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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금 그대로 좋다
서미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10월
평점 :
예쁘고 다정한 문장들이 가득한 책 <당신,지금 그대로가 좋다>를 읽었다.
나는 작가가 '시인'이라는 정보 하나만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서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하나는 시인이 남자였다는 것, 다른 하나는 시인이 아직도 젊디 젊은 학생(이자 직장인이자 시인)이라는 것이었다.
책을 펼친 후 초반에 접한 문장들이 너무 다정하고 고와서, 나는 시인이 당연히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예쁜 문장과 따뜻한 시선은 '그녀의 것'일 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말 그대로 편견이었다.
그리고 그 편견은 또다시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 문장들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고, '세상을 살만큼 산' 이의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나 다정하고 따스하고 예쁜 문장을 구사한 작가는 '젊은'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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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나에게 매일이 특별란 날이라고요.
당신이 웃어서, 나에게 기대서,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서, 손잡고 산책해서, 보자고 보자고 졸랐던 영화를 봐서...
그런 순간들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냈다고요.
이게 어떤 의미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어도, 그렇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하루였다고요.
당신이 함께해서 꼭 그랬다고요.
당신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꼭 그렇다고요.
당신과 한번 맺은 인연의 끈은 쉽사리 끊기지 않을 거라고요.
_ 43쪽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우리, 굽은 세월을 펴고 주름진 손가락 마디 살피며 사랑을 읽고 싶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참 많이도 사랑했다며,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미소로 서로를 바라보고 싶다.
지금부터 약속해도 좋다.
고슬고슬한 우리 약속은 따듯하게 익어갈 거고, 가을 지나 겨울쯤엔 우릴 하얗게 배 불릴 테니 말이다.
나는, 그런 사랑을 바란다.
_ 95쪽
많은 문장들이, 그리고 시인의 따스한 시선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당신과 함께하는 모든 날들이 '특별한' 날이라니, 이렇게 로맨틱한 고백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세월이 흘러 주름진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살피며 사랑을 읽고 싶다니, 이렇게도 아름다운 장면이 어디 있을까.
우리 부부가 노년이 되어 서로를 따뜻한 미소로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렸다.
시간이 흘러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후에도 시인의 문장처럼 서로를 따스하게 바라보며 여전히 사랑하고 있기를, 소망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