춘 금색 사자는 왕의 자리까지 넘보게 됩니다. 왕이 죽음을 앞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다음 왕은 당연히 자신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벌써 다음 왕 후보로 유력한 사자가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사자길래,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일까요? 올빼미 아주머니의 집을 수리하고 있는 은색 사자, 먼지와 흙투성이이인 은색 사자가 왕이 될 것이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아닌가요? 금색 사자는 그냥 있을 수가 없습니다.

 

눈밭에 구르는 눈덩이처럼, 소문은 순식간에 부풀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금색 사자의 이간질 없이도 혼자서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문 들었어?' ~

 

처음엔 금색 사자가 은색 사자에게 맞았다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거짓이 진실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제 은색 사자는 정말 세상 나쁜 사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도움을 받은 동물들이 은색 사자는 그런 사자가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을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나쁜 소문의 당사자인 은색 사자는 어떻게 했을까요?

왕이 되고 싶어 거짓 소문을 낸 금색 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누군가의 이야기만 듣고,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소문을 전하고 전한 다른 동물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일까요?

가장 먼저 악의적인 소문을 낸 금색 사자, 그 소문의 진위 여부는 알려고도 하지 않고 소문을 전한 동물들, 과연 누가 더 나쁜 걸까요?

 

이게 과연, 동화 속에서만 있을 법한 이야기일까요? '그 소문 들었어?' ~

 

정말 이런 일이 "동화 속에서만 있을 법한 이야기일까요?", 우린 알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요. 금색 사자의 모습에서 선거 전후가 다른 분들의 모습이 보이는 건 왜일까요? 누군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 될 수도 있는 소문, 혹시 그런 소문에 휩쓸린 적은 없나요?

꿈오리 한줄평: 거짓이 진실이 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일, 소문의 무서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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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 미국 동부 - 미국은 어떻게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었나 부자와 미술관
최정표 지음 / 파람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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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관련 책들은 작품이나 작가에 초점을 맞춰 시대적 배경과 더불어 작품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고 설명하고는 합니다. <부자와 미술관>은 작품이나 작가가 아닌 미술관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 "작품의 소개는 최소화하고 각 미술관의 역사성에 큰 비중"을 두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미술관을 바라보며 미국 미술관의 모든 것을 알려줍니다. 제목과 부제 '미국은 어떻게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었나'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건 그냥 돈 많은 부자나 재벌이 아닌 예술 작품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기증, 기부가 자연스러운 그들의 문화가 떠오릅니다.

 


 

<부자와 미술관>은 총 두 권으로 출간되었는데요. 이 책은 그 중 '미국 동부'지역 15개의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도슨트를 따라 미술관 투어를 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영국에는 대영박물관이 있고, 프랑스에는 루브르박물관이 있다. 미국인들은 이제 우리에게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있다고 말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세계 최고 예술 작품의 총집결지이며 미국인들의 자존심이다. p.12

 

저자는 말합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로는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될 수 없다. 세계 최고 국가는 문화에서 판가름 난다."라고 말이지요. 미국이 문화에서도 세계 최고 국가임을 입증하는 곳, 바로 메트로폴리탄미술관입니다. 전시장 면적이 6만 평(축구장의 30)이 넘는데다 별관까지 확보하고 있다고 하니, 감히 그 크기를 가늠할 수조차 없습니다.

 

존 제이라는 사람이 미국 독립기념일 축하 모임에서 제안한 것이 오늘날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니, 그 시작은 미미했으나 창대한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수많은 부자 기부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미술관"이라고 하는데요. 그중 모건 재벌은 최고의 공헌을 했을 뿐만 아니라 미술관 경영까지 참여한 재벌이라고 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거트루드가 25년간 수집한 현대미술 작품 700여 점을 기증하려는 것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거트루드가 미술관을 만들기로 작심했으며, 이것이 휘트니 미술관의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거절한 작품들은 돈으로 평가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작품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작품의 가치를 떠나 그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거절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는데, 미술 작품 또한 그러한 것 같습니다.

 

 


뉴욕현대 미술관은 설립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인 록펠러 1세의 며느리 에비 록펠러 덕분에 대를 이어 록펠러 가문의 지원을 받을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보지 않을 수 없다는 내셔널 몰, 공원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170미터의 석조 구조물인 워싱턴 모뉴먼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오벨리스크라고 하는데요. 바로 그곳에 내셔널 갤러리 미술관이 있습니다.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 미술관이 있는 나라, 우리나라에도 이런 미술관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르누아르의 대표작이 있는 필립스 컬렉션, 아름다운 조각 정원뿐만 아니라 마티스 작품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볼티모어 미술관 등등 15개의 미술관 증 가장 기억에 남는 미술관은 이사벨라 미술관입니다. 바로 세계 최대의 미술품 도난사건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 작품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오리무중이라고 하며, 미술관은 "누구든 작품을 보관하고 있다면 온도와 습도를 잘 조절하여 작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달라"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시실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며 13점의 그림을 훔쳐간 도둑들, 그들의 정체가 궁금하기만 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노블리스 오블리주, 세계 최고의 미술관을 탄생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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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안녕 샘터어린이문고 71
박주혜 지음, 김승혜 그림 / 샘터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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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인사를 나누거나 안부를 전할 때 쓰는 말, 바로 "안녕하세요?"입니다. 누군가는 하루에 수십 번씩 주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안녕하다'의 사전적 의미(네이버 어학사전)"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하다"입니다. 여러분에게 '안녕하다'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하루는 안녕하신가요?

 

<모두의 안녕>은 화장품 연구원 모두 씨와 인간을 위해 강제로 희생되어지는 토끼 '안녕'이가 처음 경험하는 바깥세상으로의 여정과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빵집 운영기를 담은 따뜻하고 감동적인 동화입니다. 모두 씨와 토끼 '안녕'이가 바라는 '안녕'은 바로 우리 <모두의 안녕>입니다.

 

꼭 동물에게 실험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화학 성분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전혀 해롭지 않은 천연 성분을 찾아내서 쓰면 돼요! p.7

 

모두 씨는 화장품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사람이 써도 괜찮을지 알아보기 위해 동물 실험을 하고 있는데요. 모두 씨에겐 너무나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은 성분을 찾아보자고 했지만 돌아오는 건 매몰찬 대답뿐이었습니다.

 

벌써 아흔아홉 마리 토끼가 죽었습니다. 이제 실험실엔 한 마리 토끼만 남았습니다. 도망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덜덜 떨고 있는 토끼, 그때 모두 씨에게 "난 괜찮지 않다고! 모두 씨도 안 괜찮은 것 같은데."라는 토끼의 말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모두 씨는 결심했습니다. 토끼와 함께 실험실을 떠나기로 말이죠.

 

우선 네가 평생 못 했다는 바깥세상 구경을 가 볼테니, 직접 한번 찾아볼래? p.18

 

모두 씨와 토끼는 끝없는 바다, 넓은 들판, 높디높은 산, 싱그러운 풀 냄새가 가득한 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 길에서 밀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 박 씨, 허브 농장 주인 노 씨, 채소 농장을 하는 김 씨, 고구마와 단호박 농사를 짓는 정 씨를 만났습니다. 모두 씨는 자유롭게 달리는 토끼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모두 씨는 토끼를 '안녕'이라고 불렀습니다.

 

뜨거울 때 먹으면 행복해지는 빵

김치찌개랑 먹으면 딱 좋은 빵

작은 정원에 핀 빨간 꽃 빵

노랑 팀 대 하양 팀 55

검은 숲속에 뿌려진 마법의 초록 가루 빵

p.48~49

 

모두 씨는 박 씨가 보내 준 밀, 정 씨가 보내 준 고구마와 단호박, 허브 농장 노 씨가 보내 준 정성이 담긴 허브, 채소 농장 김 씨의 신선한 채소로 "사람들과 동물들 모두가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는 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씨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담긴 빵을 사러 오는 손님은 없었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는 모두 씨와 토끼 안녕이, 드디어 누군가 모두 씨 빵집에 들어왔습니다. 모두 씨 빵집에 들어온 손님은 누구일까요? 모두 씨의 빵집 <모두의 안녕>은 어떻게 될까요?

 

10년 동안 반려동물로 함께 한 토끼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다른 토끼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는 작가, 그동안 다른 토끼들의 삶을 달라졌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말 못하는 약한 존재들은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양하게 사용 당했어요. 내가 눈을 감고 있는 사이, 한 존재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일들은 계속 있었지요. 어쩌면 당연했어요. 나도 모른 척을 했으니까요."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약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존재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라는 말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꿈오리 한줄평 : 실험실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감으로 느끼는 모든 존재의 안녕, 모두 씨와 토끼 '안녕'이가 바라는 안녕은 우리 모두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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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윤미연 옮김 / 망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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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몇 날 며칠을 써도 모자라!" 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드라마나 책을 보며 "저건 내 이야기야!" 라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 속에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는 지극히 평범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삶이 소설보다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는 차라리 아무 이야기라도 현실 세계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내 소설 속 이야기나 등장인물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라고 말이다. p.7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작가가 그 어떤 이야기라도 "현실 세계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요. 그래서 "거리로 나가 맨 처음 마주치는 사람"을 주제로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그가 눈여겨 본 사람은 작가가 사는 건물 아래층에 있는 여행사 직원이었지만, 집을 나선 작가의 눈에 가장 먼저 띈 사람은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에 관한 책을 쓰고 싶다는 작가를 아무런 경계심 없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갑니다. 냉동실에 넣어야 할 것이 있어, 빨리 집에 가야한다면서 말이죠. 이런 일이 현실에서 정말 일어날만한 일일까요? 물론 작가 자신도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는 일은 없을 거라 말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했기에 마르탱네 사람들 이야기는 작가가 상상한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우연의 가치는 그것이 얼마나 일어날 법하지 않은 것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밀란 쿤데라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 ~

 

이 책의 저자인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20년 동안 많은 베스트셀러를 낳고 주요 문학상을 휩쓸어온 프랑스의 중견작가"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열여덟 번째 소설인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에서 ''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우연히 만난 인물을 주제로 책을 쓰겠다며 허구가 아닌 현실의 세계로 뛰어든 작가, 그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허구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쓰게 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도 허구의 장면이 등장하기는 합니다. 하나는 굳이 허구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아주 짧은 장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데, 그건 그가 현실에서 일어나기를 바라던 일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한 중간 중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마들렌 할머니의 말을 통해 샤넬의 부흥을 이끈 패션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에 관한 일화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마르탱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들어온 전기 작가에게 그동안 속에 담아만 두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과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지금껏 안전한 울타리라 여기던 곳을 벗어나는 용기를 얻기도 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해갑니다. 마르탱이라는 성은 프랑스에선 가장 흔한 성이라고 하는데요. 작가는 그렇게 흔한 성을 가진 "인물들로 근사한 소설이 나올 수 있을지"를 걱정하기는 합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마들렌 트리코', 할머니의 딸 '발레리 마르탱', 발레리의 남편 '파트릭 마르탱', 그리고 발레리와 파트릭의 자녀들인 '제레미 마르탱','롤라 마르탱'입니다. 마들렌 할머니에겐 또 한 명의 딸 '스테파니'가 있지만, 그 딸은 현재 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가족들과는 거의 인연을 끊고 살고 있습니다.

 

마들렌은 남편과는 사별했으며, 첫사랑과는 이유도 모른 채 이별을 했고, 지금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며, 그녀 자신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샤넬에서 일했기에 종종 라거펠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곤 합니다. 발레리 마르탱은 두 명의 자녀를 둔 중학교 역사 지리 교사입니다. 파트릭 마르탱은 보험회사에 근무하며 새로 부임한 직장 상사의 면담 요청으로 인해 해고를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제레미 마르탱은 전형적인 십대의 모습으로 매사에 열의가 없고 게으른 편이지만 나름대로 유머를 시전하고 있습니다. 롤라 마르탱은 자신들의 삶에 불현듯 끼어든 작가를 불신하는 것 같으며,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는 인물처럼 보입니다.

 

작가인 ''는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임에도 그들은 곪아터진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고 성장해갑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간 작가 또한 에필로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마무리합니다.

 


 

마르탱 가족을 상대하면서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정말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나는 현실의 삶이 픽션의 가장 강력한 치유책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p.310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할머니 마들렌, 20년의 결혼생활이 안겨준 무관심과 무기력하고 권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발레리와 파트릭, 열정이라고는 없는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제레미와 롤라, 어디에서든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한 가족의 이야기는 소설처럼 빠져드는 이야기로 만들어지는데요. 그건 작가의 필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이 그대로 소설이며 문학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 또한 멋진 문학작품이 될 수 있겠지요?

 

꿈오리 한줄평 :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가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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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들 I LOVE 그림책
므언 티 반 지음, 빅토 가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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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고 편안한 우리집, 우리 동네가 아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면, 그곳에 가기 위해 너무나도 작은 배를 타고 끝을 알 수 없는 크고 넓은 바다를 건너야 한다면, 거친 폭풍우에 흔들리는 작은 배 안에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면, 그때 우리는 어떤 소원을 빌게 될까요?

 

별빛이 아름다운 밤하늘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작은 배 안의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 작은 소녀가 보입니다. 소녀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소원들>은 작가 므언 티 반이 실제 경험한 일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로 고향인 베트남을 떠나 홍콩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별도 달도 모두 다 잠든 것 같은 깜깜한 밤, 소녀의 가족은 할아버지 집을 떠납니다. 언제 만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이별 앞에 소녀는 "시계는 더 늦게 가기를 소원"했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봅니다.

 

 

 

 


소녀의 가족은 작은 배에 올라탔습니다. 소녀는 "배가 더 커지기를 소원"했고, "바다는 더 잔잔하기를 소원"했습니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작은 배, 그 안에 탄 모든 사람들의 소원 또한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소원했어...

내가 소원할 것이...

더는 없기를.

'소원들' ~

 

"해는 더 뜨겁지 않기를, 집은 더 가까워지기를, 마음은 더 강해지기를 소원"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간절한 소원은 "소원할 것이 더는 없기를 소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겉표지를 벗기면 나오면 표지입니다. 생긴 모습은 모두 다 달라도 모두 다 같은 소원 "소원할 것이 더는 없기를 소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더 이상 고통 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선 자연 재해로 인한 기후 변화로 인해, 내전으로 인해 고향을 떠난 수많은 난민들이 바다를 떠돌고 있습니다. 227일자 뉴스엔 이탈리아 서남부 해안 근처에서 난민을 태운 목선이 난파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중엔 어린이와 아기도 있다고 합니다. 정말 너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의 상황을 너무나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손길을 내미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소녀가 마지막으로 바라던 "나는 소원했어...내가 소원할 것이... 더는 없기를."이라는 소원이 오래도록 마음 한켠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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