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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 - 일, 관계,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30가지 제안
지샤오안 지음, 권용중 옮김 / 홍익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 주변을 어떻게 치워야 할 지도 잘 모르고, 정리하는 방법 같은 것도 잘 모른다.
그런데 참 기막히게도 이 군더더기와 복잡함 속에서도 어느 정도의 규칙은 있어서, 나는 내가 필요한 물건들이나 신랑이 찾는 물건들을 잘 골라낸다.
아, 그런데 이 책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 이야기를 하는데에 있어 주변의 물건 정리정돈은 뭐 크게 상관은 없다.^^
제목은 단지 은유적일 뿐, 이 책에서는 단순하게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단순하게 살려면 물건 정리정돈도 물론 필요하지만...)
작가는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힘들게 느끼는 일, 사람과의 관계, 나의 생각과 마음을 되돌아보며 '단샤리(끊고, 버리고, 정리하다)'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 p. 10, 프롤로그 중
단순한 삶이란 무엇일까?그것은 사고의 단순화, 정신의 단순화, 인간관계의 단순화, 삶의 방식의 단순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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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 속에서 복잡한 것들을 버리게 되면 오직 나 자신만이 온전히 주인공이 된다. 그러면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유한한 시간과 자원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하게 살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고, 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며,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과 함께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명작에는 군더더기가 없듯이 좋은 인생은 단순할 수밖에 없다.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에서 작가는 사회 저명 인사들을 만나보니, 그들의 삶이 놀라울만큼 단순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버릴 것,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리고 배제하여 자신의 모든 역량을 목표 달성을 위해 집중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작가 역시 알고 있다. 이러한 단순한 삶을 아무나 이루어 낼 수는 없다는 것을.
그렇다고 남들을 마냥 부러워하고 시기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인간은 각자가 다 다른 존재이므로, 누구든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뻔한 말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에 설명이 쏙 되는 작가의 문장을 만났다.
- p. 29
만약 당신이 사과라는 존재임을 깨달았다면, 최선을 다해 조금이라도 더 달콤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당신이 레몬이라면 더 새콤해지려고 발버둥 쳐야 한다. 자기가 사과인데도 레몬이 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면 당신 삶은 가시밭길이 될 게 뻔하다.
사실 '단순'이라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단순한 삶을 살고 싶지만 내 삶을 단순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 관계의 단순화는 힘들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딱딱 단순하게 정리되는 마음이란 건 어렵다. 나의 말에 누군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어쩔 수 없이 살피게 되고, 상대방의 말에 크게 동요하지 않은 척 해야 할 때도 있다. 또 누군가가 나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할 때도 마음 속 불길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에서 작가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감정을 낭비하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특히 고난이 왔을 때 그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워 자신 스스로를 갉아먹게 된다고 말한다.
또 작가는 사람들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에 대해서도 말한다. 타인에게 미움받을까 두려워 마음에도 없는 부탁을 들어주고 심지어 마지노선을 넘는 부탁을 들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세상엔 뻔뻔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처음엔 부탁을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를 한다. 우리도 익히 아는 유명한 대사가 있지 않은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라는 말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맘 같지가 않다. 괜히 힘도 내가 들이고, 욕도 내가 먹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작가가 말한 '쓰레기차 같은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옳다고 여기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따져 물을 수 있다. 그러면서 다툼으로 번질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쓰레기를 가득 담은 채 어디에 화풀이를 할지 눈을 부라리고 있는 그런 인간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냉정을 유지하고 가급적 타인과의 말다툼을 자제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아르바이트생이 까다롭게 구는 여자 손님의 머리에 뜨거운 국물을 끼얹은 사건이나, 길을 돌아간다고 시비를 거는 손님을 잔인하게 죽인 택시 기사의 이야기였다.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을 다 읽은 후에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인생의 중간쯤'이라고 하면 40~50대를 가리키는 것인가? 책 속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가는 문장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건 사람을 너무 강인한 정신을 가진 대상으로 본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작가의 문장은 일응 타당한 말뿐이지만, 어디 일반의 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못 하는 것인가, 말이다.
그렇지만 이 사람, 저 사람을 겪고 나서 인간관계에 너무 지친 사람이라면 작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신중하게 실천해 보면 좋을 듯 하다.
나는 이른 나이부터 직장 생활을 하며 여러 사람을 겪은 탓에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많이 느꼈었다. 그러다 어떤 일을 계기로 남들의 이야기에 신경쓰지 않는 삶을 택했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정리했다. 그러나 아무도 내 옆에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필요없었다. 여전히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내 옆에 남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이 멀어진 것 뿐이었으니 말이다.
아직 인생의 중간까지는 오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앞으로도 삶에서 쓸모없는 번잡한 것들을 내게서 들어내고, 단순하고 소중하고 깊고 끈끈한 관계를 지켜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책상을 정리할 때다. 책상을 정리하고, 나의 생각도 정리하고, 조금씩 인간관계와 삶의 방식도 단순하게 바꿔 나가보자. 너무 고민하지 말고, 조금씩... 꾸준하게...
- p. 229, 시인 시무룽의 시
인생이 반쯤 남았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
지나간 모든 시간과 잘못과 잃어버린 것을 정리해서
더 늦기 전에 나의 역사를 구해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