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 개역판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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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역판을 구판과 일일이 대조해서 읽진 않고 있기에 어느 부분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구판에 없던 오타가 있습니다. 현재 13장까지 읽었습니다.

1. p204 : “동남 아시아 지역에서 맥류(多類)에 속하는”에서 맥류의 한자는 ‘貉類’가 아닐까 합니다.

2. p233 : “다행스럽게도 슈메이커와 목성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던 슈메이커-레비 9 혜성을 발견함으로써”에서 ‘슈메이커와’와 ‘목성을’의 사이에 ‘레비가’가 빠진 듯합니다.

3. p285 : “지구 전체에 존재하는 프랑슘은 모두 합쳐도 20개가 안 될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구판에서는 이 문장이 “지구 전체에 존재하는 프랑슘은 모두 합쳐도 20개가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입니다. 문제는 개역판이든 구판이든 “20개”라는 표현입니다. 개? 개는 어떤 단위의 개’일까요. 원문은 “so rare that it is thought that our entire planet may contain, at any given moment, fewer than twenty francium atoms.”입니다. 20개에 미치지 못하는 원자....?
(이 링크( https://www.aps.org/publications/apsnews/199607/francium.cfm )에서는 지구상에 있는 양이 30g이 안 된다고 합니다.)

4. p380 : 첫째 줄 “오스트레일아”에서 “리”가 빠졌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구판에도 같은 실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타는 아니고 구판에서 ‘에디아카라 동물상’이라고 하던 것을 개역판에서는 ‘에디아카라 동물군’이라고 하는군요.





더 발견하는 대로 내용 추가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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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소리 2021-03-15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개정이나 개역판인 경우 구판과 달라진 점을 책에 각주를 달아주든가 출판사 홈페이지에 파일을 올려주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구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책 내용 중 바뀐 곳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책이 이전 판보다 진전한 게 무엇인지 신판에 흔적을 남겨 신판으로서의 가치도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조그만 메모수첩 2021-03-21 02:26   좋아요 0 | URL
그렇게 대조한 자료를 올려준다면 독자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구판과 신판을 한 문장 한 문장 읽어가며 독자가 일일이 대조하긴 힘든 일이구요.
 
반지의 제왕 - 전6권 세트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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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밤에 잠을 못 잔 지는 좀 됐습니다. 수면위생에 대해서 한때 줄줄 읊고 다녔고, 수면제는 자꾸 기절하는 부작용이 있어서 관뒀고, 최근엔 유튜브에서 CBTi 관련 영상을 보면서 그렇군 하면서 오히려 점점 잠이 깨고.. 그래도 최근엔 마그네슘과 테아닌 덕분인지 많이 나아졌습니다.

상상을 합니다. 나는 어떤 행성에 있다. 이 행성은 거주민으로부터 버려졌고 지금은 나 혼자뿐이다. 밖이 훤히 보이는 창가 침대에 누워 있는데 미나스 모르굴처럼 황폐한 불모지로 휘잉하는 바람소리만 들린다. 그에 비해 내 방은 따뜻하고 포근하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잠이 솔솔

오면, 이런 걸 이 시간에 적고 있진 않겠지요 😞 자기 전 책으로 반지의 제왕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전엔 씨앗을뿌리는사람 판이었는데 지금 읽고 있는 것은 황금가지판이예요. 프로도와 샘은 골룸의 인도로 미나스 모르굴 근처를 지나고 있습니다.

“도로는 희미하게 빛나며 계곡 한가운데서 개울을 건너, 의심스럽게 구부러지면서 도시의 성문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북쪽 성벽의 외곽에 시커먼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양쪽 제방으로는 널찍한 평지가 있고 어두운 초원에 희끄무레한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납골당 같은 냄새’를 뿜는다는 이 꽃들은 잠은 잘 수 있었을까요. 프로도도 샘도 잠도 못 자고 돌아올 기약없는, 가는 길엔 유일한 식량인 렘바스 빵이 떨어질까 두렵지만 되돌아올 길은 장담할 수 없어 외려 아무것도 걱정되지 않는 적막한 여정을 밟아 나가는군요. 다분히 순교자의 자세로 자기 임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죽음에 초연한 그도 막판 뒤집기로 흑화되기는 한순간이었지요. 내가 아는 모두가 깊고 단 잠에 잠겨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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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2-02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국방의 의무로 야간 근무에 나서서 불침번 서면서 쏟아지는 졸음을 쫓으면서 근무 의지를 다잡을 때 하였던 말이기도 해요.

조그만 메모수첩 2021-02-02 21:55   좋아요 0 | URL
졸음이 쏟아지는데도 그런 선한 마음으로 수마를 물리칠 수가 있군요. 아마 그 당시 누군가는 깊이 꿀잠을 잤을 거 같아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마사 스타우트 지음, 이원천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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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시작, 제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직업이 바뀌거나 사람을 만나는 등 외부에서 벌어진 일 때문은 아닙니다. 10년 동안 해온 제 유일한 sns 트위터 계정을 없앴고-거기서 맺어진 몇몇 인연은 어쩌면 평생 갈 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아침 6시 30분에 칼기상을 하고, 일을 줄이고(더불어 수입도 줄고ㅠ),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과 뭔가를 보거나 읽는 시간을 대폭 늘렸습니다. 물건을 덜 사고, 철들고 나서 처음으로 일요일에 일이나 약속을 없애고, 밤에 잠을 자려고 노력하고, 부족한 수면 시간은 낮잠으로 해결하고, 일주일에 3일을 쉬는, 이전엔 살아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일상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삶의 충만함을 얻었지만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안도 늘어만 갑니다. 올 한 해 정도만 형편없이 방전된 ‘나’에게 충분한 충전의 시간을 주는 것이 목표인데, 과연 올해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도약을 위한 후퇴니 번아웃을 치유하는 시간이니 각종 돌아다니는 유행어로 우선은 합리화하며 고요하고 평온하며 스트레스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소시오패스에 관한 책입니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책마다 정의가 다르고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겸한 어딘가로 대강 퉁쳐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DSM-5의 진단기준을 따르고 있으며(여기서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개념이 구분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서로 통용되는 관용에 따라, 이 책에서는 용어를 소시오패스로 통일하고 있습니다. 원제는 <The Sociopath Next Door>입니다. 미디어에서 그리는 범죄자로서의 소시오패스가 아니라, 전체 인구의 4%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곁의 소시오패스’들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소시오패시의 정의, 그런 경향이 생긴 유전적 환경적 문화적 원인에 대한 고찰, 그로 인한 96% 인구가 겪는 피해와 대처방법(없습니다. 그냥 “얽히지 않고 피해라!”), 그들의 존재의의 등을 다루고 있는데 ‘소시오패스’라는 자극적인 양파껍질들을 하나하나 벗기고 이 책에서 고갱이로 남은 것은 ‘양심’입니다. 이타적 사랑과 애착으로서의 양심. 소시오패스는 그것이 결여된 안타까운 영혼들이지요. 그들과 관련된 내용의 음의 내용이고 그 대척점에 양심과 관련된 양의 내용이 있다면 이 책은 ‘양의 내용’으로 충만한, 따뜻하고 희망적인 책입니다. 또한 인간의 존재의의와 벅차오르게 꽉찬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양심이라는, 소시오패시한 사람들이 외적으로 더 성공하는, 끝없는 경쟁의 부조리한 사회에서도 지켜야만 인간 종이 생존할 수 있는 양심이라는 가치를 역설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심이 있으면 당신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나 성공을위해 필요한 행동만 하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커다란 경제적·정치적 권력을 휘두르는 일은 결코 없을 수도 있다. 또 대중에게 존경받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당신의 꿈을 완전히 저버리게 만드는 양심의 고뇌 때문에 괴로워할지도 모른다. 당신의 아이들이 잘 자라기를바라는 마음 때문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면서 평생 힘들게 일해야 할 수도 있다. 때때로 소시오패스의 덫에 걸리기도 하고 양심의 가책 때문에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에게 제대로 복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물론 작은 나라의 독재자가 될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침대에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견딜 수 없이 밀려오는 경외와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할 수도 있으며 진정한 친구들도 생길 것이다. 거짓되고 위험을 즐기는, 양심이 없는소수들과 달리, 양심을 가지고 있는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온정과 위안, 분노, 혼란, 압박, 때로는 즐거움이 충만한 삶을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위험을 무릅쓸 기회 즉, 사랑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양심은 진정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유리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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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1-31 0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면서 저도 올해 tv를 멀리하는 변화를 시도하였는데 tv 대신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시간이 예년보다 늘어났어요.
저는 한 가지만 바꿔도 변화가 상당한데 완전히 새로운 일상으로 전환한다면 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적응을 잘 해내시리라 믿어요. 응원합니다. ^^

조그만 메모수첩 2021-01-31 21:4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사놓고 안 읽은 책도 많고 (너무 많고 ㅠㅠ) 듣겠다고 찜해놓은 음악도 많아 여전히 바쁘지만 일생에 한 번 안식년 비슷한 것을 가져보기로 했어요. 바흐 칸타타네 관한 포스트 잘 읽었습니다 🙇🏻‍♀️

붕붕툐툐 2021-01-31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말만 들어도 너무 평화롭고 잔잔해지네요~ 수첩님을 위한 적절한 변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욱 풍성한 삶을 살게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조그만 메모수첩 2021-01-31 21:47   좋아요 2 | URL
자기 전엔 먹고사니즘에 대한 걱정, 과연 이래도 되는가에 대한 불안이 파도처럼 닥치지만 일단 버텨보기로 했습니다. 쉽진 않아서, 응원 필요하던 차에 감사합니다!!
 
[eBook] 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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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의 식인귀 제프리 다머를 모델로 삼아 만든 이야기입니다. ‘나’는 쿠엔틴이란 이름의 젊은이로, 내내 자신을 ‘나’와 ‘Q_ P_’로 분리해 이야기합니다. ‘나’와 달리 ‘Q_ P_’는 사회적 페르소나를 덮어쓴 존재이자 거울 속에서 문득 봤을 때 주인공 자신이 생각하는 ‘나’와 자못 달라 열등감과 패배감으로 ‘나’를 놀라게 하는 생경함을 지닌 이지요.

읽는 동안 힘들었습니다. 듣고 싶지 않은 지인의 고민상담을 듣는 심정 같았달까요. 역자는 후기에서 우리 내면의 보편적 잔인성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편 인간으로서 잔인성이야 당연히 누구에게나 있지만 저런 환경에서 저런 식으로 발현되진 않지요. 참으로 ‘내 안의 일베’ 같은 소리 하고 있으십니다.

다만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선 주인공과 교집합으로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나’는 세상 누구와도 접점을 갖지 못한 채 타인을 수단으로밖에 생각 못하는 퇴행적 인간입니다. 그에게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로서 그의, 사랑의 대상은 오직 그만 바라봐야 하고 그를 위해 가학적 헌신을 해야 하며 그 어떤 생각도 가져서는 안 되는 진공같은 존재입니다-좀비인 것이지요. 현실에선 그런 타인은 있을 수 없으니 죽여도 뒷탈이 없을 것 같은 사회적 약자를 고르고 골라 얼음송곳을 이용한 뇌엽절제술 따위로 좀비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몇몇을 납치해 시도를 했으나 수술은 실패하고 대상은 잔인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주인공의, 타인을 대하는 이런 미숙한 태도에서 폭력성과 변태성을 제거하면 대강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이 나오지 않나 싶어요. 거기에 동의한다면, 독자는 결국 주인공의 공허한 내면에 딸려 들어가 그 고통을 함께 맛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런 반감과 공감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능력입니다. 과거로부터 그 무엇도 성찰하지 못하고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현재만을 살아내는, 불안한 자신의 욕망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이 추악한 범죄자가 못내 철학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것, 그로 인해 더욱 혐오스럽고 그로 인해 어느 선까진 공감할 수 있어 독자에게 고통과 공포를 안겨주는 이 필력은 <흉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 적이 있습니다.









* 제프리 다머의 아버지 라이오넬 다머가 쓴 ‘A Father‘s Story’에선 아내의 약물 중독으로 인한 문제를 심각하게 다뤘습니다. 이 소설에서 제프리를 모델 삼은 주인공은 어머니나 누나 주니에 대해선 별 언급이 없으나 아버지에 대한 증오는 눈에 띄게 표현합니다. 어머니, 할머니, 누나 주니는 호칭이나 이름으로 지칭되지만 아버지는 자신을 거리둘 때 쓰는 호칭법인 이니셜(R_ P_)로 표기합니다.

* 희생자들이 진짜 좀비가 되어서 주인공을 물어 뜯어 해치웠으면 좋겠다 바랐습니다. 그랬다면 이 소설은 공포소설이 되지 못했겠지요.

* 표지 광고에 ‘박찬욱 감독 추천’이란 글을 보고 아 읽지 말자 생각했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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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랑방탕한 왈짜 이춘풍이를, 그의 아내가 남장까지 하며 혼구멍을 내주는 이야기. 딸이 읽고 있길래 저도 읽었습니다. 조선 후기 여성의 권리에 대한 각성과 자본에 물들어가는 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아내의 원동력인 강력한 생활력은 중요합니다. 딸의 참고서엔 춘풍의 처는 바느질을 비롯한 각종 노동으로 근면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모은 걸로 되어 있지만 그 이야기 왜 안 해줍니까 그렇게 만든 돈을 시드머니 삼아 사채 해서 큰 돈 모은 디테일 말입니다..


*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발간한 고전소설들은 뒷편에 수록된 작품 해설도 훌륭하지만 화려한 일러스트와 중간중간 소설에 관한 배경지식을 알려주는 꼭지가 재미있게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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