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밀침침신여상 1
전선 지음, 이경민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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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어떤 책을 계기로 중국 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 현대극이 아닌 시대극이었음에도 재기발랄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나의 마음을 끌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그 뒤로도 매력 뿜뿜 넘치는 중국소설이 없나 살피던 찰나, 내 눈 속에 들어온 이 아이, 바로 《향밀침침신여상》이다.

"달콤한 향기는 여울지고, 사랑은 재로 남아 흩어지네"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중국어를 너무 모르니... 흠흠... ^^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니 더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금멱은 화계 화신 재분의 딸로, 재분은 금멱이 태어나자마자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게 하는 운단을 먹인다.

자신이 사랑으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되자, 그녀의 딸인 금멱은 그런 사랑하는 감정의 위험으로부터 지키고자 한 것이었다.

금멱은 자신의 출생에 대하여는 모른 채로, 자신을 포도 정령으로 알고 높은 영력을 쌓는 것이 최대 목표인 소녀로 자라났다.

그러던 어느날, 천계의 둘째 아들인 욱봉이 열반중생 중 다친 채로 화계로 떨어진다. 금멱은 욱봉의 전신인 봉황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까마귀가 다친 걸로 알고 비료로 쓰겠다며 그를 묻어 버린다. 그 후 금멱은 결계가 단단한 화계로 떨어진 까마귀가 보통의 까마귀가 아닌 걸로 추측하고 까마귀의 내단을 취하려고 다시 꺼내어 꿀을 먹이고 그를 살려낸다.

욱봉의 모습으로 변한 그에게 금멱은 은혜를 갚으라며 자신을 천계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금멱은 운단을 먹고 사랑의 감정을 모른 채 화계의 수경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어 다른 세계가 궁금했었다.

 

천계로 간 금멱은 욱봉의 서동으로 그의 곁에서 지낸다. 그러다 욱봉의 배다른 형인 야신 윤옥, 숙부인 월하선인 등을 알아가며 천계에서 나름의 생활을 해 나간다.

 

금멱은 야신 윤옥과 혼인을 약속하게 되고, 욱봉은 금멱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사랑의 감정을 알지 못하는 금멱과, 그녀를 사랑하는 이복형제 욱봉과 윤옥...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사실 1권의 내용은 좀 어이없다 생각되는 부분들이 많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라는 말은 못하겠다.

책을 읽기 전만 해도, 금멱이 사랑의 감정을 모를 뿐이지 밝고 이지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 앞에서는 차가울 수 있지만, 사랑에만 차가울 뿐 눈치 빠르고 똑똑한 그런 소녀 말이다.

그런데, 1권에서의 금멱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머리는 좋지 않은 듯 하다. 너무도 아름다운 외모에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졌지만, 민폐 캐릭터의 냄새가 많이 난달까...

자신이 자란 화계 이외의 세상을 모른다지만, 욱봉의 진신인 봉황을 까마귀로 보고 윤옥의 진신인 용의 꼬리를 물고기 꼬리로 착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화계를 떠나 천계로 온 후에 까마귀가 정령을 납치해서 화계와 조족 사이가 틀어진 일을 귀로 듣고도 자신의 일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또, 욱봉이 마계로 간다라고 하자 몰래 포도로 변해 소매 속에 숨어 따라가질 않나, 그 곳에서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욱봉이 조롱박에 봉인해 둔 궁기를, 내단을 취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어줘서 욱봉을 다치게 만든다.

이런... 또 있네. 나중에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에도, 그걸 빌미로 영력을 더 받아낼 수 있겠다라고 좋아한다.

너무나 맑고 맑아서 세상천지 분간을 못하는 건가, 거기다 왜 그리도 영력 타령인지...

이 정도 되면, 사랑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운단'이 아니라 그냥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되는 '운단'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이 없어서 겁도 없는 것이냐?" (p. 129)

 

진심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탕탕탕!!!

아무래도 나는 독립적이고 똑똑한 여주 캐릭터를 좋아하나보다...ㅎ

나를 중국소설의 늪에 빠뜨렸던 그 책 속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2권은 더 재미있길 바라고 바라며, 1권을 덮는다.^^

2권에서는 금멱이 더이상은 두 남자의 마음을 갈팡질팡하게 만들지 않기를... 뭔가 노선을 정해 주기를... 그래서 둘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

(표지의 그림이 이미 욱봉과 금멱의 모습이라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려나... '어남욱'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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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353, 욱봉

내가 고작 이 깃털 하나만 네게 주었을 것 같아?

정녕 이것을 돌려주고 싶다면 그때 내가 이 깃털과 함께 준 것도 돌려줘.

 

- p. 382, 부처님

사랑하니 고뇌가 생기고, 사랑하니 두려움이 생기느니라.

그러니 사랑하지 않으면 고뇌도, 두려움도 자연히 없을 터다.

 

p. 439, 윤옥

나를 깊이 사랑해 달라는 말은 감히 하지 않을 거요.

그저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를 사랑해 주시오. 하루가 쌓여서 달이 되고, 달이 쌓여 해가 되고, 해가 쌓여 일생이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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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라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9
김성중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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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죽음이 없는 삶이 있다. 시간은 흐르지만 누구도 결코 죽지는 않는 그런 삶. 아무리 모진 고문을 당하고, 피를 흘리는 한이 있어도 아무도 죽지 않는 그런 삶.

 

주인공 '나'는 물고기섬에 살던 가난한 소년이었다. 여덟 살에 사흘동안 내린 폭우로 집에 남아 있던 엄마와 누나가 사망하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살았다.

마을에 호텔이 생기고 빈부의 격차는 더 심해지고, 소년은 이 물고기섬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사는 것을 꿈꾸게 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아버지와 함께 사막을 벗어나려 했는데, 임종을 앞두고 돌아가실 듯 했던 할아버지는 끝끝내 죽지 않고 집요하게 살아 있었다. 할아버지가 임종을 앞둔 때에 인간의 삶에서 '죽음'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할아버지는 계속 살아 있고, 임신을 한 사람은 계속 출산을 하지 못하고 임신중인 몸으로 그렇게 계속 살아있는, 이상한 세계. 이상한 삶.

 

이 소설은 주인공 '나'가 열다섯 살의 나이로 죽음이 없는 백 년의 삶을 살아온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죽음'이 없는 삶을 직면하자, 사람들은 변하기 시작한다. 무엇을 해도 죽지 않고 계속 살아 있으니, 죽음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무기력에 빠지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어딘가에 중독되는 생활에 빠진다.

어떤 짓을 해도 계속 살아 있기에, 오히려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난폭하고 광기에 어려 살아가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 p. 42

스스로를 자경단원이라 칭한 일시적인 폭도들은 호텔을 털고 길에서 드잡이질을 벌이고 노략질에 맛을 들였다.

전에 농부이거나 양치기라거나 교사였다거나 작은 가게를 운영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멈춰버린 시간이 불러낸 낯선 사람들이었다. 숫자가 불어날수록 죄책감을 나눠 갖기 때문인지 그들의 공격성은 줄어드는 법이 없었다.

 

계속 살아있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를 죽이면 죽음이 올 것이라 믿고 할아버지를 계속 죽이려 온갖 방법을 다 쓰던 아버지는 결국 마을의 수호신과 같은 선인장을 훼손하고, 그것으로 인해 마을 사람의 희생양이 되어 그들의 광기어린 고문을 받게 된다.

 

- p. 44

아버지는 심장을 파먹히는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처지였다. 죽지 않는 그는 다음 날이면 다시 독수리들에게 물어 뜯겨야 했다.

 

주인공 '나'는 그런 물고기섬을 탈출했고, 사막에서 '아야'라는 소녀와 '이탕카'라는 술사를 만나게 된다. '이탕카'가 떠나고 난 후, '나'는 '아야'와 사막을 벗어나 다른 장소로 여행하며 죽음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무절제한 삶을 살아가는 폭도나 중독자들도 있고, 무리를 지어 이성을 유지하며 교육이나 일상을 살아가려는 이들도 있었다. 또 버려진 아이들의 무리도 있고, 무인도에서 살기도 한다.

그러면서 '아야'는 '이슬라'가 되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시작한다.

 

- p. 11

죽지도 태어나지도 않는 시간.

무엇인가 명백하게 어굿난 시간.

......

시간을 다시 흐르게 만든 사람, 그것은 나였다.

이슬라가 내게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 모두의 죽음을 다시 낳아주었다.

 

죽음이 없는 삶이란 어떨런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성을 부여잡고 무한한 시간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겠지만, 아무리 써도 계속 무한한 시간이라면 과연 나는 계속 이성적일 수 있을까...

죽음이 없는 삶을 생각해 본 후에야, 인간의 삶이 유한하고 그 끝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꿈을 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칠 듯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 없는 삶을 생각해 본 후에야, 현재의 유한한 삶에 대한 애착이 더해지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조연정 평론가의 "《이슬라》는 삶에 대한 절망이 아닌 삶에 대한 애착, 즉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말하는 소설"이라는 문장이 더욱 공감된다.

 

- p. 16

죽음이 없는 곳에서는 인간은 유령에 불과하다는 것. 죽음이 있기에 역순으로 삶의 의미가 생겨났고 '목숨을 걸고 해야만 하는 일' 같은 커다란 꿈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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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우울 법의학 교실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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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을 통해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고,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는 카리스마 미쓰자키 교수님과 마코토, 캐시 조교수, 그리고 고테가와 형사는 이번에는 어떤 사건들을 해결하게 될까? 읽기 전부터 기대로 두근두근거렸다.

 

이번 책은, 인기 아이돌 가수인 사쿠라 아유미가 콘서트 도중 무대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사고사로 결론 난 이 사건은, '커렉터'가 사이타마 현경 홈페이지에 올린 글로 인해 다시 부검 요청이 들어오고, 미쓰자키 교수를 비롯한 우라와 의대 부검의들은 아유미의 부검을 시작한다.

 

모든 죽음에 부검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나에게 잘된 일이다. 사이타마 현경은 앞으로 현에서 발생한 자연사, 사고사에 모종의 음모가 있는지 의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내 이름은 '커렉터 CORRECTOR', 즉 교정자다. (P. 13)

 

사법 해부 예산이 한정적(부족)이므로 검시관의 조금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더라도 다른 증거에서 별다른 특이점이 없으면 부검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가 많다. 감찰의 제도가 있는 도쿄가 전체 변사체의 20%도 부검하지 못하는 현실이니, 다른 지자체는 더 부검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검 현실에 대해 아는 건 경찰과 법의학자에 한해서이겠지만, 범인의 정체와 의도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고사로 결론난 사쿠라 아유미 사건, 이상고온 날씨에 열중증으로 사망한 3세 여아 사건, 신흥 종교 교주가 불탄 교회 안에서 사망한 사건, 노인이 길가에서 사망한 사건, 횡령 혐의를 받은 후 목을 메 자살한 여성의 사건, 고테가와의 동기인 여성 경찰관의 느닷없는 자살 사건 등 이번 책에서도 어쩌면 눈에 보이는 부분만으로 종결될 수 있었던 사건들이 부검을 통해 새로운 진실을 알려준다.    

 

부검을 통해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에,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는 고테가와의 집념어린 조사로 사건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고, 놓칠 뻔한 진짜 범인도 찾게 된다.

그리고 맨 나중에 밝혀지는 '커렉터'의 실체와 커렉터를 만들어 낸 이유는 추악하고 끔찍했다.

'커렉터'로 인해 묻힐 뻔한 일들을 새로이 밝혀 냈지만, 자칫하단 '커렉터'가 원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기에 훌륭하게 마무리된 것이 너무도 다행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고테가와와 와타세 경부, 그리고 미쓰자키 교수까지,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잡아 죽은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라는 그들의 사명과 의지, 집념이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닐까...

 

당장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하지만, 아쉽게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듯 하다.

올해 일본에서 <히포크라테스 시련>이 출간 예정이라 하니, 우리는 내년쯤에야 미쓰자키 교수님과 마코토, 고테가와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여전히 신념의 큰 목소리를 짱짱하게 내뱉으실 미쓰자키 교수님, 뭔가 관계의 오묘한 변화가 있을 법한 마코토와 고테가와의 모습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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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없다
조영주 지음 / 연담L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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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없다>라니, 추리소설 제목으로는 참 의외라고 보였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바로 '반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리소설에서 그 묘미인 '반전'이 없다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이 책이 이상하게 끌렸다.


친전은 정년을 코 앞에 둔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형사이다. 안면인식장애로 인해 오인체포까지 해 버린 과거가 있어 현재는 유급휴가중이다.

어느날 친전은 50년 지기 뺀질이 김씨(김길중)가 불러 간 곳에서 무너진 책더미에 깔려 압사한 노인을 발견한다. 친전은 얼마 전 손자 나무의 요청으로 어린이집 주변을 다니는 우비 노인을 찾고 있었는데, 김씨는 사망한 노인이 우비 노인과 동일인이라고 말한다.

현장은 너무도 기이했다. 집 지붕에 구멍이 뚫렸고, 집 안은 엄청난 책더미가 널려 있었다. 거기다 피해자의 얼굴은 신원 확인이 어려울만큼 망가져 있었고, 우비를 입고 있었다.


친전은 현장을 살펴본 후 이 건을 살인사건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사건에 투입된 김나영 형사로부터 더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 책들 말이죠, 반전이 없는 거 아셨어요? 누가 반전만 싹 찢어갔어요" (p. 47)


피해자의 얼굴을 망가뜨린 살해도구로 쓰인 책들을 살펴보니, 책의 반전이 모두 찢겨 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살해도구가 아님에도 반전이 찢긴 책이 있었는데, 그건 "ABC 살인사건"이었다.


추리소설을 너무 사랑해서 엄청나게 읽고 모으는 친전은, 살해도구로 쓰인 책들의 공통점을 발견하는데, 바로 '화이트펄'이라는 추리전문 출판사에서 발간한 책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화이트펄' 출판사를 찾은 친전은 피해자가 '김전무'라고 불리던 전직 일본 야쿠자 출신의 대부업자 김성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화이트펄'의 전신인 '리문출판사'의 이문석 사장이 고의로 부도를 내고 잠적하자 고리대금업을 하던 '김전무'가 부도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친전은 '리문출판사' 및 '화이트펄'과 관련있는 '만석출판사'의 배만석을 만난 후 김상국이 '판권 페이지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소설을 쓰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나 만석출판사의 배만석도 김성국과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한다. 우비를 입은 채 반전이 찢겨 나간 책뭉치에 얼굴이 짓이겨진 채로 살해당한 것. 차이점은 이번 책뭉치는 만석출판사에서 출간한 추리소설이었다는 것이다. 이 현장에도 기존 현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살해도구는 아니지만 반전이 찢겨진 'ABC 살인사건'이 놓여 있었다.


이후에도 영업부장 출신이었던 변수창이 실종되었다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고, 만석빌딩 주변은 물론 배만석, 변수창, 비서실장 최세라를 비롯한 예전 리문출판 관계자 대부분의 집에 침입자가 발생하는 등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범인은 누구일까?

범인은 무슨 이유로 피해자에게 우비를 입하고, 반전이 찢긴 책을 흉기로 사용하는 걸까?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형사가, 기묘하게 반전이 없는 책으로 사람을 살해한 범인을 찾는다라니, 특이하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져 흥미진진했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형사가 기묘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을 찰나, 그 형사가 추리소설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추리소설광이라는 정보가 하나 더 추가되자 뭔가 기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은 못 알아보지만, 추리소설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 반전이 없는 추리소설이 주요 증거인 이 사건에 너무나도 적절한 사람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기묘한 사건은 하나로 끝나지 않고 연이어 일어난다.

그리고 과거의 추악한 진실이 밝혀지고 피해자에 대한 범행 방법의 이유가 드러나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반전이 없는 추리소설'이 중요 증거이자 주인공 친전이 추리소설광이다 보니, 사건 진행도 재미있었지만 추리소설에 대한 이야기들도 꽤 재미있었다.

책에서 친전이 굉장히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로 '초이세'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이름이 뭔가 익숙하다 싶었더니 일본의 유명 작가인 '마쓰모토 세이초'를 우리나라 작가로 등장시켰던 것이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이 초이세의 <선과 점>으로, 마쓰모토 세이초의 <10만분의 1의 우연>이 초이세의 <10만분의 일의 기적>으로 바뀌어 등장한다.

또 내가 좋아하는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얼굴에 흩날리는 비>도 깜짝 등장한다.

아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런 센스에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반전이 없는 추리소설'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살인사건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진짜 제목처럼 '반전이 없는'지 궁금하다면, 책 속으로 GO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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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47

이 책들 말이죠, 반전이 없는 거 아셨어요?

누가 반전만 싹 찢어갔어요.


- p. 169

살인자가 우비를 고집한다는 것, 피해자에게 우비를 입힌다는 것, 이 두 가지 사실은 아직 점과 점이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가 생기면 이 점 두 개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리라. 친전은 초이세의 추리소설 《선과 점》에서 그 사실을 배웠다.


- p. 179

우비는 맥거핀.

맥거핀, 히치콕이 한 말이죠. 얼핏 보기엔 굉장히 중요한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별 뜻 없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어디까지나 사건 진행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극적 장치랄까요.

제가 작가라면, 우비는 어디까지나 그저 혼선을 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할 겁니다. 실제로 노린 건 따로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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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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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교내 연극 동아리에서 만난 정, 김, 최, 염, A가 있다.

2월의 마지막 날, 갑작스런 A의 죽음을 전해들은 친구들은 A의 장례식장이 있는 K시로 향한다.

K시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염을 제외한 정, 김, 최는 함께 김의 차를 타고 K시로 출발한다.

 

이야기는 정, 김, 최 각자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그들 각각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사상이나 생각, A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들이 흘러 나온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A의 사고가 있던 날 친구 5명이 함께 A가 만든 영화를 보고,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2주 전 A가 증권사 직원이었으나 현재는 보험회사 직원인 김에게 연락해서 사망시 보험금 지급에 대하여 문의했다는 것, 지난 연말 A가 정에게 전화해서 "너, 자살 같은 거 하고 싶지 않니?"라고 물어봤다는 것, 최가 자신이 근무하던 대학에서 A를 봤으나 A가 최를 몰라보고 그냥 지나친 적이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된다.

 

이들이 K시로 가는 여정도 쉽지는 않았다.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던 이들은 사고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그 곳에서 죽음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현장을 벗어나 국도로 방향을 변경해서 K시로 향하던 길에는 경찰이 그들을 검문한다.

경찰들은 승용차 한 대가 터널 벽을 들이박고 전복된 사고에 대하여 말한다. 해당 여성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다른 동승자는 없었는데, 이상한 일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전에 사고가 발생할 거라는 신고를 한 남자가 있었다는 것...

 

경찰이 말한 사고와 정, 김, 최가 말한 A의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신 날의 상세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내 머릿 속에는 의문들과 확신들이 피어 오르며 뒤섞이기 시작했다.

또,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대한 이들의 말도 다 달라서 무슨 의미일까,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이들이 봤다는 A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각자가 다 다르다. 처음에는 A의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독자들도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러다가 A의 영화가, 뭔가 이들의 여정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A의 영화 제목은, 이 책과 같은 "천국보다 낯선"이다. 영화의 내용도 세 주인공이 자살한 친구의 조문을 가기 위해 밤에 길을 떠나는 내용으로 책의 내용과 흡사하다.

어, 뭐지라는 생각을 할 찰나, 책의 마지막에 인물들은 모두 새벽하늘을 쳐다보고, 그들을 비추던 카메라가 점점 하늘로 솟아오르고 그들은 점점 작아지고 마침내 새벽 별빛이 쏟아지고 수평선에 붉은빛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천국보다 낯선, 그런 시간으로 끝을 알린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하룻밤의 이야기라서인지, 아무래도 '죽음'이나 '삶'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나레이션이 많았는데, 문장들은 가슴에 남았다.

그러나, 사실 책의 내용이나 의미를 잘은 모르겠다. 이들이 바라보던 시선들은 왜 다른 부분들이 있었는지, 이들에게 A의 존재가 어느 정도로 마음을 붙잡고 있는 건지, 그래서 결국은 액자식 구성의 영화라는 건지...

 

어렵다. 다시 한번 읽어본다면, 좀 더 큰 공감을 가질 수 있을까?

다만, 이 문장은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인생은 그토록 실없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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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79)

무의미한, 완성되지 않은, 일상적인, 썰렁하기까지 한, 그런 농담.

인생은 그토록 실없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고 말하는 듯한 그런 이야기. 실없는 문장들로 가득 채울 때에야 거기 인생이 있다는 투의. 텅 빈 이야기.

 

(p. 183)

우리가 본 그녀의 영화 역시, 짧고 실없고 아름다운 농담은 아니었을까.

클리블랜드처럼 춥고 외로운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농담. 밤의 국도처럼 단조롭고 어두운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농담. - 천국보다 낯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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