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3
최성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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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의 세번째 지역은 바로 《목포》였다.

몇년 전에 출장으로 한번 간 적이 있을 뿐, 목포에 대하여는 사실 잘 모른다. 경상도 출신인 나에게 전라남도 목포는 심리적으로도 좀 먼 듯한 느낌이었으니까.

 

 

내가 처음에 가지고 있는 목포에 대한 정보는, 전라남도이고, 사투리가 엄청나게 걸쭉하다(조금 무서울 정도로)는 것 정도였다. 전라북도는 사투리가 덜한데, 전라남도는 사투리가 좀 심하네, 정도의 정보랄까...

 

 

그런 무지한 나에게 목포 토박이 역사학자가 안내해 주는 목포의 역사적 의미가 깃든 현장들은 그 자체로도 숙연하고 또 매력적이었다.

전남 근대문화 1번지이자 예향의 도시 <목포>, 우리가 몰랐던 진짜 목포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책이었다.   

 

 

저자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목에 자리한 포구'라는 의미를 가진 목포는 1897년 국내에서 네번째로 개항된 도시로, 목포 개항 후 11일이 지난 1897년 10월 12일에 국호가 '대한제국'으로 변경되었고, 따라서 목포의 개항은 대한제국의 꿈과 그 시대를 함께 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개항과는 다른 차별성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개항 이후 전남을 대표하는 항구 도시로 성장한 목포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항구로서의 수탈성과 새로운 문물 보급 거점으로서의 근대성이 혼합된 사회상을 보인다.

그래서일까, 목포에 형성된 근대문화 가운데는 전남지역에서 최초이거나 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들이 많다라고 한다.

전남 근대문화 1번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목포에 근대교육기관과 병원 시설, 교회와 천주교 성당 등이 보급된 것이다.

지금도 목원동 일대에는 근대문화 발달과정을 살필 수 있는 양동교회, 북교초등학교, 청년외관, 우체사와 감리서 터 등 근대 골목길이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라고 한다.

 

 

 

또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목포가 바로 예향의 도시였다는 것!

목포가 배출한 유명 예술인들이 많고, 예술을 즐기는 시민 문화도 일찍부터 발달했다고 한다.

우리도 들어본 적 있는 '사의 찬미'의 주인공 김우진도 목포 출신의 예술인이라고 한다.

또, 몰랐던 사실!

바로 근대도시 목포가 바다를 막는 간척을 통해 도시를 건설하였다는 점이다.

저자는 목포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에다, 한국지방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만큼 목포의 곳곳에 얽힌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자세하고 충실한 설명도 덧붙인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지, 근대건물의 변천사,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목포를 살아가고 거쳐간 사람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슬로시티 <목포>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의 여행부터, 일제강점기 시대의 암울했던 사회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역사여행, 그리고 맛이 넘쳐나는 먹방여행까지 다양한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목포>를 통해 관광지를 단순히 훑고 스쳐 지나가는 일반적인 관광이 아닌, 역사적 사실과 사람사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진짜 여행을 경험하길 바라며...

물론 나도 여행계획을 세워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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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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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로 최고의 재미를 주었던 이케이도 준 작가의 신작 《일곱 개의 회의》를 만났다.

이번 이야기 역시 전쟁터 같은 직장 내에서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어떤 통쾌한 재미와 공감을 전달해 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곳은 대형기업인 소닉의 자회사인 중견기업 '도쿄겐덴'이다. 엄격하고 목표 완수를 못하는 이에겐 가차없는 기타가와 영업부장을 필두로 엘리트이자 최연소과장인 사카도 영업1과장, 만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하라시마 영업2과장, 그외 영업과장들 등이 열심히 발로 뛰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영업부에서 이질적인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만년 계장인 야스미 다미오이다. 일명 핫카쿠 계장이라 불리는 야스미는 영업1과 소속으로 기타가와 영업부장과 동갑인데다 입사 동기라서인지 회의시간에도 당당히 졸고, 일도 열심히 하지 않아 많은 직원들의 빈축을 사는 사람이다.

그런 핫카쿠를 계속 참아내는 듯 했던 사카도 과장은 어느날 회의가 끝난 뒤 참지 못하고 그를 향해 분노와 질책을 쏟아낸다.

그런 사카도 과장을 본 직원들은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그후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간다. 사카도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위원회'에 회부된 것! 거기다 위원회에서 사카도의 괴롭힘이 인정되어 사카도는 인사 대기 발령을 받는 처지가 된다. 엄청난 실적을 자랑했던 사카도의 갑작스런 몰락에 직원들은 당황한다.

그렇게 사카도가 직무에서 배제되고 영업1과장에 하라시마가 내정되고, 사카도는 힘이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하라시마에게 말한다.

 

- p. 41

회사에 필요한 인간 같은 건 없습니다. 그만두면 대신할 누군가가 나와요. 조직이란 그런 거 아닙니까.

 

사실 엄청나게 공감했다. 아마도 보통의 회사에서 직원들은 자신이 회사의 소모품 정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잘한 것에 대한 격려나 처우개선보다는 못한 것, 잘못된 것에 대하여 더 가차없는 것이 회사라는 조직이니 말이다. 거기다 사카도는 엄청난 실적으로 회사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준 사람 아닌가. 핫카쿠가 어영부영 쉬엄쉬엄 일할 때 엄청나게 성실히 회사를 위해 일한 것은 사카도 아닌가 말이다.

 

앗, 그런데 이 사건에는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었다.

하라시마는 핫카쿠에게 숨겨진 진실을 들은 후에는 일련의 괴롭힘 고발 사건과 사카도에 대한 회사 내 처분에 대하여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책 속에는 직장 내의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나온다.

발로 뛰는 영업부 외에 경리부, 고객실, 단순 사무를 보는 직원에 이르기까지 직장 내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가며 숨겨진 추악한 진실에 한발 한발 다가선다. 물론 회사를 위해(물론 이러한 방법이 회사를 위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각자의 의견이 다르겠지만...) 분투하는 직원도 있지만,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일부러 그의 일을 캐내려는 자들도 있다.

 

결국 밝혀지는 비밀은 상당한 무게로 다가왔다. 시작은 실적을 올리고 회사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것이었겠지만, 그 결과의 무게는 상당했다. 회사를 위한다는 마음 - 어쩌면 그것보다는 자신의 실적을 하나라도 더 올리겠다는 마음이었겠지만 - 하나로 전체적인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불순한 마음을 먹었고, 그 결과는 개인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시작은 작은 나사였지만 그 결과는 회사를 흔들 정도의 위력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들었던 생각이었다.

실적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또 회사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회사의 안녕과 공공의 안전 중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물론 답은 정해져 있지만 말이다.

 

직장 내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 조금씩 벗겨지는 사카도 경질의 진실, 사카도 건 외에도 회사 내 축적되어 있던 다른 부정까지 책을 덮는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느낄 법한 공감 대사들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었다.

전쟁터 같은 회사에서 제대로 일한다는 것, 그리고 살아남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하는 책, 재미와 의미 두가지 모두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을 펼쳐 보시기를...

 

- p. 469

궁지에 몰렸을 때 인간은 변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너도 압박에 못 이겨 부정을 허용했어. 똑같은 거 아니야? 누구에게나 괴로운 사정은 존재하기 마련이야. 하지만 그게 부정을 저지르는 이유가 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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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6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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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를 펼쳤다. 이번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해미시는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까? 프리실라와는 뭔가 좀 진전이 있을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끔찍한 감기에 걸린 해미시, 그래도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기대로 겨우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해미시를 너무나 싫어하는 미국에 사는 이모가 이번 크리스마스에 해미시의 가족을 만나러 온다라고 하고, 해미시의 어머니는 해미시에게 크리스마스에는 고향에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전한다. 오, 가엾은 해미시...!!!

 

한편 지난 이야기에서 예고된 대로 프리실라는 토멜 성을 호텔로 바꿔 운영했고, 손님이 끊이지 않는 등 호텔 사업은 성공했다. 그러나 프리실라는 호텔 운영에 대해 걱정하고 긴장하며 지내느라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해미시를 찾아온 프리실라는 호텔에 묵고 있는 자신의 친구 제인이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며 도와주길 요청한다.

제인은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 같다라고 했고, 범인이 자신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자신의 사업체 헬스팜에 초대한 친구들 중에 있을 것 같다라고 한다.

그렇게 해미시는 외롭지 않게 크리스마스도 보낼 겸 제인을 도와줄 겸 해서 헬스팜이 있는 아일린크레이그 섬으로 향한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외지인을 별로 반갑게 여기지 않는, 반감을 가진 듯한 섬 사람들을 접한 해리, 뭔가 찝찝한 기운을 느끼고 괜히 따라온 건 아닐까 하는 후회에 휩싸인다.

 

헬스팜에 초대된 제인의 친구는 6명, 유명한 요리책 작가인 해리엇 쇼, 자칭 문화애호가로 함부로 다른 사람들을 깔보고 잘난척하는 헤더 토드와 그녀의 남편 디어미드 토드, 농장주인 이언 카펜터와 그의 아내인 로맨스 소설을 너무나 사랑하는 실라 카펜터, 제인의 이혼한 전남편이자 잘 나가는 변호사인 존 웨더비가 있다.

 

해미시는 처음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제인의 걱정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녀가 괜한 걱정을 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혼자 산책을 나간 제인이 해변 위 벼랑의 장소에서 갇혀 있는 걸 발견한 후에는 그녀의 걱정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겠단 염려를 하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저녁 만찬을 즐기고 난 후 제인을 제외한 일행들은 모두 산책을 나갔다. 그러나 산책하는 도중에 헤더와 남편 디어미드가 심하게 다투고, 디어미드는 헬스팜 방향으로, 헤더는 내륙 방향으로 걸어간다. 남은 사람들은 산책 후 마을의 술집으로 이동해 시간을 보낸 후 헬스팜으로 돌아왔지만, 헤더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대대적인 수색 끝에 해안 끝 바위에서 헤더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하지만 헤더가 죽은 시각, 일행들은 모두 헬스팜에 모여 있었다. 범인은 누구일까...?

 

이번 사건은 해미시가 사는 로흐두 마을이 아닌 다른 곳 아일린크레이그섬에서 발생했다. 해미시가 이 곳에 가 있는 동안 프리실라는 해미시를 대신해 해미시의 고향에 선물을 전해주러 갔고 그 곳에서 간만의 편안한 휴식을 보낸다.

언젠가부터 프리실라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사라져버린 해미시는, 이 곳에서 누군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렇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역시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관계 진전은 없다. 그전까진 프리실라가 다른 남자들을 마을에 불러와서 해미시의 마음을 덜컹덜컹 흔들더니, 이제는 해미시가 다른 여성들을 향해 무한히 마음을 열고 있는 형국이다.^^

이쯤되면 작가님의 이 밀당에 한동안은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녀야겠구나 싶다.

 

아, 참 이건 추리소설이었지. 로맨스 소설이 아니었어.^^;;

사건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해미시는 이번에도 사건 해결을 한다. 하지만 진짜 범인을 특정하기 전에 많이 헤맨다. 그도 그럴것이 일행들의 알리바이도 있고, 마땅한 증거는 없고, 피해자를 죽여 이득을 보는 자도 특별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인사건을 캐치하고 사소한 것도 눈여겨보는 해미시의 감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의외의 사실이 밝혀지고, 의외의 사람(우리가 작가의 의도대로 잘 따라가고 있었다면...^^)이 범인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 해결에는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이 컸다. 비록 해미시의 사랑은 그냥 바람처럼 끝나버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되는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사건도, 작가님의 밀당도 모두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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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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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라는 표현은 잠시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옛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내용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천진했던 어린 시절'일 것이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랐지만 말이다.

 

주인공 '상아'는 남동생 금성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상해에 와 있었다. 그녀는 어느 채팅방에 얼떨결에 초대되었는데, 그 곳에서 옛날 알고 지냈던 '정숙'이 먼저 말을 걸었고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

그렇게 상아는 정숙과의 만남을 앞두고 옛 기억들을 차례로 떠올린다. 자신이 태어났던 고향, 그리고 고향에서 만나 함께 천진으로 갔던 '무군'을...

 

- p. 51

정숙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어느 정도 그 일을 마쳐야 한다고, 무군과 그녀를 기억해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닦달하고 있었다.

어쩌면 상아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아니 상아를 짚고 넘어가야 할지도 몰랐다.

 

함께 고향을 떠나 천진으로 갔지만, 상아가 무군을 사랑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어떻게 정확한 의사 표현을 하기 전에, 함께 천진으로 가서 일하자는 무군을 제안을 받아들였고 고향에서도 천진에서도 이들은 약혼자로 받아들여졌다.

 

작은 방에서, 적은 보수로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천진 생활이었지만 상아는 무군과의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무군은 성실하고 착하고 상아를 너무도 사랑해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상아는 별다른 미래에 대한 포부도 없이 이 생활을 영위하는 무군이 답답하다.

그러던 중 공장에서 만난 정숙과 그녀의 애인 희철을 알게 되고, 이들 네 명은 친하게 지내게 된다.

하지만 그녀들에 대한 사랑 외에는 별다른 비전이 보이지 않는 이들을 그녀들은 떠난다. 그들의 곁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이들은 자신만의 꿈을 꾸고자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한때 그 시절을 함께 보내었던 정숙과 상아는 서로를 보며 과거 천진 시절을 떠올린다.

그리고 만약을 묻는 상아에게 정숙은 말한다.

"아니, 후회하지 않을 거 같아. 다시 한번 선택하라고 해도 그렇게 살았을 거야."라고.

 

가만히 '시절'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려 본다.

좋았던 기억도, 슬펐던 기억도 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세상이 여전히 나를 편하게 한다거나 나에게 관대한 것은 아니라서 굳이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가끔 불현듯 떠올라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 있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라거나, "그때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 게 후회되지?"라는... 아니면, 그저 단순하게 "아, 이런 일도 있었지."라거나...

 

그때가 떠오르고, 그때를 아무리 고민해도 해답은 없다. 우리 인생은 그냥 계속 앞만 향해서 나아가고만 있으니.

다만 문득 떠오른 그때를 이제는 편안하게 돌아볼 수는 있다. 어쩌면 지독히도 떨쳐 버리고 싶었던 슬픈 일이었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 p. 83

모든 익숙한 것들이 전부 사라지고서야 홀연히 내가 한번도 그것들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나 그것을 깨달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과거는 과거의 시제 속에 격리되어 있음을.

 

- p. 160

어떤 의미에서 사랑은 음식에 가해진 '알맞게 뜨거운 열기'였다. 사랑이 떠나면서 가지고 간 그 열기는 음식을 냉랭하게, 더이상은 맛없는 요리로 만들어버렸다.

 

- p. 175

만약이라는 게 없다는 거 아는데, 그래도 다시 한번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 것 같아요?

- 글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아니, 후회하지 않을 거 같아. 다시 한번 선택하라고 해도 그렇게 살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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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간 오늘의 젊은 작가 5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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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란 자꾸 변한다. 새로운 것이 생기기도 하고, 또 없어지기도 한다. 소설의 제목인 <도시의 시간>이란 건, 이렇게 도시가 변해가고 새로워져 가는 시간 속에 한때 발 딛고 살았던 어떤 시절의 이야기이긴 걸까?

사실 나는 내용에 대한 어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책을 펼쳤다.

 

책의 시작, 1954년에 태어나 1976년 '돌핀(Dolphin)'이라는 음반을 발표한 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잊혀졌다가 2000년대 초입 음반이 재발매된 "제니 준 스미스"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대구에서 만난 네 명의 청춘, '배정', '나', '우나', '우미'가 등장한다. 대구에서 태어나 자란 사수생 배정, 배정과 같은 학원에 다니는 고등학교 중퇴생 '나', 그리고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한국으로 오게 된 '우나'와 '우미'는 나이는 좀 달랐지만 친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배정은 우미를 좋아하고, 나는 우나와 친하게 지낸다. 물론 서로서로 다 친하긴 하다.

우나와 우미는 자매지만 성격은 조금 다르다. 우나는 집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우미는 밖으로 많이 나간다. 그래서 아는 사람도 많고 아는 장소도 많다.

우나는 책의 시작에 등장했던 '제니 준 스미스'를 좋아한다. 그녀에 대해 남겨진 정보가 크게 없음에도 여러 방법을 통해 준에게 더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공부한다.

우나에게 처음 준의 음악을 알게 해 준 건, 바로 그녀의 아버지 '송주영'이었다. 음악을 즐겨 듣던 송주영은 준의 음반을 우나에게 들려 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집을 나간 후 행방불명된 상태였다가 놀이터에서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된다.

 

- p. 103

송주영은 우나에게 준을 남기고 갔다. 남기려고 애를 쓴 것은 아니다. 오래 함께 살면 무얼 남기려고 하지 않아도 많은 것들이 붙어 섞여 묻어 있게 될 것이다.

우나가 아는 준은 모두 송주영이 주고 간 것이다. 우나는 그걸 마음에 품은 채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우나는 자신이 어릴 때 생을 마감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혹은 뭐라 명칭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준'의 음악을 매일 듣고, '준'을 매일매일 생각하면서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건가?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고 사실은 추억 속에 빠진 채로...?

반면 우미는 조금 더 현실에 발붙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곳을 가는 걸까? 우미 역시 불안정해 보이긴 했지만...?

 

솔직하게 줄거리조차도 쉽게 적어지지가 않는 소설이었다. 내가 태어나 자란 도시 '대구'가 배경이었음에도, 네 사람의 나이가 나랑 비슷한 걸로 보였음에도, 그들의 주고받는 언어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도시의 시간은 흘러갔다. 도시에는 계속해서 아파트가 생겨나고, 한때 새로 개장해서 인파가 몰렸던 쇼핑몰은 이제 파리만 날린다.

도시의 시간은 흘러서, 한때는 늘 함께 붙어 다녔던 그들은 그 시절을 지나서 나이가 들었고, 지금은 함께 있지 않다.

 

- p. 79

나는 지금이 너무 선명하고 아깝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그림자처럼 벽에 붙어 있어도 모든 것이 선명해.

선명하게 슬프고 아프고 행복하고 즐거워.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지금뿐이었다.

 

작품 해설을 읽고도 제대로 이해가 안 되다니... 아직 난 멀었나 보다.

다만, 나는 그냥 이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새로 생기거나 혹은 있던 것을 없애 버리거나... 그렇게 도시의 시간은 흐르지만, 그 도시에서 나의 청춘을 함께 하고 내 마음의 모든 것을 붙잡았던 그 시절 느꼈던 선명한 아픔과 행복, 그리고 즐거움은 그 곳에 박제되어 내 마음 속 한 켠에 있을 거라고.

비록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떠나고, 그래서 앞으로 두번 다시 볼 수 없다고 할지라도... 이 소설은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이다.  

 

덧)) 이런 저런 말들을 적었지만, 또 생각해봐도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한 것 같다.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읽어보면 그땐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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