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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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너무 놀랍고 무서웠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고 충격적이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이 곳의 모든 여성은 손목에 '카운터'를 차고, 하루에 100개의 단어만 말할 수 있다. 매일 자정이 되면 숫자가 초기화되고, 다시 100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만약 100개가 넘는 단어를 말했다면... 추가로 말한 단어 갯수에 따라 손목에 찬 카운터에서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 그리고 그 숫자가 많다면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잡혀 가혹한 전기 고문을 당하게 된다.

 

주인공인 '진 매클렐런'은 사회언어학을 전공했고, 카운터를 차기 전까지는 실어증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편과 아들들이 자유롭게 말하는 동안, 자신과 딸 소니아는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다. 100개의 단어로만 하루를 살아야 하니,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말만 하고 살아간다.

"순수운동"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것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진 역시 대학 시절 친구인 재키가 문제점을 지적하며 거리로 나가 항의를 해야 한다고 독려했지만, 그냥 아무 일이 없을 거라며 웃어 넘겼다.

 

- p. 40

한번 기다려봐. 우리가 변화를 위해 뭔가 하지 않는다면 몇 년 안에 세상은 달라질 거야.

 

러나 현재, 여성들은 손목에 카운터를 차고 말할 권리를 잃어버렸고, 집안일만 해야 한다. 신 아래 남자, 그 아래 여자가 있기에, 자신들의 상위인 남자들의 말에 고분고분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러던 어느날, 대통령의 형인 바비 마이어스가 스키 사고를 당해 심각한 뇌손상을 입게 되고, 정부에서는 실어증 연구를 했었던 진에게 바비의 완치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만약 그자들이 어떤 게임을 하고 있다면?(p. 100)

그들이 내 연구로 전세계를 위협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겠어?(p. 102)

 

진이 치료제 개발 연구를 거절하자 정부를 대리하여 찾아온 대통령의 오른팔 칼 목사는 진에게 기존보다 더 강력한 카운터를 차게 하고, 진은 대통령에게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수락한다면 연구를 하겠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베르니케 실어증 연구를 계속하게 된 진, 그녀는 대통령의 주치의인 남편의 서재에서 비밀스러운 문건을 보게 되고, 이 연구가 단순히 보여지는 게 전부가 아닌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음을 직감한다.

 

"지금 우리는 '순수'라는 이름 아래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잃어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그 모든 단순하고 평범한 것들(p. 127)'을 여성들은 잃었다.

말, 여권, 돈. 범죄자조차 이 세가지 중에서 두 가지는 가질 수 있을 텐데, 여성들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다.

남자 아이들은 '순수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받는 편협된 교육으로 여자들이 받는 처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맹신한다.

진의 아들 스티븐 역시 엄마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맹신하는 잘못된 이념대로 행동하고, 결국은 충격을 받기도 한다.

아, 그런데 이런 순수운동을 남성들만 옹호한다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소설 속에는 이런 남성우월주의(라고 표현해도 되겠지?)를 적극 찬성하고 여성의 역할 축소에 손을 번쩍 드는 여자들도 나온다. 도저히 상상도 안 되고 믿기지도 않지만...

 

이런 세상,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하다가도(마치 소설 속의 진이 재키에게 했던 말처럼), 워낙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이다라고 생각하니, 이 소설이 그저 허무맹랑하고 낯설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이렇게 발전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어떤 나라들 혹은 어떤 곳에서는 21세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행동들을 자행하는 경우들이 여전히 많다.

인류의 수준이나 교양 등이 분명 예전보다는 많이 높아졌을 테지만, 여전히 테러가 일어나고 백인우월주의나 과도한 국수주의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분명 발전되고 잘 살게 되었는데, 뭔가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편협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찝찝했다. 어떻게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그래서 그녀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예전처럼 되찾기를 응원하고 응원했다.(이런 와중에 바람을 피는 것은 좀 이해가 안 갔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를 찾는 것이 너무 늦지만은 않았기를 바라고 바랐다.

 

그저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딱 잘라 단정하기 어려운, 깊은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소설이라서 참 다행이다, 라고 진심으로 깊이 안도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정말... 소설이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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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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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카니발 축제 혹은 어떤 사건으로 술렁이는 도시의 일요일 저녁, 카타리나 블룸은 발터 뫼딩 경사의 집을 찾아가 자신이 퇴트게스 기자를 총으로 살해했음을 자백한다.

 

이 소설은 카타리나 블룸이리는 평범한 젊은 여성이 왜 퇴크게스 기자를 살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어쩌면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카타리나 블룸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명예를 잃고 극한의 상황까지 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이렇다.

카니발 축제 전날인 수요일 밤, 카타리나 블룸은 자신의 친적이자 자신을 도와준 볼터스하임 부인의 저택 파티에 참석했다. 그 곳에서 진심으로 사랑을 느끼게 된 남자 루트비히 괴텐을 만나 자신의 집으로 가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다음날인 목요일 오전,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은 괴텐이 수배 중인 은행 강도이고 살인과 그 밖의 다른 범죄 혐의도 받고 있다며, 괴텐을 빼돌린 혐의로 카트리나를 체포한다.

그렇게 경찰은 카트리나와 괴텐의 관계를 추궁하며, 카트리나의 신상과 사생활을 파고든다. 그리고 언론 <차이통> 지는 그런 그녀를 먹잇감 삼아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쏟아낸다.

금요일, "강도의 정부 카타리나 블룸이 신사들의 방문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토요일, "살인범의 약혼녀 여전히 완강! 괴텐의 소재에 대한 언급 회피! 경찰 초비상!

 

그녀가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블로르나 부부는 카트리나의 사생활에 대한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을 보며 그녀를 돕고자 하지만, 도시에서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해 버린 그녀를 보는 시선과 블로르나 부부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1975년에 독일에서 발표된 소설이지만, 약 45년 정도가 지난 현재에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문에서 tv나 인터넷으로 그 위치가 옮겨졌을 뿐, 현대에도 여전히 <차이퉁>이나 <존탁스차이퉁> 같은 기레기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레기들의 확인되지 않은 기사에 일반 사람들은 휩쓸리기도 쉽다.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공공연히 유포되고, 과열된 취재로 또 다른 희생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전혀 반성이 없다.

소설 속에서도 카타리나의 어머니가 수술로 인해 안정을 취해야 함에도 쓰레기 기자는 변장을 하고 그녀를 찾아 취재를 한다. 인터뷰 상대자가 한 진술을 그대로 옮기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역시나 쓰레기 답게 자기 임의대로 진술을 바꾼다.

어머니의 사망은 어느 순간, 그들의 입맛대로 카타리나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둔갑한다. 어느 명망있는(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추근대는) 신사의 잘못 역시 카타리나의 탓으로 변해버리고 말이다.

 

- p. 107

진술을 다소 바꾼 것에 대해 그는 기자로서 '단순한 사람들의 표현을 도우려는' 생각에서 그랬고, 자신은 그런 데 익숙하다고 해명했다.

 

이쯤되면 참으로 대단한 언론이다 싶어진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으니...

은행 강도에 살인 혐의까지 있다고 휘갈겨 쓰여진 괴텐의 범죄 전력 역시 과장된 것이었다.

아, 1974년도의 기레기들을 보다니... 참 속이 편치 않다.

 

수요일 밤 파티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나흘 후인 일요일에 기자를 살해하고 스스로 자백한 카트리나 블룸.

그 나흘... 짧다면 짧은 그 나흘 동안, 카트리나는 자신이 살아온 모든 세월을 부정당했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했다.

이 부당한 폭력 앞에 선 그녀의 선택...

극단적인 선택이었지만, 그녀를 탓할 수는 없을 듯 하다.

 

- p. 42

더는 안 돼. 더는 안 된다고요. 그자들이 이 아가씨를 끝장내고 말 거야.

경찰이 안 그러면 <차이퉁>이 그럴 거예요.

<차이퉁>이 그녀에 대한 흥미를 잃으면, 사람들이 그럴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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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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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은 따뜻하다. 뻔하고 식상한 멘트 아닌가 싶다가도, 그 문장들을 소리내어 읽어보면 마치 내 옆에서 등을 토닥이는 것처럼 몸을 감싸온다.

 

책은 4개의 part로 나누어 작가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1) 관계 속에서 허덕일 때

2) 서서히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

3) 내가 사랑하는 것들

4) 책과 라디오와 글쓰기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아니 굳이 사회생활이 아니라 학교나 보통의 생활에서도 분명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한두 번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그냥 넘길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자주 봐야하는 사이라면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속상한 일들을 겪었을 때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일들도 분명 여러 번 있을 것이고.

작가는 이런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를 말해준다.

예를 들어, "우리 인류 전체의 삶이 어느 거대한 소설의 일부라고 생각해보자. 이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는 선은 한 번에 쉽게 이기고 악은 단번에 지는, 단순하고 빤한 플롯을 결코 구상하지 않는다.(p. 24)"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런 "의도의 역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냥 괜찮아질거야라는 문장보다, 더 힘이 난달까. 

 

타고난 긍정전문가인 작가는 대학 3학년 때 몸이 아파 휴학을 하게 되었고 건강이 좋아지지도 않아 인생이 끝났다는 절망에 빠졌다라고 한다. 그러나 그때 찾아온 선배 언니들의 농담 섞인 위로가 오랜만에 자신을 웃게 했다고 했다.

"농담에 이렇게 큰 감동이 담길 때가 있다. 농담은 팽팽한 긴장감을 풀어주기도 하고, 나에게 일어났던 일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용기를 주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은 희망을 볼 수 있다.(p. 46)"

어쩌면 늘 농담만 할 수는 없지만, 힘든 시기에 가끔은 농담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 섞인 가벼운 농담이 웃음을 찾아주고, 그 웃음이 잃어버린 긍정과 여유를 찾아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책 제목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를 곰곰히 살펴 본다. 맨땅에서도 잘 넘어지는 나, 성인이 되어서도 매번 넘어져 무릎을 긁히고 피가 나서 밴드를 큼지막하게 붙이고 다니는 나, 그런 나를 또 곰곰히 생각해 봤다.

작가는 "넘어지지 않을 수는 없지만,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근육의 힘은 키울 수 있다. 넘어짐과 일어섬의 과정을 통해, 이전의 나보다 더 큰 사람이 되어간다"라고 했다.

그래,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처럼 넘어지면 아프다고 울거나 엄마를 찾거나 하는 일은 이제는 없다. 다만 누가 볼까봐 빨리 일어나 아무일 없던 듯이 가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간다. 그리고 집에 가서야 내 무릎의 상처가 보이고 아픔도 느껴진다.

아픔마저도 꼭꼭 봉인하고 내 속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너무 단단한 사람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러다 작가의 다음 문장이 마음을 온통 흔들고 감싼다.

"하지만 넘어질 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도 있으니 그래도 인생은 좋은 것이다.(p. 89)"라는.

아무렴, 인생은 좋은 것이지. 생각해 보면, 무릎의 밴드를 보거나 얼굴이 약간만 창백해져도 나의 상태를 알아채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길로 괜찮냐고,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넘어지고 상처받더라도, 지금 우리의 인생은 바닥에 쏟아진 퍼즐처럼 완성된 모습이 아니기에 내가 경험하고 느낀 많은 감정들은 먼 훗날 완전한 나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복잡한 인생 같지만, 꾸준히 치지지 않고 나아가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에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 나를 대신해서 울어줄 사람들도 있다. 나 역시도 그들에게 힘이 되어줘야겠지만.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싶다는 작가, 그녀의 따뜻하고 진심어린 문장이 자꾸만 맴돌 것 같은 밤이다.

 

- p. 238

그래서... 먼 훗날... 우리가 서로 다른 자리에 있더라도...

이 음악들을 들을 때마다...

다시 반짝이는 이 순간들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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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몰 새소설 5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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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작가님의 글은 뭔가 강렬하다. 처음 작가님의 글을 접했던 책 <개들이 식사할 시간>도 그랬고, 이번 책 《살인자의 쇼핑몰》도 그랬다.


 

 슬퍼하면 안 돼. 검은 개는 그걸 원하니까.

 대신 조용히 준비해야지.

 놈이 가장 아끼는 걸 빼앗을 준비.


 - <살인자의 쇼핑몰>, 10쪽 -


 

 

책의 시작, 조금은 평범하지 않았던 삼촌에 대한 기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중학교 때부터 이미 성인처럼 컸던 삼촌, 덩치 뿐 아니라 이른 나이부터 탈모까지 시작되어 노안이었던 그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어느날 홀연히 사라졌고 정확히 20년 뒤에 돌아왔다. 지안이 태어나기 하루 전날에 말이다.

그리고 지안이 여덟 살때,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집에 남아있던 삼촌은 어떤 전화를 받고 나가서 한 달 만에 돌아와 아동일시보호소에 있던 지안을 찾아온다.

그 후 지안은 삼촌과 함께 살았왔다.

그리고 대학 진학 후 서울에서 홀로 지내던 지안에게 어느날 삼촌이 죽었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삼촌의 하나뿐인 유족인 지안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간다.

 

지안은 삼촌의 장례식을 치른 뒤 고향 친구 정민으로부터 삼촌의 휴대폰을 받는데, 그 휴대폰으로 입금 내역이 날아온다. 무명씨로부터 3백만 원이 입금되었고, 잔액은 7억 9천여만 원이라는 것.

삼촌이 운영하던 인터넷 쇼핑몰 관련 입금 내역이라고 여긴 지안은, 컴퓨터 전공이자 삼촌의 쇼핑몰에서 알바를 했다는 정민의 도움으로 삼촌의 잡화상 'thehelp.com'의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한다. 그런데 메시지창이 뜨고 상대방은 이상한 말을 한다.

"진만이가 죽었다니 말도 안 돼. 그럼 너도 오늘 안에 죽겠네?"

 

연평균 매출이 백만 원 미만인 쇼핑몰을 운영한 삼촌의 7억 원이 넘는 통장 잔액, 알 수 없는 채팅창의 말, 삼촌의 시신에 새겨진 문신 'Murthe' 등 의심스런 정황이 가득한 가운데, 삼촌의 쇼핑몰 사이트 'thehelp.com'는 'murthe-help.circle'라는 딥웹 사이트로 바뀐다.

그리고 그 딥웹 사이트에서 채팅을 한 무명씨의 정체가 밝혀진다. 또 무시무시한 살인자들이 이 쇼핑몰을 강탈하기 위해 오늘 밤 삼촌의 집인 이 곳으로 쳐들어 온다는 것도.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간다. 지안은 알지 못하는 삼촌의 지인들이라는 사람들이 찾아오거나 나타나고, 딥웹 '머더헬프닷컴'의 살인자들도 속속 집으로 온다. 잔인한 싸움이 벌어지고, 누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기에 지안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지안은 그런 상황 속에서 어쩌면 무심히 넘겼던 삼촌과의 대화들을 떠올리고 자신의 편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작가의 말을 포함해서 약 171 페이지 정도인 이 책은, 읽는 내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일부러 길게 늘어뜨리는 일 없이 신속하고 재빠르게 상황들이 진행되었고, 반전 역시 너무 훌륭했다. 반전이 반전답게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달까.

 

또 재미있는 요소들이 너무 많은 소설이었다. 쇼핑몰의 정체, 아니 삼촌의 진짜 정체, 그리고 그 동안 지안에게 일어났던 특별한 일들의 비밀이 밝혀지는 중간중간도 흥미진진했고, 삼촌을 죽게 만든 범인과 그 뒤의 반전까지 모두가 반전이라 정말 책의 마지막장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뭔가 센데, 또 경쾌한 느낌의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킬러들이 죽고 죽이는 장면이 나오는데도, 이상하게 마지막엔 웃으면서 책을 덮게 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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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나무꾼
쿠라이 마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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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미야 아키라'는 겉으로는 유능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변호사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은 아무 감정없이 죽일 수 있는 사이코패스이다.

자신의 주변을 얼쩡거리던 누군가를 죽인 후 일주일 뒤, 그는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괴물 나무꾼 마스크를 쓴 괴한을 만난다. 괴물 마스크는 손도끼를 휘두르며 그를 죽이려 했지만, 때마침 등장한 이웃 사람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니노미야는 괴물 마스크가 던진 손도끼에 머리를 맞아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뇌 CT 영상을 보고 자신의 머리에 뇌칩이 심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과거 의료 목적으로 사람의 뇌에 심을 수 있었던 뇌칩은 윤리적 문제로 현재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다.

니노미야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괴물 마스크를 자신이 직접 처단하기로 마음 먹고 그를 찾기 시작한다.

한편, 사람을 죽이고 뇌를 꺼내가는 엽기적인 연쇄 살인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범인이 전리품으로 가져갔다고 보기에는 머리를 너무 함부로 다루었고, 그렇다고 뇌를 가져간 특별한 이유를 전혀 추측할 수도 없었다. 거기다 피해자들은 연령대가 비슷한 걸 제외하고는 성별, 직업 등도 현저히 달라 경찰에서는 사건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중, 피해자들 모두 아동 복지 시설에 버려진 적이 있다는 점, 피해자들이 평범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범죄 전력이 있거나 남을 괴롭히거나 혹은 감정이 잘 보이지 않을만큼 냉정했다는 점 등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로부터 이 연쇄살인사건이 26년 전 발생한 '시즈오카 연쇄 아동 유괴 살인사건, 통칭 토무마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니노미야가 퇴원한 후에도 그를 다시 공격한 괴물 마스크,

도끼를 든 괴물 마스크와 사이크패스 변호사의 대결은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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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꺼내가는 엽기 살인 사건을 쫓는 경찰 '토시코 란코'와 자신을 공격한 괴물 마스크를 추격하는 '니노미야'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소설은 진행된다.

그런데 동일한 시간대의 사건 진행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란코의 시간과 니노미야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

즉 란코는 엽기 살인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니노미야는 자신이 공격받는 시점부터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동일한 시간대에 들어서고, 범인의 윤곽을 점점 잡아가면서 점점 긴장감이 더해진다.

책의 재미는 물론 '범인이 누구인가'에도 있지만, 뇌칩이 고장나면서 사람의 감정을 살짝 갖게 된 니노미야의 변화에도 있었다. 사람의 감정을 알게 되었지만, 사람 죽이는 것에 거리낌 없다는 것이 평범하지 않달까.

- p. 236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 사람의 마음을 손에 넣은 내가 괴물이었던 나보다 오히려 더 무적이야. 만약 방해하는 놈이 있다면 다 죽여버릴 거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이라기엔 뭔가 몇 프로 부족한 듯 싶긴 하지만, 너무 재미있게 읽은 것은 사실이었다.

두께가 적당하고 가독성이 좋아 순식간에 다 읽을 수 있었고, 범인의 정체와 결말은 약간 반전이었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사이코패스 변호사'가 궁금하다면, 그리고 결국엔 누가 이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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