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 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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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커다란 귀와 동그란 눈을 가진 이 토끼~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다. 핑크핑크한 표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속에는 사랑스러운 버니들이 나온다.

귀엽고 세련된 핑크빛 리본버니, 워커홀릭 옐로우버니, 장미를 들고 다니는 로즈버니, 작은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라벤더버니, 조용하고 생각이 깊은 크림버니가 있다.

작가는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LA에서 태어나고 도쿄에서 10대를 보내는 등 이민자 2세로 자라나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외로움과 정착하지 못하고 느끼는 정체성 혼란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외로움과 슬픔을 스스로 다독였던 마음은 에스더버니를 탄생시켰다.

이제는 나 자신의 눈치를 보고,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돌보기로 결심하면서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에스더버니들은 우리에게 때로는 힘을 주고 때로는 위로가 되는 문장들을 전해준다.

 

 

<내 인생을 채워 가는 건 나만이 할 수 있어요>

내 인생을 계속 그려 보세요!

나 자신 자체가 예술가이자 예술이에요.

어설퍼 보인다고 해도

단 하나밖에 없는 가치 있는 작품이에요.

 

 

<타인을 너무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인간관계에서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의문을 갖게 되는 일이 있어요.

상대를 너무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 사람은 처음부터 그런 특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에요.

내가 상대방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필요는 없답니다.

그 시간에 나의 평화와 행복을 보호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나쁜 상황에 오래 빠져 있지 말아요>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너무 오랫동안 그 상황에 빠져 있지 마세요.

나쁜 상황에 처한 자신에 취해 있는 건 위험해요.

한 발자국 멀리 떨어져서

그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해결하는 편이 스스로에게 훨씬 도움이 된답니다.

 

 

<나의 솔직한 모습을 싫어하지 말았으면 해요>

저는 겁쟁이입니다. 외향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찌만.

늘 상대방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치장해둔 꽃 뒤에 살그머니 숨어 있어요.

누군가 숨어 있는 나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싫어할까봐 두려워요.

하지만 웅크린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게 먼저라는 걸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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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며, 어쩌면 자연스레 나보다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생기고 나를 억제해야 하는 일들도 발생한다.

또 남에게 멋지고 외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솔직한 진짜 내 모습을 숨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에스더버니는 그런 나에게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여러 조언들을 해 준다.

에스더버니의 진심 가득한 문장들은, 캐릭터를 내세운 에세이들이 조금 가볍지 않을까 생각했던 우려를 깨끗이 날려 버렸다.

나 또한 에스더버니의 말처럼 지금부터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아껴주고 싶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싶다. 내 취향과 내 방식을 존중하고 내 마음에 더 귀 기울일 수 있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한없이 따뜻하고 귀여운 버니들의 위로의 문장들이 끝난 후엔 작가님의 스케치(드로잉)와 인터뷰 내용도 볼 수 있으니 끝까지 책에서 눈을 떼지 말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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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 -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내향인의 섬세한 성공 전략
모라 애런스-밀리 지음, 김미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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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옷차림으로 소파에 기대 누워있는 여성의 옆에 노트북과 책이 펼쳐져 있다. 그녀의 표정은 무척 편안하고 여유있어 보인다. 노트북 화면의 그래프는 상한을 달리는 듯 보인다.
마치 집에서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한 후, 잠시 소파에 기대어 만족감을 느끼며 쉬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내향형 인간이었던 저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가득 담겨져 있다. 내향형에다 은둔형인 저자는 마케팅 업계에서 이른 나이에 성공하고, 포브스 'top 30 under 30'에 선정되기도 하였는데, 그녀에겐 어떤 비법과 전략이 있었던 걸까?

우리는 흔히 성공하는 사람, 성공하는 인생이라고 하면 저돌적이고 적극적이고 쉬지 않고 열정을 불태우는 그런 사람들을 떠올린다.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사람의 성공 케이스를 자주 접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성공'이라는 단어는 평범해 너무 큰 열정조차 품어보지 못한 일반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멀고 멀게 느껴진다.

저자는 회사에 다녔을 때의 자신은 거의 매일 불안 증상에 시달렸고 공황 발작도 빈번하게 겪었다고 말한다. 화장실에서 자주 울었고 자주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러한 자신의 성향을 억누르거나 숨기지 않고도 충분히 인정받는 삶을 살 수 있었다라고 한다.
그런 자신의 경험과 전략을 알려주며 일반의 내향형 사람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라고 힘을 실어 말해준다. 다만, 어쩌면 초반에는 남들보다 덜 화려하고, 남들보다 덜 성장할 수도 있으니 그것을 어느정도는 수용하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책의 초반, 포모증후군(FOMO Syndrome)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포모증후군의 포모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자신만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일종의 고립 공포감'을 의미한다고 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보면 세상에는 여유있고 멋지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자신의 부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듯 드러낸다. 괜히 나만 시류에서 멀어진 것 같고 고립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의 내향적이고 은둔형의 기질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왜 나만 제외하고 모두가 저기 있지?"

저자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부분은 중요하지 않고, 우리가 보는 그 모습들이 현실이 아닐 수 있다라고 말하며, 포모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조언을 들려준다.
자책 대신 포모의 정체를 살피고, 선망의 대상을 멘토로 삼고, 부러울수록 더 칭찬하고, 그러면서 나만의 속도를 정하고, 포모를 고립의 기쁨(조모 JOMO, Joy Of Missing Out)으로 전환하고, 모두의 포모를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적합한 노력'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인상적이었다.
무언가를 잘해내지만 지나치게 감정을 쏟아붓지 않는 태도를 말하는데, 이 개념을 대중화한 이는 '적합한 노력은 분투까지는 아닌 노력'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완벽하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보다는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나중에 걱정하면 된다라는 태도를 가지라는 의미였다.

적합한 노력을 자주 실천하면 중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숨을 돌릴 여유가 생긴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앰으로써 온전히 일에만 몰입하고 그 과정을 음미하게 되기 때문이다. (p. 58)

저자는 내향형인 사람에게 어려운 '린인(Lean In -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태도)'만인 성공이 아니라, 반대 개념인 '린아웃(Lean Out)' 또한 또 다른 방향의 성장이라고 부른다.
린아웃을 통해 스스로에게 여유로운 공간과 시간을 제공한다면 예기치 못한 꿈을 발견하고 성공이라는 불꽃을 피워낼 수 있다라고 말이다.

저자는 사람 만나기를 어려워하는 내향형 사람에게 '혼자서 잘할 기회가 숨어 있는 공간'인 인터넷 상의 디지털 인맥을 추천한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블로그 등을 통해서 인맥을 넓혀가고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여러 사례들을 이야기해 주며 '디지털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이렇게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은둔형 사람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는 처음이라 읽으면서 조금 당황하기는 했다. 우리가 흔히 접해오던 조언과는 확연히 달랐으니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내향적이고 불안해하고 화장실에 자주 숨는 은둔형 사람들도 자신의 강점을 전략적으로 살려 성공에의 발판으로 충분히 삼을 수 있어 보인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괜찮아, 너도 할 수 있어."라는 큰 용기를 전달해 줄 것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느낀 것은, 내향형이든 외향형이든 자기만의 가치를 지닌, 자기만의 브랜드는 필요하다라는 것이었다.
과거와는 다르게 현재, 그리고 미래에의 성공을 원한다면 자신만의 개성있고 특색있는 브랜드가 필요해 보인다.
소심한 사람도, 대범함 사람도 "할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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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 법의학 교실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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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시치리 월드를 통해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났다.

이번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에서도 눈에 띄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미쓰자키 도지로' 교수님이다. 나는 왜 깐깐하고 자기 주장 확실한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내가 그런 성격이 못 되어서인가보다.

여튼 각설하고, 역시나 이번 시리즈도 좋았다.

쓰가노 마코토는 내과 지망이지만, 쓰쿠바 교수의 지시로 법의학 교실에서 임상 연수를 받게 된다.

법의학 교실의 미쓰자키 교수는 법의학 교실의 터줏대감이자 천상천아 유아독존의 성격으로 실력은 월등하지만 성격 탓에 대학 내에서 그를 꺼려하는 이들도 있다.

마코토는 그렇게 법의학 교실에서 연수를 시작하고, 곧이어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여 시신을 직접 보고, 이후 부검에도 참여하게 된다.

- p. 56

마코토는 왠지 경건한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서 노교수가 말없는 죽은 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메스와 자신의 오감을 총동원해 외부에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아마 같은 길을 걷는 캐시조차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고테가와나 자신에게는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는 총 5건의 사건이 나온다.

강 가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다가 동사한 남성,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차에 부딪혀 사망한 여성, 시합 중에 방파제에 충돌해 죽은 경정 선수, 미코플라스마 감염에 의한 폐렴을 앓다가 병세가 호전되었지만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마코토의 친구, 복막염으로 입원해 있다가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한 소녀의 이야기 등 처음에는 사건과 관련이 없는 그저 사고로 보이는 건들이었다.

그러나 미쓰자키 교수의 부검으로 이 건들이 단순 사고라고 하기에는 다른 상황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그 모든 건들의 이면에 하나의 커다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나중에 드러난다.

마코토는 처음 법의학 교실에 올 때만 해도 살아 있는 환자를 치료하여 건강한 몸으로 되돌리는 것이 의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했고,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 살아날 수 없는 시신을 부검하는 것이 의사의 일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단순히 법의학이라는 것은 죽은 자를 위한 학문이고, 범죄 수사에 이바지하는 학문 정도로만 생각했다.

또 친구 유코의 부검을 감행하려는 미쓰자키 교수에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접하고, 그리고 미쓰자키 교수의 부검을 통해 부검이 없었다면 드러나지 못했을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검이라는 것이 죽은 자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 외에 산 자를 구할 수도 있는 학문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 p. 315

늘 언짢은 표정에 말투도 거칠어서 진의를 확인해 본 적도 없다. 온화함과는 거리가 멀고 정이 많은 성격도 아니다. 오만불손하다는 표현이 그야말로 잘 들어맞는다.

그러나 결코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은 아니다. 그건 마코토도 단언할 수 있었다. 그저 부끄러움의 개념이 다를 뿐이다.

- p. 317

살아 있는 인간은 거짓말을 하지만 시신은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지.

살아 있는 인간은 의도와 상관없이 거짓말을 하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조직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때로는 당당하게 거짓말을 내뱉기도 해. 특히 책임을 지면 질수록 그런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지. 그 속박으로부터 나도 자네도 벗어날 수 없네.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 첫 편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형사 사건에 있어서의 법의학의 중요성에 대해 잘 말해준다. 또 법의학을 처음 제대로 접하게 된 마코토가 좋은 멘토를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부검 관련 구조나 예산 등을 언급하며 의료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아마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도 부검과 관련해서는 별로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다. 제한된 부검의에 비해 부검을 필요로 하는 시신들은 엄청나게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역시나 나카야마 시치리님의 소설답게 책장은 술술 넘어갔고, 개성 강한 미쓰자키 교수님 외에 마코토, 캐시, 고테가와의 캐릭터도 무척 좋았다. 이름만 내내 등장했던 와타세 경부도 너무 반가웠다.

덧.

이 책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미쓰자키 교수님과 드라마 <검법남녀>의 백범 쌤이 은근히 겹쳐 보인다.

백범 쌤 역시 부검을 할 때 어떤 조그마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검사와 수사관이 옆에서 재촉을 해도 자신의 의문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조사한다. 국과수 내에 그를 안 좋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를 믿는 이들은 한정없이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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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 - 일, 관계,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30가지 제안
지샤오안 지음, 권용중 옮김 / 홍익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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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 주변을 어떻게 치워야 할 지도 잘 모르고, 정리하는 방법 같은 것도 잘 모른다.

그런데 참 기막히게도 이 군더더기와 복잡함 속에서도 어느 정도의 규칙은 있어서, 나는 내가 필요한 물건들이나 신랑이 찾는 물건들을 잘 골라낸다.

아, 그런데 이 책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 이야기를 하는데에 있어 주변의 물건 정리정돈은 뭐 크게 상관은 없다.^^

제목은 단지 은유적일 뿐, 이 책에서는 단순하게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단순하게 살려면 물건 정리정돈도 물론 필요하지만...)

작가는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힘들게 느끼는 일, 사람과의 관계, 나의 생각과 마음을 되돌아보며 '단샤리(끊고, 버리고, 정리하다)'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 p. 10, 프롤로그 중

단순한 삶이란 무엇일까?그것은 사고의 단순화, 정신의 단순화, 인간관계의 단순화, 삶의 방식의 단순화를 의미한다.

-

단순한 삶 속에서 복잡한 것들을 버리게 되면 오직 나 자신만이 온전히 주인공이 된다. 그러면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유한한 시간과 자원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하게 살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고, 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며,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과 함께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명작에는 군더더기가 없듯이 좋은 인생은 단순할 수밖에 없다.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에서 작가는 사회 저명 인사들을 만나보니, 그들의 삶이 놀라울만큼 단순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버릴 것,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리고 배제하여 자신의 모든 역량을 목표 달성을 위해 집중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작가 역시 알고 있다. 이러한 단순한 삶을 아무나 이루어 낼 수는 없다는 것을.

그렇다고 남들을 마냥 부러워하고 시기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인간은 각자가 다 다른 존재이므로, 누구든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뻔한 말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에 설명이 쏙 되는 작가의 문장을 만났다.

- p. 29

만약 당신이 사과라는 존재임을 깨달았다면, 최선을 다해 조금이라도 더 달콤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당신이 레몬이라면 더 새콤해지려고 발버둥 쳐야 한다. 자기가 사과인데도 레몬이 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면 당신 삶은 가시밭길이 될 게 뻔하다.

사실 '단순'이라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단순한 삶을 살고 싶지만 내 삶을 단순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 관계의 단순화는 힘들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딱딱 단순하게 정리되는 마음이란 건 어렵다. 나의 말에 누군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어쩔 수 없이 살피게 되고, 상대방의 말에 크게 동요하지 않은 척 해야 할 때도 있다. 또 누군가가 나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할 때도 마음 속 불길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에서 작가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감정을 낭비하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특히 고난이 왔을 때 그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워 자신 스스로를 갉아먹게 된다고 말한다.

또 작가는 사람들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에 대해서도 말한다. 타인에게 미움받을까 두려워 마음에도 없는 부탁을 들어주고 심지어 마지노선을 넘는 부탁을 들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세상엔 뻔뻔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처음엔 부탁을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를 한다. 우리도 익히 아는 유명한 대사가 있지 않은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라는 말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맘 같지가 않다. 괜히 힘도 내가 들이고, 욕도 내가 먹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작가가 말한 '쓰레기차 같은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옳다고 여기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따져 물을 수 있다. 그러면서 다툼으로 번질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쓰레기를 가득 담은 채 어디에 화풀이를 할지 눈을 부라리고 있는 그런 인간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냉정을 유지하고 가급적 타인과의 말다툼을 자제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아르바이트생이 까다롭게 구는 여자 손님의 머리에 뜨거운 국물을 끼얹은 사건이나, 길을 돌아간다고 시비를 거는 손님을 잔인하게 죽인 택시 기사의 이야기였다.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을 다 읽은 후에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인생의 중간쯤'이라고 하면 40~50대를 가리키는 것인가? 책 속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가는 문장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건 사람을 너무 강인한 정신을 가진 대상으로 본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작가의 문장은 일응 타당한 말뿐이지만, 어디 일반의 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못 하는 것인가, 말이다.

그렇지만 이 사람, 저 사람을 겪고 나서 인간관계에 너무 지친 사람이라면 작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신중하게 실천해 보면 좋을 듯 하다.

나는 이른 나이부터 직장 생활을 하며 여러 사람을 겪은 탓에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많이 느꼈었다. 그러다 어떤 일을 계기로 남들의 이야기에 신경쓰지 않는 삶을 택했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정리했다. 그러나 아무도 내 옆에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필요없었다. 여전히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내 옆에 남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이 멀어진 것 뿐이었으니 말이다.

아직 인생의 중간까지는 오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앞으로도 삶에서 쓸모없는 번잡한 것들을 내게서 들어내고, 단순하고 소중하고 깊고 끈끈한 관계를 지켜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책상을 정리할 때다. 책상을 정리하고, 나의 생각도 정리하고, 조금씩 인간관계와 삶의 방식도 단순하게 바꿔 나가보자. 너무 고민하지 말고, 조금씩... 꾸준하게...

- p. 229, 시인 시무룽의 시

인생이 반쯤 남았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

지나간 모든 시간과 잘못과 잃어버린 것을 정리해서

더 늦기 전에 나의 역사를 구해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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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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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 작가님이 호러소설을 썼다? 그동안은 작가님의 <13.67>이나 <망내인> 등 굵직하고 사회성 있는 메시지의 소설을 읽었는데, '호러'라니 어떤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무척 궁금했다.

이야기는 홍콩 문화대학의 기숙사노퍽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홍콩 문화대학의 기숙사는 노퍽관, 버밍엄관,요크관, 랭커셔관 등 4개가 있는데, 그 중 노퍽관은 괴담이 전해 오는 등 여러 소문이 무성한 곳이다.

홍콩 문화대학에 입학하게 된 아화는 기숙사 노퍽관을 배정받는다. 개강 전 기숙사 등록 첫 날에 학교에 온 아화와 친구 위키, 버스는 기숙사 1층 휴게실에서 기숙사에 머무는 다른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휴게실에서 아화, 위키, 버스, 칼리, 아묘, 샤오완, 산산, 즈메이, 아량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노퍽관의 7대 불가사의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아량은 4학년생으로 신입생인 다른 후배들에게 노퍽관의 7개 불가사의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퍽관이 지어지기 전 이 자리에 있던 이스트베스 저택에 화재가 발생했고, 조사 결과 지하에서 무슨 주술 의식이 있었던 듯 지하 바닥에 마법진 같은 도안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 후 몇 차례 새 건물을 짓고 증축했으나 그 지하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지하실로 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위키와 즈메이를 제외한 7명은 지하실로 간다.

그리고 지하실의 염소 얼굴이 그려진 마법진의 도안을 보고 그냥 올라오려던 때, 버스가 '초혼 게임'을 제안하고 그렇게 게임이 진행된다. 게임을 하고 아무일 없이 휴게실로 돌아왔고 그렇게 각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후 기이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화장실을 다녀온다던 칼리가 돌아오지 않자 아묘가 그녀를 찾으러 다녔고, 아화는 칼리는 찾으러 다니는 도중 긴머리를 늘어뜨린 여자의 뒷모습을 본다. 사실 아화는지하실로 가는 길에도 어린 아이의 모습을 봤고 약간 위화감을 느낀 터였다.

칼리가 샤오완이나 산산에게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들의 방에도 가 보지만 칼리는 물론이고 샤오완과 산산도 없다. 다시 칼리와 아묘의 방으로 돌아간 아화와 아묘 앞에 책상에 앉은 긴머리 여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 긴머리 여자는 7대 불가사의 중 444호실 이야기 속 여자다. 그렇게 7대 불가사의와 관련한 무시무시한 일들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희생되는 친구들마저 생긴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 p. 181

사문은 음기가 가장 강하고 불길한 방향이지. 옛 사람들은 사문으로 장례 행렬이나 잡은 짐승 등만 드나들게 했어. 길하고 좋은 일은 절대 그 방향에서 치르지 않았지.

-

그런데 우린 하필 그 방향을 비워놓고 놀이를 했지. 그 자리에 없는 손님을 초청하는 놀이를.

- p. 185

복도는 어둡고 조용했다. 기숙사 전체가 뭔가에 지배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장기판의 말이 되어 '공포'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대국은 불공평하다. 우리는 오로지 잡아먹히는 쪽에 놓여 있다.

 

 

노퍽관에 전해지는 7대 불가사의는 다음과 같다.

- 살아 있는 조각상

- 불길 속의 원혼

- 거울에 비친 모습

- 나무에 매달린 시체

- 5층 반

- 방문 세기

- 444호실

아묘와 칼리가 배정받은 방이 '444호' 괴담 속의 실제 방이고, 아화는 거울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7대 괴담 중 일부를 실제로 보기도 한다.

괴담이 실제 상황으로 이들에게 시시각각 공포로 다가오면서 희생자도 발생하고, 겨우 남아 있는 자들도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다.

이렇게 괴담에 희생될 수 밖에 없는 건가, 라는 생각에 안타까우면서도 왜 이들에게만 이런 일들이 생겼을까, 라는 궁금함에 책장을 계속 넘겼다.

분명, 책을 읽는 동안에 위화감이 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위화감이란 게 그저 느낌일 뿐이라서 이상하다는 생각만 들 뿐 논리적인 설명은 전혀 내 머릿속에서 할 수 없었고, 그 후에는 이들의 위급한 상황에 빠져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책을 읽는 동안 좀 무서웠다. 집에서 혼자 읽기가 무서워 카페나 도서관을 일부러 찾아가서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책을 읽었다.

괴담, 특히 학교와 관련된 괴담은 우리도 어린 시절 이것 저것 들으며 자라서인지 좀 더 가까운 공포로 느껴졌다.

이 학교의 불가사의 중에도 있지만,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에도 운동장의 동상에 관한 괴담은 너무도 많지 않았던가?

(밤 12시가 되면 학교 안의 동상이 운동장을 걸어 다닌다든가, 움직인다든가 하는 괴담 말이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단숨에 읽었다. 결론에서 내가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 곳곳에 존재했던, 하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트릭과 복선을 알게 된 순간에도 "아..."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흔하고 뻔한 학교의 괴담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결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들 저런들 어쩌랴 싶다. 이렇든 저렇든 이 소설은 너무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무서웠지만 그럼에도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는 너무 훌륭한 페이지 터너 호러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 p. 166

그런데 왜 우리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을까?

아까 휴게실에서도 우리뿐이었잖아. 이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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