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엔 외국 소설을 읽습니다. 사건 진행 위주의 흥미진진한 내용이나 지나치게 비극적인 내용 말고 심리 묘사 위주인 것으로. 카프카, 헤르타 뮐러, 제발트 등의 작가들 작품이 (내용도 좋았고 잠자기에도) 좋았지요. 이번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으려고 했지만 서문만 읽고 슬퍼져서 미루고,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책꽂이에서 다시 뽑아 왔지만 일본 소설은 그냥 읽기 싫고, 해서 잠자냥님 리뷰 보고 어제 도서관에서 자우메 카브레의 <나는 고백한다> 1-3권을 대여해와서 읽었습니다.

읽다가 일부러 중간에 그만 읽었어요. 보통 살짝 잠이 오면 덮는데 잠이 안 왔으나 덮었습니다. 시쳇말로 빼박 밤샐 각. 안 그래도 불면에, 요즘 들어 겨우 밤에 조금씩 자기 시작했는데 이건 뭐.

소설의 서술자인 아드리아는, 유년기 친구 베르나트와 노년에까지 우정을 유지하는데 노년의 베르나트는 아내 테클라와 이혼을 준비 중입니다. 그 부분을 읽고 삶은 왜 이렇게 환멸의 고비일까 생각을 좀 했습니다. 원래 삶은 환멸의 연속인데 어려서 낭만적인 픽션 또는 논픽션(이라 주장하는)에서 접한 단정하고 아름다운 일련의 시간을 ‘삶’이라고 잘못 입력해서 삶의 실체를 보면 놀라게 되나? 처음부터 입력이 잘 되었으면 적어도 삶이 환멸이라는 사실에 대한 환멸은 겪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점점 잠깨는 생각들을.. 결국 잠을 자긴 자서 작가에게 유감은 없습니다.

다섯 개의 시간대가 함께 진행됩니다(이제 초반 읽고 있으므로 진행되지 싶습니다) 14세기 줄리아 데 사우 수사, 17세기 자키암 무레다, 20세기 펠릭스 아르데볼, 아드리아 아르데볼의 유년기, 그의 노년기(소설 속 현재). 치매증상이 심해질 그는 최대한의 기억을 뽑아 종이에 옮겨야 하고 사이코메트리마냥 오래된 양피지나 바이올린을 만졌을 때 어린 그가 서술하는 중세 근대의 이야기는 허구인지 사실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1권의 20% 정도 읽은 거 같아요.

빌리지 말고 살걸.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그냥 살까 고민 중입니다. 잠자리에 눕는 시간은 11시 30분이예요(작년까지만도 이 시간은 일하는 시간이었죠 으하하). 빨리 그 시간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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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25 2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밤샐 각이죠? 사고 싶어지는 책이라고 믿습니다. ㅎㅎㅎ

조그만 메모수첩 2021-05-26 19:00   좋아요 1 | URL
어젯밤 1권 다 읽고 2권 조금 시작하니 동창이 밝더군요.. 다크써클 두른 채 한 마리 판다가 되어 지금 일하고 있는데..ㅎㅎ휴ㅠㅠㅠ 완독 축하드립니다. 🎉 저는요 어젯밤마냥 폭주하지 않고 아껴 읽을 겁니다요.. 올해는 사놓은 책 다 읽기 전엔 책지름 안하려고 했으나 인생은 예측불허 아니온지요..
 

김동인이었나요, 쇼핑하러 놀러 집 앞 편의점 가듯 동경으로 쉭 갔다가 쉭 오곤했던 작가가. 저는 오늘 바다+노을+커피 조합으로 책을 읽고 싶어서 근교 바다로 쉭 왔습니다. 책은 소준철의 <가난의 문법>. 이 문법이라면 내가 좀 아는데.. 어쩌면 미래의 나가 더 잘 알지도 모르지.. 그냥 저는 필사적입니다. 작정하고 쉬기로 한 올해가 아니면 나에게 죽기 전까지 쉴 시간은 없다는 예감에 요 정도 사치는 허락해주자 필사적이예요. 누가 보면 웃겠습니다 그게 무슨 사치야. 저한텐 사치 맞습니다 ㅠㅗㅜ.

생계비를 사려 건강을 팔았으니 올해는 건강을 챙겨 돈을 아껴보자,라는 마음입니다.

어쨌든 이제 책을 읽겠습니다. 해지기 전까지 한 시간이 남았어요. 괜히 왔나.. 걍 집에서 뒹굴거리고 맛있는 거 먹으며 책 읽을걸, 하는 후회 게이지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습니다만.




* 미우라 켄타로 선생의 명복을 빕니다. 압도적 디테일의 <베르세르크> 작화는 늘 겁이 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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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5-24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다 잘 가셨어요~ 집에 계셨다면 바다라도 갈걸 하셨을 거예요!ㅎㅎ 덕분에 바다 사진 구경 잘 했어요~ 바다 보며 책 읽는 거 넘나 멋짐~👍

조그만 메모수첩 2021-05-24 16:08   좋아요 1 | URL
폰 한다고 정작 책은 얼마 못 읽었다고 합니ㄷ…하지만 오늘, 책을 어제 읽던 페이지를 펼치니 어제 바다의 파도소리가 함께 들리는 거 같아 좋았습니다 😌

붕붕툐툐 2021-05-24 23:45   좋아요 1 | URL
엄훠~ 너무 낭만적이당😍
 

랜덤 책 받는데 재미가 들렸습니다. 서점 리스본에서 이번엔 생일책을 주문해봤어요. 생일이 지나가버리긴 했지만 궁금하니까요. 소품들과, 주문인과 생일이 같은 작가나 관련된 작품을 보내준다고 해서 과연 누구일까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지요. 생일책 도착. 상자를 열고 리본을 풀고 포장지를 뜯어보니! 저와 생일이 같은 분은 강신재 작가… 저 진짜 이 분 안 좋아하는데 ㅎㅎㅎㅎ 왜 생일이 같은 거냐고 ㅎㅎㅎㅎ….😑

보내주신 상품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독서링입니다. 비스듬히 기대 앉아(누워?) 책 읽는 거 좋아하는, 방구들의 정령인 저에게 잘 맞는, 그렇다고 15,000원을 주고 지르기엔 뭐 했던. 줄을 달아 목걸이로 하고 다녀도 좋다는데 그렇게까지 책을 좋아하진 아니하여…🙄

책 선물은 하기도 어렵고 받기도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받는 사람 취향에 맞는지 너무 어렵거나 쉽진 않은지 이미 읽지는 않았는지 고르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고-그런 노력을 들인 것 치곤 부정확하고- 같은 이유로 받을 때 고마운 마음만 받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더군요. 그래도 포장지 뜯기 전의 설렘은 일반 선물에 비할 바가 아닌 것 같네요. 이제 랜덤 책 지름은 그만~ 두 번 사봤으니 됐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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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5-20 1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안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면 대실망할 것 같습니다.

조그만 메모수첩 2021-05-21 06:37   좋아요 0 | URL
포장지 뜯기 전 😄 => 포장지 뜯은 후 ☹️ 그래도 잠깐이지만 재미있었어요 ㅎㅎ

붕붕툐툐 2021-05-20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구~ 안 좋아하는 작가 책이라니~ 근데 신박한 아이디어인 거 같아요! ㅎㅎ365일 모두 작가가 준비되어 있는 거겠죠? 외국작가 포함? ㅎㅎ 그것도 신기해요~ㅋ

조그만 메모수첩 2021-05-21 06:39   좋아요 1 | URL
해당 날짜에 생일 가진 작가가 없다면 생일 같은 인물에 관한/ 생일에 초판 발행된 책을 보내준다고 적혀있었어요. 12월 25일날엔 신약성서 보내주시나 잠시 생각을.. ㅎㅎ
 

자세한 리뷰를 쓸 날이 언젠간 올까요. 만일 쓴다면 다시 한번 책을 뒤적이면서 19세기-20세기 경제학의 역사와 불세출의 학자들에 대한 지식을 다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인 자본의 존재를 가능케 한 노동에 대해선 어쩜 그리 한 마디도 안 하는 걸까요(자본의 도구로 언급될 때를 제외하고). 그나마 마르크스 챕터를 뒤져보면 분량이 좀 있으나 이 챕터는 거의 고인모독에 가깝습니다. 그의 <자본론>을, 케인즈를 비롯한 여러 경제학자들이 전제의 오류 등을 들며 중시하지 않았음을 필자가 강조했다고 이러는 것은 아닙니다. 안 씻고 다녔다, 지저분했다 등등 자본론에 관한 이야기보다 모욕적인 사생활 언급이 훨씬 더 많아요. 저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노동에 관해 당시 그가 그렇게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뭔데요(한편 저자는 조지 W 부시 정부 경제정책 비서관이었으며 한 헤지펀드 회사의 펀드매니저였습니다.). 그렇게 신성시하는 자본의 모태는 무엇입니까.

말년의 프로이트에게 한 저널리스트가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프로이트는 딱 두 단어로 대답을 응축했습니다. “사랑과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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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5-12 15: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마 노동이 없다면 자본의 형성도
가능하지 않을 텐데, 지적해 주신
대로 너무 자본가의 입장에서 서술
한 게 아닌지 추정해 봅니다.

적어 주신 프로필을 보니 아무래도
노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신자유주의 교도가 아닌가 싶네요.

조그만 메모수첩 2021-05-13 08:06   좋아요 1 | URL
보니까 학벌도 어마어마하고 인기도 많은 사람인데(글은 정말 재미있게 씁니다) 기사 검색을 해보니 ˝경쟁은 인간의 본성…치열한 삶이 행복해˝ 이러고 있네요.
 

경주 황리단길에 있는 서점 어서어서를 방문했습니다. 지역 핫플답게 사람들이 다들 지나가며 어 유명한 서점이다!! 라고 외쳤고 그 중 80% 정도가 책 살 거 있어? 아니 하고 그냥 지나갔으며 나머지는 들어와 사진을 찍거나 구경을 하거나 책을 샀습니다.

책에 담아주는 봉투가 유명하다고 하니 봉투 받고 싶어서 충동구매 하려 했으나 시집과 세계문학, 힐링류 수필들과 베스트셀러 위주, 사진이나 건축 등 시각예술에 대한 약간의 교양서적 등으로 구성된 서가에선 제가 데려오고 싶은 책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어정거리다 결국 에라 산 것이 <나의 문구 여행기>. 예정에도 없던 책입니다. 봉투에 담아주시면서 이름을 물어보셔서 좀 놀랐습니다. 사소한 무언가를 살 때 내가 누구요 외쳐본 적이… 있군요 많군요 교보 가서 회원 성함 말씀해주시겠어요 할 때 많이 외쳐 봤지만 그런 대량 호명(?)에선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한 기쁨이 있었습니다. 왜 내 이름은 아름, 지연 같은 예쁘고 무난한 이름이 아닐까.

계산이 끝나면 책봉투와 함께 작은 책갈피를 주시는데 거기에 서점 입구에 놓여있는 스탬프를 찍어 장식할 수 있습니다. 예쁘게 찍고 싶었는데 뒤에 기다리는 분이 있어 아무거나 대강 찍었습니다.

뭐 살까 고민할 때 서점 주인분이 쓴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을 살까 했으나 정작 그 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낯가리는 제 성격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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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5-12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려서는 낯가림이 심했습니다.
뭐 지금도 딱히... 그래도 그 시절보다
는 나아진 것 같습니다.

작은 서점에 들어가서 왠지 책을 안
사고 나오면 죄짓는 기분이 듭니다.

근데 사실 제가 원하는 책들은 작은
서점에는 없을 겁니다. 아무래도 큐레
이션이 잘 팔릴 책들로 구성되어 있을
터인데, 저는 그런 책들은 관심이 없
거든요.

제가 사는 동네에 갠춘해 보이는 작은
서점이 하나 생겼다고 해서 방문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나중에 방문하고
후기를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그만 메모수첩 2021-05-13 15:19   좋아요 0 | URL
저도 살 책이 없어(아무래도 힐링류 에세이가 주를 이루다보니) 그냥 나오긴 미안하고 등에서 땀이 막 나더군요 ㅎㅎ 동네 서점 후기 기대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