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 맛 1~3 세트 - 전3권 (완결 박스 세트)
하일권 글.그림 / artePOP(아르테팝)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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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화자가 서술자일 때, 그는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작가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지요. 그 작가와 독자는 같은 세상-설령 시공이 다르다 하더라도-에 살고 있으니까요. 회고담으로 되어 있는 이야기도 읽는 사람이 미지의 독자인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병의 맛>처럼 서술하는 ‘나’와 경험하는 ‘나’가 거의 비슷할 때, ‘나’의 이야기 상대는 누구일는지. 그는 허구의 세상에서, 작품이란 틀을 경계로 독자와 다른 세상-시공이 같다 하더라도-에 살고 있으니 그는 ‘독자’를 알 수가 없지요.

<병의 맛>은 제목 때문에 딱히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일권의 작품은 <삼봉이발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요. 그러다가 딸의 권유로 읽었는데(절대 알라딘 사은품 쓰레기통 받으려고 액수 채운 거 아니.. 읍읍)

많이 놀랍고

많이 슬펐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형식 면에서도 훌륭합니다. 흑백을 이렇게 화려하게, 또한 내용과 유기적으로 쓰기도 어려울 거 같아요. 페이지를 넘기며 흑백과 그 중간의 회색을 따라가는 것은 또 하나의 서사이기도 합니다.

서술자 ‘나’인 변이준은, 이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어쩐지 이 아이는 저에게 이야기했을 거란 확신이 듭니다. 경험의 연결고리는 허구와 실제라는 서로 다른 세상의 경계에 미세한 금을 내어 차차 서로를 스며들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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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ather’s Story- One Man’s Anguish at Confronting the Evil in His Son>은, 밀위키의 식인귀로 이름난 연쇄살인마 제프리 다머의 아버지인 라이오넬 다머의 회고록입니다. 이 책은 첫 번째 아내 조이스와의 결혼부터, 첫째 아들 제프리 다머가 사실상 종신형을 받고 투옥되기까지 아들과 함께 한 시간을 기록한 글입니다.

라이오넬 다머는 화학자로, 박사학위 취득 후 관련 회사에 취업하여 연구자로서 안락한 중산층의 가정을 꾸려갑니다. 첫 번째 아내 조이스가 ‘제프’(제프는 살인마 ‘제프리 다머’가 아닌 그의 아들로서 명칭으로 사용합니다.)를 임신했을 때 신체적 정신적으로 끔찍하게 고생합니다. 임신 중 복용한 약의 종류가 20가지가 넘었다고 하는데 그 중에는 몰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출산 후에도 조이스는 신경증과 발작적 경련에 시달리며, 두 부부 사이는 급속도로 멀어집니다. 라이오넬은 조이스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실험실 연구에 더욱 매달리지요. 그렇다고 라이오넬이 무심한 아빠는 아니었습니다.(적어도 제 부친보다 훠얼씬 신경 많이 쓰는 ‘좋은 아빠’였습니다 -_-;;) 다친 새를 데려와 정성껏 보살핀 후 다시 보내주고, 함께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실험실에 데려가 여러 가지 재미있는 화학실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특하고 밝고 외향적인 제프에 대한 라이오넬의 사랑은 말할 것도 없었지요. 그런데 탈장으로 인한 수술을 받은 후 아이는 거세공포를 느낍니다. 이후 성격이 수줍고 내성적으로 바뀌어 가지요. 라이오넬은 본인이 어렸을 때 그런 적이 있었고 나름 극복을 잘 했기 때문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둘째 아들 데이브가 태어나고, 다머가 18살이 될 때까지 부부관계는 벌어질 대로 벌어집니다. 결국 이혼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제프는 빈 집에 혼자 버려집니다.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것도 이때지요. 이혼 후 두 번째 아내 샤리를 만나고, 샤리는 제프의 방에서 술냄새가 나는 것을 알아챕니다. 조용하고 공손하며 예의 바른 ‘예스맨’ 제프는, 이때 이미 심각한 알코올중독이었습니다.

중간 이야기를 뛰어 넘고 결론을 적자면, 어린 제프는 ‘버려짐’에 대한 공포가 있었고 ‘영원히 자신을 떠나지 않을 존재’에 대한 갈망을 키우게 됩니다. 영원히 자신을 떠나지 않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만 조정할 수 있는 타인이 누굴까요. 죽어버린 몸이죠. 이는 네크로필리아로 이어지고, 결국 살인, 식인이란 엽기적인 비극을 자행합니다.

양육자로서 라이오넬은 아들 제프의 악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아니 알아차리지 못했다기보다 알고 싶지 않아 방관했던 자기자신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제프의 범죄동기가 되었던 지배욕이 자신이 유전적으로 물려준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요. 다만 자신의 경우는 화목한 양육자들이 있었고, ‘영원함’에 대한 욕망을 제프 같은 극단적 범죄가 아닌, 다른 쪽으로 발산했음을 알아챕니다-불안정한 감정보단 똑 떨어지는 자연과학, 사람관계보다는 그 사람에게 차지하는 자신의 역할(특히 효자와 아빠로서의 역할에 집착하는데, 그들(라이오넬의 어머니와 아들 제프)에게 헌신함으로서 그들이 자신 없이는 살지 못하도록, 그리하여 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지요).

한 인터뷰에서 라이오넬은, 아들을 용서했냐는 인터뷰어의 말에 ‘그렇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묻습니다. 악의 씨앗을 물려준 아빠로서의 자신을 제프는 용서했을까. 제프가 어릴 때 빨리 아이의 내면을 눈치 채고 심리치료를 꾸준히 받게 했으면 어땠을까.

저 역시 딸을 키우는 양육자로서, 슬프고 복잡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범죄의 피해자는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둘러싼 사람들, 가해자, 가해자를 둘러싼 사람 모두라고 하지요.

제프리 다머의 범죄에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서문에, 인세 수입은 모두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쓰겠다고 했으나 출간 후 이어진 소송(초상권 침해 등) 비용으로 다 나가버렸다고 합니다.

* 출간은 1994년 3월로, 책의 말미에 감옥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는 아들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던지고 있으나, 같은 해 11월 제프리 다머는 동료 재소자의 손에 맞아 죽습니다.

* Jeffrey Dahmer Original Stone Philips Interview youtu.be/4MK9gIxbxrk 라이오넬, 조이스, 제프 모두 인터뷰에 응합니다. 조이스는 라이오넬의 책에 묘사된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에 반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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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과 <닥터 지바고>를 허겁지겁 읽게 생겼습니다. 열린책들 오픈파트너이신 분 계시나요? 공지사항에 별 관심 안 두다가 오늘 페북에 들어가서 논란을 봤습니다.

1. 오픈파트너는 열린책들 세계문학이 이북앱을 런칭하면서, 독자들로부터 먼저 투자받기 위해 내놓은 상품입니다. 정확한 가격이 기억나지 않는데 약 15만 원~17만 원 즈음의 가격으로 앱을 선구매 하면 향후 출간되는 세계문학 전자책을 계속 받아볼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2. 인기가 좋아 판매는 한 달 만에 끝이 났고, 앱은 런칭했으며, 북플에서 만든 리더기능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형광펜이 사람이 밑줄 친 것마냥 구불구불하게 표시된다든가, 각주 번호를 누르면 아래에서 팝업으로 뜨는 점 등이 신기했습니다.

3. 이후 알라딘, 교보, 리디 등 이북 서비스 회사가 확대되고 열린책들 앱은 기능에 있어 업데이트를 게을리하며 뒤처지기 시작합니다.

4. 사업상 어려움이 많았는지-정확힌 앱 오류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사업을 정리(cyrus님 덧글 참조)- 열린책들은 북플과 연을 끊고 오픈파트너와 세계문학 이북 구입자들을 다른 서비스회사로 이관하기로 합니다.

5. 이관 회사는 교보sam과 리디북스인데 교보는 추후 업그레이드는 약속했으나 sam 사업 자체가 불안한 모양이라 이마저 없어져버리면 독자들은 갈 데가 없어지는 문제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저작권 등의 문제로 <악령>과 <닥터 지바고>는 읽을 수 없게 됩니다. 리디북스는 추후 출간되는 책들은 추가로 구매를 해야 합니다.

6. 많은 수의 오픈파트너들은 리디북스를 원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오픈파트너의 가장 큰 매력인, 새로 출간되는 책들을 사야 하지요. 이건 계약과 어긋나는 것입니다.

7. 하여, 소송 준비 중인 모양입니다.

저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용돈을 아껴 책을 사면 집에선 쓸 데 없는 데 돈을 썼다며 등짝 스매싱이 날아오는 분위기였고 현재도 좁은 집에 전집은 언감생심. 그러던 차에 비록 전자책이지만 생애 처음으로 마련한 전집이라 무척 기뻤습니다. 그리고 그 돈에 비해 이 정도면 많이 읽었다 싶어 교보든 리디든 이관 결정이 기쁘기만 했는데 제가 참 게으르게 산다는 걸 느꼈네요. 어떻게 될지. 아무튼 저는 교보로 이관 신청을 했고, <악령>과 <닥터 지바고>가 빠진다고 하니 이 책들부터 먼저 읽으려고 합니다. 중간까지 읽고 덜 읽은 책들이 쌓여 있건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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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6-21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 달 전부터 어플 오류가 많아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는데, 출판사가 오류를 해결하지 못하고 전자책 사업을 철수하네요.

조그만 메모수첩 2019-06-22 07:41   좋아요 0 | URL
그런 사정이었군요.. 이용하는 동안 별 오류 없이 잘 사용했던 저는 운이 좋았나봅니다. 오픈파트너 가입시 이게 나름 목돈이다 보니 주변에서 그 서비스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며 말렸는데.. 대강 그렇게 되어가나 보네요 ㅠ

CREBBP 2019-06-22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책이... 애정하는 출판사이지만, 베르나르베르베르에만 올인하고 정작 열심으로 절판된 책을 이북으로 재출간하던 열정은 점점 사라지는 듯해서 애증이 교차하는군요. 제 경우는 알라딘에서 그냥 전자책 세트 구입했는데(생각만 해도 흐뭇) 얼렁 읽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조그만 메모수첩 2019-06-22 19:44   좋아요 0 | URL
저도 좀 기다렸다가 알라딘에서 이것저것 마련할 걸 그랬어요. 절판본 출간이야 말로 이북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안타깝네요 ㅠㅠ
 
거꾸로 보는 경제학 - 경제인이 되기 위한 깊고 맥락 있는 지식
이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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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으로 인기를 끄는 문구들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따라하는 작명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생각나는 것으론 <과학 콘서트>의 ‘~ 콘서트’, <거의 모든 것들의 역사>의 ‘거의 모든 ~’ <불편해도 괜찮아>의 ‘~ 괜찮아’ 등등. (물론 이 문구들은 이 책들의 출간 전에도 여러 번 쓰인 적도 있으니 원조(?)는 아닙니다만) ‘거꾸로 ~’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문구의 원조는 어떤 책이었을까요? 알라딘에서 출간일 순으로 검색해보니 푸른나무 출판사에서 펴낸 ‘거꾸로 읽는 책’시리즈 6권이 1989년에 출간이 되었네요.(2016년 출간한 23권 <꼼당선언>이 현재 이 시리즈의 마지막 책인 것 같습니다.)

‘거꾸로’는 상반된 의미로 사용됩니다. 통념을 뒤집는,의 긍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도 있고, 바로 보/읽/듣/일하/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의미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거꾸로’ 100%의 의미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 <누구나 거꾸로 설 수 있다> 건강서적입니다. 표지 모델이 진짜 거꾸로 서 있습니다.)

<거꾸로 보는 경제학>은 전자의 의미의 ‘거꾸로’입니다. 뉴스에 범람하는 경제 정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통념을 깨면서 글을 진행합니다. 체계를 가진 책이 아니라 각종 예시를 통한 통찰을 전하는 병렬식 구성의 책이라 짬짬이 읽는데 부담이 없습니다. 저자가 기자인 만큼 글도 쉽게 풀어서 썼습니다. 정의의 가격, 혁신이 혹시 무임승차는 아닌지, 효율 추구의 함정, 경제지표를 다각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 등이 흥미진진하게 쓰여 있습니다.

저자 이진우 기자는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이며 팟캐스트 ‘신과 함께’의 진행자들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경알못이지만(경알못이라서? 솔직히 방송내용 다 못 알아 듣습니다 ㅠㅠ) 가끔 이 두 방송을 듣는데 이분 특기가 질문입니다. 살짝 비치는 자기 비하를 통해 방어막을 쳐놓고 인터뷰이가 타당하지 못한 말을 할 때 공격할 땐 청취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지요. 그리고 이런 스타일 질문도 자주 합니다. 이해관계가 걸린 어떤 문제-금융상품 같은-의 장단점을 인터뷰이가 열심히 소개하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도에서 그칠 것을 꼭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 가지를 소개해주셨는데요, 그런 뫄뫄님 개인적으로는 어떤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셨나요?” 약간 능글맞지요.

종이책은 절판이라, 도서관 대여나 이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해도 좋을 책입니다. 저자 개인 의견이 많아 다른 생각을 가진 독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쉽겠다는 생각입니다.






* <신과 함께>를 다 듣진 못하는데 ‘신의 경제사 특강’과 ‘최준영의 지구본 연구소’는 챙겨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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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는 이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끄적이는 이유는 한때 이 병원의 환자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독특한 생활방식과 의학에 관한 관점, 한옥을 개조한 병원 건물로 유명해져 여러 매체에 자주 소개되었습니다. 유방 염증에 관한 치료법이 미미하던 시기,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염증의 원인이 환경호르몬 등에 있다고 생각하고 비건 채식과 친환경 웰빙(?) 등을 치료법으로 표방, 명성을 얻었습니다. 필력도 좋아 저서도 여러 권이며,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훌륭한 분이십니다.

이제 그 훌륭한 병원을 왜 그만 다니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통증이 있고 멍울이 잡혀 혹시 유방암이 아닌가 두려움에 떨다가 검색을 통해 이 병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통스러운 검진을 마치고(이 부위는 마취가 잘 안 된다고 합니다..) 다행히 암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만, 잘 치료가 되지 않는 염증으로, 결핵처럼 오래 바라보고 인내심 있게 치료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염증 치료. 치료 과정은 간단하지만 한편 힘듭니다. 의사도 환자도 둘 다 힘들어요. 먼저 리도카인으로 마취를 하지만 앞서 말했듯 마취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구로 속을 긁어 상한 부위를 제거하는데 그 고통이란 것이.. 제가 아픈 걸 잘 참지는 못합니다. 엄살이 심해 주사 맞아야 할 때도 간호사께 안 아프게 해주쎄용 완전 비굴모드로 굽신거리죠. 그런데 이 아픔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없는 상태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봤지요. 아무리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몸이 저절로 뒤틀리고 입술을 깨물어도 비명을 지르게 되더군요. 그때 의사가 소리 질렀습니다. 제가 움직여서 제대로 치료 못하겠다며 기구를 던지다시피 하고 나가버렸어요. 그리고 환부엔 빨대 비슷한 것이 꽂혔습니다. 많이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다음 치료도 그 다음 치료도 같은 일이 반복되자 인간이 아니라 그냥 실험대의 동물 취급을 받는구나 서러운 생각이 났습니다. 죄송합니다 참겠습니다를 한 열 번 정도 말한 것 같아요. 반성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환자의 장기적 건강을 위해 약을 쓰지 않으니 나같은 엄살 환자를 많이 봐서 신경이 날카로우신가보다. 그런데 네 번째 치료 때도 같은 일이 반복되자 그냥 염증 치료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몸보다 정신이 너무나 황폐해졌어요.

그리고 ㅂ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가서 ‘무조건 여자 의사샘으로 진료 받게 해주세요!’ 외쳤어요. 다음은 ㅂ병원 진료입니다.

1. 가슴을 드러냈으나 염증이 없는 쪽은 수건으로 덮어줬습니다.( vs 내가 치료 내내 상의를 끌어올려 잡고 있었음. 수건은 개뿔)
2. 초음파 젤이 체온에 맞게 데워져(?) 있었습니다.( vs 아 차가워)
3. 리도카인 주사 후 1분 정도 문지르며 뭔가 안심할 수 있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마취가 안 되는 건 사실이고 문지르나 안 문지르나 약효는 똑같다고 합니다. 제가 ‘또 소리 지르면 어떡하지요? ㅠㅠ (정말 수치스러웠습니다)’라고 하니 ‘아직 아무 소리도 안 지르셨어요^^’ 하는 대답이 은근히 힘이 되었습니다. ( vs 마음의 준비 같은 거 1초도 안 줌)
4. 현재 어떤 처치를 하고 있고 어떤 상태다 모니터를 환자 시야에도 하나 더 둬서 설명을 하며 치료합니다. ( vs 에헤이 움직이면 치료 안 된다니까! 버럭)
5. 아플 때 잡으라고 인형 같은 게 있습니다. ( vs 생략)

마취? 잘 안 됐습니다. 디지게 아팠어요. 그런데 몸도 안 뒤틀고 소리도 안 질렀습니다. 참을 수 있었어요. (의사 추임새 : 아이구 아프시겠다~ 아이구 잘 참는다~). 주사 맞았습니다. 항생제 복용했습니다. 몇 년 걸린다던 치료는 약 한 달 반 정도만에 끝났어요.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요 언제든 다시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까요.

투덜거리다가 글이 끝나게 생겼네요 -_-;;; 아무튼 ㅂ병원 의사도 내리 강조한 것은 채식입니다. 기름도 커피도 안 된다고 했어요(식물성 기름 포함). 채식인인데다 술 담배는 원래 하지 않으니 상관은 없었으나, 참기름 올리브유 등도 안 된다고 해서 좀 당황했습니다. 현재 기름없이 야채를 갈아서 스프처럼 조리해 만든 카레와 두부•야채만 넣어 직접 빚은 만두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 먹고 있습니다. 초콜렛과 사탕은 조금씩 먹고 있어요. 가끔 리미터 해제의 날을 가져 꼬북칩이나 라면을 손을 덜덜 떨면서 먹습니다, 맛있어라 ㅠㅠㅠ

이상 한 엄살쟁이의 수난기였습니다. 임재양 선생님은 제가 후에 치료받은 ㅂ병원 의사샘도 존경하는 훌륭한 의사임은 틀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상성 문제겠지요. 한편 면역에 관한 독서를 할 계획입니다. 뭘 읽으면 좋을까요? (<면역에 관하여> 제외)







* 쓰고 나니 뭔가 모르게 속이 시원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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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5-25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웅~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겠어요~ 글을 너무 잘 쓰셔서 제게까지 고통이 생생하게 다가오네요~ 재발의 두려움에서도 벗어나시길 기원합니다~~

조그만 메모수첩 2019-05-26 08:27   좋아요 1 | URL
투덜거림을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외칩니다 건강 최고..