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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63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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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다음으로 읽는 하드보일드 소설. 다 읽었다. 세상과 유대를 가지지 못한 채 자기 실존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드보일드의 뜻. 이 책은 탐정 샘 스페이드를 중심으로 6일간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인물들의 감정묘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영화보는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실제 이 소설은 3번이나 영화화되었고 세 번째로 영화화 된 작품이 존 휴스턴 감독,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몰타의 매>다.

https://t.co/Xjdku4rKSf

한 남자가 길을 가다 공사장에서 떨어진 철제 빔에 맞아 죽을 뻔 한 경험을 한 후, 인생은 잔인한 우연의 연속임을 깨닫고 가족을 포함한 모든 생활을 버리고 낯선 곳에서 새 인생을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이 소설에 나오는 것이었다. 삽화처럼 삽입된 이 이야기는 소설을 농축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물들은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주인공 샘 스페이드를 포함해 도덕이나 상식 등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고 철저히 자기 욕망을 좇는다.

작가 대실 해밋의 삶을 영화로 만들어도 하드보일드 장르가 되겠단 생각을 했다. 매력적인 외모, 탐정 경력, 뛰어난 작가로서의 삶, 공산당 정치 경력, 방탕과 방랑 등 색다른 이력을 가진 사람.

재미있는 소설이었으나 나와 하드보일드는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철저히 주변인에 머무를 뿐인 여자들을 다루는 태도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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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두근거리는 노트의 마법 - 전 세계 노트왕에게 배우는 기록의 정석 20
컴투게더 노트연구회 지음, 강은혜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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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의 노트는 아트저널을 의미한다. 강의 필기나 도서 요약 같은 것들이 아니라 일상을 소재로 그림과 캘리그라피 등을 곁들인 일기 말이다. 여기 소개된 저널 집필자들은 그야말로 별별 것을 다 기록한다. 일상의 기억과 깨달음은 물론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지인들의 전화번호, 쇼핑목록, 쇼핑한 것들의 목록, 상표스티커, 여행기록, 그날 먹은 것, 스케줄, 무의미한 낙서, 갖고 있는 장난감들의 목록, 소지품이나 문구들의 목록, 금전출납, 심지어 새로 산 펜들의 테스트까지.

저널 저자들은 하나같이 저널을 통해 인생이 더 알차고 의미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창의력을 기르고, 힘들 때 친구가 되어주었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훗날 들춰보며 추억에 잠기는 행복을 누리는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는 각박한 세상에 노트는 온전히 자신만의 세상이 되어준다는 것도 강조한다.

이런 아트저널들을 인스타그램 같은 데서 보며 눈이 즐거웠지만 아무래도 나와는 맞지 않는다. 이 책의 저널저자들은 대부분 일러스트레이터들이거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나는 그림 그리기를 즐기지 않는다. 그리고 알록달록 아기자기하게 꾸미기 위해선 각종 도구들이 늘어나는데 현재 내가 갖고 있는 필기구만도 나에게 버겁다. 설령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오늘 먹은 야채덮밥을 수채물감으로 색을 넣어 그리기엔 시간이 없는 것이다. 없다기보단 아깝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런 노트들은 아이캔디로만 소비하고 내가 쓰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다만 일기는 매일 적고, 일기에 여백이 남으면 간단한 낙서 정도는 그려볼까 싶다.

다음은 책을 통해 얻은 몇 가지 팁들이다.

* 마음대로 쓰되 꾸준할 것
*노트 구도를 위해 드로잉 기초에 관한 책을 공부해보자.
*한 주 혹은 함 달 시작할 때 여백에 그림을 그리거나 스티커, 테이프 등을 붙여 그 달의 콘셉트를 잡는다.
*지어내지 않고 진실만을 기록하자.
*주요 문구 : 로트링 샤프, 유니볼 시그노 0.28같은 세필펜, 만년필(비싼 것 강조) 물감세트, 연필깎이, 형광펜, 스티커, 레터링, 마스킹테이프, 스탬프, 우표, 사진 등
*주요 노트 : 몰스킨, 트래블러스노트(미도리), 무인양품, 로디아, 호보니치 테쵸

*문구 구입처 :
www.merci-merci.com
www.etsy.com
www.tabiyos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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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열린책들 세계문학 121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계동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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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의 집필자 지하생활자는 현실과 유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이성과 문명, 논리와 합리, 몽상적 사회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보이며 스스로를 지하에 유폐한다. 그러나 이런 단절은 그의 인생을 비극으로 몰아간다. 그는 고독하고 부도덕하며 소심하며 외부로부터의 작은 충격도 이겨내지 못할 만큼 약하다. 세상과 떨어져있기에 그는 책으로부터 얻은 내용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파악하지만 이는 그를 더욱 더 외딴 곳으로 몰아갈 뿐이다.

책 뒷부분에 루이스 로버트 잭슨이 쓴 평론이 있는데 이런 말이 있다.
“지하 생활자의 억제할 수 없는 이기주의와 파괴적인 개인주의, 〈독립적인 의지에 대한 희생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결과가 무엇이든지 간에〉, 독립적인 의지에 대한 그의 요구는 도스또예프스끼에게 개인과 사회에 모두 파멸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인간 의지의 비극이다. “지하 생활자의 억제할 수 없는 이기주의와 파괴적인 개인주의, 〈독립적인 의지에 대한 희생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결과가 무엇이든지 간에〉,30 독립적인 의지에 대한 그의 요구는 도스또예프스끼에게 개인과 사회에 모두 파멸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인간 의지의 비극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도 그랬고,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도 그랬고 왜 도스또예프스키는 사회주의에 대해 가열찬 비판을 가할까 궁금했는데, 좀 더 정확히는 ‘이상적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이었구나. 인간성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나이브함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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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카인 : 주제 사라마구 장편소설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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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하느님. 하늘과 땅의 창조자는 완전히 미쳤다는 것. 오직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미친 자만이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자신의 직접적인 책임이라고 인정하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겁니다 ...
하느님이라 해도 단지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자식을 장작 위에 올려 놓고 태우라고 명령하는 건 옳을 수가 없어요. 가장 사악한 악마라도 어떤 사람한테 그런 걸 명령하지는 않을 겁니다. ... 하늘의 불로 타서 재가 되어버린 소돔의 아이들을 보았다면. ... 어쨌든 이제 죄 없는 사람들은 죄인의 대가를 치루는 데 익숙해졌어요.“




신은 자신이 창조한 물리적 법칙도 거스르지 못한다. 그저 창조한 규칙 아래서 자신의 위엄을 드러내거나 천사들을 통해 기적을 보일 뿐이다. 이를테면 해를 잠깐 멈춰달란 여호수아의 청원에 해는 이미 멈춰있고(지동설) 지구가 멈추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대참사가 일어난다고 설득한다.

카인은 두 가지 이유로 신에게 화가 나 있다. 전지전능하단 점에서 자신의 살인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는 점, 타락한 존재만 골라 멸하기엔 시간이 걸리니 죄없는 청순한 존재도 세트로 묶어 멸해 정의를 어긴다는 점. 결국 카인은 연속된 살인을 통해 신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화자는 카인의 이야기를 옛이야기 해주듯 진술하고 있는데 이 화자는 누구일까. 결말을 보면 힌덴부르크호의 화재까지 알고 있는 20세기 화자가 등장할 순 없는데.

하여간 여호와 못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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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특별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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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실린 단편들의 인물들은 공통점이 있다. 어려서 가정에서 정신적외상을 입고, 그 외상은 죽음과 관련되어 있으며 죽음은 이들의 삶, 특히 젊음에 우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인물들은 아프거나 강박이 있고, 타인을 만나지만 구원자로서의 타인이 아니라 마치 자기의 분신같이, 비슷한 아픔을 지닌 타인을 만난다. 그 타인을 통해 인물은 상처가 덧나기도 하지만 그 통과의례를 꿋꿋이 견디며 삶으로의 출구를 찾아간다.

90년대는 X세대란 말이 유행하며 젊은이들은 소비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이루어 나가며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한강의 이 단편집에 수록된 90년대 젊은이들은 소비에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저 작은 일상을 힘겹게 경영하며 상처에 아파하고 좁고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열려진 앞길을 찾아가는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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