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에 관한 다큐를 인상깊게 보고(KBS 다큐 세상 끝의 집), 요즘 식사를 할 때 성경을 들으며 천천히 먹고 있습니다. 이 수도원은 수도자들이 각자 독방에서 식사를 하시기에 성서를 읽으며 드시지만, 다른 수도원은 공동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고 봉독자가 성경을 낭독하지요. 장미의 이름에 그런 장면이 있었던지 없었던지 가물가물하네요.

오늘 들은 부분은 밀과 가라지의 비유였는데, 일단은 둘 다 같이 자라게 놔뒀다가 추수 때 가라지만 싹 골라 불태운다는 이야기였지요. 최후의 심판 때 죄를 지은 영혼은 구원받지 못한다는 메시지인 듯한데 제 귀에는 나쁜 놈들이 잘 되는 것은 현실에선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로 들려서 ‘세계의 횡포 문제는 신도 어쩔 수 없나 보네’ 하고 서글펐습니다. 사후 세계에서의 심판이란 설정을 통해 대중들에게 그나마 카타르시스를 준 것이 아닐까 하는.

또 오병이어의 기적 부분도 들었는데 제자들이 갖고 있던 음식이 고작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뿐이었다니. 원래대로라면 이 음식으로 예수 공동체는 몇 명이서 나눠 먹었어야 했을지 쓸데없는 걱정도 했지요. (초대해서 잘 대접하는 집이 있었겠지만요..)

그림은 당시 연회석이었던 트리클리니엄. 소화…괜찮나요..





*tmi 오늘은 할 일 삭 다 미루고 책 읽다 자다 무위도식하며 보냈습니다. 책은 한 권 다 읽었어요.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오늘의 휴식이 내일의 고난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조.. 🥲 어떤 마음의 거리낌도 없이 편히 쉴 수 있는 때는 언제 올까요. 죽고 나서? 유아기 때 어릴 때 이 ‘맘편히쉬기쿠폰’은 다 써버려서 그런 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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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8-26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다큐 예고는 여러번 봤는데, 본 방송은 못봤어요. 폐쇄수도원의 수도자들은 매일의 일상이 수행에 가까울 것 같더라구요. 세속과 격리된 수도원이라서 저도 장미의 이름이 생각났습니다.
조그만메모수첩님, 좋은밤되세요.^^

독서괭 2021-08-27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계의 횡포 문제는 신도 어쩔 수 없나 보네- 감상이 공감되네요^^
맘편히쉬기쿠폰- 아 정말 아이들이 많이 쉬고 실컷 잘 수 있는데 안 쉬고 안 자겠다고 떼를 쓸 때는 참 너랑나랑 바꾸면 좋겠다.. 싶습니다😂

조그만 메모수첩 2021-08-28 01:45   좋아요 1 | URL
저도 저희 아이아 아기~유딩일 때 삶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안 자고 있으면(얘가 자야 제 일정이 어째저째 되는데 ㅠㅠ) 너랑 나랑 바뀌면 얼매나 좋을꾸 생각했었는데 ㅎㅎㅎ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계셨다니. 반가워요!!
 

이것이 화제의 그것이군요. 흠.. 근데 갖고 있는 작품이랑 많이 겹치..어도 갖고 싶네요 ㅠ

하지만 안녕. 우리 다음 세상에서나 만나.


* tmi : 원래 오늘 지리산 실상사 근처로 가서 적당한 나무를 하나 찾아 거기 기대어 이병주의 <관부연락선>을 마저 읽을 예정이었어요. 근데 비 올 거란 예보에 관뒀는데 비는 🐶 뿔 날씨 엄청 좋더만.. 그래서 교보문고’나’ 왔습니다. 다음 주를 기약.. 근데 다음 주 시간이 날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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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8-20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지리산 실상사에서 책을 읽다니 뭔가 지적이면서도 로맨틱(?)
하네요~ㅎㅎㅎㅎ
다음주 성공기원!!
 
날마다 천체 물리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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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책을 읽기에는 너무 바쁘지만 늘 우주를 그리워하는 모든 현대인을 위하여”

첫 장에 쓰인, 저자의 집필의도입니다. 확실히 책이 작고 귀엽지만 안에 담긴 내용이 무려 ‘우주’다 보니 그렇다고 설렁설렁 넘어가는 책은 아닙니다. 첫 챕터에서부터 독자는 우선 반물질, 반입자에 대한 지식이 자신에게 있는지를 점검해야 하니까요.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이미 읽었고, 거기에 대해 보충 설명, 혹은 중력파 검출 같은 최신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해서 읽는다면 독서가 수월할 것 같습니다.

책은 우주의 시작에서 출발하여 우주를 이루고 있는 힘과 입자, 파동,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별과 행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합니다.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우주적으로 보고 우주적으로 생각하라’입니다. 우주를 통해 넓어진 인간의 지평과 그를 통해 반드시 가져야 할 겸손, 그 겸손이 가져다 줄 인류의 평화와 사랑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지구 생명이 누리는 우주적 조망 특권을 열광적으로 경축하는 제전에 동참할 자는 또 누구인가? 농장에서 땀을 흘려야 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아닐 것이다. 저임금에 시달리며 혹사당하는 우리네 노동자들도 아닐 것이다. 쓰레기통을 뒤져 끼니를 때워야 하는 노숙자들에게도 천문학은 그저 사치의 상징일 뿐이다.”
- p208

저자는 지구의 자전을 생각하고, 암흑물질의 정체를 연구하고, 일식 때 달의 움직임을 숨가쁘게 쫓아가고 난 후에 문득 현실로 돌아와 그러한 사유와 연구의 시간 동안 엄청난 사람들이 살육과 전쟁에 휘말려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를 해결할, 인류를 구원할 생각이 바로 우주적 영성이라는 거지요.

“우리 어른들도 세상이 우리를 중심으로 돈다는 오해를 바탕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지 않는가. 사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데 말이다. 지동설의 증거가 도처에 널려 있음에도 천동설적 사고의 틀을 벗어 버리지 못한다. 한 사회가 갖고 있는 인종, 민족, 종교, 국가, 문화에 드리운 차별의 커튼을 살짝 젖히기만 해도 숱한 갈등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잘못된 자만심을 목격하게 된다.
이제 우리의 새로운 세상을 그려 보기로 하자. 누구나, 특히 권력을 가지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를 우주적 관점과 시각에서 돌아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우주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 p211~212

제 생각은 ‘퍽이나’입니다. 사고가 부정적으로 뒤틀어져버린, 지구의 일부이자 우주의 일부인 제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하지만 다음에 뭘 적어야 할까요. 뭔가 희망적인 말. 근데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네요. 리뷰 끄….끝. 끗.





*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습니다. 그런데 곧 외출해서 책 사려고 합니다. 전 이 책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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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8-10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고, 우주는 너무 먼 곳 같지만,
밤이 되면 낮보다는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별이 보이니까요.
오늘도 더운 하루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조그만 메모수첩 2021-08-12 21:03   좋아요 1 | URL
서니님 댓글은 시 같아요. 별이 다가와 낮보다 하늘과 가까워지는 밤.. ⭐️
 
헤드 스트롱 - 정전 상태에 빠진 두뇌를 리부트하자!
데이브 아스프리 지음, 정지현 옮김 / 지식너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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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회사 쇼핑 카탈로그를 이렇게 책으로 내서 소비자에게 사게 할 필요까지 있나 싶네요(저는 대출해서 봤지만). 유용한 정보가 없는 건 아닙니다. 궁금하면 <최강의 식사> 정도만 읽어도 좋을 거 같아요. 본인은 바이오해킹으로 아이큐가 엄청 올라갔다고 하는데 아이큐가 자신감과 대별되는 자기자랑 자아도취를 뜻하는 것이라면 꽤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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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8-19 0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사랑의 변주곡 - 김수영 시선집 창비시선 68
백낙청 엮음 / 창비 / 198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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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읽다가, 삶이란 게 예감한 대로 너무도 쓸쓸하고 앙상하여 나 역시 남은 인생은 그 특수성에 편입될 수밖에 없겠단 생각에 서글퍼졌습니다. 단편 <봄밤>엔 일찍 겪은 배신과 상실로 알콜중독자가 되어버린 영경이 컵라면 하나에 급하게 소주와 맥주를 들이키고 김수영의 <봄밤>을 읊조립니다. 외우지 못하기에 읊조릴 수도 없는 저는 시집을 꺼내서 조용히 읽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여름 오후에 읽는 봄밤. 새삼 시인의 모던함에 놀라는 봄밤.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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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7-22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밤에는 덥지 않아 좋았는데, 여름밤은 열대야가 있어서 별로네요.
조그만 메모수첩님, 더운 하루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